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76
카메오 출연
굉장히 쓸데없는 정보도 초가삼간…들은 기쁘게 주어 삼켰다. 맨날 이런 반응만 본다면 연예인병이 안 걸릴 수가 없겠다.
“다른 멤버들은 나이에 맞춰서 형이라고 부르고, 제톤은 전부 형 빼고 불러요! 왜 그런다고 했죠?”
박하가 주먹을 쥔 채 제톤의 입 앞에 댔다. 마이크 대신인 모양이다.
“이름 하나면 충분하니까. 나이는 우리 사이에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
“이래서 이름으로 부른대요! 저도 처음 알았어요!”
– shout out 제톤!
– 형! 완전 싸나이네!
– 심쿵…
– 할미가 좋아해도 될까…?
어수선해지는 분위기가 잠잠해지자 멤버들을 온화한 눈빛으로 보던 서혼 형이 입을 열었다.
“하하. 제가 한 가지 공지할 내용이 있어요. 저희 드라마 카메오 출연했거든요. 내일 저녁 8시 반 MBS에서 방송되니까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영화 카메오 말고도 드라마 카메오로도 출연했는데 그게 내일 방송된다는 소식이었다. 개봉이 오래 걸리는 영화와 비교해보면 일일드라마는 거의 찍자마자 바로 방송되는 수준이었다.
– 저녁 8시 30분 mbs?
– 유혹적인 아내의 비밀!
– 막장드라마 나온다구여?????
“카메오보다는 엑스트라라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눈 깜빡할 새에 잠깐 지나갈 수도 있으니까 저희 찾으시려면 집중해서 봐주셔야 해요.”
편집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병풍에 가깝지 않을까? 작가님이 호언장담하셨지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엑스트라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 인재 낭비임
– ㄷㄷ 혼이를 엑스트라로…?
– 작품활동 안 한 시간 빼도 무려 6년 경력의 배운데!
– 서 혼 : 아이돌 겸 데뷔 11년 차 배우
“아이돌 서혼은 신인이니까요. 그래도 배우 시절 알던 분이 계셔서 촬영 즐겁게 했어요.”
그 촉박한 시간 안에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찬사를 받았으면서도 서혼 형은 겸손하기만 했다. 저게 팬들 앞이라 포장한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축소된 거라면 믿을 수 있을까.
– 무슨 역할인데요?
– 테오라 다 나와요?
– 본방 꼭 볼게요! 알람알람!
“그냥 잠깐 지나가는 역할들이고, 멤버들 전부 나와요. 짧게 나오지만 그래도 작가님이 저희 애들 예쁘게 봐주셔서 인상적으로 나올 거예요.”
– 내일까지 어떻게 참아요ㅜㅜㅜㅜ
– 막드에서 웬만해선 인상적일 수가 없을 텐데?
– 완전 궁금!!
“최선을 다해서 찍었으니까 예쁘게 봐주세요.”
“드라마 시청한 후에 W 라이브 켜볼게요! 그때 같이 수다 떨면 진짜 재밌을 것 같아요!”
연기하는 자기 모습을 도마에 올릴 자신이 있는 박하가 대단하기만 했다.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어려운 임무인데.
“코티지 여러분도 신나시죠? 히히.”
갑자기 W 라이브 일정을 잡아버린 박하 때문에 매니저 형 눈치를 봤다.
우뚝 선 나무처럼 팔짱을 낀 채 우리를 지키고 있는 매니저 형. 고개를 내젓지는 않는 걸 보니 스케줄 상 문제는 없는 듯하다.
“테오라&코티지 드라마 감상회 많이많이 기대해주세요!”
“박하야, 기대감을 높이면 어떡해! 그러다가 우리 코티지들 실망하시면 어떡하라구!”
투닥대는 박하와 오란의 모습에 채팅창은 훈훈하다는 반응으로 빽빽해졌다. 친하니까 싸움도 한다는 해석이 대다수.
친함의 허들을 너무 낮게 두지 않나? 우려가 살짝 들지만, 멤버들을 예쁘게 봐준다니 사양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방송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 테오라는 언제나 코티지에게로 돌아갈 테니까.”
“오오! 초록 형! 일부러 우리 얘기할 동안 따로 생각했지? 코티지에게로 돌아간다니!”
“음, 너무 뻔했나?”
– 뻔해서 좋아요!!!!!
– 클래식은 영원하다!
– 클리셰가 중요한 게 아니야! 누가 했는지가 중요하지!
“그래도 거짓말은 아니에요. 코티지 덕분에 자신감 생겨서 더 솔직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초록 형에게서 지금보다 더 과감한 멘트를 자주 듣게 되겠는데?
“그래도 너무 어화둥둥 해주지 마요. 우리 버릇 나빠질지도 몰라요, 코티지.”
– 강하게 키워줄까?
– 누나는 준비됐어!
– 버릇 나빠진 초록… 오히려 좋아
– 이 정도로 우리를 쓰러뜨리려고 하다니. 어림도 없다!
드물게 싸한 느낌이 드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러 라이브 방송을 찾아서 본다는 것 자체가 관심이 있다는 증거.
전반적으로는 우리에게 호감을 가진 분들이라 응원을 듬뿍 받을 수 있었다.
“하하, 그럼 테오라 라이브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내일 돌아올게요. 코티지에게로!”
“돌아올게요!”
라이브 방송을 종료하자, 테오라 멤버들이 동시에 한숨을 뱉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이지만, 아직은 라이브 방송에 익숙하지 않아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자주 하다 보면 어느샌가 익숙해져서 친구처럼, 가족처럼 편안해질 수 있을까? 나는 팬들이 영원히 어렵고 미안하고 고마울 것 같은데.
“실수하진 않았죠?”
초록 형은 먼저 매니저 형에게 물었다. 직접 방송하는 테오라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매니저 형이라고 생각해서겠지.
“내가 보기엔 없었다. 그보다 조만간 올라갈 영상 촬영은 다들 끝났지?”
“네! 물론이죠!”
며칠 전부터 뉴튜브에 올라갈 자체 제작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머리를 모았지만 쓸만한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우리에게 크리에이티브팀 직원분들이 한 말이 있다.
첫 영상을 최고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지 말라고. 어깨에 힘을 잔뜩 주면 오히려 좋은 영상이 나오기 힘들다고.
충고를 받아들여서 테오라 멤버들은 ‘꾸미지 않은 우리의 일상’을 보여주되 새로운 장소에서 찍어보기로 했다.
“일단 오란 형 성격을 어떻게 표현할지 짚고 넘어가자.”
박하의 걱정은 일리가 있다. 가식 없는 리얼 컨셉을 잡아버리게 되면, 나중에 오란의 본 성격이 알려졌을 때 팬분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서서히 성격이 드러나는 게 거부감은 없을 텐데. 컨셉 회의부터 다시 할까?”
“그럴 필요 없어. 너나 박하가 요즘 성격을 살살 긁는 게, 내가 본래 성격대로 했으면 해서냐?”
누가 눈치 빠른 오란 아니랄까 봐, 박하랑 내가 몇 번이나 시도했다고 바로 들켜버렸다.
“그랬다! 왜!”
박하는 대놓고 뻔뻔하게 나가기로 한 모양이다. 나름대로 오란을 위해서 내놓은 대책이라 그 마음을 이해한다면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다. 그걸 아는 박하가 강하게 나갔다.
“귀여운 척은 나쁘지 않아! 우리에게나 팬들에게는 하나의 즐거움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어! 하지만 팬들을 속이지 않았으면 해. 홍오란 네가 거리낌 없이 활동하길 원해! 그게 나빠?”
아예 솔직하게 나가버리자 오란은 바로 대답을 꺼내지 못하고 말문이 막혔다.
대중이 선호하는 귀여운 캐릭터를 구상해서 그 캐릭터로 살아간다는 계획을 현실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 쓰느라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반동을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오란. 이번에 찍는 자체 제작 영상은 우리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첫 번째 영상이면서, 리얼리티 예능에 가까워. 그렇지?”
포맷이 리얼리티 ‘예능’이라라면 시청자들이 실제 생활에 가까우면서도 재미를 위한 각색이 들어간다고 이해할 것이다.
“그래서?”
“컨셉을 잡은 척해보자는 거야. 웃음을 위해서 일부러 까칠한 오란을 연기한다는 식으로.”
“그렇게 해서 얻는 이득이 뭔데?”
“자체 예능을 본 분들은 ‘까칠한 오란’에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어. 언젠가 본 성격이 밝혀지더라도 힌트를 받았다고 위안 삼을 수 있잖아.”
“흠…. 다들 함이원 의견 어떻게 생각해? 다른 분들은 어떠세요?”
멤버들 사이에 끼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묵묵히 지켜보던 매니저 형이 크리에이티브팀 직원분들 사이에 섰다.
묵직한 존재감에 매니저 형 앞쪽에 앉은 직원분들이 움찔거렸다.
“너희 의견이 더 중요하지만, 난 일단 찬성이다. 이원이 의견에 따르면 리스크를 줄일 수는 있어 보이니까.”
“반복적으로 노출시켜서 ‘연기’가 아니라 ‘컨셉’이었다고 가볍게 받아들이게 한다는 작전, 솔직히 획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팬들이 생각하는 본 성격이 컨셉인 셈이지만, 그 정도 오산은 수용할 만한 수준 아닐까요?”
누구도 지금 당장 미래의 상황까지 정확하게 내다볼 수는 없다. 그저 경험적으로 사람들의 심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뿐.
동그란 테이블에 모여 앉은 테오라 멤버들이 하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주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나라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타인이 어떤 방식으로 살든 무관심한 지온은 나머지 사람들의 심각함에 공감하지 못했다.
잠깐 놀라고 바로 평온해지거나 금방 현실을 인정하는 지온 같은 사람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심되기도 한다.
그런 말도 있지 않던가.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다는.
“우리 팬이 아닌 일반 대중들은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지온 같은 반응이겠지. 문제는 우리와 정서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이야. 그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 팬들일 테고. 그런 의미에서 이원이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좋겠어. 나는.”
초록 형은 팬들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견해였다.
“이원이 말대로 해보자. 시도해본다고 해서 손해 보는 건 없으니까.”
“나도 서혼 형이랑 같은 생각!”
실패하더라도 일단 시도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까칠한 오란’이라는 컨셉 자체도 재밌을걸? 오란이의 변화에 매번 기겁하는 이원이 반응 보면 알 수 있잖아?”
서혼 형이 이럴 줄 몰랐다. 그동안 내가 놀랄 때마다 안쓰럽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재밌어하고 있었단 말이야?
고개를 홱 돌리고 코에 주름을 만들자 서혼 형은 딴청을 피웠다. 내가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마음 약하기는.
“나도, 나도 동의! 그게 진짜 리얼리티지!”
영상 찍는 사람들이 느끼는 즐거움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는 영상팀 직원분들의 말을 믿고 싶다.
오란을 제외한 모든 관련자가 ‘까칠한 오란’ 컨셉에 찬성표를 던졌다.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고민해주시면 내가 거부할 수가 있나. 결과가 어떻든 도전이나 해보고 따지자. 결과에 따라서 그 후의 방향을 정하면 되겠지.”
오란은 마지못해서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의견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테오라가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리얼리티 예능을 촬영했다.
테오라 멤버들의 평소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라 촬영 자체는 얼렁뚱땅 빠르게 끝나버렸다. 이렇게 촬영이 쉬워도 될까 싶었다.
하지만 촬영하는 동안 영상팀 직원분들이 찐 웃음을 빵빵 터뜨렸기 때문에 걱정은 내려놓기로 했다.
테오라를 겉핥기로 알던 분들에게 저런 반응을 뽑아낼 수 있다면, 호감을 바닥에 깔고 있는 우리 초가삼간…들은 배꼽을 잡고 뒤로 넘어갈 게 분명했다.
“테오라의 선물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