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144
두근두근 첫 팬 미팅
탈출해 챌린지의 위력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하루가 다르게 마주치는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뉴튜브 세상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은 즉각 반응했고, 현실에 충실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늦게 챌린지를 알게 됐다.
두 경우 모두 탈출해 챌린지를 인식하게 됐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대단했다.
이 챌린지를 모르고, 이 챌린지의 시초가 된 우리 영상을 보지 않으면 유행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어버리는 분위기였다.
휴대폰 하나면 준비물은 끝인데다 간단한 촬영 스킬만 있으면 된다.
참신한 아이디어나 코믹한 연출이 가미된다면 한순간에 자기가 찍어 올린 영상이 ‘떡상’할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인기 뉴튜버들은 물론이고 초짜 뉴튜버들도 우후죽순 챌린지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러한 관련 영상 수가 많아질수록 테오라의 이름과 노래는 널리 퍼져나갔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는 차 창문을 열었다가 다른 차에서 틀어놓은 우리 노래를 들었다. 거리에서도, 카페에서도 우리 노래가 들린다고 했다.
중독성 있는 곡이라 시도 때도 없이 흥얼거리게 되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음원 차트 순위도 계속 오르고 있었다.
“우리 진짜 떴나 봐!”
뉴튜브 이용자들에게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었다.
테오라가 특정 연령층만이라도 공략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 여겼는데, 뉴튜브를 통해 훨씬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하게 된 상황.
여기에 테오라 특집 마이 리틀 스타까지 방영된다면, 대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감이 안 드네. 이거 꿈 아니지?”
서혼 형이 자기 팔을 꼬집었다. 체지방률이 낮은 몸은 잘 꼬집히지도 않았다.
“꿈이라면 깨지 말았으면 좋겠어!”
“꿈 아니니까 깰 일 없어.”
“내가 몰라서 그러겠어? 몰라서? 홍오란, 말 예쁘게 못 할까!”
박하가 우다다 달려가더니 오란을 잡아서 깔아뭉갰다.
키 차이는 크게 안 난다고 해도 덩치로 보면 차이가 꽤 있어서 오란은 박하를 상대하기 역부족이었다.
“놔! 놓으라고!”
“내가 홍오란을 책임지고 지도해주겠어!”
확정된 팬 미팅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점만 빼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테오라의 일상이었다.
“프로그램은 짰는데 다들 자기 파트 자신 있지?”
각자 한 파트를 맡아서 진행하기로 했는데, 멤버가 여섯 명이라 여섯 파트는 진행자가 정해졌다. 멤버 별로 자기가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한 프로그램을 맡았다.
나는 노래, 초록 형은 춤, 박하는 팬들과의 대화였다.
“두근두근해! 빨리 팬 미팅 날 됐으면 좋겠다. 코티지들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지?”
“그렇지. 엄청 기대하고 있을 거야. 그 드높은 기대를 채워줄 준비는 해야겠지?”
“물론!”
“다시 연습 시작하자.”
온라인 세상이 탈출해 챌린지 열기로 뜨거워지고 있을 때, 우리 멤버들은 팬 미팅 준비로 열정을 불태웠다.
* * *
테오라의 팬 이벤트는 팬 사인회로 시작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팬 미팅이 먼저였다.
좌석은 신인 아이돌 그룹치고는 많은 편이지만 안심할 만큼 넉넉한 숫자는 아니었다. 테오라는 한창 기세 좋게 인지도를 얻어가고 있는 아이돌이니까.
코티지 1기에 가입했다는 공식 인증을 마친 사람들만 선 예매로 팬 미팅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기에 이번이야말로 최적의 기회였다.
앞으로 테오라의 팬은 쑥쑥 늘어만 갈 테니까.
일반 판매로 열린 좌석이 눈곱만큼이라, 공식 팬클럽 가입 시기를 놓친 팬들이 전부 몰렸다고 들었다.
그 경쟁률은 인생 최대의 행운을 쏟아부어야만 당첨될 수 있을까 말까였다.
“흐흐, 난 전략적인 승리를 한 거지.”
여태껏 걸어가다 돈을 줍거나 사은품에 당첨되지 않았던 보람이 있었다. 순발력 없는 손이 피켓팅에 성공할 줄이야!
본인 확인을 당당하게 끝내고 안으로 들어섰다. 예정된 팬 미팅 시간이 길어서 애들 얼굴을 오래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분명 입장 인원은 제한되어 있는데 그 이상으로 사람이 많았다. 스태프를 제외한다고 쳐도 어림잡아 두 배는 돼 보였다.
“뭐지…?”
하눌 엔터에서 팬 미팅을 온라인으로도 실시간으로 중계하겠다고 공지했기에, 티켓팅에 실패한 이들이 밖에서 기다리려는 생각은 아닐 터였다.
온라인 중계가 있어 팬 미팅 티켓의 희소성은 떨어져도 다른 스타의 팬 미팅 티켓에 비해 훨씬 저렴했다.
영상까지 판매한다고 하니 나중에 고화질로 감상하면서 추억을 되새길 수도 있다.
애정이 담긴 찍덕이나 홈마의 영상과는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만, 돈을 낼 충분한 가치가 있다.
공식 영상은 어마어마하게 비싼 카메라로 촬영하기에 적합한 자리를 선점해서 프로가 찍어줄 테니까.
팬 미팅 장소 안은 시원하게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한껏 들뜬 팬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운 좋게 테오라가 잘 보이는 앞쪽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애들을 똑똑히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어차피 영상도 공개된다고 하겠다, 휴대폰을 내려두고 두 눈에 온전히 담아가기로 했다.
안으로 들어오면서 받은 팸플릿을 열어보니 팬 미팅 ‘세트리스트’라고 적힌 목차가 있었다.
VCR이나 오프닝처럼 평범한 목차가 있는가 하면,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자의 조합도 있었다.
‘오란의 럭키 데이? 이게 뭔데…? 어차피 진행하는 대로 따라가야 하겠지만.’
일단 멤버들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게 각자 한 코너씩 담당하긴 한듯했다.
입장이 끝나고 시작할 시간이 되고 조명이 전부 꺼졌다. 그와 동시에 팬들의 설렘이 담긴 환호성이 울렸다.
예약 구매한 응원봉 ‘지킴이’를 한 손에 꼭 쥐었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 * *
테오라의 첫 번째 팬 미팅을 빙자한 팬 콘의 정식 명칭은 .
겨울에 처음 내리는 눈이 아니라 ‘첫눈에 반하다’라고 말할 때의 첫눈이었다.
우리 팬들과 마주하는 ‘첫눈’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팬들을 마주하기 위해 무대로 나서는 순간부터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음악 방송 무대에서 깨달음을 얻은 후로는 긴장을 많이 덜어냈다고 생각했는데, 코티지를 직접 마주하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테오라의 앨범에 있는 곡 전부를 보여 주면서 중간중간에 토크가 들어가는 형식. 진행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관계자분들이 애써 주셨다.
현장에 참석한 팬들에게 제공된 QR코드로 오픈 톡방에서 실시간으로 소통을 할 수도 있었다. 거리가 있는 좌석에서도 우리에게 바로 의사를 표현하는 식이었다.
팬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유용하게 사용했다.
테오라 멤버들은 어제 쏟아낸 에너지를 회복한다는 핑계로 연습실에 나왔다. 그러고는 뭉친 근육을 살살 풀면서 팬 미팅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음엔 며칠에 걸쳐서 해보자. 아예 콘서트가 나을까?”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까지 춤을 추고 노래하고 대화했다. 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퍼포먼스적으로도 그랬지만, 눈앞에 자리한 팬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는 게 이렇게 기분이 고조되는 일인지, 전에는 알지 못했다.
사녹할 때 응원해줬던 코티지들에게는 짧은 안부 인사를 건네는 게 전부였었다. 그래서 이 아쉽고 감질나는 느낌을 가질 틈이 없었던 걸까?
‘진짜 아이돌’이 된 것 같았다. 스타가 된 것 같았다.
우리 멤버들의 몸짓과 말 하나하나에 울고 웃는 팬들은 놀랍고도 신비로웠다. 우리가, 내가 뭐라고…?
아이돌이 되기 전에 연예인이 어떤 직업인지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전부 겉핥기였을 뿐이었다.
팬들의 마음을 생생하게 전해 받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런 기회만 얻을 수 있다면, 백번이고 천 번이고 팬 미팅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이 되어도 좋았다.
팬 미팅도 이렇게 즐거운데 콘서트는 어떨까?
“이원. 어제 cool하던데?”
지온의 칭찬은 담백하면서도 진솔했다. 마음에 없는 말은 애초에 꺼내지 않는 편이라 더 진심 같았다.
“내가 쿨했어?”
“타고난 genius던걸. 천재적 면모를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는 그 쿨함은 특별하지.”
“…어디가 그랬어?”
“이걸 설명해야 한다는 게, 그 증거지.”
지온이 숨소리와 비슷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내가 진행한 코너 때문이었다.
코티지들이 원하는 키워드에 맞게 악기를 바꿔가며 즉흥 연주를 짧게 했었다. 그런데 그것보단 그 이후의 ‘노래 대화’가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단다.
목소리를 내지 않고 현오 형과 노래로 대화를 나누던 기억을 살려서 만든 코너였다. 현오 형도 신기해했었는데, 팬들도 마찬가지였구나.
“누가 적절한 가사를 가진 노래들을 떠올려서 바로 연주로 반응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일부러 대중에게 잘 알려진 곡만 선곡했잖아. 맞지?”
지온과 서혼 형 둘의 의견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음악을 들어왔고, 음악과 관련한 기억들은 기이할 정도로 또렷하게 남았다.
그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 청각이 예민하게 발달하기도 했지만, 목소리를 박탈당한 반동으로 아름다운 음악에 집착했던 결과였다.
의도치 않게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되면서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한 적은 있다.
아이돌이 돼서 팬과의 소통에 활용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지만.
“코티지들이 재밌어하는 것 같았어?”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박하에게서 나왔다.
“응! 찐 천재구나, 다시 깨달았을걸! 천재과인 건 대충 알고 있었을 테니까.”
“천재….”
“이원이 너도 천재보다는 수재라고 불리고 싶어? 내가 만난 천재들은 천재라는 표현을 그다지 안 좋아하더라고.”
“천재 좋지 않아? 천재라고 불리기 싫다고? 진짜?”
“뭔지 알겠네. 천재는 자칫 노력 없이 결과만 잘 내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
박하는 천재라는 단어의 멋있는 이미지를 동경하는 쪽, 오란은 그 단어의 부정적인 면을 생각하는 쪽이었다. 성향 차이 같았다.
둘 다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천재’로 불리고 싶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천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선천적으로 남보다 탁월한 재주를 타고난 사람이다. 하늘이 내린 인재인 거다.
그런데 그런 정의라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천재 아닐까? 모두 자기만의 뛰어난 재주를 타고났는데, 자신의 재능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 재능이 겉으로 드러나는 재능인지 아닌지, 발견했는지 아직 발견하지 못했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그래서 천재라는 단어가 조심스럽다. 단지 운 좋게 겉으로 드러나는 재능을 가진 내가 천재라는 단어로 우쭐거려도 될까?
이 얘기를 멤버들에게 했더니 또다시 눈이 초롱초롱해져서는 들러붙었다.
“아잇! 이걸 촬영했어야 하는데에! 그래서 세상 사람들한테 보여줬어야 하는데! 여기 CCTV 없어? CCTV?”
연습실 내부에 CCTV가 있다면 그게 문제다.
“…내가 멍청한 소리를 했나?”
멤버들의 심상찮은 리액션을 보니 또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소리를 지껄인 것 같다.
“이원아. 이 세상엔 너 같은 깨끗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도 있어야 균형이 맞지 않을까?”
“…욕이야, 칭찬이야? 놀림?”
초록 형이 솔직하게 칭찬을 해도 순순히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게 바로 업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