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04)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04)화(104/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04)
“어마나! 저런 곳에 나무가 있었네! 바위에 가려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쟤는 저걸 또 언제 본 거야?”
숨을 죽인 채 페이건을 지켜보던 카밀라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카밀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포코바가 몸을 부딪치던 바위 절벽에만 집중하고 있던 터라 그 절벽 위에 뭐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절벽 위 바윗덩이에 가려진 공간에서 저토록 특이한 생김새를 한 나무가 자라고 있었을 줄이야.
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페이건이 저 나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나무를 협상 재료로 하여 포코바와 교섭에 나섰다는 사실도 모두 놀라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엄마라니. 페이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어! 페이건이 들고 있는 저거는 마셀라 나무인데… 마셀라 나무는 뜨거운 성질을 품고 있는 나무잖아. 그리고 엄… 마, 아!”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페이건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던 제라르의 눈동자가 순간 커다래졌다.
“어쩌면 페이건은….”
첨벙첨벙.
“푸아아!”
달음박질을 쳐 호숫가로 다가간 제라르는 그대로 얼굴을 호수 표면으로 처박았다.
“제라르 너까지 왜 그래? 혹시 페이건이 제대로 설명도 안 해 주고 막 움직여서 화라도 난 거야? 그래서 분을 식히려고 이런 거지?”
“아니 그게 아니라, 차가워.”
“응?”
“수온이 평년에 비해 엄청 차갑다고. 그리고 저 포코바의 배랑 꼬리를 봐 봐. 평범한 모습이 아니야. 암컷 포코바가 저런 모습을 하는 건 특정 시기뿐이거든.”
“그러니까 그 시기가 뭐냐고? 그리고 갑자기 호수에 안면 다이빙은 왜 한 건데?”
“그… 있잖아, 나는 페이건이 주는 힌트를 보고 추측만 한 입장이라서 내가 설명하기는 좀 그렇고. 일단 페이건이 어떻게 하는지를 더 지켜보자. 그럼 더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거야.”
제라르의 갑작스러운 동작에 화들짝 놀란 카밀라가 수건을 건넸으나 제라르는 잔뜩 젖은 안경과 얼굴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감탄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난 지금까지 페이건이 아주아주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거야 너랑 나 모두 진작부터 동의하고 있던 거잖아?”
“그런데… 아닌 것 같아.”
“뀨뀨뀨.”
갑자기 터져 나온 포코바의 울음소리에 두 사람의 고개가 돌아갔다.
“뀨뀨.”
간절함이 줄줄 흐르는 울음소리.
죽어라 절벽 등정에만 몰두하던 지금까지의 모습과 달리 포코바는 페이건의 손에 들린 ‘나무’에 분명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었고 그 모습은 카밀라의 의문을 한층 더 깊게 만들었다.
“저 털북숭이 아이, 지금까지는 사람들을 본체만체하더니 갑자기 페이건한테 집중하고 있네. 저 나무, 마셀라 나무라고 그랬지? 저게 그리도 가지고 싶은 건가?”
“우와아.”
그야말로 완벽하게 페이건의 의도대로 진행되는 상황.
제라르로서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짜내며 정말이지 솔직한 소감을 털어놓았다.
“포코바의 모습과 행동만을 보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저렇게 빨리 정답을 찾아내다니. 페이건은 그냥 똑똑한 사람이 아니야. 천재임이 틀림없어.”
* * *
“아카이드, 절벽 아래로.”
―넵!
뿌리째로 뽑힌 마셀라 나무를 손에 쥔 채 절벽 아래로 내려선 후 포코바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뀨뀨.”
나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지만 마셀라 나무를 외면할 수 없었기에 포코바는 한껏 자세를 낮춘 채 앞발을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저 퉁퉁이 나무를 달라고 자꾸 소리 지르는데.
‘퉁퉁이?’
―네 앞에 있는 저 털북숭이 말이야. 퉁퉁하게 생겼잖아. 얼굴은 좀 홀쭉한 것 같지만 뱃살도 포동포동하고, 그러니까 저 오리처럼 생긴 아이는 퉁퉁이가 맞아.
‘지가 세상에서 제일 퉁퉁하게 생긴 주제에 누구한테 퉁퉁보라는 거야.’
―퉁퉁이라고 했지, 퉁퉁보라고는 안 했어!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주변을 살피는 걸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등 뒤로 쏟아지는 ‘나의 실패만을 학수고대하던’ 따가운 시선들을 아주 잘 느낄 수 있었다.
‘55분 정도 남았군. 아직 여유 있어.’
빠각.
티아매트를 검집에 집어넣은 채로 나무의 몸통을 후려치자 한쪽 면 껍질이 벗겨져 그대로 속살이 드러났다.
바다다닥.
한쪽 바닥에는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생 나뭇가지를, 반대쪽 바닥에는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나무를.
“뀨.”
“네 마음은 아주 잘 아는데 잠깐만 기다려. 재미있는 걸 보여 줄 테니까.”
간절한 눈망울의 포코바에게 한쪽 손을 들어 보인 후, 반대쪽 손을 품 안에 집어넣어 부싯돌을 꺼냈다.
타악.
경쾌한 소리를 내며 탄생한 불꽃은 두 개의 비교군에 순서대로 옮겨붙었고, 원래부터 강렬한 화기를 머금고 있던 마셀라 나무는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뀨뀨.”
양쪽을 번갈아 보던 포코바가 흥분한 목소리로 울어댔다.
열기와 습기, 양쪽 모두 민감한 녀석답게 똑같이 불을 붙이더라도 껍질을 벗기고 태우는 쪽이 훨씬 더 가연성이 좋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봤지? 껍질을 벗겨서 태워 주는 것까지 내가 다 할 거야. 그러니까 너는 데리고 나오기만 하면 돼.”
“뀨.”
“괜찮아. 이왕 용기를 낸 거, 한 발자국 더 내디딜 줄도 알아야지. 그래야 훌륭한 엄마가 될 수 있지 않겠어?”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난 진심을 담아 포코바를 설득했고.
“뀨!”
첨벙.
포코바는 그 길쭉한 부리를 크게 끄덕여 보인 후 잰걸음을 놀려 호수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정말 데리고 올까? 저 아이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일 텐데.
‘데리고 나올 겁니다. 저 녀석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절박한 심정으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으음, 하긴 그게 엄마의 마음이기는 하지.
라무테 님과 대화를 나누며 포코바가 모습을 감춘 수면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수군수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황 종료된 건가? 길을 막고 있던 모습을 감췄잖아.”
“아직 몰라! 우리가 지나가는 동안에 다시 솟아올라서 난동을 부리며 습격이라도 하면 어떻게 해!”
“그, 그래도 어쨌거나 포코바가 사라졌으니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문제를 해결한 건 맞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기 전까지는 인정 못 해.”
내 성패를 놓고 왈가왈부 말이 많은 바보들.
질시와 열등감으로 얼룩진 수준 낮은 논쟁에 가담할 마음은 없었지만, 상황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는 일부의 견해에 나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
투둑투둑.
나무의 껍질을 마저 벗기며 포코바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렸고,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되었을 무렵.
첨버엉.
“뀨뀨.”
“규규.”
엄마 포코바의 ‘이동로 점거’라는 사태를 유발한 진짜 주인공이 등장했다.
“어머, 포코바가 품에 뭔가를 안고 있어.”
“뭐지? 꺅! 저, 털이 복슬복슬한 것 좀 봐! 너무 귀엽다!”
포말을 일으키며 등장한 주인공의 깜찍한 모습에 몇몇 풍부한 감수성의 여학생들은 감탄을 내질렀다.
“뀨뀩.”
정말이지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내 앞에 걸어온 엄마 포코바는 ‘선생님, 잘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표정을 한 채 조심스럽게 품을 열었고.
“규규.”
엄마를 쏙 빼닮은 부리에 복슬복슬한 털과 동글동글한 모양의 아기 포코바가 고통에 겨운 신음을 내뱉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 * *
“새끼? 허허! 일이 재미있어지는군.”
아무 말 없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맥데브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페이건이 이상한 나무로 마수를 유도하는 것도 놀라웠는데 이제는 새끼 포코바까지 나타나다니.
“난 마수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대형 마수는 유독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 새끼를 꼭꼭 숨겨두는 습성이 있다고 들었는데. 포코바 정도 되는 대형 마수가 자기 손으로 새끼를 데리고 나오다니. 참 놀라운 일일세 그려.”
“그러게 말입니다, 교수님. 저도 페이건 학생이 마수를 다루는데 상당히 능하다는 소문을 들은 바 있다만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그렇게 맥데브가 한창 더 재미있어지는 상황에 집중하기 위해 눈을 부릅뜬 그때.
히이이잉.
“워워워.”
한 무리의 군마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교수님, 아소토 왕국 외무부에서 파견한 인원이 도착하였습니다.”
“누가 왔던가?”
“왕국의 외무부를 총괄하고 계시는 루드비히 공작이 직접 찾아왔다 합니다.”
“루드비히 공작 그자가 직접? …모시게.”
방문자의 정체를 들은 순간 안 그래도 진중하던 맥데브의 표정이 한층 더 진중해졌다.
‘루드비히 안피노, 아소토 왕국의 핵심 인사라 손꼽히는 그 자가 여기까지 직접?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루드비히 안피노.
아소토 왕국의 현 외무부 총책임자로서 왕국 내 공식 서열은 6위에 불과하지만, 공식 서열을 훌쩍 상회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초고위 귀족.
아소토 왕국은 지리적 이점을 이용한, 다면 외교로 현재의 성세(盛世)를 이룬 국가였고 그 융성한 흐름을 주도한 것은 루드비히 공작이 이끄는 외무부였다.
이러한 공적 덕분에 사실상 아소토 왕국의 2인자가 루드비히 공작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나돌고 있었다.
맥데브 역시 상당한 명성을 가진 인사였지만 루드비히는 맥데브에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공작을 맞이하는 교수와 교관들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소토 왕국의 외무부를 맡고 있는 루드비히 안피노라고 합니다. 아슬란드 교수님을 비롯한 폴리다고스 교원분들의 명성은 익히 들은 바 있습니다. 귀하신 분들께서 우리 왕국을 방문해 주시고 부족한 이 사람이 귀빈들을 맞이하게 되어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허허, 공작께서는 겸손이 너무 과하시군요. 외려 각하 같은 분께서 아직 배움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을 이토록 반갑게 맞이해 주시니 우리야말로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잠시 후 루드비히 공작이 맥데브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아소토 왕국에서 파견된 인원들과 폴리다고스의 교수진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루드비히 공작이 젊은 나이에 상당한 성취를 이룬 바 있다는 소문을 여러 차례 들었다만 이 정도의 기세가 느껴지는 인물일 줄이야. 이토록 유능한 인재가 국정에 참여하고 있으니 아소토 왕국 입장에서는 크나큰 홍복(洪福)을 얻은 셈이로군.’
루드비히를 비롯한 아소토 왕국의 인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내내 맥데브는 계속해서 감탄을 해야만 했다.
루드비히는 이제 갓 마흔을 넘긴 젊은 정치가였지만,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경륜이 느껴지는 인물이었고 그를 따라 파견된 인원들 역시 하나같이 유능해 보였던 것이다.
“교수님들과 환담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일단 그쪽을 우선해야 할 듯싶군요. 감히 우리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길을 가로막다니, 어떤 무엄한 놈이 그런 발칙한 짓을 했답니까? 안내해 주십시오. 저희가 아주 혼을 내 주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유독 하얀 피부와, 멋들어진 눈동자가 인상적인 공작은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루드비히는 매끈한 외모와 달리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처럼 보였고, 그가 문제 해결을 천명하자 아소토 왕국의 기사들 역시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허허. 공작, 그게 말입니다….”
한 시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맥데브는 루드비히를 만류했고, 발생한 정황을 전해 들은 공작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학생이… 그것도 1학년이 포코바를 유도하고 있다구요? 그게 정말입니까?”
“믿기 어렵겠지만 분명한 사실입니다.”
“교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그 페이건이라는 학생을 만나 보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그러시겠습니까? 그럼 저를 따라오시지요.”
페이건이 제법 이름값을 날렸다 한들 그건 어디까지나 폴리다고스 내부에서의 명성.
외부인인 루드비히로서는 맥데브의 말을 쉽사리 믿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두 사람은 인파를 헤치며 행렬의 최선두로 나아갔고.
“괜찮아, 금방 나아질 거야. 그러니 조금만 참아.”
“규규.”
마침내 도달한 선두에서 정말이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 루드비히는 입을 떡하니 벌리고 말았다.
“하! 교수님의 말씀이 정말이셨군요. 포코바가 저토록 얌전히 인간에게 자신의 새끼를 맡기다니. 포코바가 비교적 온화한 성품의 마수이기는 해도 새끼 문제에 관해서라면 예민하게 굴 수밖에 없거늘… 하하. 정말 놀라운 학생이군요.”
“규규.”
페이건은 껍질을 벗긴 마셀라 나무를 태운 가루를 아기 포코바의 입에 조심스레 넣어 주었고 아직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마수는 한결 좋아진 얼굴로 가루를 잘 받아먹었다.
“뀨뀨.”
육지에 막 올라왔을 때만 해도 창백한 표정을 한 채 오들오들 떨고만 있던 아기 포코바는 페이건의 적절한 조치 덕분에 급속도로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어미 포코바는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한 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됐어. 이제 돌아가도 괜찮아. 다음부터는 수온을 잘 살피도록 해. 넌 이렇게 멋진 털코트를 가지고 있지만 네 아기는 아직 그렇지 못하잖아.”
아기 포코바의 맥을 짚어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걸 확인한 페이건은 어미의 가슴을 툭 하니 치며 치료가 종료되었음을 알렸고.
“뀨뀨.”
어미는 여전히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한 채 넓적한 부리를 연신 페이건의 몸통에 비벼 댔다.
“그만 가 봐. 여기 오래 있어 봤자 너희들에게 좋을 게 없어.”
“뀨뀨.”
“규규.”
첨벙.
푹신푹신한 털로 뒤덮인 몸을 한껏 뻗어 은인을 껴안는 것으로 감사 인사를 마친 어미 포코바는 새끼를 품에 안은 채 그대로 호수 표면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어미 포코바가 절벽에 몸을 부딪치는 과정에서 발생한 낙석이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기는 했다만, 이동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는 상황.
“46분. 교수님, 상황 종료입니다.”
“하!”
시간을 확인한 페이건은 한 시간의 약속을 성공적으로 지켜 냈음을 선포했고 도무지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한 관객들은 탄성을 터뜨리는 것으로 축하를 갈음했다.
“저 학생이 아직 1학년이라고 하셨지요? 정말, 정말 대단하군요. 제가 교육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은 없지만, 저 학생의 미래가 앞으로 유망할 것이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교수님, 저토록 훌륭한 제자를 두신 점 진심으로 축하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정말 한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해내다니… 허허! 스승된 자로서 참 부끄러운 말이지만 아무래도 저 역시 페이건 군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나 봅니다.”
개중에 그나마 정신을 먼저 차린 루드비히가 축하 인사를 건넸고 맥데브는 다소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의 이름이 페이건 클라디우스라고 하셨지요. 흐으음….”
한데 제자의 훌륭한 모습을 바라보는 기쁨에 지나치게 도취된 탓일까?
개선장군 같은 기세로 돌아오는 페이건의 모습에 온 시선을 집중한 터라 맥데브는 루드비히의 눈동자에 서린 스산한 기운을 눈치채지 못했다.
“페이건… 클라디우스.”
오늘 처음 목격한 학생을 바라보는 것치고 지나치게 스산한 눈동자.
그 따뜻한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극지방의 빙하처럼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공작은 중얼거렸다.
“아주아주 재미있는 학생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