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37
미친, 미친!
한때 SEED의 팬이었던 대학생, 닉네임 씨앗호떡꿀떡은 최근 벌어진 SEED의 논란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였다. 이번에는 웬일인지 하눌 엔터의 태도가 강경했으나 SEED의 팬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었다. 지금 SEED가 하락세라는 것을.
5명으로 이루어진 남자 아이돌 그룹 SEED는 데뷔 타이틀곡을 들고 왔을 때부터 상당히 기세가 좋았다.
배우와 솔로 가수만 있는 기획사에서 처음으로 야심 차게 내놓은 아이돌 그룹. 아이돌 기획사로는 처음 발을 들이는 것이었지만 기획사의 나름 탄탄한 인지도 덕에 기대도 많이 받았다. 하눌 엔터도 중형 정도는 되는 기획사여서 투자를 공격적으로 했었다.
이대로라면 1군이 될 재목이라고 주변에서 기대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메인보컬인 멤버가 멋대로 해외로 나가 둘기가 되면서 SEED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송으로 회사가 시끄러웠고 남은 4명으로 바로 메인보컬의 자리를 채울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팬들은 믿었다. 남은 4명이라도 조금만 실력을 기른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댄스나 랩 쪽으로는 탁월했기 때문에 보컬만 더 다듬어진다면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시련이 닥쳤다. 멤버 중 하나가 연이은 스캔들을 터뜨리며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눌 엔터는 그 스캔들을 어영부영 수습했고 SEED는 큰 타격을 입었다.
팬들은 서서히 눈치챘다. SEED의 멤버들의 사이가 그렇게 돈독하지 못하다는 것을. 씨앗호떡꿀떡도 그것을 눈치채면서 서서히 애정이 식었고 자연스럽게 탈덕하게 되었다.
SEED 씨드가 씨앗으로 q으로, 결국은 욕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볼 때마다 얼마나 속이 쓰렸는지.
그래도 여전히 SEED 멤버 중 하나인 단우는 애틋했다. 그래서 이번에 학폭 논란이 생겼을 때 SNS를 드나들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눌 엔터가 재빨리 반박하며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견해를 내놓았을 땐 환호했을 정도였다.
“그랬어야지! 다 고소해버려! 저것들 잘 나가니까 배 아파서 저러는 거 아냐!”
속이 다 시원했다.
그리고 SNS를 돌아다니다 하눌 엔터가 새로운 남자 아이돌을 런칭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나씩 드러나는 멤버들의 사진을 정독하듯 훑었다.
“아니 이런 얼굴이 있었단 말이야? 하눌에? 그랬으면 진작 내놨어야지. 아직 애기라서 그랬나?”
데뷔일이 내년이면 씨드가 데뷔하고서 꽤 지난 시점이니 새로운 남돌이 나올 만한 때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첫 아이돌도 성공적이었지 않나. 두 번째로 내놓은 여돌은 확실히 떴고. 투자해서 성공했으면 그 길로 꾸준히 시도해볼 만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성공이 아닐까. 사진만 보고도 그런 예감이 들었다. 물론 사진에는 보정이 들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애들이 미모가 굉장했다. 확연하게 개성이 드러나는데 한 팀으로 어울리는 외모였다. 사진만 보고 판단해야 했지만 다들 키도 훤칠한 듯했다.
SEED를 떠올려보면 본업을 잘할 확률이 높았다. 첫 아이돌이었기에 더 신경 쓴 부분도 있었겠지만, SEED에서 나온 아이돌은 전부 각자 자기의 역할을 확실히 해줬다.
‘그 둘기가 외국으로 내빼서 그렇지….’
게다가 SEED가 이번엔 인성을 더 까다롭게 따질 거란 찌라시도 돌았다. 찌라시였어도 그간의 하눌 엔터의 모습을 봤을 때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소문.
그렇다면 비주얼 되고, 실력 되고, 인성까지 갖춘 아이돌이 나오는 셈이었다. 테오라를 좋아하면 행복한 덕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었다.
“한동안 쉬었던 덕질을 다시 시작해야 할 시기가 온 건가.”
씨앗호떡꿀떡은 그래도 기다리기로 했다. 막상 앨범이 나오면 별로일 수도 있지 않은가. 기본적으로 노래가 좋고 무대를 잘해야 팬을 만들 수 있었다. 얼굴만으로도 충분히 물고빨고뜯고씹고 할 수 있다지만, 개인적으론 겉모습만 가지고 누군가를 오랫동안 좋아하기 힘들었다. 본업을 잘할수록 더 깊이 빠지는 편이었다.
그렇게 간을 보기를 한참. 테오라 공식 SNS, 뉴튜브, 그리고 각종 음원 사이트에 테오라의 데뷔 앨범 티저가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왔다.
홀린 듯이 티저를 눌렀다.
검은 화면에 하얀 테오라의 로고가 뜨고 어두운 화면이 서서히 밝아졌다. 화면이 살짝 영화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둥둥 울리는 소리가 심장 소리처럼 느껴졌다.
황폐한 미래 도시 같은 배경을 뒤로 두고 멤버들이 눈이 부신 듯 한 명씩 팔을 뻗어 하늘을 가렸다. 하늘은 살짝 회색이 섞인 파란 색이었다. 청량한 시작과 함께 노래가 시작됐다.
눈을 떠 마주한 세상은 너무나 신기해
“음색 봐…. 돌았네.”
부지불식간에 입에서 나온 소리를 듣고 입을 다물었다. 노래에 집중해야 했다.
그러나 무섭고 그럼에도 설레어
찾아줄래 너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하나하나 호소하고 있었다. 우리가 여기 있다고, 우리를 찾아달라고.
눈을 감고 있던 소년들이 눈을 떠 화면 밖을 응시했다. 그 눈동자가 마주쳤을 때 씨앗호떡꿀떡은 심장이 멎고 말았다.
“난 이제 씨앗호떡꿀떡이 아니야.”
지금부터 테오라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나는 테오라와 한 몸 한뜻이 될 것이며, 테오라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웬일이냐고! 이렇게 잘생길 일이야? 소년미 뭐야. 미친! 스타일링은 또 왜 이렇게 취향 저격인데. 테오라 스타일리스트님 혼을 갈아 넣으셨나? 건강 괜찮으신가?”
티저는 짧았지만, 여운은 길었다.
‘휴학생21호’는 티저를 반복 재생하면서 얼굴을 핥듯이 훑었다.
아직 어린 애들이라 얼굴에는 소년미가 남아있었다. 컨셉 포토에서는 교복을 변형해 입은 듯 보였는데 티저 영상에선 SF 분위기가 나면서 옷이 가벼웠다.
가볍다는 건 몸의 실루엣이 드러난다는 뜻이었다. 실루엣이 비치는 파스텔 톤 의상을 입은 테오라가 적막한 도시의 곳곳을 탐험했다.
게다가 애들의 촉촉하고 뽀얀 피부도 그랬지만 전체적으로 물에 빠졌다가 나온 듯한 느낌이 드는 씬이 끼어있었다. 물에서 나오기라도 했는지 머리가 젖어있었다. 아무래도 전체 뮤직비디오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티저 영상용으로 앞뒤가 바뀐 것 같았다.
방황하고 있는 순수한 소년들. 티저의 주제를 짧게 말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 짧게 공개된 음악이라 제대로 평가하긴 어려웠다. 다만 아련하면서도 밝은 곡의 멜로디가 귓가를 맴돌며 속삭이는 듯했다. 화면과 분위기가 딱 맞아떨어져서 그 잠깐 동안에도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눈앞에 계속 아른거렸다.
속눈썹이 사르르 올라가고 은색 빛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슬로우 모션이 걸린 듯 느릿하게 눈을 깜빡인 다음 정면을 보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장면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함이원? 함이원이라고 했나?”
아주 요물이었다. 꼬시는 데 선수가 아닐 수 없었다.
진짜 화면을 뚫고 자신과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그 선명함이 계속 남아서 신경을 자극했다.
오늘부터 나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해지겠지.
휴학생21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나대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테오라 팬카페는 있나?”
손이 저절로 팬카페를 찾아 나서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검색해보니 누군가 벌써 팬카페를 만들어놨다.
역시나. 행동이 빠른 사람이 있을 줄 알았다. 휴학생21호는 아직은 한 줌인 팬들이 모인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개설일이…. 어떻게 알고 팬카페를 만든 거야?”
카페 매니저가 하눌 엔터에서 나올 아이돌을 매의 눈으로 관찰하고 있었나? 조회 수가 많은 글을 훑어보니 그게 진실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눌 엔터에서 데뷔조 선발을 위해 작은 공연을 했을 때의 사진과 동영상 자료가 초기 게시물로 올라와 있었기에.
글을 읽어보니 하눌 엔터가 이벤트성으로 데뷔조 선발 무대를 볼 수 있는 티켓을 뿌렸다고 했다. 그리고 그 티켓을 받고 무대를 보러 갔던 사람들은 누가 데뷔조로 뽑혀서 데뷔할지 예상했다고. 거의 완벽한 구성으로 데뷔 멤버를 맞춰서 놀라웠다.
“그만큼 무대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여줬단 뜻이려나.”
그 외에는 아직 자료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대신 공식 뉴튜브 채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떡밥에 그저 신이 나서 뉴튜브로 들어갔다.
초라한 영상 개수. 그렇지만 이제 곧 떡밥이 쏟아지겠지. 희망 회로를 돌리면서 여대생은 영상을 재생시켰다. 앨범 발매 전이기 때문인지 BGM이 광고 음악 같았다.
“쌩얼 아니야? 그런데 이렇게 잘생겼다고? 미쳤나?”
함이원 외에 다른 멤버들도 잘생기고 피부까지 좋아서 앳된 나이가 두드러졌다. 아직 어린데도 얼굴에 균형이 딱 잡혀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앨범 녹음을 하는 과정을 찍은 영상 같았는데 생각보다 테오라 멤버들의 사이가 돈독해 보였다.
뭔가 의도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달까? 서로 놀리고 웃고 장난치는 장면은 흐뭇하게 봤고,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는 감탄했다.
“이건 꾸며낸 모습이 아니야. 퍼먹어도 되겠어.”
‘테오라 예비팬 21호’는 안심하며 하눌 엔터를 칭찬했다. SEED에서 비주얼 멤버인 단우가 최애였던 그녀는 생각했다. 이런 멤버들을 모아서 데뷔시킬 생각을 하다니, 안목이 어디 가지는 않은 모양이라고.
최근에 올라온 영상은 데뷔 평가 무대의 정식 영상이었다. 마구 흔들리는 저화질 영상으로 보다가 각도까지 완벽한 고화질로 보니 확실히 달랐다.
“애들 다 잘하네. 멤버 잘 뽑았어.”
특히 함이원의 무대는 말이 필요 없었다. 아니, 문장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
“미친. 미친…. 미친!”
나이도 어리면서 어디서 이렇게 요망한 꼬맹이가 나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여대생은 다시 테오라를 언급하는 글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리고 뮤직비디오에 관련된 기사를 확인했다.
“뭐야?!”
무의식적으로 비명을 질러버린 여대생은 천천히 기사를 읽었다.
“테오라 뮤직비디오를 주영원 감독이 찍었다고? 어쩐지! 와 하눌 영업력 무슨 일?”
천만 감독인 주영원의 이름값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주영원 감독의 팬이라면 이런 기사를 보고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왜 뜬금없이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찍었는지 궁금할 테니까.
이런 선택을 하다니. 티저에서 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이유를 뒤늦게 찾아냈다. 영화감독이 찍었으니 그럴 수밖에. 뮤비의 스케일 자체도 컸지만, 감독의 연출력이 그만한 영향을 끼친 것.
아무리 고민해도 테오라는 망할 일이 없는 주식이었다.
“앨범 발매 언제더라.”
타이틀곡이 공개되고 뮤직비디오가 나올 날이 기다려졌다. 쇼케이스도 연다니 어떻게서든 참여 방법을 찾아봐야 했다. 하눌 엔터 소속이니까 음악방송도 금방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데뷔 팬의 위엄을 보여줄게. 이원아.”
‘테오라 팬 21호’는 구석에 받아뒀던 고가의 카메라를 주섬주섬 꺼냈다. 씨드를 보내고 다시는 덕질을 하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그 다짐은 이리도 쉽게 무너질 것이었다.
아니다. 쉽게 무너진 게 아니라 상대가 너무 강력했던 탓이다.
입덕은 찾아가는 게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었다. 거부하려고 해도 문득문득 떠올라서 결국 뇌의 한구석에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합리화를 하며 테오라 팬 21호는 카메라를 정비했다.
그리고 테오라의 데뷔가 가까워지던 어느 날, 테오라 공식 홈에 공지가 떴다. 날짜와 함께 KBC 오후 7시 26분이라는 아주 간단한 공지였다.
호기심이 시키는 대로 공지한 시간에 맞춰 TV를 틀었다.
“저녁 드라마 할 시간 아니야? 드라마 카메오로 나오나?”
하눌 엔터 소속 배우가 저녁 드라마에 출연 중이었기 때문에 그럴듯한 가정이었다. 시간이 조금 이상했지만, 미리 드라마를 볼 준비를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KBC로 채널을 돌리고 예고했던 시간이 되자 여대생의 동공이 커졌다.
TEORRA 로고와 함께 광고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