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80
야! 타! 테오라! (2)
테오라의 자컨은 단순한 리얼 예능이 아니라 ‘역할극’이라는 예능적 요소를 가미한 듯했다.
“오해할 뻔했네.”
오란의 본 성격이 무섭다고 오해할 뻔했다. 아무리 봐도 온실 속에서 어려움 없이 애지중지 컸을 관상인데 저렇게 까칠하게 자랐을 리가.
외모만 보면, 남녀노소 전부 저절로 보호본능이 솟아야 정상이었다. 굳건한 믿음은 마음 한구석에 피어오르는 의심을 억눌렀다.
[…박하박하, 10분만.] [지온 형, 일부러 내 이름 두 번 부르지!]어쩐지 바보라는 뜻의 일본어 ‘바카’로 들리더라니. 그게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었나. 제톤이 웅얼거리며 뭐라고 대꾸했으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카메라를 잡은 박하는 10분을 기다려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망설이는지 제톤의 여기저기를 찍었다.
【제톤, Z-on(김지온)】
【생일 : 1월 6일 (만 18세)】
【특기 : 랩, 다국어】
【취미 : 요리】
【팩폭러】
화면은 펜션의 앞마당으로 전환됐다. 테오라 멤버 전원이 아침 조깅 준비를 마치고 모여 있었다.
카메라도 박하가 아닌 회사 스탭이 잡고 있는지 6명의 얼굴이 하나씩 클로즈업됐다.
마지막으로 박하의 광채 나는 얼굴이 잡히자 기다렸다는 듯이 옆으로 자막이 떴다.
【박하(박하준)】
【생일 : 12월 28일 (만 16세)】
【특기 : 얼굴! 사진 촬영】
【취미 : 춤추기, 장난치기】
【※한없이 높아지는 텐션 주의※】
특기가 얼굴이라는 점이 주목할만했다. 일반적인 미적 기준을 가진 사람이라면 박하의 잘생김을 부정할 수 없었다. 박하의 얼굴은 ‘잘생김의 정석’이었다.
함이원이 요정 같은 ‘잘생쁨’이라면, 박하는 보자마자 미남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외모.
높은 콧대와 시원스러운 눈매와 또렷한 눈썹, 각진 하관 탓에 이목구비가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이 선명했다.
[그럼 가볼까?]한없이 다정다감하게 서혼이 제안했다. 한번 조깅을 다녀온 사람답지 않게 힘든 기색 하나 없었다.
서혼이 선두로 나서서 멤버들을 줄줄이 매달고 달려 나갔다. 펜션 주변의 산책로는 인적 없이 조용한 시골이었다.
짹짹거리는 새소리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와 함께 서혼을 제외한 멤버들의 거친 숨소리가 마이크에 잡혔다.
[편안하게 보내라고 하더니, 아침부터 달리기를….] [오란아, 상쾌하지 않아?]서혼이 애써서 달래보려고 했으나 오란의 뚱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어째서 저 귀여운 얼굴에서 세상에 회의를 느끼는 회사원이 연상되는 걸까.
[어어. 아이! 상쾌하다!]상쾌하다면서 오란이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상큼한 표정을 지었다가 1초 만에 풀어버렸다. 씰룩거리는 콧잔등을 보면 본심은 아니었다.
‘이건 이것대로 귀여운데?’
역시 예쁘고 잘생기고 귀여운 얼굴은 사람의 수용 능력을 넓혀주는 모양이다.
한참을 달리던 테오라 멤버들의 숨이 거칠어지자 서혼은 잠깐 쉬었다 가자면서 발을 멈췄다.
서혼 혼자서만 숨소리가 흐트러지지도 가슴이 들썩거리지도 않았다. 왜 무한동력이라고 표현했는지 실감이 됐다.
[테오라의 오늘 일정을 말하겠다! 다들 똑똑히 들어두도록!]초록이 두 손을 등 뒤로 두고 열중쉬어 자세로 섰다. 역할극을 살짝 섞은 리얼리티가 확실했다. 리더라고 해도 이렇게 군기를 잡을 리가 있나.
[조깅 후, 샤워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그 후엔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점심을 먹은 후엔 간단한 게임을 해서 승자와 패자를 정할 것이다. 패자에겐 벌칙이 기다리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을 거다.] […결국, 밥 먹고 쉬다가 우리끼리 놀자는 거네?] [그렇다!]오란의 되물음에 뻔뻔한 태도로 긍정하는 초록 때문에 나머지 멤버들이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괜히 긴장했어! 좋아! 놀자구우!]멤버 중에 가장 어린 박하는 벌써 체력이 충전됐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다시 달릴 채비를 했다. 스트레칭을 하는 박하에게 관심이라는 먹이를 주지 않은 멤버들은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응해 주면 박하의 텐션이 한없이 높아지기라도 하는 듯.
박하는 처음 와보는 곳에서 혼자 앞서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서혼의 옆에 매달려서 출발을 재촉했다.
[그냥 둘이 먼저 가. 우리는 우리 페이스에 맞게 천천히 갈게.]초록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서혼은 박하에게 끌려서 저만치 멀어졌다. 그 와중에도 나머지 멤버들이 길을 잃을 게 걱정됐는지 크게 외쳤다.
[길 따라 쭉 오기만 하면 돼!]함이원은 손차양을 만들어 멀찌감치 달려가는 둘을 지켜봤다.
[우리는 걸어갈까?] [좋은 아이디어야. 풍경도 예뻐서 산책 코스로 최고네.] […근데, 지온 잠들었는데 어쩌지.]함이원의 지적에 화면과 초록, 오란의 시선이 지온에게로 돌아갔다.
10분 더 자겠다는 익숙한 멘트를 남발하던 지온은 한참을 달렸는데도 졸음기가 가시지 않았는지 조용하더니 잠깐 쉬는 새에 잠들어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잘 자면 좋지만, 그래도 길바닥에서 잠드는 건 좀 아니지 않나?]오란은 귀여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삐딱하게 서서 함이원의 다리에 기대 잠든 지온을 내려다봤다.
앙증맞은 토끼 인형에 사회에서 구를 대로 굴러본 회사원의 영혼이 들어가기라도 했나. 그 언밸런스함은 묘하게 눈을 잡아끄는 구석이 있었다.
‘자꾸 보니까 괜히 끌리는데…?’
껍데기 탓인지는 몰라도 거부감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제톤의 어깨를 초록이 가볍게 흔드니 바로 잠에서 깨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눈꺼풀이 감길락 말락 하고 있었다.
[난 약간 대단한 거 같아.] [뭐가?] [우리 스케줄 있으면 재깍재깍 정신 차리던데, 풀어질 때를 귀신같이 안단 말이지. 뭐라고 할 수도 없네.] [오란은 일할 때만 완벽하면 나머지 시간에는 참견 안 해요.]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본 함이원이 화면 밖의 팬들에게 말을 걸었다. 리얼 예능에 갑자기 인터뷰가 등장했다.
[…누구한테 말해?] […저기 벚나무한테?] […….]잠깐 정적이 흘렀다. 초록은 태연하게 정적을 수습하고 제톤의 팔을 끌고 조금씩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테오라와 같이 느긋하게 산책하는 느낌으로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즐겼다.
이 자컨이 방송된 후에 팬들이 반드시 저 펜션이 있는 지역을 찾아갈 터였다. 그냥 조용하게 힐링하러 가기에도 좋은 장소였다.
‘예약 전쟁이 얼마나 피 튀길지….’
장면은 테오라가 숙소로 돌아와 부엌에서 아침 준비를 하는 장면으로 전환됐다.
다들 머리를 대충 말렸는지 머리카락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팬들이 환장할 포인트를 관계자가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배운 분이 영상팀에 계신 건가?’
테오라 멤버 중에 그 관계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이제 갓 스무 살 언저리의 애기들이 거기까지 고려하기는 어려운 데다, 애들이 은밀한 욕망을 꿰뚫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다들 앞치마 착용. 이제부터는 주방의 maestro, 제톤의 명령에 따르도록.]어느새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제톤이 쉐프들이 쓰는 앞치마를 휘리릭 두르더니 전문가용 칼 케이스를 꺼냈다.
네모낳고 커다란 가방을 가져와 열었는데 각종 양념이 가지런히 담긴 채 놓여 있었다.
【특기 : 요리】
팬들이 잊을까 싶은지 다시 한번 자막이 떴다. 취미가 아니라 특기 란에 요리가 적힌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기대를 담아서 제톤의 행동을 관찰했다.
[각자 할 일을 나눠주겠다. 이원과 서혼은 재료 씻기랑 손질, 초록은 식탁 위에 물건 치우기, 오란은 수저랑 사 온 반찬 놓기, 그리고 박하는 식탁 닦기.]제톤이 초록의 말투를 이어가면서 각자에게 할 일을 배분했다.
테오라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지만, 제톤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건 처음 봤다.
코티지들은 제톤을 무게감 있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예술가 타입이라고,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이번이 예외인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나 편한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말문이 터지는 스타일일 수도 있겠다.’
[왜 나는 식탁 닦기야?] [부엌엔 되도록 가까이 오지 마. 박하.] [왜!] [손에 미끄럼틀 있잖아.] [……?!]생소한 표현이지만 바로 과거에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부엌에 들어오지 말라는 걸 보면 접시를 깨거나 그릇을 엎거나 하지 않았을까.
[미끄럼틀….] [아닌가? 집중력 부족인가?] [흑! 너무해!]입술 아래 호두 모양을 만든 다음, 칭얼거리며 달라붙는 박하를 지온이 한 손으로 밀어냈다.
[빨리. 배고프잖아.]꼬르륵?
지온이 말하는 타이밍에 맞춰 누군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본능적으로 소리의 주인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렸지만, 전부 시치미를 뗐다.
[그거 봐.]칼을 꺼낸 지온이 아침은 한식으로 하겠다면서 물을 끓이고 달걀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추를 숭덩숭덩 썰더니 다시 씻어서 볼에 넣고 양념을 계량 없이 대강 투척해서 맨손으로 쓱쓱 비볐다.
‘왜 요리하는 자세에서 우리 할머니 향기가 나? 외국에서 오래 살았다며…?’
토종 한국인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스킬로 배추겉절이가 순식간에 완성됐다.
제톤은 먹음직스러운 양념이 된 배추 한 조각을 함이원의 입 앞에 대기시켰다. 함이원은 익숙하다는 듯이 입을 벌려서 받아먹었다.
[단맛이 아주 살짝 부족해. 물엿 ?]‘제대로 들었나? 도대체 무슨 소리야? ?’
맥락으로 파악해보면 물엿을 추가하라는 뜻이겠지만, 난생처음 듣는 생소한 지시였다.
#? 단맛을 반음 올리기라도 하라는 건가 싶었다.
제톤은 함이원의 언어를 바로 이해하고 엿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양념통을 꺼내서 반 수저 정도 추가했다. 다른 멤버들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이원이가 청각도 예민하지만, 미각도 장난 아니게 예민해요. 그래서 맛보기는 전부 이원이 차지입니다.] [서혼 형, 누구랑 말해?] [혼잣말이야.]실실 웃으면서 질문을 하는 박하를 단호하게 물리쳤다. 서혼이 연출 전공이라고 하더니, 센스가 있었다. 시청자가 궁금해할 부분을 짚고 넘어가 주다니.
멤버 피셜로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나왔으니 함이원 개인 팬들이 또 얼마나 좋아할지.
입덕부정기에 함이원 개인 팬들이 자기 애가 음악 천재니 뭐니 시끄러울 때는 당연히 호들갑 떤다 싶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아직 신인이라 결과로서 증명해야겠지만, 지금까지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보컬과 타이틀곡을 작곡해내는 작곡 실력을 부정할 수 없으니까.
게다가 다른 부분도 천재스러웠다. 음악을 즐길 줄 알고, 음악에 깊이 매몰돼서 음악 용어가 튀어나오는 괴짜 같은 부분이.
[이원이 공인 맛집에 가면 실패한 적이 없어요. 워낙 까다롭게 선정해서요.]호박을 씻으며 서혼이 독백했다. 서혼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 자신의 이 발언이 일으킬 후폭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