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227
TEORRA 1st Concert in Seoul (2)
배우 나우혁은 썩 괜찮은 이야기꾼이었다. 팬들은 나우혁이 들려주는 작곡가 함이원의 위상과 무서운 사부 함이원의 이야기에 퐁당 빠졌다.
“…그래서 계획에도 없던 OST가 한 곡 추가됐어요.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죠. 함 작곡가님이 작곡한 OST가 나올 때마다 시청률이 치솟았으니까요.”
팬들은 연신 추임새를 넣으면서 나우혁의 흥을 돋웠다. 신난 나우혁은 MSG를 살짝 추가했다. 완전히 허황한 이야기도 아니어서 옆에 선 함이원은 제대로 말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
“왜 사부라고 부르냐고요? 잠깐 제 보컬 트레이너 겸 프로듀서 역할도 해줬거든요. 비유하자면 초정밀 팩트 폭격기 같았죠. 절대로 없는 단점을 만들어서 지적하진 않아요. 그런데 그 단점이 일반인 귀로는 인식하기도 힘들거든요. 효과가 확실한 대신 상당히 혹독한 수업이었습니다….”
음악 관련 작업을 할 때의 함이원은 상당히 매섭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던 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테오라 멤버들이 제일 힘들 때가 함이원이 프로듀싱하는 녹음을 할 때라고 종종 입을 모아 얘기했던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곡이니까 저한테는 의미가 깊기도 합니다. 여기 오기 전에 열심히 연습했는데 들을 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대 중앙에 선 나우혁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켜지고 뒤로 뮤직비디오처럼 편집한 드라마 속 장면이 흘러갔다.
드라마를 봤던 팬들은 그때의 기억을 살리면서, 보지 않았던 팬들은 드라마 영상을 보면서 감정에 몰입한 나우혁의 노래를 들었다.
응원봉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분위기를 신나게 띄우는 곡은 아니지만, 테오라 멤버 중 하나인 함이원이 작곡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괜찮았나요? 제가 가수가 아니라 다른 레퍼토리가 없네요. 다음 곡은 저 대신 사부님이 같은 드라마의 OST를 불러준다고 하는데 기대되시죠?”
“네에?!”
“바로 그렇게 대답하면 저 서운한데요. 빈말이라도 한 곡 더 불러달라고 해줘야죠. 다음 곡 사부님이랑 같이 부르라고요? 에이, 그 곡은 무리죠.”
손사래를 친 나우혁은 오늘 행사를 응원하고는 함이원과 바톤을 터치하고 쿨하게 무대 위에서 내려갔다.
자리를 교체하듯 뒤로 빠져 있던 함이원이 앞으로 나왔다.
“이어서 들려드릴 곡은 제가 부른 OST, ‘너는 당연하지 않아’입니다. 처음으로 쓰게 된 사랑곡이라서 이 곡을 작곡, 작사할 때 어려워했던 기억이 나요.”
팬들은 무대에서 들어본 적 없던 곡을 기대했다. 함이원이 부른 곡 중에 제일 따라부르기 힘든 곡으로 명성이 자자한 곡이었다.
고음뿐만 아니라 저음까지 폭넓은 음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실력으로는 소화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곡을 라이브로 부르게 된 함이원은 긴장하지도 않고 가볍게 마이크를 입술 가까이 가져다 댔다.
너는 내게 당연한 줄 알았어
매일 숨 쉬듯이 익숙해서
콘서트장 안에 있는 모두는 자기 실력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멤버가 지온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 정도는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한정된 시간, 한정한 장소에서 한정된 곡으로 여럿이서 함께 해야만 하니까.
“…전부 괴물이라도 된다는 거야?”
중얼거림치고는 컸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그 말이 팩트라면서 공감했다. 그리고 함이원이 자기 정체를 숨기고 노래를 부르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가왕까지 올라갔던 것을 새삼 떠올렸다.
“끼리끼리라더니.”
실력자는 하나가 아니었다. 천재적인 작곡 실력에 작사, 프로듀싱까지 담당하고 모두가 인정하는 노래 실력을 가진 함이원이 그동안은 가장 눈에 띄었을 뿐이었다.
존재감을 줄여도 독보적인 랩을 하는 지온도 안무 창작까지 하면서 춤 실력으로도 탑급인 남초록도 자신의 포지션에서 인정받았다. 그런 실력자들과 같은 그룹으로 활동하면서도 부족해 보이지 않는 나머지 멤버들은 또 어떤가.
팬들은 입을 다물 틈이 없었다. 콘서트는 후반을 향해 가는 중인데 벌써 목이 다 쉬어버린 팬들이 많았다.
단체 무대가 지나가고 이번 정규 타이틀 ‘Reversal’도 끝났다. 준비된 VCR이 재생되는 동안 테오라 멤버들은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다시 매만진 다음 다시 무대에 올랐다.
여섯 개의 얇은 천이 앞을 가리고 있었다. 멤버들은 그 뒤에 서서 실루엣만 팬들에게 보인 채로 마이크를 들었다.
“숨도 고를 겸 이번 순서는 토크 타임인데요. 그냥 수다 떠는 시간이면 심심하니까 특별한 의상을 골라왔어요. 각 번호가 적힌 천 뒤에 누가 서 있는지 맞춰주시면 됩니다!”
스크린에 게임 방법이 뜨고 남초록의 설명이 흘러나왔다. 벌써 멤버들 이름이 마구 불렸다.
“저희 더우니까 얼른 맞춰주셔야 해요.”
늦은 저녁이라고 해도 아직은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시기. 털이 잔뜩 붙은 두꺼운 인형 탈을 입고 있기란 쉽지 않았다.
“쉬우니까 힌트 안 드려도 되겠죠? 그럼 1번부터 바로 갈게요!”
기다란 토끼 귀 그림자가 비치는 1번에 누가 있을지 한 목소리로 ?ㅄ嶽?말했다.
“오란! 홍오란!”
“너무 쉬웠죠?”
천 앞으로 나온 오란이 빙긋 웃었다. 볼에 그려진 토끼 수염이 씰룩거렸다.
“꺄아아아?”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최애가 오란이었던 팬들은 이미 실신 직전이었다. 토끼 인형 탈을 입고 얼굴만 빼꼼히 드러난 홍오란은 그 격렬한 반응을 즐겼다.
“그럼 2번의 정체를 밝혀볼까요?”
덩치로만 봐도 누군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눈썰미 있는 팬들은 홍오란이 입은 인형 탈을 어디서 봤는지 떠올렸다.
바로 병맛 모바일 게임 광고 .
그 광고에 나왔던 인형 탈이 힌트라면 2번에 서 있는 곰 모양 그림자의 주인공은 틀림없이 서혼이었다.
6번까지 손쉽게 정답을 맞춘 코티지들은 테오라 멤버들이 귀여운 인형 탈을 쓰고 있는 모습을 직관할 수 있었다.
“…세상에! 이걸 볼 수 있을 줄이야!”
“죽어도 여한이 없어!”
“이거 비공식 굿즈 안 쏟아지면 이상하겠는데. 공식 굿즈 안 나오면 내가 수제작 한다. 진짜!”
인형 탈 안이 더웠는지 발그레해진 얼굴은 금상첨화였다. 팬들의 가슴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테오라 멤버들은 처음 듣는 동요에 맞춰 간단한 율동을 선보이더니 인형 탈을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머리에는 각자 입었던 인형 탈이랑 같은 동물의 머리띠를 낀 채로.
멤버들이 이번에 입은 의상은 상큼한 마린룩. 어떤 곡으로 다음 무대를 꾸밀지 짐작되는 의상이었다.
앙증맞은 동물 머리띠에 마린룩이라니. 가벼운 의상이 몸 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어서 더 적절했다.
“더 입고 있고 싶었는데 더워서요. 아직 늦더위가 기승이네요. 여러분들도 더우시죠?”
팬들은 거의 반팔, 반바지가 기본인 가벼운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목밴드형 선풍기도 간간이 보였다. 그런 노력에도 얼굴은 대부분 벌겋게 익어 있었다.
“더위도 식힐 겸 퀴즈 시간이에요! 저 MC 박하가 진행합니다! 미리 받았던 질문 중에서 골라볼게요. 거짓말하면 안 되고, 노코멘트는 할 수 없고, 10초 안에 대답해야 해요!”
“만약 룰을 못 지키면?”
“룰을 어기면 팬들의 소원을 하나씩 들어줘야 해요! 이것도 거부권은 없어요! 아셨습니까!”
횡포를 부리는 MC 박하의 말에 멤버들이 순순히 순응했다. 박하는 평소에는 헐렁해 보여도 자기가 권력을 잡았다 하면 독재자로 돌변하곤 했다.
그걸 잘 아는 멤버들은 속으로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럼 첫 번째 질문을 뽑아볼게요.”
투명한 볼 안에 담긴 색색의 공 중에서 하나를 뽑아 열었다. 쪽지 위에는 ‘함이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원 형을 지목한 질문이네요! 읽어볼게요! 이원아, 너는 언제부터 예뻤니! 이원 형, 대답해주시죠!”
“…그게 질문이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떨리는 목소리에 콘서트장에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입꼬리를 올렸다.
이 질문이 함이원에게 얼마나 답하기 어려운지는 아는 사람은 전부 알고 있었다.
“언제부터냐고요…?”
함이원의 눈동자가 방황하다가 무대와 가까운 초대석에 앉은 사람을 발견했다. 화색을 띠는 얼굴에 카메라가 함이원의 시선을 따라갔다.
카메라에 잡힌 화면 안엔 어딘가 함이원과 닮은 남자가 앉아서 그림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누군지 단박에 알아챈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중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의 얼굴에 정신이 팔렸다.
“흑기사 신청하면 안 되나요?”
“흑기사요? 사전에 그런 규칙은 없었지만, 재밌을 것 같으니까 받아들여 보겠습니다! 누구에게 흑기사를 신청하실 건가요!”
“아빠….”
간절한 눈빛과 애절한 목소리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은 얼마 없을 것 같았다. 가까운 사이라면 더욱.
“이원 형이 아버님께 흑기사를 신청했네요! 받아주실 건가요!”
스태프가 재빨리 함이원의 아버지에게 마이크를 가져다줬다. 그제야 팬들은 스크린에 크게 나오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확신을 얻었다.
아내가 회사 일 때문에 바빠서 아들의 첫 콘서트에 혼자 온 함이원의 아빠였다.
“흠흠, 안녕하세요. 이원이 아빠, 함지수입니다. 질문이 뭐였죠?”
약간 어색해하면서도 살포시 눈웃음을 짓는 얼굴은 배우라고 해도 믿을 법했다.
“와….”
“…어떻게 저게 스무 살 아들 둔 아빠야? 우리 아빠는 배 나온 아저씬데!”
“최소 마흔일 텐데 말도 안 돼!”
“함이원 같은 미모가 뜬금없이 튀어나올 수가 없지. 그럼그럼!”
“저런 유전자는 기부해야 하는데. 이원이 형제자매 없는 건 정말로 인류의 손실이야.”
“이원이 같은 아들이 나온 거 보면 어머님 미모도 장난 아니실 듯?”
팬들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진리를 믿게 됐다. 함이원이 자연 미인이라는 것도.
“이원이가 언제부터 예뻤냐구요? 그야 당연히 태어날 때부터 예뻤죠.”
“역시!”
“이원이 아기 때부터 예뻐서 소문이 자자했죠. 아역배우, 아동복 모델 제의도 수두룩하게 받았었는데 재밌는 건 전부 여자애인 줄 아셨다더라고요.”
“아빠….”
함이원은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며 얼굴을 한 손으로 가렸다. 다급한 마음에 더 부끄러워지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면서.
“아, 흑기사 했으니까 소원을 말해야겠죠? 애교 3종 세트로 할까요?”
함이원의 아빠는 팬들이 좋아할 기막힌 선물까지 주곤 마이크를 다시 스태프에게 건넸다.
여태껏 나왔던 환호성보다 더 우렁차고 높은 소리가 콘서트장을 점령했다.
함이원의 애교라니. 그 희귀한 것을 무려 아버님이 요청하다니!
팬들은 함이원이 이번엔 절대로 거부하지 못할 거라면서 실실거리면서 잔뜩 기대했다.
“이원 형! 애교 3종 세트 빨리 보여주세요! 시간 없다구요!”
재촉하는 박하의 목소리에 함이원이 한숨을 푹 내쉬고 나서 입술을 일자로 꾹 다물었다. 대단한 결심이라도 했다는 듯이.
“…딱 한 번만 할 거예요.”
두근두근, 팬들의 귓가에 심장 소리가 효과음처럼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