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146
기특한 아이들
테오라의 첫 팬 미팅이 열린 그날부터 후기가 무섭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SNS상은 물론 뉴튜브와 커뮤니티에서 미친 조회수 상승을 보였다. ‘탈출해 챌린지’로 테오라를 알게 되고 검색하는 사람들의 유입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중의 눈에 띄게 되고, 다시 유입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이 계속됐다.
긍정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엄청난 시너지. 덕분에 하눌 엔터가 바빠졌다.
배우 중심의 엔터라서일까. 벌써 세 번째로 아이돌 그룹을 런칭했음에도 아이돌 흥행 공식을 잘 알고 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었다.
처음 선보인 아이돌 SEED는 요행으로 떴다는 얘기를 들었다. 두 번째로 런칭한 코넬은 어떤 소속사에서 나왔든 두각을 나타냈을 실력파 걸그룹이었다.
그 탓에 테오라를 키워내면서 겪는 사건들에 처음처럼 낯설어 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테오라를 런칭한 후 예상 범위를 벗어나는 일들이 연속으로 생겨났다.
갑자기 뮤비 감독을 빼앗기질 않나, 아이돌 광고라는 어마어마한 투자를 했건만 POT 엔터의 방해를 받아 방송 출연에 차질이 생기질 않나.
물론 역경이 있긴 했어도 테오라에게는 그보다 더 큰 운이 따랐다. 뜰 아이돌은 뜨게 되어있다는 말이 실감될 정도로.
다른 방법을 찾기도 전에 천만 감독이 갑자기 뮤비를 찍어준다며 찾아오다니? 그런 행운은 아무나 얻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POT 엔터의 훼방은 회사 대 회사로 해결했어야 했다.
하지만 하눌 엔터는 인적 자원도 네트워크도 대부분 배우 쪽으로 집중된 편이다.
POT 엔터의 오랜 기간 쌓아온 ‘아이돌 명가’라는 인지도와 끈끈한 커넥션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꺼내기 힘든 예민한 문제이기도 했다. POT 엔터 대표도 아무 짓도 안 했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아니, 전부 변명이다.
하눌 엔터는 끼가 넘치는 새싹을 고르는 안목은 있어도 병충해가 들지 않게 보호해주진 못했다. 결과적으로 비바람을 견디며 알아서 살아남도록 방치한 꼴이 됐다
비유하자면 성격은 좋은데 능력은 모자란 사람.
대놓고 욕하기도 애매했다. 의도는 선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랄까.
하눌 엔터야말로 넝쿨째 굴러들어온 복덩이들을 잡은 진정한 승리자였다.
테오라는 자잘한 사고도 치지 않았으며 그들의 노력으로 POT 엔터의 압력에서 벗어났으니까.
게다가 자기들끼리 곡도 척척, 안무도 척척 만들어오더니 ‘탈출해 챌린지’ 열풍까지 끌어냈다.
그 과정에 하눌 엔터가 개입한 일은 없다시피 했다.
날로 먹는다는 욕을 들으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지워지지 않는 나날이었다.
“아니, 아니지. 이보다 더 수월하게 승승장구했을지도 모르지! 일 못 한다는 말은 그만 듣고 싶은데 말이야.”
빌딩 고층의 대표실에 있던 손중기 대표가 펜 뒤로 원목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유리 벽 너머의 하늘은 미세먼지 없이 맑았다.
“알아서도 잘하는 내 새끼들이지만 제대로 밀어주면 얼마나 더 잘 나가겠어?”
꾸준히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기특했다.
챌린지야 노린다고 다 유행을 탈 수는 없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운이 작용했다고 봐도 되겠지만, 다른 것들은 온전히 테오라가 만들어낸 성과였다.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은데, 마땅한 게….”
한창 기세 오르고 있는 애들을 방해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연예계에서 오래 구른 손중기의 보수적인 성향이 회사의 문화에도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아티스트의 의견을 존중해주면서 회사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뻘짓을 하느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오히려 양반 아니겠나.’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건 시시각각 바뀌는 대중의 반응 때문이었다.
같은 찬물을 부어도 어떨 땐 미지근해지고, 어떨 땐 기름을 부은 듯 폭발해버리곤 했다. 기준도 없는 데다 극과 극을 오갔다.
“변덕이 죽 끓듯 하니, 중간이라도 가려면 가만히라도 있어야 하는 법이지.”
그래도 테오라의 성공에 하눌 엔터가 숟가락만 얹었다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실제로 방치하지도 않았다. 뒤에서 테오라가 하고 싶어하는 일은 모두 힘을 보탰다.
첫 팬 미팅도 그렇다. 일반적인 팬 미팅에서도 보통 무대를 보여주긴 하지만, 테오라가 원했던 건 본격적인 팬 콘 느낌의 팬 미팅이었다.
대관도 신인 아이돌치고 큰 곳으로 했고, 무대 음향 장치에도 거금을 들여 최상의 시스템으로 세팅했다.
여러 보고를 들으면서 느낀 바가 있었다. 테오라는 진정한 ‘자체제작돌’이었다. 듣기 좋으라고 대충 붙여주는 수식어가 아니었다.
가끔 배우 중에도 자신의 연기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데 도움을 주면 그 외엔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 드물게 있었다. 테오라은 예술가적 성향의 아이돌이었다.
“전생에 지구를 구했나. 인재 복이 터지는 걸 보면. 허허.”
SEED도 자잘한 문제를 일으키긴 했어도 선방했고, 코넬은 탄탄하게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테오라는 이대로만 가도 인기 아이돌이 되어 회사의 든든한 캐시카우가 될 터였다.
첫 앨범 성적이 투자에 비해 기대 이하였긴 하지만, 그건 테오라가 뭔가를 잘못해서 얻은 성적이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노련함이 부족했지….’
과감한 투자만이 답은 아니었다. 그 투자에서 만족할만한 이득을 뽑아내는 것까지가 진정한 투자의 한 사이클이었다.
“애들이 향상심이 대단해서 결과가 좋았지.”
데뷔 성적이 마음에 차지 않았는지 상업성까지 챙긴 앨범을 뚝딱 만들어왔다.
“연말에 앨범 하나를 더 내고 싶은가 본데. 다른 것보다 회사가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는 쪽이 낫지 않나. 흠….”
반성을 하기는 했지만, 여태까지 운영해온 회사의 체계를 갈아엎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 잘하는 아이돌 전문가를 데려와야겠다 싶은 정도랄까.
‘진짜 쓸만한 사람은 이미 한 자리 차지하고 있거나 새로 회사를 차리려고 해서…, 참.’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손중기도 매니저 시절을 거쳐 기획사를 차려서 대표가 됐으니까.
다만 한 회사를 운영하게 되니 쓸만한 인재를 구하기가 어려워져서 입맛이 썼다.
“아무래도 응원은 돈으로 해주는 게 좋겠지?”
팬 미팅도 성황리에 끝냈겠다, 챌린지도 한창 유행하고 있겠다. 이 시점에 투자를 한다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 터다.
“옛말 다 틀렸지. 우는 애가 아니라 알아서 잘하는 기특한 애에게 떡 하나 더 주고 싶으니까 말이야.”
손중기는 고민을 끝내고 휴대폰을 들었다.
* * *
“진짜요?! 진짜 우리 이제 밴 생기는 거예요?”
매니저 형이 가져온 소식에 멤버들 전부 감탄사를 냈다. 박하는 테오라 전용 밴이라는 소리에 뛸 듯이 기뻐했다.
“대표님이 허튼소리 하시는 분은 아니지. 전부터 대표님이 테오라를 눈여겨본다는 얘기가 있긴 했었다.”
“테오라가 하눌 유망주이긴 한가 봐!”
다들 흐뭇하게 박하를 귀여워했다. 솔직하게 기뻐할 줄 아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기쁜 일에 기뻐하고 슬픈 일에 슬퍼할 줄 아는 건강한 정신도 아무나 가질 수 없으니까.
“스케줄이 쏟아지고 있어서 로드 매니저도 곧 배정될 거다. 서로 적응하는 동안 내가 같이 다닐 테니까 걱정은 안 해도 되고.”
“우리 버리면 안 돼요! 준현 형!”
박하도 그렇지만 나도 매니저 형에게 정을 붙였다. 매니저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 많이 서운할 것 같다.
“걱정 마라. 회사에서 담당을 바꾸게 하지 않는 한, 내 쪽에서 먼저 물러날 일을 없을 테니까.”
그러면서 매니저 형은 다들 마음이 여려서 큰일이라면서 목을 울리며 웃었다. 낮게 깔리는 저음의 웃음소리가 안정감이 있었다.
“다들 팬 미팅 반응은 살폈겠지만, 아쉬웠던 점 기억해뒀다가 다음 팬 행사에서 개선하도록 하고.”
“네!”
“그럴게요.”
다음이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 팬들과 함께 신나는 시간을 보낸 탓인지 더 감질났다. 아는 맛이 무서운 거라더니!
“일단 들어온 스케줄 중에 괜찮은 것들 뽑아봤는데, 내가 추천하고 싶은 프로는 이거다.”
매니저 형이 내민 파일에 이라는 부분이 눈에 바로 들어왔다.
“캠윗뮤…. 이제 우리 섭외해주네요.”
POT 엔터의 압력으로 방송 스케줄이 잡히지 않던 때에 우리끼리 방송국을 돌면서 홍보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갔던 곳 중에 캠윗뮤 사무실이 있었다.
“우리가 직접 홍보하러 다닌 게 효과가 있었을까, 없었을까?”
서혼 형의 궁금증은 멤버들 모두 떠올릴만한 거였다. 큰 기대를 안고 했던 행동은 아니더라도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랐다.
“아예 없지는 않겠지? 캠윗뮤에 신인 아이돌이 출연한 경우는 이제껏 없었으니까.”
우리가 캠윗뮤를 목표로 잡았던 데에도 아이돌이 출연할만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이유가 있었다. 데뷔 때부터 스타가 됐던 프케이도 출연하지 못했었다.
초록 형 얘기대로 우리가 어필한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캠핑 with 뮤직은 1박 캠핑하면서 촬영해야 하니 미리 얘기해두는 거고, 다른 굵직한 건도 있긴 한데….”
매니저 형이 하던 말을 명확하게 끝내지 않는다니. 생경한 느낌에 멤버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됐다.
“아이돌 운동회 섭외 요청이 들어왔는데, 이건 너희 의견을 존중해주려고 한다.”
하눌 엔터의 선배 그룹인 SEED는 데뷔 첫해에만 참석했었고, 코넬은 띄엄띄엄 두 번 참석했었단다.
‘추석 특집 아이돌 운동회’는 팬들이 싫어하면서도 챙겨볼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공중파에 노출되고 평소엔 보기 힘든 모습을 보여주며 활약하기도 하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그 외에는 팬들이 싫어할 만한 요소가 한가득이다.
아이돌 그룹이 워낙 많다 보니 정작 카메라에 찍히지는 않고 무한 대기를 하는 경우는 일상다반사. 여돌과 썸을 타거나 비밀 연애가 들통 나는 경우도 심심찮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상을 걱정하는 마음이 컸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다친다는 것부터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인데, 치료 기간이 활동기와 겹치면 해당 멤버 없이 다른 멤버들만으로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리스크를 고려해서 아이돌 운동회를 나갈지 말지 선택해야 했다.
출연 요청을 거절하면 페널티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SEED나 코넬의 전례가 있어서 헛소문이라고 잠정적으로 결론 냈다.
팬들에게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과 공중파 방송 노출이라는 이점을 고려하면 한 번쯤은 출연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이번에 바로 출연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는 없는 상황.
테오라는 선택만 하면 된다.
“아이돌 운동회…. 악명이 자자하긴 한데 그래도 한 번쯤은 나가야겠지?”
아이돌 운동회는 이름과 포맷만 살짝 바꿔가며 여러 해 동안 이어지고 있지만,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명절 때면 거의 해외로 나가 있어서….
뭐라고 해야 하지? 근거가 있어야 무슨 의견이라도 내 볼 텐데.
슬쩍 멤버들을 쳐다보니 다들 고심하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치열하게 손익을 따지는 중인 것 같았다.
“드러나는 페널티가 없다고 해도 관계자들이 우리를 살짝 안 좋게 볼 수는 있겠지. 게다가 우린 아직 신인이니까.”
“아무래도 초록이 말대로 소문이 돈 이유가 있었을 확률이 높지.”
연예계에서 오래전부터 활동한 서혼 형 의견이었다. 아니 땐 굴뚝에도 때로는 연기가 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불씨가 이미 존재하고 있어서 연기가 난다고 봤다.
“음방 활동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앞으로 있을 스케줄이 더 많고 더 중요해.”
챌린지의 영향으로 상승세인 우리의 선택은 어느 정도 결정된 셈이었다.
만약 우리 중 한 명이라도 다쳐서 이 중요한 시기를 날려야 한다면 그것보다 아까운 일이 있을까.
“만약에 우리가 아이돌 운동회에 나간다면 아무런 준비 없이 나갈 수는 없어!”
“박하 의견에 동의. 나갈 거면 이길 각오로 준비해서 나가야지.”
박하와 지온이 경쟁심을 불태웠다.
둘 성격상 참가에 의의만 두는 어중간한 방식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그런 문제가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