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244
Party (2)
우리에게 인맥을 만들어주려는 의도로 일부러 이 사람들을 전부 불러 모은 걸까? 그렇다면 로티플로는 괴짜 예술가로 가장해서 방심을 끌어내는 치밀한 전략가다.
[이 손님들을 일부러 불렀어요?]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봤더니 아니라면서 펄쩍 뛰었다.
[부르고 보니까 아차 싶더라고…. 뭐, 이렇게라도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면 win-win 아니겠어?]진짜 얻어걸린 건가? 얼렁뚱땅 갖다 붙인 변명 같지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파티이긴 했다.
[파티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즐거운 법! 가자, 가자!]로티플로는 다른 생각 하지 말라는 듯이 나를 끌고 정원 여기저기를 빠짐없이 헤집고 다녔다.
로로의 소꿉친구와 회사 직원부터 자주 가는 단골 가게 사장님이 있는가 하면 영화에서 얼굴을 봤던 배우나 세계적인 IT 회사의 CTO도 있었다.
이웃들을 초대했다고 했을 때부터 예상했어야 했던 걸까?
이 파티에 초대받은 손님들의 공통점은 ‘로티플로와 인연이 있다’는 한 가지였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한 가지 공통점을 더 발견하게 됐는데, 언제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다는 거였다.
파티가 무르익고 목소리와 함께 음악 사운드도 커졌다. 사람들이 하나둘 노래를 따라 하거나 몸을 자연스레 흔들기 시작했다.
[음악은 인종과 국적, 나이, 직업, 성별 등등을 뛰어넘지!]맥주를 잔뜩 마신 로로는 이따금 딸꾹거리면서 내 어깨에 팔을 걸고 친분을 과시하며 돌아다녔다.
그 사이, 멤버들은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도 활발하게 시선을 끌어모았다. 오란도 작정하고 친분을 쌓으려고 나섰고, 서혼 형은 영화감독이 있는 무리에 들어가 경청하고 있었다.
다들 물 만난 물고기였다. 관심을 자연스레 끄는 건 일종의 직업병일까?
파티 주최자인 로티플로 옆에 꼭 붙어서 돌아다니게 된 나를 포함해서 하는 이야기였다.
[오늘처럼 선곡 리스트가 괜찮은 파티가 없긴 했는데, 부족한 게 있어.] [뭔데요?] [우리 노래가 빠졌잖아!]아차…. 그 생각을 못 했다. 이번 콜라보 앨범에 들어간 곡들은 파티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데다 힙하고 새롭기까지 할 텐데.
[잠시만요.]바로 플레이리스트에 우리 곡을 추가했고, 정원 곳곳에 설치된 작은 스피커에서 ‘Simple Happiness’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콜라보 타이틀곡을 영어로만 작사할까 했었다. 해외 진출을 노린다면 영어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로티플로의 생각은 달랐다. 외국인이 듣기에 한국어 발음이 예쁜데다 미묘하게 다른 의미를 가진 표현은 곱씹을수록 신비로워서 쉽게 질리지 않을 거라나?
바로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했는데, 타이틀곡은 영어와 한글 두 가지를 섞어 쓰는 걸로 결정됐다. 생각보다 가사를 해석하지 않고 멜로디와 발음만 듣는 리스너가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가사의 의미가 궁금해서 찾아본대도 좋고, 멜로디 그 자체로만 즐겨도 좋으니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simple and simple happiness
작은 행복을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아요 간단하고 단순하죠
Because humans are pretty simple quite simple simple and simple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 중에 이 콜라보 곡 챙겨 들었을 사람은 로티플로의 동료들이나 친구들 정도. 감상을 억지로 들을 생각은 없으니 그냥 노래만 틀어둘 생각이었다. 우리 노래는 어디까지나 이 파티의 흥을 돋우는 역할이었다.
어차피 끼리끼리 대화 중이라 어깨를 흔드는 템포나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다른 곡들과는 차별되는 반응이 튀어나왔다. 몇 사람은 대화를 멈춘 채 박자를 맞췄고, 몇 사람은 노래 가사 전반에 계속해서 반복되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의도적으로 단순한 단어가 반복되도록 작사했기 때문에 제목만 알아도 입을 벙긋거리면서 대강 따라부를 수 있었다.
아니, 사실 가사를 무시하고 ‘Simple happiness’를 무한 반복하면서 음만 흥얼거려도 묻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한 사람, 두 사람이 흥얼거리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자 다른 사람도 그 행동에 동참했다. 모이고 쌓인 여러 사람의 목소리는 화음의 맨 아래 깔린 대표음으로 탈바꿈했다.
이때에 이 곡의 원곡자인 우리가 나선다면…! 얼마나 짜릿한 광경이 펼쳐질지 상상만으로도 들뜨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로티플로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나와 똑같이 노래 부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광대가 솟으면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건 로티플로도 마찬가지였다.
“…simple and simple happiness.”
엄마 몰래 먹는 불량식품의 자극적인 맛
떠올려봐요 그때의 추억과 함께
that’s simple and simple happiness simple and simple happiness
사람들이 만들어준 화음 위에 내 목소리가 올라탔다. 한순간 불협화음이 될 뻔했지만, 이들은 곧바로 계속해달라는 내 무언의 부탁을 읽고 똑바로 중심을 잡았다.
텔레파시를 보내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음악이 언어를 뛰어넘는다는 증거였다.
아늑한 집에서 듣는 실로폰 같은 빗소리
기억해둬요 비가 더는 무섭지 않게
that’s simple and simple happiness simple and simple happiness
내 뒤를 로티플로와 멤버들이 따랐다. 뜬금없이 목청을 키워 노래했는데도 다행히 당황스러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조금 신기해하던 사람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노래에 참여했다.
따로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는데도 딴지를 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이상한 즉석 합창이었다.
simple and simple happiness
간단하고 단순한, 쉽고 작은 행복
마음속 보물 상자에 모아
언제 어디서든 소원을 빌어요
슬픔과 절망을 이기는 힘이 되어 달라고
that is the importance of
simple and simple happiness
simple and simple happiness
가사도 어렵지 않고 음 자체도 고음이 계속되는 곡은 아니지만 템포가 빨라서 그런지 노래가 끝나자 얼굴이 붉어진 사람들이 많았다.
아닌가? 술을 마셔서 그런가?
어둠이 깔린 조용한 주택가를 소란스럽게 만든 게 아닌가 싶지만, 단 한 곡이었으니까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한 곡으로 끝낼 수 있으리라는 내 생각은 틀렸다.
[앵콜! 앵코올!]손가락과 입술로 만든 휘파람 소리에 손뼉을 마주쳐 내는 소리와 흥겨운 웃음소리도 섞여들었다.
[맙소사! 아이돌 가수라더니! 역시 다르긴 다르군요.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순간을 담아두지 못한 게 애석하군요.] [괜, 괜찮습니다! 제가 찍었습니다!]손을 번쩍 들고 영상을 찍었다고 외친 사람은 하눌에서 모셔 온 카메라 감독님이었다. 뮤비 촬영 일정은 모레부터인데, 미리 도착하신 듯했다.
어떻게 이런 절묘한 순간에 와서 흘려보낼 뻔한 이 시간을 찍어주셨을까. 촬영된 영상이 우리 리패키지 앨범용 뮤비에 사용되리란 예감이 들었다.
[앵콜! 앵콜!] [루카 가수였구나! 가수인 척만 하는 백수인 줄 알았더니.] [어휴! 저 잘나가는 가수라니까요. 자 다들 하나씩 받으세요. 이 어린 친구들이랑 같이 낸 콜라보 앨범이니까. 방금 그 곡도 같이 작곡하고 같이 녹음한 곡이라구요.] [뭐…? 네가…?] [내가 그렇게 놀기만 하는 줄 알아요? 너무하네!]누가 봐도 둘은 친구였다. 툴툴대면서도 사인 앨범을 손에 쥐여주는 로티플로와 푸근한 뱃살을 가진 아저씨는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고 있었다.
“이원아. 거기서 어떻게 노래 부를 생각을 했어?”
들썩이는 사람들을 헤치고 다가온 서혼 형이 내 머리를 커다란 손으로 쓰다듬었다. 오래간만에 염색도 탈색도 펌도 되어 있지 않은 생머리가 마구 헝클어졌다.
왜 갑자기 노래를 불렀는지 묻는다면 ‘그냥’이라고 대답해야 할 터다. 논리적인 이유는 없었다.
“불러야 할 것 같았어. 부르고 싶었고.”
의무감일 수도, 우쭐대고 싶은 마음이 표출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우리를 중심으로 멤버들이 모여서 어느새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게 됐다.
콜라보 앨범에 있는 다른 수록곡이 흘러나왔을 땐 아예 각을 잡고 불러버렸다. 노래가 끝난 후엔 멋있는 척한다고 서로를 놀려댔지만, 그것마저도 재밌었다.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도 노래를 같이 불러서 그런지 경계심이 들지 않았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친근감이 들었다.
역시나 음악이 내 경계심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즐거워 보이는데, 이원?] [재밌어요. 파티가 이런 거라면 매일 오고 싶어질 정도로.] [어…, 뭐, 내 덕에 파티에 좋은 인상을 남겼다는 칭찬으로 들을게. 근데 건전하지 않은 파티도 많긴 하니까 파티 가고 싶으면 내가 골라주는 데로 가.]오늘 같은 파티는 흔하지는 않구나.
아무리 그래도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술과 담배, 불법 약물이 즐비한 짐승들의 왕국이나 다름없는 세계가 일반적이진 않겠지? 어차피 질 나쁜 파티는 나와 연이 없겠지만 오늘의 파티가 얼마나 특별했는지는 비교해보고 싶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여는지, 아마도 그 구성원이 누군지에 따라 파티의 색깔이 달라지지 않을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다면 환상적인 화음을 빚어냈던 순간은 오지 않았을 터다.
미국 스타일의 파티가 아니라 친분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우리나라 스타일의 파티를 열게 되겠지.
[즐거웠다면 파티 주최자로서 영광이야. 다음에 또 와 줘.]우연과 우연이 겹쳐서 만들어진 드라마틱한 순간. 무엇 하나 어긋났더라면 황홀한 합창의 순간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더라도 로티플로 집에서 연 파티는 재밌었다. 신나는 노래에 맛있는 음식을 곁들여 기분 좋게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는 자주 오지 않으니까.
로로가 다시 초대해준다면 또 오고 싶었다.
[기꺼이 올게요.]한국과 미국은 너무 머니까 근처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겠지만, 언제든 마음으론 흔쾌히 응하겠다고 마주 웃으며 대답했다.
* * *
바다에 나가 서핑도 배워보고 유명한 미국식 버거를 먹고 할리우드에도 들러서 랜드마크를 뒤에 두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전형적인 관광객 코스였다. 부지런한 박하 덕에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게 됐는데 로로는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시간 날 때마다 쉬는 대신 우리를 쫓아다니는 쪽을 선택했다고 했다.
힘들지 않냐고 했더니 한국에 돌아가는 날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이렇게라도 시간을 내야 한다는 대답이 나왔다.
그 제멋대로인 로로가 피곤함과 귀찮음까지 이겨낼 정도라니. 우리에게 보내는 호의가 얼마나 깊은지 느껴졌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담당한 감독님은 여느 관광객처럼 주변을 신경 쓰지 않으며 돌아다니는 우리에게 알아서 찍을 테니 편하게 놀아도 된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리 말하는 감독님의 얼굴도 밝았고 이전과 같은 다큐멘터리 컨셉이라고 들어서 부담은 없었다.
감독님은 가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하긴 했지만, 그 외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이 우리 곁을 따라다녔다. 그러더니 촬영을 뚝딱 끝내버렸다.
…벌써 끝이라니?
아무것도 안 했는데 놀다가 촬영이 종료됐다. 곧 한국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몰려왔다.
열흘은 너무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