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화(1/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
치유로써 사람을 구원하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현실이라고 믿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고, 꿈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했다.
―거창한 사명이 주어졌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내가 또 맨몸으로 대충 던져 놓고 ‘너 알아서 잘해 봐’라고 할 만큼 매정하지는 않거든. 환생 패키지 특전 그 첫 번째, 네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은 그대로 보존하게 해 주지. 물론 신체 단련은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지만 넌 개싸움이라면 워낙에 이골이 난 놈이니까 기억만 가지고 다시 태어난다면 엔간하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일은 없지 않을까?
광휘의 말이 길어질수록 그 웃음기 또한 점점 짙어져만 갔다.
―환생 패키지 그 두 번째, 네가 치유술을 익힐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준비할 예정이야. 뭐, 이건 내가 길게 설명할 일은 아니고 내려가서 눈떠 보면 네가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네가 새로이 태어날 가문의 이름은 너도 한 번쯤 들어봤을 테니까.
우우웅.
점점 더 선명해지고 가까워지는 진동음. 정말이지 나를 어딘가로 떨어뜨릴 문이 열리고 있기라도 한 걸까?
―하지만 기억해 두는 게 좋아. 이 모든 특전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야. 난 너에게 두 번째 기회라는 선금을 지급했고 넌 스스로가 그 선금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자임을 증명해야 해.
치유? 구원? 선금? 증명?
―지금 당장은 이해가 안 가지? 하하, 그럼 딱 하나만 기억해 둬. 머지않아 환란이 닥칠 거야. 그 환란 속에서 네가 어떤 식으로 스스로를 증명해 갈지를 기대하고 있을 테니 한번 잘해 보라고.
아니,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데?
―네가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 준다면 조금 더 일을 수월하게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안배’ 또한 넉넉하게 준비해 놓았거든. 자, 설명은 여기까지.
안간힘을 다해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지만 여전히 시야에 잡히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이걸로 끝. 이제 그만 가라. 이다음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
눈꺼풀을 찌르는 백광(白光)보다 더 날카로운 진동이 전신을 휘어 감았다.
‘어… 어?’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으리만치 강력한 흐름에 휩쓸려 어딘가로 쓸려 가는 게 전부였다.
―쩝, 비록 말은 못 했다만, ‘내가 부족한 탓에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가련한 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네가 스스로의 손에 피를 묻힌 점’은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지.
흐름에 쓸려 가는 와중, 광휘가 남긴 독백의 흔적이 고막 사이로 파고들어 왔다. 하지만 떨림으로 머무를 뿐, 의미가 되어 다가오지 못했고.
―이번 생에는 부디 쫌 행복해라. 임마. 스스로의 생애를 깎아 가며 피의 탑을 쌓아 온 너라면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
뜻을 알 수 없는 광휘의 독백을 뒤로 한 채 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 * *
“응애! 응애!”
“오! 드디어!”
무거운 침묵이 감돌던 분만실 복도.
오랜 기다림 끝에 터져 나온 아기의 울음소리에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바라봤고.
“축하드립니다. 가주님! 아주 건강한 도련님이에요!”
“오… 오오!”
잠시 후 산파의 손에 들려 나온 아기를 목격한 남자의 눈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주륵하고 흘러내렸다.
“내 아들, 내 아들….”
큼지막한 체구의 남자는 그 커다란 덩치가 무색해 보일 정도로 격한 떨림을 선보이며 아기에게 뺨을 비볐다.
“멜리사는? 멜리사의 몸 상태는 어떠한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마님 또한 아주 건강하시답니다. 지금 시녀들이 마님의 옷가지를 가다듬어 주고 있으니 곧 만나 뵈실 수 있을 겁니다.”
“고맙네. 자네들이 정말 수고가 많았어.”
잠시 후 산모가 안정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남자는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산모에게 향했다.
“여보, 정말, 정말 고생 많았소. 당신에게 정말 감사하기 그지없구려.”
“지금 한 말 잊으면 안 돼요? 앞으로 평생 나한테 감사하면서 나만 사랑해 주기, 약속해요.”
“하하, 그야 당연하지. 내가 언제는 안 그랬나?”
자신의 덥수룩한 수염을 잡아당기며 장난을 치는 아내의 모습에 안심을 한 남자는 그렁그렁한 눈물이 고인 눈으로 웃음을 터뜨렸고, 아내는 남편의 수염을 더 세게 잡아당기며 말했다.
“어휴, 그렇게 서 있지 말고 허리 좀 숙여 봐요. 나도 우리 예쁜 아가 얼굴 좀 보게. 갓 태어난 왕자님한테 당신의 험악한 얼굴만 보게 할 생각이에요?”
“아, 맞다! 미안, 미안. 내가 생각이 짧았지.”
남자는 재빨리 고개를 숙여 아내의 눈높이에 아기의 얼굴을 맞췄다.
“귀엽기도 하지. 어머! 요 까만 눈동자랑 머리카락은 당신을 꼭 닮았네요.”
“어디, 어디. 허허! 요 앙증맞은 입술이랑 오뚝한 코는 당신을 빼다 박았는걸.”
“거짓말! 어떻게 갓 태어난 아기 코가 오뚝할 수 있어요?”
“허허, 그런가. 그런데 어쩌지?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따스한 온기가 듬뿍 배어나는 환담을 나누며 아기의 뺨을 매만지던 여인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나! 여보, 우리 왕자님 좀 봐요. 눈을 크게 뜨고 사방을 살피고 있잖아요? 보통 아가들은 눈을 뜨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데 대견하기도 해라.”
“그러게? 허허! 요놈 벌써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있는 게 나중에 크거든 당신만치 똑똑해지겠는걸.”
“무슨 소리예요? 우리 왕자님이 울지도 않고 있는 걸 보면 꼭 당신처럼 씩씩한 대장부가 될 게 틀림없어요.”
까만 눈동자를 또록하니 굴리는 아기의 모습에 또 한 번 행복을 느끼는 부부.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잠깐, 뭐야! 내가 왜 이런 몰골을 하고 있는 거야!’
두 사람의 아기가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주변을 살피는 이유는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말이다.
‘정말, 정말로 내가 다시 태어난 건가? 그것도 100년 후에. 잠깐만 저 문양은 클라디우스?’
분만실 천장에 새겨져 있는, 여덟 장의 날개에 감싸인 황금 방패의 문양.
저 문양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아기의 눈동자가 한층 더 커다래졌다.
[환생 패키지 그 두 번째, 네가 치유술을 익힐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준비할 예정이야.]조금 전에 들은 바 있는 장담.
그리고 그 장담과 완벽하게 부합하는 자신의 현 상황.
너무나도 꿈같은 일이라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일.
하지만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대륙 제일의 의료 명가인 ‘클라디우스’의 후손으로 태어났다는 걸 말이다.
‘이게 말이 돼?’
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앙증맞은 입술은 원하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응애!”
유독 우렁찬 울음소리가 다시 한번 분만실 가득 울려 퍼질 뿐이었다. 그리고 아기의 울음소리 너머로 행복에 겨운 부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허! 이놈 울음소리 우렁찬 것 좀 봐! 얼굴은 예쁘장하게 생긴 놈이 목청은 아주 장군감인데!”
―흐음… 산도둑 같은 ‘티베리’의 아들치고는 그럭저럭 귀엽게 생겼네.
기쁨에 겨운 중년 남자, 그러니까 나의 아빠로 추측되는 사람이 토해 낸 웃음소리 뒤로 깊고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덧씌워졌다.
―새로이 태어난 클라디우스의 꼬맹아. 어찌 되었던 부디 행복하게 살아가렴. 뭐, 사는 게 그렇게 쉬운 건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나의 눈동자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 그러니까 아빠의 어깨 위로 향했고.
―뭐야? 이 꼬맹이. 설마 내가 보이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아빠의 어깨 위에서 타오르고 있는 ‘푸른 불꽃’은 예의 그 부드러운 목소리로 의문을 표했다.
“아브아….”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저 푸른 불꽃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건 내가 유일한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제멋대로 건방진 소리를 떠드는 불꽃을 향해 ‘네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쯤은 나도 알고 있거든’이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자그마한 나의 입에서는 갓 태어난 아이의 옹알이가 터져 나올 뿐.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없지. 나를 감지할 수 있었던 건 초대 가주였던 그 녀석뿐인데, 이제 갓 태어난 이 꼬맹이가 그 정도로 감응력이 좋을 리가 없지.
나의 항변을 그저 옹알이쯤으로 치부해 버린 불꽃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 버렸다.
“페이건, 아기의 이름은 페이건으로 하려고 해. 밤하늘을 지키며 길 잃은 사람들을 인도해 주시는 별자리에서 딴 이름이야. 당신 생각은 어때?”
“페이건, 정말 좋은 이름이네요. 나도 좋아요. 아가야, 어두운 밤에 사람들을 지켜 주는 별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 주렴.”
나의 아빠도, 엄마도 불꽃의 존재를 감지하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두 사람은 그 정도의 ‘사소한 인식 장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행복한 표정을 한 채 차례로 뺨을 비벼 왔다.
쪽.
솟아오르는 행복감을 이기지 못하고 여인, 아니 엄마는 나, 그러니까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뺨에 쪽 하니 입을 맞췄고.
“응애!”
나는 한층 더 커다란 울음소리로 ‘전직 암살의 신’이 클라디우스에 재림했음을 다시금 알렸다.
* * *
5년 뒤.
째깍째깍.
“…아침인가?”
언제나처럼 머리맡 자명종 시계의 태엽을 누르는 것으로 하루는 시작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상 시간을 맞춰 놓고는 하지만 시계의 도움을 받아 기상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딱히 태엽 시계의 정확성에 불만이 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태엽 따위보다는 몇백 배는 더 정확한 생체 시계를 보유한 내가 구태여 시곗바늘 따위에 의존할 이유는 없으니까.
달카닥.
“읏차!”
태엽을 감은 후에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창가의 문을 연다.
잠금장치가 열리자마자 쏟아져 들어오는 바닷바람.
파도의 향과 숲의 기운이 어우러진 상쾌한 바람.
장담컨대 이보다 더 효과가 좋은 수면 각성제를 나는 알지 못한다.
꿀꺽꿀꺽.
보냉 마법이 걸려 있는 잔에 담긴 약수를 시원하게 들이켠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물로 보이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냉수 한 컵에는 클라디우스가 이룩해 놓은 빼어난 의술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걸.
“으다다다!”
팔다리를 좌우로 뻗으며 준비운동을 시작하자 몸에 좋은 약수로 흠뻑 적셔진 내장기관이 일제히 깨어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기상 – 환기 – 냉수 한 컵 – 아침 운동’, 어머님과 유모들의 품을 벗어나 나 혼자만의 침실을 가지게 된 1년 전부터 나는 일련의 과정을 하루도 빠짐없이 수행해 왔다.
“흐읍!”
어른들이 보기에는 다소 위태로운 모양새로 휘어지는 팔다리.
만약 유모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에그머니나! 도련님! 위험해요!’라며 당장에도 나를 안아 들겠지.
내가 이 준비운동을 굳이 이른 아침으로 한 이유 또한 이곳에 있었다.
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서거나 한쪽 다리로 몸을 지탱한 채 허리를 뒤로 굽히는 이 동작들은 사정을 모르는 유모들의 눈에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유모! 걱정할 것 없어. 이런 준비운동은 벌써 수십 년째 해 온 거거든. 팔다리가 많이 짧아진 터라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쓰러지거나 하지는 않아.”
라고 말해 봤자 유모의 얼굴을 더욱더 새파랗게 질리게 만들 뿐이겠지.
어차피 이해를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사람의 시선이 없는 은밀한 시간에 조용히 해치우는 게 최선이었다.
“후우….”
다소 까다로운 각도로 팔다리를 움직인 탓에 약간의 땀이 묻어 나왔지만 고통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 그러니까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이 세상에 태어난 지 이제 막 다섯 해가 지난 어린아이였고, 어린아이의 육체는 더없이 유연하기 마련이었으니까.
나에게 암살의 기술을 가르쳐 줬던 스승님은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시고는 하였다.
[아깝구나. 넌 좋은 암살자가 될 모든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유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역시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는 말이지. 네가 몸이 굳어지기 전에 내 가르침을 받았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연한 신체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추후에 있을 수련도 훨씬 더 쉬웠을 텐데.]제아무리 열심히 단련한다 한들 어린아이가 가지고 있는 천부적인 유연함을 당해 낼 수는 없는 법.
이런 의미에서 생각을 해 보면 내가 육체를 단련할 수 있는 모든 기억을 가진 채 태어난 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라 할 수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하는 약간의 준비운동으로 이 페이건 클라디우스라는 육체를 ‘최선의 상태’로 만들어 나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꿀꺽꿀꺽.
수련을 마친 후에는 차가운 약수 한 컵으로 달아오른 몸을 식혀 준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향해 누운 채 가만히 눈을 감는다.
사각사각.
눈을 감으면 눈을 떴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는 한다.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의 결, 조금씩 높이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의 온기, 그리고 그 속에 스며들어 있는 은은한 마나의 흐름까지.
피식.
이렇게 팔자 좋게 누워 있을 때면 스승님과 보낸 시간이 머릿속에 떠오르고는 한다. 그래, 이를테면 스승님에게 고유의 마나 호흡법을 처음 전수받았을 때라든가.
[뭐, 너도 기사 나으리들이나 마법사님들이 배운다는 마나 수련법이니 뭐니 하는 걸 들어는 봤겠지? 어때? 네가 보기에는 내가 마나 수련법을 익힌 거 같으냐?] [익힌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하! 마나를 익히지 않았다면 비상식적인 움직임을 보여 주지는 못했을 테니까. 단순하지만 합리적인 추측이군. 그래, 잘 봤다. 네가 본 것처럼 나는 마나 능력자가 맞아. 하지만 나름 잘나가는 마법사나 기사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그들은 내가 마나 능력자가 아니라고 할 게다.] [왜냐고? 난 마나 능력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리’라는 걸 가지고 있지 않거든. ‘마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나 고리가 필요하다’라는 게 그치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내게서는 고리가 느껴지지 않으니 그들은 내가 마나 능력자가 아니라고 하겠지.]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친 후 스승님은 커다란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오두막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커다란 웃음소리.
생각해 보면 스승님은 전직 암살자라는 출신에 어울리지 않게 웃음이 무척이나 많으신 분이었다.
그리고 이내 그 웃음을 그친 후 스승님은 세상에서 가장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고리 따위는 필요치 않아. 필요한 마나는 너의 피와 근육에 새겨 넣는다. 그게 내가 너에게 가르쳐 줄 고유 호흡법의 요체(要諦)니라. 잘 기억해 두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