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211
정말로?
수호가 방문한 뒤 테오라 멤버들은 다 같이 하는 게임에 맛을 들였다.
특히나 멤버들의 호승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마피아 게임. 서혼 형이 적당히 제지하지 않았으면 밤을 꼬박 새우고도 남았다.
“아점 먹고 다시 콜?”
마피아 게임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박하는 여느 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다. 그것도 알람이 울리기 전에 스스로.
도대체 얼마나 이기고 싶으면 평소 잠이 많은 박하가 늦잠 욕구를 가뿐히 극복할 수 있는 거지?
나도 멤버들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긴 했지만, 박하만큼은 아니었다.
“너 허접이라 안 끌리는데.”
“내가 왜 허접이야!”
“어제 그렇게 져놓고도 인정이 안 돼?”
“어제는 적응기였어! 오늘은 내가 다 발라버릴 수 있어!”
“오호?”
어제 승패를 기록해뒀는데 제일 먼저 정체를 들킨 사람은 대부분 박하였다. 명백한 꼴찌였는데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다.
꼴찌에서 두 번째였던 나는 넘을 수 없는 산을 앞둔 기분이었는데 박하는 ‘한 판만, 한 판만 더!’하고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다고 믿는 듯했다.
불가능할 텐데?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멤버들은 이기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서혼 형은 느와르 영화에 나오는 정체를 숨긴 비밀 요원처럼 연기력을 극한으로 발휘했다.
초록 형은 원래 속을 알기 힘든데 이번엔 작정하고 의뭉스럽게 여우 웃음을 지었다. 마피아일 때도 마피아가 아닐 때도 자기 변호가 설득력 넘쳤다.
뭐든 경쟁하고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지온은 진짜 탐정이라도 된 것처럼 눈에 불을 켜고 마피아를 찾아냈고, 오란은 적당히 어울렸는데도 적중 확률이 높았다.
나는 마피아가 되는 족족 바로 들키는 바람에 승률이 높지 않았다.
다들 왜 이렇게 게임에 목숨을 걸지? 멤버들이랑 같이 노는 게 재밌기도 하고 피가 뜨거워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난 그 정도까진 절대 아니다.
“이원 형도 당연히 참가할 거지?”
“봐서.”
참가자가 적으면 어울려줄까 싶기도 하고.
“어제 제일 분해했잖아? 역전할 기횐데 안 하려고?”
내가 언제….
“그럼 이원 형이랑 나랑 홍오란이랑….”
멋대로 참가자를 모집하는 박하를 두고 방으로 들어와 플레이리스트를 정리했다.
이사 오면서 우리 숙소 거실에 오디오를 들여놨는데 그 오디오에서 재생될 곡을 정하는 일은 내 몫이었다.
다들 음악 취향이 조금씩 달라서 제일 잡식성 리스너인 내가 선곡 권한을 갖게 됐다.
오늘 재생할 곡은 테오라의 정규 앨범 수록곡을 작곡할 때 참고한 곡들이다. 아마 멤버들은 들어보지 못한 곡들도 꽤 있을 거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으면서 저절로 리듬을 타게 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엄선했다. 새로운 음악을 감상하는 건 일종의 공부이면서 휴식이기도 하니까.
“재즈네? 이원아, 오늘은 재즈 데이야?”
“초반 플리만. 가사 없는 재즈로 시작해서 활발해지는 느낌으로 골랐어.”
“오랜만이네. 느긋하게 노래 감상하는 거.”
초록 형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정규 앨범 준비하고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최근에 들은 곡도, 가장 많이 부르고 들은 곡도 전부 우리 테오라의 곡이었다.
“새로운 노래!”
박하도, 홍오란도 낯선 곡에 반응했다. 우리 곡이 아무리 좋아도 귀에 인이 박이도록 듣게 되면 새로운 곡이 듣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오디오가 재생되자 리듬에 맞춰 멤버들이 움직이는 동작이 여유로워졌다.
“내가 심신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건 어떻게 알고. 이원이가 힐링 음악까지 틀어줬으니까 슬슬 반응이나 확인해봐야겠다.”
간간이 사람들 반응 살피고 있었으면서 뭘 또 확인한다는지 모르겠다.
대중의 입에 길게 오르내릴 만한 이야깃거리이고 방송에서도 계속 언급될 주제라 무시하려고 해도 보고 듣게 될 텐데.
“…초록아, 지금은 안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예상 범위 안의 반응이어도 실제로 읽는 건 다른 문제잖아. 무리하지 마.”
글자 사이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악의는 생각보다 훨씬 지독하다. 그런 악의에 잠식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나쁜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초록 형을 믿지만, 그래도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꾸준히 나올 얘기일 텐데 한 방에 크게 맞느냐 조금씩 데미지 받느냐 차이 아니겠어?”
팬 카페나 SNS, 다수의 커뮤니티까지 순찰하는 초록 형이 모를 수는 없긴 했다. 타격을 입지 않게 하려면 그 일을 아예 그만두라고 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만둘 것 같지 않았다.
“한 방 세게 맞은 후에 도트 데미지 받게 되면 어쩌려고.”
홍오란은 최악의 상황까지 제시했다.
“괜찮아~. 괜찮다니까 그러네.”
손사래를 치면서 초록 형은 뉴스 기사 제목부터 훑었다. 인터넷 뉴스 기사나 뉴튜브 숏폼은 일반 대중의 반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창구였다.
커피 한잔을 연하게 내려서 초록 형의 맞은편에 내려뒀다. 그리곤 맞은 편에 앉아 같이 폰을 들었다.
나도 이번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같이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이원이 너도 보게?”
“함이원은 그나마 냉정하게 볼 수 있겠지. 지 얘기는 아니니까.”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홍오란 말처럼 완전히 남 일처럼 생각하지도 못하겠지만….
귀로는 감미로운 재즈를 들으면서 뉴튜브 숏폼부터 살폈다. 요즘은 뉴스 보다 숏폼에 달리는 댓글이 훨씬 많았다.
악플 문제가 크게 대두된 지 오래라 연예 뉴스엔 대부분 댓글이 막혀 있기 때문이었다.
짧은 동영상에 자극적인 요소가 전부 들어가 있었다. 제목과 썸네일로 얼마나 어그로를 끌었는지 관련 동영상 조회수가 백만 단위는 기본으로 넘기고 500만을 넘기는 것도 있었다.
[따끈따끈한 연예계 가십을 전달하는 연예관음보살입니다! 천만 배우 남경욱의 가족 관계가 밝혀져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변조된 목소리치고는 들을만한 수준이었다. 정체를 숨기고 선 넘는 찌라시를 퍼뜨리는 뉴튜버들은 거슬려서 못 들어줄 정도로 기계음이 나게 변조하곤 했다.
“내 인지도가 우리 꼰대보다 못하다고 대놓고 광고를 하네, 아주.”
주체가 ‘테오라 남초록’이 아니라 ‘천만 배우 남경욱’으로 된 데에는 인지도가 중요하게 작용했으리라.
노래 한 곡을 듣기 전에 끝나는 짧은 동영상이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려고 치열하게 싸울 테니까.
[남경욱 배우는 불륜 사건 이후로 가족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아들이 연예계 데뷔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로 인기 아이돌 테오라의 리더이자 메인 댄서인 남초록! 남 씨라는 특이한 성이지만, 희귀성까지는 아니다 보니 짐작 못 했다는 반응…]“후, 과거까지 끌려 나오고 난리 났네. 짜증 나게….”
중얼거림에 된소리가 섞여 있었다. 단순히 가족 관계가 드러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날 여파가 문제였다.
남경욱 배우님의 과거 추문이 들춰지는 것도 그 여파 중 하나였다. 시간이 십여 년 이상 지난 일로 알고 있다.
당시에 떠들썩하게 보도됐던 사건이라 어른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젊은 층은 달랐다.
‘천만 배우 남경욱’을 밥 먹듯이 영화 주인공이나 비중 있는 역할로 캐스팅되는 연기 잘하는 중년 배우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박하도, 지온도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 불륜 사건을 언급할 때 놀라는 기색이었다.
이번 보도로 남경욱 배우님은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을 터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얽히기만 해도 이미지가 지저분해지는 문제니까.
“아버지는 신경 안 쓰는 척하시는데 실제로 타격은 있겠지. 광고부터 끊길걸….”
언제고 초록 형과 남경욱 배우님의 관계는 밝혀질 일이었다. 그렇지만 미처 대비하지 못한 시기에 터지게 되어 남경욱 배우님과 그 소속사는 기사를 수습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것이다.
“이 상황이 초록 형 탓은 아니야. 고의로 터뜨린 것도 아니고.”
“그래, 이원이 말 대로 괜한 책임감 가지지 마. 시기만 일렀을 뿐이지 언제든 생겼을 일이야. 오히려 빨리 밝혀진 게 나을지도 모르지.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하니까.”
초록 형은 우리 멤버들을 보다가 픽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짜증이 한결 걷힌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 위로가 무슨 쓸모가 있나 했는데 쓸모가 있긴 하네. 기분이 나아지는 거 보면. 근데 다들 나 위로해주려고 그만 애써도 돼.”
뭐라고 대답하기가 어려워서 머뭇거렸다. 초록 형 탓이 아니라는 한 마디로 본인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
“나 때문에 옛날 일이 들춰진 거 같아서 짜증 나긴 해. 그렇지만 아버지는 뭐, 자기 업보이기도 하니까 감당하셔야지.”
업보? 그 불륜 기사는 전혀 근거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었다고 들었는데…?
나는 초록 형을 알게 된 후에 남경욱 배우님을 검색해보다가 옛날 기사를 스쳐 지나가듯 읽은 정도였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했었다.
오히려 그 불륜 기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이번에 들어간 영화에 제동이 걸리긴 하겠지만, 알아서 수습하시겠지. 하루 이틀 이쪽 밥 먹은 분도 아니니까.”
“그 얘기는 금방 식을 거야.”
한번 활활 불타올라서 재만 남은 과거의 사건이었다. 다시 들춰서 불을 붙이려고 해도 장작이 될 거리가 남아있을 리 없었다.
배우, 특히 영화배우는 대중이 관대하게 반응하기도 하니 큰 피해까진 없을 것 같았다.
남경욱 배우 정도 위치에 있는 분이라면 최선의 방법으로 대처하실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을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쌓아온 연륜이 어디 가지 않을 테니까.
“나 엿 먹인 영원 삼촌 영화라 그나마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초록 형은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지만,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을 리는 없었다. 그래도 태연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 할 건 아니어서 적당히 휴대폰 화면에 집중하는 척했다.
– 남경욱 아들이 아이돌? 왜 배우 아니고 딴따라 한대?
– 테오라 작년에 신인상 받은 애들인데 아빠 누군지 안 밝히고 잘도 떴네?
└뒤에서 압력 넣었는지 어케 앎?
└남경욱 정도 되면 방송계에 큰손 아님? 아들한테 아무 지원도 안 할 리가 있나
└남초록이 라방에서 얘기한 거 보니까 아빠가 아이돌 되는 거 반대했다고 하던데? 그 말이 진짜면 혼자서 뜬 걸 수도 있음
└그게 진짜겠냐 나이브하네
– 불륜 사건?????
└요즘 애들은 모를 건데 옛날에 불륜 크게 터졌었음. 그때도 남경욱은 연기 잘하는 인기 배우여서 대대적으로 보도됨
└허위사실유포로 고소하기도 했고 소속사에서도 아니라고 극구 부정했었음. 뭐, 사실은 가족들이 알겠지
└남경욱 그렇게 안 봤는데
– 본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아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돌로 키우려는 거? 전략 쩌네
└ㅋㅋㅋㅋㅋ딸도 있다던데 그럼 딸은?
└딸은.. 땡별 팔이피플?
└시Uㅋㅋㅋ그럴듯해
– 남경욱 여자 버릇 안 좋다는 거 연기 판에서는 다 아는 사실. 근데 반전은 와이프도 남자 버릇 안 좋기로 유명ㅋㅋㅋ
└아 그랭? 남경욱 불매할 참이었는데 그럼 패스.
└22 끼리끼리 만나서 쓰레기 방생 안 하고 잘 산다는데 응원해줘야지
….
이걸 초록 형이 읽어도 괜찮을까?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