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260
ripen up
매번 느끼는 거지만 무대를 끝내고 내려오는 길은 감회가 남다르다. 특히 이번 정규 2집 의 타이틀곡 ‘Ripen up’은 팬들 앞에서 교태를 부려야 하는 곡이었다.
‘무르익다’라는 뜻을 가진 ripen up이라는 앨범명 겸 타이틀 곡명대로 한층 성숙해진 우리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노래와 안무에서 포인트를 살린다는 어려운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느라 준비 과정에서 멤버들 모두 고생했다.
특히 나는….
“이원이 걱정 많이 할 필요 없었겠는데?”
“그래 보였다면 다행인데…. 과하지는 않았어?”
“팬들 반응 보고도 몰라?”
사실, 내 ‘치명적인 척’이 과했더라도 팬들은 열렬한 반응을 보여줬을 것 같아서 일부러 멤버한테 물어봤는데 나쁘진 않았던 모양이다. 서혼 형은 물론 다른 멤버들도 어이없다는 눈초리로 나를 응시하는 걸 보면.
“더 과하게 해도 모를 것 같기도 하고? 눈에 광기가 도는 거 나만 느꼈어?”
“무섭긴 했어! 쬐끔…!”
무대에 올라서 춤을 추기 시작한 후 돌고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저러다가 호흡 곤란이 오는 게 아닐까 싶어서 걱정될 정도였다.
우리 팬들이 모인 구역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격한 반응이었던 것으로 이번 타이틀의 흥행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이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섹시 컨셉을 하는구나 싶었달까.
“이제 뭐라도 먹을래, 혼이 형? 몇 시간 동안 물도 못 먹었잖아.”
“여기선 물만 먹고 숙소 가서 먹을래.”
컴백 후 첫 무대, 최대한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식사를 샐러드로 대체했고, 서혼 형은 계체를 위해 감량하는 격투기 선수라도 된 듯이 수분까지 조절했다.
서혼 형은 우리 멤버 중에 가장 파격적인 의상을 입게 돼서 특히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이번 활동 시즌의 착장은 검정, 흰색, 회색의 모노톤이 들어간 수트가 기본 형태. 기존 계획보다 훨씬 과감한 방향으로 수정됐다.
오늘 서혼 형은 상의로 크롭 기장의 재킷 딱 하나만 걸쳤다. 단추를 잠그긴 했지만, 가슴까지 깊이 파여서 움직일 때마다 도드라진 가슴 근육의 결까지 보일 정도였다.
박하는 민소매 형태로 슬림한 팔 근육을 드러내고, 초록 형과 지온은 하네스를 착용했다. 각각 검은 시스루 재질로 복부와 등의 근육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은은하게 드러냈다.
홍오란은 반대로 목까지 꽁꽁 싸맸고, 나는 옆구리가 허리까지 갈라진 의상이었다.
“이원이 의상이 비교적 얌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드라이리허설이 아니라 몰랐는데….”
어쨌거나 보안을 지키기 위해 의상을 꽁꽁 싸맸을 테지만, 드라이 리허설이 아니라 우리 멤버들까지 놀라게 한 것 같았다.
“초록 형도?! 나도! 나도 그랬어!”
“나도 깜짝 놀랐어. 춤이 격해지니까 맨살이 아슬아슬하게 보이던데?”
서혼 형은 자기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을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내 의상이 준 반전이 그 정도였나?
“대놓고 보여주는 것보다 오히려 더 야하지.”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오늘 팬들한테 충격을 준 사람은 이원, you.”
오란과 지온까지 더해져서 만장일치로 내 의상이 제일 자극적으로 느껴졌을 거라고 지목했다. 괜히 허리에서 휑한 느낌이 나는 것 같아서 얇은 바람막이 후드를 걸쳤다.
“숙소 가서 밥 먹고 모니터링 하자. 팬들 반응도 확인하고. 다들 일어나.”
매니저 형들 뒤를 종종거리며 따라가는데 우리를 향하는 시선이 여느 때보다도 더 따가운 것 같았다.
…기분 탓인가?
* * *
[우리 애기들 이번 컴백으로 레전드 갱신!!!]곧 봄 축제 시즌이라 행사 돌 시기이기도 하고 열일하는 애들이라 앨범 나오지 않으려나 생각했는데 바로 컴백! 게다가 정규 앨범이기까지 하니까 개혜자ㅋㅋㅋ
솔직히 티저 공개됐을 때부터 컨셉 애매하지 않냐는 말이 슬금슬금 나왔었음. 앨범 메인 작곡가이면서 프로듀서인 이워니가 헛발질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구..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데 함이원도 그렇지 않겠냐는 논리ㅜㅜ 속상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나를 위로했음..
근데! 근데!! 일부터 컨셉 숨기려고 했던 거!!
(여기서부턴 스포! 아직 테오라 무대 안 본 사람을 보고 오길 권장함!!)
무려!
섹.시.컨.셉.
애들이 어려운 말로 포장해서 컨셉 소개해주긴 했는데, 앞으로 구르면서 보나 뒤로 구르면서 보나 섹시 컨셉이었음ㅋㅋ
테오라가! 우리 애긔들이 섹시 컨셉이라니..! 그치! 막내 박하까지 슴살이 됐으니까 이런 컨셉 시도할 때도 됐지!
호니가 조금씩 노출할 때마다 감질나서 팬들이 끙끙 앓았었는데 ㅋㅋ다른 멤버들까지 같이 대놓고 화끈하게 보여주겠다? 반기지 않는 팬이 있을 리가!
비활동기 같지 않던 비활동기에 애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더라니! 그게 다 이때를 위한 밑 작업이었는데 우리가 너무 눈치가 없었다! 애들이 너무 철저하게 숨겨서 그런 것!ㅋㅋㅋ
노출 있는 멤버들은 물론이고 금욕적인 스타일로 나온 오란까지 전부 바디 라인이 달라졌다는 게 중론임.
프레임으로 쪼개서 매의 눈보다 예리하게 보는 팬들이 그 차이를 못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잖아? 이를 갈고 만든 근육이라고 결론 내림
Q. 하눌 관계자들이랑 애들의 의도대로 전혀 예상도 못하고 있다가 서프라이즈 당한 심정?
A. 오히려 좋아ㅎ
귀여운 얼굴에 그렇지 못한 몸. 갭모에가 엄청나서 인지부조화가 생기긴 하는데 절대 싫다는 얘긴 아님!! 기분 좋은 오산이라는 게 이거겠지?
이전에 되도 않는 섹시 컨셉으로 모험 안 하는 게 낫다느니, 적어도 5년은 있어야 되지 않겠냐 떠들던 것들이 싹 없어짐ㅋ
역시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증거를 보여주는 게 낫다!! 다시 한번 진리를 깨달으면 뉴비 받느라 바빴음ㅋㅋㅋ
입덕한 팬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것만 봐도 이번 컨셉이 얼마나 성공적인지 보인다고 할까? 다들 아닌척해도 테오라의 섹시 컨셉에 얼마나 열광하는 중인지!
짧고 굵게 음방이랑 스케줄 소화한 다음에 바로 대학 축제 행사 도는데 테오라 몸값 올랐다는 소리가 머글들 귀에까지 들릴 지경이었으니 뭐 말 다했지!
몸값이 올라도 시간 관계상 돌 수 있는 행사 개수는 한정되어 있어서 축복 받은 대학이 어딘가 했더니! 그거시 바로! 우리 학교! 크크크크크!
이번에 울 학교 축제에 테오라 섭외할 거라는 소문이 있어서 알아보니까 진짜라는 답변 들엇음! 등록금을 테오라 섭외하는 데 쓴다면 안 아깝지! 학생회가 뭘 좀 아네!
자랑이냐고? 자랑 맞아^^ㅎㅎ
아마 테오라 온다고 보러오는 사람들까지 더해져서 미어터질 테니까 각오는 좀 해야겠지만 애들 실물만 영접할 수 있다면!
그래도 한국대 축제만큼은 안 복잡하겠지ㅋㅋ 이워니가 이번 학기 휴학했다고 들었지만 다들 한국대 축제엔 필참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으니까 거긴 뭐 말할 것도 없지ㅋㅋ
근데 한국대 축제에서 이원이가 ‘ripen up’ 부르면서 요염한 눈빛 보내주고 그러면 거기 재학생들이랑 교수님들 충격 먹는 거 아냐?
작사도 이원이가 맡았던데 그거 알면 더 충격 아닐까? 약간 ‘우리 동기/선배/후배/학생이 이럴 리 없어!’ 같은 느낌으로ㅋㅋㅋㅋ
사실 팬들 사이에서도 이미지상 이원이가 제일 파격적인 변화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내 지인의 새로운 모습이라면 더 놀랍지 않을까? 실제로 보고 턱 빠지는 사람 나오는 건 아닌가 몰라~
의식의 흐름대로 적다 보니 주절주절 길었는데 요약하자면, 테오라 ripen up 무대 아직 안 본 사람 있다면 딱 한 번만 봐! 왜 두 번, 세 번 보라고 안 하냐고? 한번 보고 끊을 수 있을 리 없거든!
– 테오라의 섹시 컨셉? 못 참지! 보고 옵니다
– 스포 주의 보고 내려왔는데 상당히 괜찮은가 봄?
└간 보던 애들 전부 바로 입덕행ㅋ 내가 영업할 땐 들어 처먹지도 않더니
└멍하니 넋 놓고 보게 됨 한번 듣는 거론 만족이 안 됨 노래만 듣는 것보단 영상으로 보는 걸 추천
– ripen up 무대 안 본 눈 삽니다! 처음의 전율을 다시 느낄 수만 있다면 내 전 재산도 줄 수 있음
└전 재산 얼마? 선 제시
└53930원…
– 논란 생겨서 휘청거리나 했더니 바로 컴백이라니 이게 강철 멘탈?
└아 그 루머ㅋㅋㅋ그건 멘탈 강화 이벤트 아니었음?
└앗 그런가
– 우리 학교에도 온대!!
└울 학교는 등록금은 드럽게 비싸면서 왜 테오라도 안 불러줌?ㅜㅜㅜ
└타학교 축제ㄱㄱ
└한국대 이번에 입장권 판다는 소식도 있던데 사도 돈 안 아깝겠지?
└테오라 행사 뛰면 스케줄이 허용하는 선에서 후하게 하고 가는 걸로 유명하잖아 시간만 되면 앵콜에 앵앵콜도 해줄걸?
└그치? ㄱㅅ
– 막둥이가 벌써 스무살이 돼서 섹시 컨셉을 다 하구 오구오구 이 할미는 여한이 졍?…
└정신 놓으시면 안 돼요! 간호사 여기 전기충격기!
└삐— ..RIP
– 테오라 멤버들 어깨가 뼈부터 넓어진 것 같지 않음? 나 어좁이라 어깨 넓히고 싶은데 테오라 담당했던 쌤한테 피티 받으면 될까?
└혼이가 PT 전담했을 텐데 현직 아이돌한테 PT 받기 가능?
└자체PT돌…
– 귀여워하던 애들이 갑자기 남자로 느껴지는데 정상인가요?
└삐빅! 정상입니다!
└22
└3
└444
└나 연하남 좋아했네!
– 우리 이제는 경찰 아저씨한테 안 잡혀가도 되는 부분?
└풍악을 울려라~ 에헤라디야~
– .. ㅅㅂ 세상은 불공평해
└토닥토닥 우리 애들이 좀 세상을 혼자 살지,, 인외라고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져ㅋㅋ
– 다른 나라 언어로 달리는 댓글 엄청 늘지 않았음?
└ㅇㅈ 공식 계정은 이제 한글보다 꼬부랑 언어로 적힌 댓글이 더 많음
└테오라 아직 해외 투어도 안 하지 않았음? 해외 활동한 것도 딱히 없는 걸로 아는데 벌써 그렇게 알려졌나?
└외국 음원 차트에도 종종 등장하니까 K팝 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음ㅋㅋ 요즘엔 해외 팬들이 실시간으로 파더라구
– 얘네 무섭게 치고 올라오네 계기만 있으면 1군 올라오겠는데?
└그거 들음? 데뷔한 아이돌 모아서 경연시키는 프로그램 나온다는 거?
└뭔데뭔데?
* * *
언제나처럼 커뮤니티가 후끈 달아올랐을 때 테오라는 봄 축제 행사를 뛰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무대에서 에너지를 쏟아붓는 테오라 멤버들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중간중간 강제 휴식 시간이 주어진 덕에 아무런 문제 없이 행사를 진행해 나가고 있었다.
짧은 기간에 많은 행사를 다니느라 피곤함은 어쩔 수 없는 숙명 같은 거였지만, 그래도 멤버들 모두 흥겨워했다.
정규 2집 앨범의 타이틀 이 얼마나 대단한 반향을 얻고 있는지 행사를 돌면서 실시간으로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 곡들도 좋은 반응을 얻었었지만, 이번처럼 자지러지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한국대생 함이원, 준비됐냐?”
오늘은 테오라에게 봄 축제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한국대 축제에 오르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