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212
물타기
댓글은 숏폼과 마찬가지로 ‘남초록’이 아니라 ‘남경욱’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이것도 초록 형에게는 자존심이 상할만한 일이다. 나라도 그럴 테니까.
이번 건은 부자 관계에 대한 가십. 가족까지 엮여 들어가는 건 불가피했다.
나 하나가 아니라 가족까지 건드린다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데….
초록 형의 아버지가 유명한 배우라 가정사까지 만천하에 공개돼서 안줏거리가 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은 초록 형에게 치명적이었다.
“선을 넘는 댓글들이…. 초록아, 그만 봐.”
“후우. 이런 개소리 나올 줄 모르진 않았어. 아니긴 한데….”
초록 형의 멘탈이 강하고 각오를 단단히 했다고 해도 대비가 되는 문제가 아니다.
“일단 심호흡해. 심호흡.”
“후하, 후하, 후하?”
초록 형은 얌전하게 서혼 형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도 왠지 폭발 직전의 시한폭탄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괜찮은 거지?”
“안 괜찮으면 어쩌겠어. 이번에 개인적으로 싹 고소해서 용돈이나 벌어볼까. 아, 용돈 수준이 아니라 건물 세울 수 있을지도?”
농담 속에 뼈가 들어가 있었다. 초록 형이라면 행동으로 옮기고도 남을 것이다.
“아우, 두통.”
단번에 이 사태를 잠재울 방법은 없다. 제일 효과적인 약은 ‘시간’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들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다 보면 잠잠해질 테니까 말이다. 초록 형에겐 무엇보다 어려운 방법이겠지만.
우호적인 댓글과 비꼬면서 인신 모욕하는 댓글이 혼재되어 있었다.
모든 댓글의 공통점은 그 밑바닥에 저열한 흥미가 깔려있다는 점이었다.
어떤 전문가는 유명인을 향한 대중의 흥미와 대리 만족 욕구야말로 SNS, 뉴튜브 같은 신 미디어와 연예계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름의 일리가 있는 분석이었다.
유명인을 물고 뜯고 씹고 즐기는 행위가 일상처럼 변한 시대였다. 그 시대에서 아이돌로 사는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만 하는 짐일까.
“유명세 한번 톡톡히 치르네. 얼마나 지나야 조용해질까? 이러다간 우리 컴백 일정에도 영향 주게 생겼어.”
“으음.”
“금방 잠잠해지긴 텄다 싶기도 한데, 또 모르지. 더 재밌는 이슈가 등장하면 구경꾼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지도.”
“오, 우리 오란이가 간만에 좋은 아이디어 냈는데? 내가 이 방법을 왜 생각 못 했지? 물타기는 정석 중의 정석인데.”
솔깃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당장이라도 실행에 옮길 기세였다.
초록 형은 기사가 터진 이래 가장 밝은 얼굴로 연락처를 뒤적였다.
여론의 방향을 전환하거나, 어떤 화제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더 강력한 화제를 터뜨리는 행위인 ‘물타기’.
가정사에 관한 부분은 적당히 묻고 긍정적인 쪽으로 영상이나 댓글을 바꾸는 노력도 물론 해야겠지만, 초록 형이 눈을 빛내며 즐거워하는 작업은 백발백중 ‘여론 조작’일 것이다.
여론 조작을 위해선 지금 세간을 뜨겁게 달구는 화제보다도 더 화끈한 마라 맛 기사가 필요하다.
초록 형이라면 그런 기삿거리도 손쉽게 찾겠지. 아니, 일부러 찾을 필요조차 없으려나? 평소에 모아둔 정보 속에서 적당히 센 놈으로 골라 비밀리에 제보하면 될 테니까.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 초록 형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흐흥~. 다들 이제 걱정 붙들어 매. 일주일 내로 말끔하게 처리해놓을게. 내 전문 분야다 이거야.”
자기가 싼 똥 자기가 치우겠다는데 뭐라 말릴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초록 형이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어쩐지 음산하게 들려서 솜털까지 곤두섰다.
“어차피 터뜨릴 폭탄인데 나라를 들썩거리게는 해줘야겠지?”
“진심이야…? 초록이 형 도대체 누굴 묻으려고 그래? 원수라도 돼?”
“설마. 내가 원수를 지금까지 내버려 둘 만큼 착하겠어?”
설득력 천 퍼센트의 발언이었다.
초록 형의 수완과 인맥, 배경이라면 원수가 생기는 순간 곧바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려 버리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버티고 있을 리가 없다.
“뭐가 좋겠어? 학폭? 마약? 도박? 성추문? 아, 지저분한 스캔들은 같이 엮일 수도 있으니까 빼고. 물타기로 의심조차 할 수 없을 충격적인 게….”
초록 형이 터뜨릴 특종은 급조한 가짜가 아니라 분명한 증거까지 손아귀에 쥐고 있는 일일 터다. 애꿎은 피해자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파급력이 크려면 특종의 당사자가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이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갖춰야 한다.
그런 일이 숨겨져 있다면 밝혀지는 게 공익적으로 좋은 일 아닐까. 초록 형이랑 같은 그룹으로 지내다 보니 합리화 스킬이 늘어버렸다….
자각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내가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조금 신기할 뿐이다.
솔직히 얘기하면 놀라면서도 나를 놀릴 생각 만만일 멤버들의 반응이 눈에 선해서 구태여 말하진 않을 테지만 말이다.
“제물로 딱 어울리는 인간이 있네.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가.”
누군지 몰라도 인성이 어지간하지는 못한 사람인 듯했다. 초록 형의 레이더에 걸렸다면 단순히 운이 나빠서가 아닐 테니까.
“잠깐 나 빼고 놀고 있어. 일 좀 처리하고 올게.”
초록 형은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나머지 멤버들만 남은 거실에는 한동안 정적이 깔렸다.
“잘, 된 건가…? 초록이가 즐거워하니까 잘 풀린 거겠지.”
“그, 그렇겠지? 그렇게 믿을래!”
박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행동과 전혀 다른 발언을 던졌다. 어떻게든 초록 형을 이해해보겠다는 노력이 애처로웠다.
나는 이제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수준까지 와버렸는데. 박하는 아직 순수를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이럴 때 쓰는 속담이지? 금강산도 식후경.”
“어…. 지온아, 배가 차야 아름다운 풍경에도 감탄할 수 있다는 뜻인데.”
“틀렸나?”
금강산처럼 아름다운 풍경 대신에 첩첩산중 기암절벽을 앞에 둔 처지나 다름없다. 하지만 배 속이 든든해야 한다는 점에선 같으니까 대충 맞는 걸로 칠까!
“뭐, 비슷하네.”
홍오란도 나와 같은 의견이었다.
박하는 초록 형이 던지고 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꼭두각시처럼 머리를 끄덕거렸다.
우리, 괜찮은 거 맞지?
* * *
주말이 지나갈 때까지 커뮤니티는 ‘남경욱-남초록 부자’의 이야기로 시끌시끌했다.
특히 아이돌 팬들이 서식하는 커뮤에선 무언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 좀 이상하지 않아? 머글한테도 흥미로운 주제이긴 한데 댓에 날이 너무 서 있던데?
└그니까. 내 본진 멤이 인기 스타 아들인 사실을 숨기고 데뷔했다가 우연히 밝혀졌으면 얼마나 기특하냐고 동네방네 자랑했을 거임ㅋㅋ
└그치? 그게 정상이지??
– 댓글 조작 얘기 나오던데?
└헐? 뭔? 조작했는데도 분위기가 이렇다고??
└그게 아니라 부정적인 방향으로 조작했다고 얘기 나오는 중
└???
└도대체 왜? 얘네 재계약 시즌도 아닌데
– 가족 일로 덩달아 머리채 잡히고 있는데 테오라 팬들 뭐하냐?
└얘들 며칠째 댓글 총공 중이라는데 티 나게 하면 안 돼서 영 힘 못쓰나 싶음
└오키 이해함
– 뭔일 낫음?
– 아니 아빠 잘못은 아빠 잘못이고 남그린은 뭐 잘못했음? 잘못 1도 없이 도매급으로 까이던Vㅋㅋ
– 요즘이 무슨 좋선시대임? 왜 연좌제를 적용하지? 타팬인데도 노이해
└그러니까. 앞으론 연예인 꿈꾸려면 형제자매 부모까지 관리해야 하는 시대임? 아, 빚투 생각하면 이미 왔을 수도
– 나 코티지인데, 공격 들어오는 거 확실함. 남 배우님 쪽 아니고 테오라 쪽임.. 우리 애들 트집 잡을 게 없어서 아버님 과거까지 들추는 듯ㅜㅜ 막기 힘들다..
└깨끗해도 문제구만ㅋㅋ 힘내라..
└걔 과로로 쓰러졌던 멤버지? 영원히 쉬게 해주겠다^^*이건가..?
– 애초에 과거 남 배우 과거 사건이 신뢰성 있기나 함?
└옛날 일이고 증거는 사진뿐이긴 함. 다만 당시에 다들 걸릴 게 걸렸다고 했다는 카더라가 있음
└사실이어도 그게 뭐?
└부부간의 일. 남이 이래라저래라할 문제는 아님.
– 초1록이네 엄빠 상황을 요즘 식으로 설명하면 계약 부부 같은 거 아님? 서로 애인 따로 두고 터치하지 않기로 한?
└이거네!!
└시대를 앞서나가셨다ㅋㅋㅋ
└이게 진짜면 비난할 일도 아니네? 합의사항이라는데
└지금까지 잘사는 거 보면 확률 높은 가설임
– 테5라 애기들 이번에 기레기한테 제대로 데였네ㅜㅜ
– 얘네 정규 슬슬 내려고 홍보하던데 망삘..
└정규 낸대? 대기타야겠다!!
└앨범 발매 텀 길어질 때부터 정규 나올 줄 알아따.. 고럼고럼, 가만히 놀 애들이 아니지
– 그래서 얘네 음해하려는 세력이 누구?
└알 바임?
└라이벌 팬덤?
└라이벌 딱히 없는데? 그나마 여돌 중엔 럽피 정돈데 테O라랑 격차가 상당해서
└개인이라던데
└천년의 원한이라도 있대? 얘네 끌어내려서 얻을 이득이 뭐지? 그리고 개인이 가능한 수준이 아닌데..
└말이 안 돼서 카더라로 끝남
– 알겠다! 애들한테 스폰 제안이 들어왔는데 단칼에 거절한 거야. 그래서 무안해진 XXX가 자기를 거스르면 활동하기 족되게 해준다고 협박하는 중 아닐까. 위기감 들어서 고분고분 말 들으라고
└소설쓴い빱뺐냄恣?
└이쪽에선 꽤 가능성 있는 추론 아님?
└그만 현실로 나와
– 아빠 명성에 의지하지 않고 아이돌로 독립하겠다는 애 가족 관계계까지 굳이~ 굳이~ 파헤쳐서는..
└내말이 그말임
– 끼는 핏줄을 타고 나오는 모양 ㅋㅋㅋ
– 태오1라 데뷔 뮤비 주영원 감독이 찍어주지 않았음?
└주 감독 남 배우랑 오랜 절친 사이. 삼촌 찬스 썼던 건가?
└이제야 아귀가 맞네
– 연예계 금수저 수준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수저였네
….
최고조까지 치솟았던 열기는 급격히 식었다.
늦게 정보를 접한 일반 대중에게는 여전히 흥미로운 주제였으나, 연예계에 관심이 지대한 사람들은 아이돌 관련 이슈에 즉각적으로 반응한 대신 금방 피로도를 느끼고 시들해졌다.
그렇게 관심이 차츰 식어갈 때, 연예계 커뮤니티엔 폭풍 전야처럼 어딘지 모르게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 인물에 관한 찌라시 때문이었다.
온갖 허무맹랑한 정보가 찌라시로 도는 게 이쪽 세계지만, 그 찌라시에 담긴 이슈는 급이 달랐다.
만약 이 찌라시의 내용 중 절반만이라도 사실로 밝혀지면 연예인 하나는 확실히 진창을 뒹굴게 될 터였다.
이니셜만 공개된 찌라시의 주인공이 밝혀지고, 공론화될 때까지 중립을 고수하겠다는 게 커뮤 이용자들의 중론이었다. 가짜 정보에 낚여서 농락당한 경험이 한두 번씩은 있는 사람들이었으므로.
물론 일부는 벌써 이니셜의 주인공이 누군지 추측해서 물고 뜯으려고 부릉부릉 시동을 걸었다.
급발진하는 사람에, 헛발질하는 사람까지. 예고된 난장판이었다.
뭔가 터져도 아주 크게 터질 것 같다는 예감은 서서히 구체적인 모양을 갖춰나갔다.
– 전직 아이돌인 인기 배우 C씨 누군지 아직도 안 밝혀짐?
└후보 세 명까지 좁혀졌음ㅋㅋ
└들키는 거 시간문제네
– 심증은 확실한데 물증이 읍네~
└그게 누군데?
– 슬슬 기사 뜰 듯 ㄷㄱㄷㄱ
– 누가 슈레기 존엄인지 밝혀지나요!
– 기사 뜨자마자 전부 반박 입장 내겠지?
└소속사가 일 잘하면 당사자 아니라도 이미지 타격 입기 전에 바로 대응하겠지
└일 잘하는 소속사? 낯설다…..
– 걍 까발리면 안 됨? 궁금해서 디지겠다
└드러난 단서가 여러 개라 거의 특정됐으니까 서치해 그럼 알게 될 거다 핑프야
– 와……뭐야….. 이 배우였어?
– 나 발등 찍혔다….
– 설마 했는데..
– 사람 인상만 봐선 모른다더니
– 그럴 줄 알았다 어쩐지 쎄하더라
└ 쎄믈리에 나셨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