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75
충격적인 투표 결과
‘초가삼간’ vs ‘옆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두 단어가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나? 정답이 정해진 문제 아닌가?
마치 희대의 선택을 앞두고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테오라 멤버들이 기대감 담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쯤 되니 나를 놀리겠다는 멤버들과 팬들의 속내가 고스란히 보였다. 내 반응이 특이한가?
“당연히 어감이 더 부드러운 ‘옆에’를 선택하겠습니다.”
운전석도 별로지만 둘 중에는 그나마 나았다.
– 히죽히죽히죽
– 어감이 더 부드러워쪄요? 그래쪄요?
– 이원아 그래서 옆자리 선택한 거 아니자나ㅋㅋㅋㅋ
– 놀리는 재미가 있네ㅎㅎ
– 다들 이원이 놀리지 마세요. 저만 놀릴 거니까!ㅋㅋㅋㅋㅋㅋ
채팅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어 외면하고 말았다. 어쩐지 채팅이 파바박하고 올라가는 듯한데, 착각이길 바라며 눈동자를 굴렸다.
“앞으로 옆에 여러분, 이렇게 불러야 하는 거예요? 팬덤 이름으로는 이것도 애매하게 느껴지는데…. 후회하지 않겠어요?”
나중에 해외 팬들은 팬덤 이름을 어떻게 생각할까? 조금은 신경 쓰인다. 이제 갓 걸음마를 하는 갓난아기나 다름없는 우리가 하기엔 거창한 걱정이긴 하지만.
초록 형은 채팅창에 올라오는 팬덤 후보들을 유심히 살피더니 공지를 알렸다.
“저희가 후보를 추려서 SNS에 3일간 투표 기능 열어둘게요. 결과에 따라 테오라 팬 여러분의 이름이 결정되는 중요한 투표니까 신중하게 소중한 한 표 행사해주세요.”
말로는 신중한 투표를 부탁하는 초록 형의 입가에 의뭉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W 라이브를 시청하고 있는 팬분들은 대답 대신 웃음 표시로 채팅창을 가득 채웠다.
설마, 멤버들이랑 팬분들이 나 놀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투표를 뒤집어버리진 않겠지?
“오늘 W 라이브는 여기서 마칠게요. 처음이라 적응해보는 차원에서 짧게 해보기로 했거든요. 여러분 생각날 때마다 올 테니까 알림 설정해 주세요~.”
초록 형은 잊지 않고 알림 설정을 안내했다.
“금방 또 올게요! 스케줄 안 되면 저 혼자라도 꼭 올 거예요!”
박하가 가지런한 이를 자랑하면서 씩 웃자 채팅창에 불이 났다.
“테오라를 자주 보고 싶다는 여러분을 위해서 깜짝 선물을 준비했어요! 기대되시죠?”
젖살이 덜 빠진 볼을 핑크빛 블러셔를 한 오란이 양쪽 눈을 자꾸 깜빡거렸다.
저거 혹시 실패한 윙크는 아니겠지…? 내가 홍오란이 제대로 윙크하는 모습을 봤는데? 저것까지 설정이라고?
감탄 반, 아연함 반이 섞인 내적 탄식을 뱉고 말았다.
오란의 철두철미함이 저런 쪽에도 적용되다니. 알고 싶지 않았는데….
“공식 계정에 공지 올릴 테니까 궁금해도 일주일만 꾹 참고 기다려주세요!”
“팬덤 이름이 결정되면 그때 잠깐이라도 W 라이브 켜보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안녕~!”
“이상 여기까지 테오라였습니다!”
멤버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면서 짧은 라이브 방송을 끝마쳤다.
* * *
매니저 형이 팬덤명 후보군을 추려줬는데 총 4개로 압축됐다.
1. 여페(옆에/Yeope)
2. 코티지(초가삼간/Cottage)
3. 파이어(Fire)
4. 오오라(OORRA)
코티지? 영어 발음으로 적어놓고 나니 그럴듯해 보이는 착시효과가 일어났다. 초가삼간을 코티지로 바꿔놓다니?
초가삼간이 세 칸짜리 아담한 집이라는 뜻이니까 작은 집이라는 코티지라는 번역이 틀리진 않지만 왜 단어가 쓸데없이 고급스럽지?
3일간의 기다림 끝에 투표 결과를 확인했을 때, 나를 제외한 테오라 멤버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아슬아슬했잖아!”
“까딱했다간 뒤집힐 뻔했는데?”
왜 이걸 보고도 좋아해? 떨떠름하게 결과를 재차 확인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1. 여페(옆에/Yeope) – 33.9%
2. 코티지(초가삼간/Cottage) – 39.2%
3. 파이어(Fire) – 6.9%
4. 오오라(OORRA) – 20%
“…이게 말이 돼? 이게 1등이라고? 정말로?”
답이 정해진 형식적인 투표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40퍼센트에 달하는 팬분들이 합심해서 초가삼간이라는 뜻을 가진 코티지를 팬덤명으로 만들어버리다니. 그 단합력이 믿기지 않는다.
“코티지, 코티지…. 부르다 보니 귀여운 것도 같고?”
초록 형은 팬덤명이 벌써 입에 붙었나 보다.
“팬덤에 따라서 성향이 다르다던데! 우리 팬분들은 짓궂은 분들이 모이셨나 봐! 아니, 이제 정식으로 ‘코티지’라고 불러드려야겠다!”
박하는 의외로 싱글벙글 웃으면서 코티지 치즈를 이길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거짓말이지?”
설마, 내게 당황을 안겨주겠다는 목표 하나를 위해서 쪽팔림마저도 감수하겠다는 걸까?
앞으로 시상식에 가게 되면 ‘우리 사랑하는 초가삼간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라고 해야만 하는 건가?
그건 싫어서 코티지를 앞으로 적어둔 것 같은데…? 이건 합리적인 의심이다.
“…무를 수는 없지? 초록 형.”
“하하, 당연하지. 우리 팬덤의 이름은 코티지가 됐어. 우리가 알다시피 초가삼간의 다른 표현이지.”
초록 형 말에 따르면 팬덤명 투표하는 동안 폭풍우가 몰아쳤단다. 그래서 선택지가 저렇게 바뀌었나?
“결과 확정되면 W 라이브 켜기로 했으니까 충격이 가시기 전에 슬슬 방송 켜볼까?”
“응!”
“물어볼 필요도 없지.”
“Of course.”
매니저 형은 초록 형이 제안하기 무섭게 바로 촬영 장비를 세팅했다. 순식간에 준비를 얼떨떨하게 카메라 앞에 앉고 나서야, 의문이 생겼다.
“…왜 충격이 가시기 전에 방송하는데?”
“왜냐니. 우리 코티지에게 생생한 이원이 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지.”
“……?”
그러니까 결국 다들 나한테 장난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는 소리. 멤버들이나 팬들이나 전부 한통속이구나!
“안녕하세요! 테오라의 리더를 맡은 초록.”
“테오라의 자존심 그 자체, 박하.”
“Swag을 담당하는 제톤.”
“맏이처럼 안 보이지만 맏이인 서 혼.”
“애교랑 귀여움을 맡고 있는 오란!”
“…그냥 함이원입니다.”
채팅창으로 우리의 외모와 노래, 무대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팬들에겐 인사 대신이 아닌가 싶다.
“코티지 여러분! 테오라의 두 번째 라이브 시간입니다. 다들 투표 결과는 확인하셨나요?”
– 네!ㅋㅋㅋㅋㅋㅋㅋㅋ
– 봤어요! 초가삼간!
– 저도 투표 참여했어요ㅎㅎ
– 이원이 표정 봐ㅋㅋㅋㅋㅋ놀랐나봐
– ㅋㅋㅋㅋㅋㅋ미치겠다
채팅창에는 키읔과 히읗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다. 한마음 한뜻이 된 테오라와 초가삼간을 보면서 미약한 배신감을 느꼈다.
“왜 1등이…. 다들 그 이름이 괜찮아요? 앞으로 몇 년이나, 길게는 몇십 년을 초가삼간으로 활동하겠다고요?”
– 네!!
– 열심히 활동할게요!
– 앞으로 몇십 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 볼게요 from 초가삼간
“팬들끼리 만나거나 저희 만날 때도 ‘저 초가삼간인데요.’하고 당당히 밝힐 수 있다는 거죠?”
– 네네네
– 당당하게 밝힐 수 있어요!
– …초가삼간이 되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시련이라면 견뎌야 하는 법!
“시련이라고 생각하면서 왜, 왜 여기다 투표를…. 저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었어요?”
– 네! 당연하죠ㅋㅋㅋㅋㅋ
– 미안해 이원아….. 너무 재밌어….
– 우리는 초가삼간이어도 괜찮아!!
물어보나 마나 한 질문이었나. 테오라 멤버들에게서는 무언의 긍정을, 팬분들에게서는 숨기지 못한 긍정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뒤늦게 팬이 되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초가삼간’이란 단어 자체에 나쁜 의미는 없긴 하지만….
– 괜찮아!!
– 의미 따위야 우리가 폼나게 만들어줄게 걱정하지 마 이원아♡
– 우리가 짓궂었지? 초가삼간은 우리끼리만 아는 애칭으로 하고 코티지를 정식 팬덤이름으로 가면 돼^^
–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 코티지로 할게!
이게 본심이었겠지…!
투표를 인제 와서 무효로 할 수는 없으니 영어로 그럴듯하게 ‘코티지’로 불러달라는 팬분들의 채팅을 보며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저 혼자라도 꼭 초가삼간이라고 불러드릴 거예요! 두고 봐요.”
– 귀여워어어어어어
– 삐져쪄요? 아 진짜 귀여워 죽겠다
– 저 얼굴로 저런 행동은 반칙 아님?
– 불러줘 제발~~~
– 돌아버리겠다………..
– 이게 천연이라고? 미?다,,,
– 어머님 아버님 제가 그랜절을 올려도 될까요? 아닛 왜 경찰이… 철컹철컹
이런 패턴이 매번 반복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덮쳐왔다.
우리가 W 라이브를 했던 영상이 팬분들 사이에서 필수로 시청해야 하는 영상이 되거나 하면 어쩌지? 그러면 전부 장난기와 단합력이 넘치는 이 분위기에 섞여들 게 뻔한데.
걱정스러움과 별개로 팬분들에게 친근감이 느껴졌다. 친구도 장난을 치면서 친해지는 법이니까 이런 것도 나쁘진 않겠지…?
“코티지 여러분, 테오라와 코티지를 태그로 달고 의미를 새로 만들어주세요. 우리 이원이가 실망하지 않게 해주실 거죠?”
– 네!
– 초록 오빠 말 잘 들을게요!
– 당장 끄적거려봐야겠다… 나 여우한테 홀린 듯….
어르고 달래는 솜씨는 초록 형에게 비할 사람이 없었다.
“짧게 투표 결과만 공지해드리려고 방송 켰는데 시간이 조금 남았네요! 코티지 여러분이 테오라 멤버들에게 궁금한 거 있으시면 대답해드릴게요!”
박하가 나서서 진행을 맡았다.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는데 그 시간을 팬분들을 위해서 쓰려는 듯했다.
– 숙소 생활은 어때?
– 방 배정 궁금해!
– 우리한테 준다는 선물이 뭐야?
– 테오라 호칭 알려줘! 오란이는 이원이 이름 그냥 부르고 박하는 오란이한테 형이라고 부르던데?
“호칭 제가 또 할 말 있죠! 제가 오란 형 처음 만났을 때 형 학년만 보고 당연히 한 살 위인 줄 알고 형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빠른 연생인 거 있죠? 그래도 오란 형이랑 저랑 생일 차이가 11달 정도 나서 형이라고 불러주기로 했어요!”
– 우리 기특한 막내 박하~
– 오란이가 막내 같은데 박하가 형이라고 부르다니…
– 다 큰 남자애가 어쩜 저렇게 하얗고 동글동글하지…
“다른 멤버들 있는 자리에서 이원 형이랑 오란 형이랑 처음 소개했는데, 오란 형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 뭐라고 했는데?
– …형아?
“몇 달 차이도 안 나니까 말 편하게 하자고 대놓고 말하더라고요! 내가 형이라고 부를 땐 아무 말도 안 해놓고!”
실제론 꽤 차이 나는데 그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이 얘기를 일부러 꺼내는 건 박하가 전에 말했듯 오란의 가면을 벗기기 위한 일환인 것 같다.
싸가지 없다고 오해받을 여지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가볍고 밝은 말투 덕분에 친한 사이에서나 나올 수 있는 투정처럼 들렸다.
– 오오!! 직구
– 저 귀여운 오란이 알고 보면 상남자st?
– 진짜?
“그래서 저도 가끔 화나면 홍오란이라고 불러요! 헤헤.”
“코티지 여러분 오해하시면 안 돼요! 이원이한테 한 부분은 사실이지만, 박하는 멋대로 형이라고 부르는 걸 그냥 놔뒀을 뿐이에요. 그때 저는 박하랑 한창 거리 두던 시기라서요….”
살짝 의기소침하게 말하는 오란은 용의주도하게 빠져나가 버렸다.
– 왜 거리를?
– 박하 정도면 사교성 되게 좋은 스타일인데?
“박하가 조금 부담스럽게 다가와서….”
오란의 가시를 무디게 만들기 위한 박하의 노력을 몰랐다면 나도 넘어갈 뻔했다.
– 아아 알 것 같다ㅋㅋㅋㅋ
– 박하 귀찮게 치대는 스타일이구나?
– ㅋㅋㅋㅋ둘이 완전 반대구나
“3년 동안 같이 연습생 생활하면서 이제는 완전히 친해졌어요! 박하 아니었음 저 적응 못 해서 그만뒀을지도 모르겠어요오.”
– 큰일했다 박하야!!
– 그때 그만뒀으면 못 볼 뻔
– 오란/박하 청량 라인임ㅋㅋ
“청량 라인이요? 저랑 박하가요?”
– 이름도 청량, 외모도 청량 그 자체!
– 어쩜 이름도 찰떡이지
– 운명임
“그 청량음료 이름이요? 하긴 박하도 청량한 허브죠. 와!”
손바닥을 가슴 앞에 맞대고 눈을 동그랗게 뜬 오란은….
더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팬들만 좋아하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