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05)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05)화(105/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05)
“…짜증 나. 저, 개 같은 짐승 새끼는 왜 튀어나와서 저 새끼를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거야.”
“저런 꼬라지를 또 봤으니 당분간 속없는 얼간이들은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멋지네, 어쩌네 하면서 헛소리를 늘어놓겠네. 그 짜증 나는 소리를 어떻게 들어주지.”
페이건이 한 시간의 약속을 지키는 데 성공한 시점을 기해 안 그래도 학생들 사이에 팽배해 있던 질투와 시기의 불꽃은 한층 더 거세게 타올랐다.
(차마 페이건이 무서워 큰 소리로 떠들지는 못하고 찍찍거리는 듯한 목소리로)학생들은 시기의 목소리를 내뱉었고, 이 모든 광경을 감지한 루드비히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이런 분위기라는 말이지. 좋아, 일단 파고들 여지는 확실해 보이는군.’
한차례 심호흡으로 눈동자에 서려 있던 냉기를 모두 지워 낸 공작은 예의 그 햇살처럼 따스한 목소리로 말했다.
“교수님, 폴리다고스의 뛰어난 학생 덕분에 오늘은 아주 진귀한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답례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우리 외무부가 학생들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싶은데 초대를 받아들여 주시겠습니까?”
“우리 학생들 전원을 말입니까? 허허, 공작의 뜻은 감사하다만 아이들의 수가 워낙 많아 공무로 바쁘신 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까 싶어 염려되는군요.”
“그 점에 관해서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사실 외무부를 출발하기 전 아국(我國)을 찾아 준 손님들을 부족함 없게 대접해드릴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치라는 지시를 내려놓았습니다. 지금쯤이면 준비가 완료되었을 테니 부디 편한 마음으로 초대를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혹시 이동에 방해가 될까 염려하시는 거라면 그 점 또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준비된 모든 음식은 학생들의 이동 경로에 맞게 옮겨 놓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흐음… 참 감사한 말씀이기는 한데 말이지요.”
예상치 못한 초대 제안을 받은 맥데브는 고민에 빠졌다.
원칙대로라면 이동수업 기간 내내 학생들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먹거리를 조달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작의 초대를 거절하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
‘아소토 왕국은 최근 수십 년간 파죽의 기세로 성장을 거듭하는 강국이고, 루드비히 공작은 그 기세를 이끄는 선봉장 격인 인물. 식사를 하는 동안 학생들이 루드비히 공작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값진 경험이겠지.’
결국 루드비히라는 인물이 가진 매력에 끌려 맥데브는 초대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말했고, 승낙을 받은 공작은 우아한 동작으로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했다.
“이토록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아들여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 학생들과의 대화가 바람직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저 또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하하하! 그게 정말인가? 그런 일이 있었다는 말이지.”
“각하께서도 그런 생각을 다 하시는군요. 호호!”
바람에 실려 전해 오는 떠들썩한 소음들.
저녁 식사는 한참 전에 마쳤음에도 연회는 파할 생각을 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었고 그에 따른 철부지들의 웃음소리 또한 높아져만 갔다.
사각사각.
저 무익하기만 한 열기를 감당할 자신이 없던 나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시끌벅적한 무리를 빠져나와 마셀라 나무 손질에 들어갔다.
강력한 화기를 품은 마셀라 나무는 어떻게 가공, 보관하느냐에 따라서 매우 귀한 약재로 활용이 가능했다.
그 손질이 너무 늦어지면 나무의 활용도가 급격히 떨어지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공작이 주최한 연회를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
‘…미동조차 없어.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너희도 움직이지 않겠다, 이건가?’
내가 가급적 빨리 저 소란스러운 장소를 빠져나오고자 했던 진짜 이유는 정체 모를 미행인들 때문이었다.
정오가 되기 조금 전에 시작된 미행은 해가 완전히 꼬박 넘어간 이후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일정한 간격을 사이에 두고, 은밀하고도 비밀스럽게.
이토록 솜씨 좋은 추적자를 꽁지에 부착한 상태로 부어라 마셔라를 한다는 건 도저히 나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간이 연회장을 빠져나와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뭐… 저놈들이 없었더라도 그런 시끄러운 장소는 내 취향이 아니었겠지만.’
대륙을 진동시키는 ‘젊은 실력자’와의 만남이 그리도 기뻤던 걸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루드비히 공작을 둘러싸고 앉아 오늘의 만남이 영광스럽다는 표정을 한 채 질문을 던지기에 바빴다.
어찌 보면 유치하고, 또 어찌 보면 의도가 빤히 보이는 입에 발린 질문들.
질문에서 묻어나는 지독한 치기에도 불구하고 공작은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 줬고, 그 사실에 감격받은 철부지들은 눈동자를 반짝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 페이건, 그 공작이라는 잘생긴 아저씨가 중간중간에 이상한 눈빛으로 널 자꾸 쳐다봤다. 아무래도 그 아저씨, 널 좋아하나 봐.
‘너처럼 통통하고 둥글넓적한 걸 머리에 매달고 있으면 쳐다볼 수밖에. 아마 공작은 ‘저 학생 머리 위에 있는 저게 특대형 롤빵이야 아니면 날아다니는 꽃돼지 인형이야?’라는 생각으로… 아! 넌 다른 사람 눈에 안 보이지. 깜빡했네, 미안.’
―너… 지금 건 일부러 그랬지?
―호호! 농담 가지고 그렇게 인상 쓰지 마, 벨제키엘. 그런데 페이건, 내가 보기에도 그 사람 너에게 꽤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였어. 널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고나 할까.
‘라무테 님처럼 아름답고 품격 있는 존재를 어깨에 모시고 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을 살 수밖에 없지요.’
―어마나! 아름답고 품격있다니 페이건도 참. 호호호!
―야, 너! 왜 나랑 라무테랑 반응이 달라!
내 나름의 생각이 있었지만, 판단을 완전히 끝내기 전에는 공작에 대한 의견을 섣불리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았기에 실없는 농담으로 둘의 질문을 흘려넘기고 있을 그때.
“어휴! 내가 이럴 줄 알았지. 통 안 보인다 했더니 또 이렇게 으슥한 장소에 혼자 있었구나?”
숲의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갈색 피부의 소녀가 불쑥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연회장을 나갈 거면 나갈 거라고 말이라도 해야지?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아, 그랬구나. 미안, 마셀라 나무가 마르기 전에 손질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서 말을 못 하고 빠져나와 버렸네.”
“거짓말.”
교관들을 상대로 이미 그 효능이 검증된 바 있는 핑계를 사용해 봤으나 녹안(綠眼)의 아가씨께서는 헛소리 그만두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내 항변을 묵살했다.
“시끄러운 것도 싫고, 애들이 공작 각하한테 헬렐레거리는 꼴도 보기 싫어서 나온 거면서 거짓말하기는.”
“진짠데. 그리고 혹시 너 나올 때 제라르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디 사는 누구 씨께서 얼마 전 ‘흠흠! 내 친구를 건드리면 전부다 죽여 버리겠어.’라는 선언을 해 주신 덕분에 우리의 제라르 군은 아주아주 안전하니까. 장담하는데 1학년 중에 제라르에게 괜한 시비를 걸 만큼 간이 부은 친구는 아무도 없을걸.”
“그렇다면 다행이고.”
“제라르, 걘 지금 각하를 모시고 온 수행 기사에게 아소토 왕국의 교역로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에 바빠. 어찌나 열중을 해서 질문을 하는지 나도 연회장을 빠져나간다는 말 한마디 못 하고 나와 버렸지 뭐야.”
카밀라가 웃음을 터뜨리자 허리까지 내려오는 군청색 머리카락이 찰랑이며 춤을 췄다.
숲의 요정을 연상시키는 자태로 한동안 깔깔거린 그녀는 정갈하게 포장된 보자기를 불쑥 내밀며 말했다.
“선물. 네가 빠져나간 이후로 준비된 요리들 중에서 맛있는 걸로만 골라 담아왔어.”
“나 배 안 고픈… 배는 안 고프지만 고맙게 먹을게.”
“응, 맛있게 먹어!”
내가 보자기를 풀어헤쳐 그 안에 담긴 블루베리 타르트 한 조각을 입에 가져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카밀라는 미소를 지으며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이렇게 연회장을 막 빠져나와도 괜찮겠어? 오늘 모임의 VIP가 사라진 걸 알면 아소토 왕국 사람들이 당황할 텐데.”
“오늘의 주인공도 자기 마음대로 빠져나와 버렸는데 나 하나 안 보인다고 문제라도 생기겠어?”
“주인공?”
“왜? 설마 이번에도 ‘주인공, 그게 누군데? 나로서는 섣불리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라서.’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 아니지?”
“…내 말버릇 중에 그런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하겠어. 하지만 네가 그러니까 조금 화가 나려고 하는데?”
“우와, 만세! 내가 얼음장 같은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화나게 만들었어. 흐흐, 나 의외로 이쪽 방면에 재능이 있을지도.”
“그리고 나랑 너는 애초에 상황이 다르잖아. 나 같은 촌사람이랑 달리 너는 저린 식의 연회가 제법 익숙하지 않아?”
“익숙한 거랑 좋아하는 거랑 다른 거니까. 그리고 우리 페이건 공자님에게 꼭 대답을 들어야만 하는 아주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저런 시시한 자리에 앉아 있을 마음이 들 리 없잖아?”
조금 더 바짝 붙어 앉으며 이야기를 경청할 준비에 돌입한 카밀라.
오후에 있었던 일의 전말이 어지간히도 궁금했던지 평소에도 반짝거리던 그녀의 눈동자는 유독 눈부신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제라르가 설명 안 해 줬어? 그 녀석이라면 이미 전부 눈치챘을 텐데.”
“표정이나 말하는 걸 보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너한테 직접 들으라고 하던걸. 그편이 훨씬 더 정확할 거라나?”
“어려울 게 하나도 없는 문제인 터라 더 정확하고 말고 할 것도 없어. 그래서 뭐가 궁금한 건데?”
“어려울 게 없는 문제라는 발언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일단 그건 잠깐 넘겨두고 첫째. 이상행동을 하는 엄마 포코바를 보고 페이건 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포코바는 광분 상태에 빠진 거라고 판단했잖아. 포코바가 광분에 빠진 게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가 뭐야?”
“광분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하기에는 녀석의 행동이며 움직임이 지나치게 이성적이었거든.”
“…왜 너랑 얘기하고 있으면 내가 바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저기 페이건, 불쌍한 나를 위해서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줄 수는 없을까?”
“포코바는 물에서 서식하는 마수고 기본적으로 습기를 무척이나 좋아해. 그런데 너도 봤다시피 그 녀석이 난리를 피우던 주변 토양은 무척이나 건조했잖아. 마른 흙을 밟는 것만으로 고통을 느끼는 포코바가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바위산에 붙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걸 보고 ‘아, 저 녀석이 지금 맛이 가서 그러는구나.’라는 결론을 내리는 건 성급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흥분에 쌓여서 고통을 잊고 난리를 부린다는 경우도 있으니까….”
“인간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마수란 기본적으로 훨씬 더 본능에 가까운 생명체거든. 그리고 포코바의 본능에는 건조한 지역을 피해야 한다는 수칙이 입력되어 있어. 만약 정말로 포코바가 흥분을 해서 본능대로 행동하는 중이었다면 고통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였어야 해. 하지만 녀석은 기를 쓰고 바위산에 붙어 있었잖아? ‘건조한 땅을 피해야 한다는 본능’을 억누를 만큼 강력한 이성이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지.”
“호오, 듣고 보니 그러네.”
“만약 녀석이 물가에 바짝 붙어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면 나도 녀석이 모종의 이유로 인해 맛이 갔구나 하고 생각했을 거야. 그런데 그렇지가 않더라고.”
“그게 전부 다야? 다른 이유는 또 없어?”
설명이 길어질수록 한층 더 반짝임을 더하는 눈동자.
같은 나이의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카밀라의 표정은 꼭 할머니의 품에 안겨 옛날이야기를 재촉하는 어린아이를 닮아 있었다.
“녀석이 광분 상태에 빠지지 않았다고 판단할 근거 두 번째. 포코바는 우리를 상대로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았어.”
“응? 그치만, 나 그 아이가 우리를 상대로 꼬리를 붕붕 휘두르는 걸 똑똑히 봤는데?”
“그 꼬리 움직임에 우리의 접근을 막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던 건 분명하지. 하지만 대형 마수에게 있어 ‘위협’과 ‘경계’는 완전히 다른 문제거든. 정말로 포코바가 우리를 공격하고자 했다면 녀석은 꼬리 근처에 있는 독샘에서 독액을 흩뿌리며 우리를 위협했을 거야. 하지만 녀석의 꼬리가 그렇게 거세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독액은 단 한 방울도 분비되지 않았어.”
“그 북실북실하게 생긴 아이가 독도 가지고 있어?”
“응. 포코바는 웬만한 소형 마수를 즉사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독을 가지고 있어. 만약 녀석이 우리를 공격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바로 그 독을 꺼내 들었겠지. 광분 사태에 빠진 마수가 인간을 향해 공격성을 드러낸다는 건 높은 확률로 증명된 사실이거든. 그리고 이걸 거꾸로 말하면 대형 마수가 인간을 상대로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게 녀석이 얼마간의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아아! 그럼 그 꼬리 붕붕은 ‘너희들을 공격하겠어!’가 아니라 ‘제발 나한테 다가오지 마!’로 이해했어야 하는 거구나.”
짝하는 박수 소리가 숲의 어둠을 관통하며 퍼져 나갔다.
“아직 물어볼 건 많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이 타이밍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잖아. 페이건, 정말 대단해! 네가 똑똑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 정도로 마수에 대해 식견이 깊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식견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 만큼 어려운 문제가 아니야. 대형 마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과 관찰을 하는 훈련이 되어 있다면 누구라도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
“으응,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야. 이번 일만 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목격했는데 정답을 찾아낸 건 너 혼자뿐이었잖아. 그것만 봐도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절대 아니야.”
“말했잖아, 훈련이 필요하다고. 단순한 목격과 관찰은 달라.”
“너 혹시 어디 가서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왜 호들갑을 떨고 그래.’라는 표정으로 이런 말을 하는 널 보고 있으면 막 얄미워지려고 그러니까.”
판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들려줬음에도 불구하고 카밀라는 나에 대한 판단을 바꾸려 들지 않았고 결국 난 내 솔직한 심정을 다시 한 번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네가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면 그 생각도 바뀔 거야. 비밀이라는 건 모르고 볼 때는 뭔가 대단한 내용이 숨겨져 있는 것 같지만, 그 실상을 알고 나면 하품이 나올 만큼 따분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