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198
온라인 콘서트
온콘 준비도 신경 쓰면서 스케줄까지 쳐내느라 일주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거기에 새 숙소에 적응도 해야 했고 어수선한 상태라 짐 정리도 더 해야 하는 탓에 하눌 직원분들이 온콘 관련해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
원래라면 우리가 바라는 퀄리티로 준비하려면 일주일로는 턱없이 부족할 일이었는데.
“리허설도 끝났고, 송출 테스트도 했고, 상영관 쪽도 실시간으로 문제없이 연결됐고. 다른 부분도 이상 없대. 우리만 준비 마치면 되겠는데? 다들 준비됐어?”
“물론!”
“난 준비 완료.”
“I’m ready.”
“기대 돼.”
“오랜만에 파이팅 할까?”
서혼 형의 제안에 손을 하나둘 겹쳤다. 데뷔 초반에는 자주 했었는데 우리가 이런 여유도 없을 만큼 바빴구나.
“재밌게 놀다 오자. 오늘 우리도, 팬들도 행복할 수 있게. 둘, 셋!”
“테오라 파이팅!”
성격대로 다른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손이 자연스러웠다.
“스탠바이?!”
멀리서 들려오는 관계자분의 목소리를 들으며 위풍당당하게 걸음을 내디뎠다.
* * *
지금까지 몇 번의 무대를 올랐을까. 정확히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었는데도 매번 무대에 오를 때마다 심장이 뛰었다.
사람들이 왜 무대에 중독되면 끊을 수 없다고 하는지 이제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오늘은 관객을 직접 마주할 수 없는 온라인 콘서트인데도 무대에 서는 순간, 기분 좋은 전율이 번개처럼 발끝부터 몸을 관통했다.
이 감각을 어떻게 형언해야 할까? 직접 느끼지 못해본 사람에게는 설명하기 힘든 짜릿함이었다.
팬들이 우리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호흡했더라면 훨씬 즐거웠을 터다. 그래도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관객들이 웅성거리는 소음이 없는 대신 앞쪽에 팬들이 모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커다란 스크린 두 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넓은 화면 하나에는 상영관에 있는 팬들의 모습이, 다른 화면에는 우리 모습과 실시간 채팅창이 떠 있었다.
마치 우리끼리 라이브 방송을 하는 기분이라 신기하다. 리허설할 때 화면이 켜져 있지 않아서 몰랐는데, 평소 라방하던 것에서 장소만 바꾼 느낌이었다.
우리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근육에 스위치가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테오라입니다!”
멤버들 한 명씩 쾌활하게 인사를 한 다음, 우리끼리 가볍게 잡담을 나눴다. 팬들은 우리가 별것 아닌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만 해도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온라인으로 인사를 드리게 됐는데, 다들 저희 잘 보이시나요?”
우리가 등장하기 전에 짧게 VCR이 송출됐을 것이다.
데뷔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연습하는 모습을 모아둔 영상이. 나도 이번에 온콘을 준비하면서 처음 봤는데 꽤 감동적이었다.
사실, 온콘에서는 굳이 형식을 갖추지 않기로 했다. 준비 기간이 촉박하기도 하고, 그런 건 정식 오프라인 콘서트를 열 때 시간을 두고 갖추면 될 테니까.
그런 이유로 이번엔 뭐든 자유롭게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그 선택이 적절했던 것 같다. 팬들과 소통하는 지금이 적당히 긴장되고 적당히 편안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잘 보인다고요? 다행이네요. 그럼 안심하고 테오라의 첫 번째 온라인 콘서트 시작해보겠습니다!”
“가장 편한 자세로 즐겨주세요! 물론 저희 테오라는 코티지들이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 정도로 신나게 만들어드릴 거지만요!”
“본격적인 무대를 시작하기에 앞서 함께 볼 최초 공개 영상이 있는데요. 바로 테오라 여덟 번째 멤버인 현이가 보내준 축전입니다.”
참고로 일곱 번째 멤버는 코티지다.
[와아아아?!] [함현! 함현! 함현!]화면에서 환호성까지도 전해졌다.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으면 캣타워 올라갔다가 돌아오기, 같은 개인기의 향연이었는데 그것만으로도 화면 너머로 보이는 팬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바로 온콘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테오라의 온라인 콘서트, ‘Cottage cheer us up’ 시작하겠습니다! 잘 따라와 줄 거죠?”
답은 YES로 정해져 있다.
* * *
팬들과 보내는 시간은 꿈만 같았다. 사실만 놓고 보면 객석도 준비되지 않은 무대에 우리끼리만 올라서 재롱을 떠는 상황이었지만 부끄럽지도 민망하지도 않았다.
다른 감각은 전부 사라지고 즐거움만 남은 기분이었다.
아직 세트리스트가 부족하기도 해서 현장 콘서트에 비해 짧을 거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앵콜에 앵콜을 거듭해서 온콘이 마무리됐을 때는 5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온콘이라서 시간제한이 없다는 건 러닝타임을 줄일 수도 있지만, 늘릴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팬들과 소통하는 코너가 중간중간에 끼어 있긴 했어도 녹초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 그런데도 나나 멤버들은 기운이 넘쳤다.
클로징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짓고 카메라가 닿지 않는 대기실로 들어온 멤버들이 소파에 앉아 숨을 골랐다.
“하아?”
“It’s over….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원래 콘서트 한번 하고 그러면 막 실신 직전까지 가고 그러는 거 아니야? 우리 왜 쌩쌩해? 현장 콘서트가 아니라 그런가!”
박하처럼 나도 그 점이 조금 의아하기는 했다. 가수들이 콘서트 한 번 하면 몸무게가 확 빠져버린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들었으니까.
“여운이 아직 몸에 남아있는 거지.”
“내가 보기엔 아드레날린이 잔뜩 분비돼서 그런 것 같아. 고통도 잊게 하고 초인적인 힘을 내게 해주는 호르몬이니까.”
신체에 관심이 지대한 서혼 형은 현재 상황을 호르몬이 일으킨 현상으로 분석했다. 지금도 붕 뜬 기분인 걸 보면 그 분석이 틀리지는 않은 듯했다.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올 수는 있겠지만, 다음에도 콘서트 하는 도중엔 지치지 않고 오히려 즐거울 수 있다는 거네?”
초록 형이 멤버들은 하나하나 훑었다. 전부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러냐? 회사에서 일부러 콘서트에 최적화된 정예로 멤버들을 뽑았나.”
“모르지. 어쨌거나 한 가지는 확실하네. 우리가 콘서트 맞춤형 인재라는 거. 콘서트 자주 해야겠는데? 전국 투어라거나 아니면 월드 투어라던가.”
고작 온라인 콘서트 한 번에 불과하지만, 우리 그룹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멀리에서나마 테오라와 함께한 팬들은 어땠을까?
“얼른 정리하고 돌아가지.”
“준현 형, 우리 뒤풀이 안 해요? 원래 큰 이벤트 끝내면 관계자랑 뒤풀이하는 거잖아요! 저도 해보고 싶어요!”
뒤풀이? 그 단어에 순간 혹했다.
뒤풀이라고 하면 보통 술자리가 되는 편이라 미성년자가 섞인 우리 테오라는 제대로 된 뒤풀이를 해본 적이 없었다. 식사 자리 정도는 있었지만, 일정이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자리는 아니었다.
“저랑 오란 형만 술 안 마시면 되잖아요! 저희 때문에 수고해주신 분들이랑 식사라도 같이 해요! 준현 혀엉~.”
“너희가 힘들 테니 일부러 쉬라고 잡지 않았는데. 다들 뒤풀이 가고 싶나?”
“나쁘지 않죠. 잡아주세요. 어차피 배도 고파서 바로 잠들지도 못해요.”
오란이나 지온도 적당히 수긍하는 듯했다.
“저도 좋아요. 이번 온콘 담당해주신 분들이 다음에 저희 현장 콘서트도 맡아주실 수 있는 거잖아요.”
“역시 이원이는.”
“내가 뭘?”
“콘서트 문제만 걸리면 욕망이 들끓는 사람으로 바뀐다고.”
초록 형의 지적이 틀리진 않았다. 괜히 부정할 생각은 없어서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아이돌이라면, 무대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가 콘서트를 거부할 수 있을까. 우리 멤버들 중에서도 아무도 없을 터다.
“가게 예약하고 참석자 모아보도록 하지. 아, 갑자기 피곤해지면 말하고. 뒤풀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끝까지 참석할 필요는 없으니까.”
“네!”
팽팽해졌던 신경이 끊기면 급격히 피로가 몰려올 수 있다고 그러면 바로 얘기하라고 당부를 남겼다.
혼이 형이 말하길 우리가 겪고 있는 현상은 ‘러너스 하이’와 비슷하다고 말해줬다. 고강도의 운동을 하고 난 뒤에 얻을 수 있는 쾌감의 한 종류라나?
거기다 연예인처럼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콘서트처럼 모든 사람의 이목이 쏠리는 이벤트를 싫어할 수는 없다.
아이돌인 우리가 콘서트를 사랑하게 되는 건 숙명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기대된다! 선배님들이 뒤풀이 재밌다고 그랬어!”
“박하준, 괜히 가서 사고나 치지 마.”
“내가 얼마나 모범적인데 사고를 치겠어?”
그 말대로 지금까지 박하가 사고 친 적은 없다. 까불거리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야무지기도 하다.
준현 형은 통화를 하고 돌아왔다. 아마 회사에 보고하고 식당을 예약했을 것이다.
준현 형은 초록 형과 얘기를 나누더니 무대 위로 이동했다. 무대 주변은 콘서트 뒤처리로 분주했다.
“저희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가 커다랗게 외치자 관계자분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모았다.
“감사의 의미로 뒤풀이를 준비했습니다! 시간 괜찮으신 분들은 참석해주셨으면 합니다!”
“뒤풀이 좋지~.”
“기대 안 했는데 굳이 초대하겠다니 내가 빠질 수가 있나.”
“오늘 멋있었어요! 테오라!”
“콘서트 뒤엔 소주로 목 축여야 끝난 느낌이라니까요?”
“난 또 뒤풀이 안 하는 줄 알고 서운해할 뻔했네.”
스태프분들은 너스레를 떨며 뒤풀이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큰 프로젝트를 끝낸 후에 회식하는 게 관례긴 한가 보다. 뭔가 이제야 ‘사회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메뉴는 뭐랍니까!”
“1차는 무난하게 삼겹살로 가려고요. 저희 대표님이 맘껏 먹어도 된다고 개인 카드 주신다고 하니까 한번 거덜 내보죠!”
인원이 많은데다 테오라 멤버들이 작정하면 삼겹살로도 소고기를 구워 먹은 금액을 찍히게 할 수 있다.
만약 메뉴가 소고기였다면 천 단위 금액이 나올지도? 내 돈이 아닌데도 아찔했다.
“멋있다! 대표님!”
“하눌 엔터가 그렇게 알짜배기라더니 통이 크시네! 나중에 상장하게 되면 귀띔해줘요. 주식 사게.”
“하하하, 나도요! 자본 탄탄하겠다, 소속 가수도 잘나가겠다, 우량주가 될 게 뻔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돈 좀 벌어보자!”
우스갯소리를 던지는 분들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있었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다. 사고 없이 성황리에 콘서트를 끝냈다는 뿌듯함 때문일까.
온라인으로 진행된 약식 콘서트지만, 테오라를 도와주신 분들이 이렇게나 많았다.
우리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렇게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 사실을 잊지 말자고 되뇌면서 무대정리를 도왔다. 어디 위험하게 끼어드냐고 혼나기만 했지만.
“다 끝나셨으면 뒤풀이 장소로 갑시다!”
가게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마음껏 먹고 나서 궁금한 마음에 영수증을 곁눈질했는데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내 우려가 괜한 게 아니었다. 진짜로 손이 떨리는 금액이었다!
빌딩에 알짜배기 회사까지 가진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식비 때문에 파산하는 건 아닐까 걱정됐을 금액이었다.
열심히 해서 돈을 잔뜩 벌어와야겠다고 다짐하며 부지런히 입을 움직였다. 참고로 2차 메뉴는 얼큰한 감자탕이었다.
멤버들은 피곤해서 반쯤 감긴 눈을 하고도 삼겹살을 언제 먹었냐는 듯이 감자탕 뼈에서 고기를 뜯었다.
괜스레 찔려서 시선을 피하면서 잘 먹어야 힘도 낼 수 있는 거라고 변명을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