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300
IDOL CHRONICLE (1)
테오라 기념관이 생긴다는 소문이 조금씩 돌기 시작하자 코티지들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설령 뜬소문이라고 해도 믿고 싶을 만큼 설레는 소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부 팬들은 기대했다가 실망하기 싫다면서 애써 가짜 뉴스 취급하기도 했다.
소문이 돌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하눌 엔터는 기습적으로 ‘테오라 기념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미쳤다! 테오라 기념관? 위인도 아니고 아이돌 기념관을 만든다고? 진짜로? 리얼리?”
“나도 놀랐다니까? 근데 사실이래…. 나 꿈꾸니?”
“기념관이면 혹시 굿즈도 파나? 한정판 굿즈도?”
“엇, 그 생각을 못 했네? 다른 박물관에서도 기념 굿즈 파는데 설마 안 팔겠어?”
입장료만으로 기념관을 운영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굿즈 판매를 하지 않아도 운영비는 껌값으로 느껴질 만큼 하눌 엔터와 테오라 멤버들은 떼돈을 벌고 있었다.
“팔겠지? 거기까지 찾아가는 팬들 기대가 있을 텐데?”
“고럼고럼. 비행기 타고 바다 건너에서 온 팬들도 있을 텐데 빈손으로 보내면 정 없지.”
한국에 올 때보다 짐이 더 무거워져야 제대로 대접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라도 테오라 굿즈는 팔아야지!”
굿즈와 국격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지만, 테오라 기념관에서 굿즈를 안 판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테오라의 굿즈는 타팬들에게도 상당히 유명했다. 보통은 예쁜 쓰레기로 끝나는 굿즈건만, 실용성 있으면서도 일반인 코스프레하기도 쉬웠다.
코티지들은 보통 보관, 감상용과 실사용 용도로 최소 2세트씩은 구매하는데도 한정 판매된 굿즈들은 중고 어플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따금 판매 글이 올라와도 순식간에 거래가 끝나곤 했다.
늦게 입덕한 팬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해보려다가 잔인한 현실에 하나둘 나가떨어지곤 했다. 한정판 굿즈를 구하고 싶어도 도무지 구할 방법이 없었다. 늦게 입덕한 팬은 그저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할 뿐이었다.
“한정판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 굿즈만 팔아줘도 땡큐지.”
팬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굿즈 생산량이 구매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굿즈 생산 공장에서는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해외에선 응원봉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던데?”
국내에 응원봉 생산 공장이 있어서 그런지 국내 팬들은 그래도 한 달 정도 기다리면 응원봉을 구매할 수 있었다. 생산 공장 규모를 늘리고 인도에도 공장을 세웠다는데 아직 공장 가동 전이 아닐까 싶었다.
“결론은 기념관에서 굿즈를 팔아야 한다는 거!”
“혹시 남아 있는 기간 한정 굿즈 선착순으로 파는 거 아닐까?”
“…!”
신빙성 있는 의견이었다. 숫자가 정해진 한정판 굿즈야 남지 않았다고 해도 기간 한정 굿즈는 재고가 남았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었다.
“기념일 오픈하기 전에 가서 대기 타자! 그리고 테오라도 오지 않겠어?”
“그렇겠네…? 테오라 기념관 개관식에 테오라가 빠지는 게 말이 돼? 아직 일본에 있지만 그날은 오겠지!”
기념관이 있는 장소는 강원도 횡성이었다. 하루아침에 건물을 올릴 수도 없고 급하게 규모 있는 박물관을 구하다 보니 뜬금없는 지역이 당첨되어버렸다나?
하눌 직원이 술자리에서 했던 푸념이 기사로 날 정도였으니 테오라 기념관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좋아! 그날은 자체 휴강이다!”
테오라 기념관 오픈 날이 월요일이 아니었다면 휴강이 길어질 뻔했다.
“텐트 준비할까, 텐트? 집에 캠핑한다고 사놓고 먼지만 쌓여가는 침낭이랑 텐트 있는데!”
“천재 아니야? 캠핑 간 셈 쳐도 되겠는데?”
다행히 겨울이 아니라 야외에서 잘 엄두를 낼 수 있었다. 강원도 횡성, 신선한 소고기로 유명한 그곳에서 겨울에 노숙을 한다는 건 동태가 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근데 오픈 날짜가 왜 이날이야?”
7월 30일은 테오라가 데뷔한 날도 아니고, 정식으로 팬클럽 가입한 날도 아니었다.
“그냥 최대한 빠른 날짜로 정한 거 아닐까? 다음에 테오라 라방할 때 물어볼까?”
“그게 좋겠어! 별 이유 없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 이유 없이 정해졌다고 해도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테오라 기념관을 연 날이 특별해지지 않을 리 없으니까.
두 팬은 테오라 기념관이 열린다는 소식에 오픈런을 준비했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는 나는 놈이 있는 법.
하루 전날 테오라 기념관 앞에 도착한 그들은 수많은 텐트의 행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현실이라고…?”
“우리가 코티지를 너무 얕봤어. 적어도 사흘 전에는 미리 와서 자리를 맡아둬야 했는데…!”
까마득한 줄의 선두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조용한 도시에 만들어진 진풍경에 구경 온 주민들도 있었고, 이 놀라운 광경을 촬영하러 온 방송국 카메라도 보였다.
“얼른 얼굴 숙여! 여기서 얼굴 팔렸다간 집에 들어갔을 때 다리 몽둥이 부러지는 건 일도 아니겠다.”
충고를 던지고 돌아보니 덕친은 이미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해 정체를 숨긴 후였다.
“치사하게 너 혼자…!”
“미안. 난 초범이 아니라 어쩔 수 없었어….”
친구는 이미 부모님에게 찍혔던 전적이 있다. 테오라가 게스트로 나온다는 소식에 방청하러 갔다가 추하게 오열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 바람에 카메라에 오래 잡혔다. 마침 친척 모임이 있던 날 그 프로그램이 나오는 채널을 틀게 됐고….
그 이후의 잔혹한 이야기는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었다. 친구 집안이 아직도 한복을 차려입고 제사를 지내는 종갓집이라는 것만 알아도 대강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터였다.
박제된 그날의 영상이 아직도 인터넷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는 점이 더 가혹한 일이었다.
“물어보기엔 너무 늦은 것 같지만, 괜찮겠어? 또 걸리면 어떡해?”
“…다행인지 아닌지, 이미 반쯤 내놓은 자식이야.”
어릴 적에도 유별난 개구쟁이였던 탓에 집안에선 별종으로 찍힌 지 오래였다. 웬만한 일은 ‘원래 타고나길 망종으로 타고난 걸 어쩌겠느냐.’고 넘길 수 있었다.
저번처럼 친척 어르신이 있는 자리에서 딱 걸리는 참사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된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철저히 가렸으니 대비는 완벽했다.
텐트를 치고 숨을 돌린 후에야 사방에서 들리는 외국어를 알아챌 수 있었다. X라X라 들리는 외국어는 다양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에 아랍어까지 들려왔다.
“언어 대통합이다.”
“그러니까. 알아들을 수 있는 게 테오라랑 애들 이름 정도인데 왜 내 귀에 대충 번역돼서 들리는 거 같지?”
“너도? 나도 그래.”
인종과 국적, 나이, 성별 그런 것들은 테오라 앞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다. 모두가 공평하게 팬일 뿐.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보니 어스름한 밤이 되자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영어로 하는 대화에도 귀를 기울이게 됐다.
약간은 영어 듣기 평가를 하는 기분으로 더듬더듬 국적 다른 동지의 대화를 번역했다.
“7월 30일이 데뷔조 멤버 정해졌던 날이라는데?”
“아니 왜 한국인보다 더 잘 아는데? 나 쫌 자존심 상하는데?”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더니 파고드는 정도가 달랐다.
“나름 영어 좀 한다고 자부했는데 내가 들은 게 맞나? 뭐지? 저쪽에선 하눌이 국가기관이냐는데…?”
“엥? 어쩌다 그런 말이 나왔는데?”
“국가 차원에서 관광 활성화시키려고 여기에 기념관 만들었냐고 하는 중. 안 그러면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내륙 횡단을 하게 만들 리 없다네.”
“아하하! 팬들이 찾아가는 성지 순례 코스가 좀 전국으로 흩어져있긴 하지? 서울은 그렇다 쳐도 여수에 횡성이라니. 우리나라 사람들도 안 가본 사람이 수두룩할 텐데 말이지.”
“그러니까. 쟤들 말도 일리가 있어. 국가 차원에서 밀어주지 않고서야 테오라의 성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뜻 아니겠어?”
“인정! 테오라는 전무후무한 아이돌이 될 거야. 이 풍경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아이돌 이름을 건 기념관을 개관하는 것도 놀랄 일이었다. 거기에 거리에 상관없이 팬들을 낯선 도시에 발을 딛게 하고 자발적으로 노숙까지 하게 만들었다.
이런 저력을 가진 아이돌이 다시 나올 수나 있을까? 만에 하나 비슷한 아이돌이 나온다 해도 흉내만 낸 아류일 것이 뻔했다.
기념관 앞마당에 모인 팬들은 선잠에 빠졌다. 다른 아이돌이 아니라 최고의 아이돌인 테오라를 좋아한다는 것에 은근한 자부심을 품고서.
* * *
맨 앞자리에서 있던 사람은 일주일 전부터 기다렸다는 풍문이 돌았다.
한국인도 아닌 영국인이 창피함을 감수하고 모든 일정을 접어둔 채 일주일을 길바닥에서 보냈다면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최초의 용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팬들 사이에서는 네임드 팬으로 등극할 것이 뻔했다.
“후하후하, 이제 드디어 들어간다!”
명품 샵의 오픈런도 혼잡하기 그지없는데 그에 비하면 팬들은 꽤 질서정연하게 기념관에 입장했다.
일주일 전부터 예고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사고를 방치했다면 하눌 엔터는 두고두고 무능하다고 욕을 먹지 않았을까.
“테오라는 안 오네….”
“어쩔 수 없지. 여기에 지금 테오라 왔다가는, 알지?”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극성팬들이 전부 모인 자리. 테오라가 여기 온다면 평화로운 관람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했다.
광란의 추격전을 찍지나 않으면 다행일까. 안전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기념 행사 생략하려다가 온라인으로 해준 게 어디야.”
하마터면 의미 있는 날을 그냥 넘겨야 할 뻔했다. 온라인으로 개관식을 진행해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한편으론 현명한 선택이기도 했다. 고작 폰 화면으로 테오라 얼굴을 본 걸로 울컥 울음을 터뜨리거나 현기증을 일으키는 팬들이 있었던 걸 보면.
“두구두구! 입장!”
1시간짜리 한 타임에 200명의 인원 제한을 두고 기념관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조금만 늦게 줄을 섰으면 두 번째 타임에 보게 될 뻔했다.
앞으로는 예약제로 운영한다는데 콘서트 티켓 예매할 때처럼 서버가 다운될 미래가 훤히 보였다.
간단한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관람객들의 원활한 관람을 위해 라이브 방송이나 목소리가 들어가는 동영상 촬영은 금지. 한 번으로 만족하지 못한 사람이 많을 테니 n회차 관람이 성행하게 될 듯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입구에 서 있는 직원은 놀이공원 입장권 같은 띠를 손목에 걸어줬다.
“네! 그런데 혹시 굿즈 샵은 어디 있을까요?”
제발 굿즈 샵이 없다는 절망적인 소리만 하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출구 쪽으로 나가시는 길에 보일 겁니다. 굿즈 샵 방문 시간은 기념관 관람 시간에 포함되지 않으니 자유롭게 관람하시면 됩니다.”
기념관 관람객만 굿즈 샵을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굳이 팔찌 형식의 입장권을 만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팬이 아닌 사람이 들어가 굿즈를 대리 구매하거나 되팔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가벼운 장치 같았다. 거기다 굿즈 종류별로 구매 개수 제한도 있으면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법했다.
시간이 지나도 선착순 예약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우리 굿즈 보러 천천히 갈까…?”
굿즈라는 잿밥에 눈이 멀어 후다닥 훑어보고 다음에 제대로 보려던 계획은 잊은 지 오래였다. 진정한 테오라의 팬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리 없었다. 두 번, 세 번 다시 온다고 해도 똑같이 홀린 듯이 보게 될 거라고 그들은 확신했다.
“그래!”
어차피 다들 비슷한 상태라 조금만 서두르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마지막 특별관까지 보고 밖으로 나온 사람들의 얼굴에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눈물기가 잔뜩 묻어났다. 눈이 퉁퉁 부어서 나온 사람도 흔히 목격할 수 있었다.
“여긴 코티지들의 성지가 될 거야! 장담해!”
누군가가 한 명언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누구 솜씬지 몰라도 특별관에서 본 테오라의 기록 영상이 압권이었다. 테오라 팬이면 감정 이입해서 울게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꼭 다시 오자.”
그날이 언제 올지 기약은 없지만, 다시 오겠다는 의지만큼은 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