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11)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1)화(111/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1)
“페이건, 네가 그놈을 실제로 만나 보면 알게 될 거야. 그 밥맛한테 이것보다 더 잘 어울리는 별명이 없다는 걸.”
카밀라가 이런 식의 대담한 발언을 들려줄 때마다 새삼 이 녀석의 성깔을 실감하고는 한다.
“게오르그 로덴토가 그렇게 여자를 좋아해?”
“좋아한다는 말로는 턱도 없고 ‘밝힌다.’라는 표현도 좀 부족해. 뭐가 좋을까? 음… 그래 ‘환장한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겠네. 또 그 자식이 모든 여자를 좋아하는 건 또 아냐. 그놈이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 건 자신이 정한 기준 이상의 외모를 가진 곱상한 여자들뿐. 그리고 이런 점들 때문에 게오르그 로덴토는 쓰레기인 거야.”
나와 제라르 앞에서는 생글거리는 얼굴만을 보여 주기에 깜박하기 쉽지만, 카밀라 엘리시온은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는 데 있어 조금의 두려움도 없는 사자같이 담대한 성격의 소녀.
이런 당찬 아가씨에게 단단히 찍혀 버렸으니 게오르그 로덴토의 앞날이 마냥 밝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물론 젊은 남자가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아. 하지만 가문의 위세를 이용해 자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어다 놓고 제 잘난 맛에 취해 히죽거리는 건 너무 저열하잖아?”
“혹시 게오르그 로덴토가 너한테도 그런 짓을 한 건 아니지?”
“응, 게오르그 로덴토가 최소한의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나한테는 그렇게 못하지. 하지만 그 새끼의 악행에 대해 내가 확보한, 아주아주 신뢰성 있는 증언만 해도 한 두 개가 아니거든.”
“그런데 가문의 후계자씩이나 되는 놈이 그렇게 추잡하게 놀고 다니는데, 그게 어떻게 통제가 안 되나? 게오르그가 그러고 다니는 동안 가문 내 감찰 기관은 뭘 하고 있는 건데?”
“뭘 하기는? 현 가주의 눈치를 보기에 바쁘지. 버크 로덴토 공작은 후계자로 지명한 아들이 보여 주는 얄팍한 재주에 푹 빠져 게오르그를 오냐오냐해 주고 있거든. 로덴토 감찰 기관의 사람들 중 감히 가주님의 비위를 거스르면서까지 후계자 도련님의 비행을 고발할 용기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
“얄팍한 재주라는 말을 하는 거 보니 게오르그가 마냥 무능하기만 한 건 아닌 모양이구나?”
“응. 인정하기 싫지만, 그 쓰레기가 보여 준 성과가 있으니까 마냥 무능한 바보로 몰아갈 수는 없지. 하지만 그 능력과 상관없이 그 자식은 쓰레기인 게 맞아.”
부글.
입술을 앙다문 채 튀김 솥을 주시하던 카밀라가 돌연 미소를 지으며 내 쪽을 바라봤다.
“아! 참, 그러고 보니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의 해글러 나이투가 가장 존경하고 따르던 선배가 게오르그 로덴토였다는 소문을 들은 것도 같은데.”
톡톡톡.
카밀라의 매끈한 손가락이 내 왼쪽 팔목에 장착되어 있는 「베가스의 송곳니」를 두드렸다.
“예전부터 꼭 한번은 말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말하게 되네. 있잖아, 페이건. 이거 너랑 아주 잘 어울려.”
“고마워. 그런데 그 목소리나 표정은 하나도 안 고마운걸.”
“호호! 그러고 보니 게오르그는 7학년. 아직 2년은 더 폴리다고스에 있을 테니 페이건도 인연이 닿으면 그 쓰레기랑 한 번쯤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에.”
알 수 없는 기대로 가득 찬 눈동자를 반짝이는 카밀라.
그녀의 기대에 응해 줄 생각은 없었지만 로덴토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광산이 로덴토의 영역이라는 증거를 남기는 걸 싫어하는 놈들이 깃발까지 세워 가며 설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식적으로 광산이 로덴토의 것임을 인정하는 부담은 지고 싶지 않지만, 로덴토의 위명에 겁을 먹은 사람들이 접근하는 건 막고 싶다 이건가? 그래서 이런 식의 눈 가리고 아웅을 하는 거고?’
게오르그의 저열함이나 로덴토의 이중성에 대해서는 딱히 관여하고 싶은 바가 없었다.
하지만 웬만한 부담쯤은 그 이름값으로 깔아뭉개고 갈 수 있는 로덴토가 이런 속 보이는 연극까지 해 가면서까지 광산을 숨기려 들다니.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광산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잖아?’
부글부글.
“좋아! 딱 좋을 만큼 달아올랐어!”
튀김 반죽의 일부를 떼어 기름 온도를 확인하는 과정을 마친 카밀라는 우아해 보이기까지 한 동작으로 튀김을 완성했고.
“우와!”
송어 튀김의 맛을 본 제라르는 깜짝 놀랐다는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훗!”
‘거봐, 내가 자신 있다고 그랬지?’라는 의미를 머금은 미소.
우리가 일용할 양식을 준비해 주신 조리장께서는 짝 소리가 날 만큼 힘차게 박수를 치며 말했다.
“준비 끝! 밥 먹자!”
* * *
―로덴토? 이상해. 아까 너랑 카밀라가 얘기한 거 말고도 왜 들어본 것 같지?
‘이델타에서 배를 갈라 사냥한 늑대인간 기억하지? 그놈을 낚기 위해 대화 중 미끼로 꺼냈던 가문 이름이 로덴토잖아.’
―아앙, 맞다! 이제 생각났어. 그 몬디 하굴, 아니 늑대인간이 로덴토라는 말을 듣자마자 히죽거렸었지. 그러니까 내가 지금부터 쓩 하고 날아가서 살피고 와야 하는 광산이 그 로덴토 놈들 거란 말이지.
고개를 주억거리는 와중에도 털 뭉치는 나와의 약속이 체결된 문서를 갈무리하는 걸 잊지 않았다.
조금 전 막판 줄다리기 협상 끝에 체결이 완료된 문서에서 보장하고 있는 건 ‘바람의 숨결산 다크 벨벳 초코 케이크 10개’.
―흐흐, 준비 끝! 가자, 제자야!
성공적인 협상을 마친 북슬이는 아카이드의 목덜미에 온몸을 파묻은 채 출발을 재촉했다.
‘아카이드, 부탁해. 혹시 의심을 살 수 있으니 너무 가까이 가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어. 밤 산책을 나온 척하고 적당한 위치까지 간 후 롤빵이를 내려 주면 나머지는 이 녀석이 알아서 할 거야. 넌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임무를 마치고 나온 북슬이를 태우고 오면 되는 거야.’
―롤빵이! 북슬이! 우에헤헤. 스승님, 무척이나 재미있는 별명을 가지고 계셨군요. 우헤!
―야! 내가 제자 앞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 그랬지!
양팔을 뻗어 출발을 앞둔 북슬북슬 2인조의 머리며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었다.
일종의 감이랄까?
저녁 식사를 하는 내내 고민한 끝에 결국 난 로덴토가 보유하고 있는 수상하기 그지없는 광산을 살펴보기로 했다.
‘끈질기게 우리 뒤를 따라오는 허깨비’들과 ‘어딜 어떻게 보더라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광산’.
위 사건들이 하나하나 단독으로 발생했다면 모를까, 인접한 지역에서 이런 수상쩍은 일이 차례차례 발생한 이상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내가 보유하고 있는 아주아주 유능한 데다 더없이 동글동글하기까지 한 정찰병을 파견하기로 마음먹었고, 이런 연유로 결성된 북슬북슬 정찰대는 출발을 앞두고 있었다.
―그럼 벨제키엘, 아카이드 잘 다녀와. 벨제키엘, 넌 워낙에 뺀질한 애니까 별걱정이 안 되지만 아무튼 몸조심하고.
―헤헹, 걱정 마셔! 이 벨제키엘 님의 은신술이 있는 이상 저 광산의 놈들이 눈치채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제자야, 가자!
―네엡! 스승님, 출발합니다아.
펄럭펄럭.
그렇게 두 마리는 밤바람이 되어 숲을 떠났고, 난 자리에 앉아 정찰병의 귀환을 기다렸다.
제라르와 카밀라에게는 조금 늦게까지 별 구경을 하고 싶다 말했으니 나를 기다리느라 밤을 지새우는 일은 없겠지.
‘…7번이 복귀하고 3번, 11번이 동시에 이동을 시작했어. 움직이는 방향은 북북서. 이동 병력을 갑자기 두 배로 늘린 거 보니 아카이드의 갑작스러운 비행을 보고 화들짝 놀란 모양이군.’
오후부터 자정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허깨비들의 움직임을 읽어 온 덕분인지 놈들의 패턴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라무테 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유적에 있는 동안은 저보다 제라르, 카밀라 쪽에 신경을 집중해 주세요. 그러다 혹시 그 이상한 냄새가 나는 놈들이 둘에게 접근하는 게 감지되거든 저에게 그 즉시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으응? 어려울 건 없지만 저 이상한 놈들의 움직임은 페이건이 이미 꿰고 있잖아?
‘그렇기는 합니다만 저도 실수를 할 수 있으니까요. 안전에 관한 보험은 많을수록 좋지 않겠어요?’
―알겠어. 그렇게 할게. 후훗, 우리 페이건이 이렇게 자상한 사람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아야 할 텐데.
또옥또옥.
어느덧 시간이 흘러 자정을 훌쩍 넘겼음에도 숲의 생명들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고, 하늘길을 따라 이동하는 별들의 발걸음도 잦아들고 허깨비들 또한 움직임을 멈춘 그때.
카아아악.
―페이건, 나 돌아왔어!
중차대한 명을 받아 잠시 내 곁을 떠나 있던 북슬북슬 정찰대가 복귀했다.
아카이드는 내 현 위치와 충분히 떨어진 지점에서 롤빵이를 떨궈 주었고 덕분에 난 허깨비 놈들의 주목을 사는 일 없이 털 뭉치와 재회할 수 있었다.
―있었어, 있었어! 네가 뭔가 수상하다 그랬잖아? 확실히 그 광산 뭔가 많이 수상해! 지하에 이상한 게 있는 것 같아!
찰흙 인형처럼 짤막한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자신이 보고 들은 바를 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북슬이.
‘진정해. 시간 많으니까 일단 진정부터 하고 그다음에 네가 본 걸 차분하게 말해 주면 돼.’
―응, 그러니까 있잖아. 아카이드랑 헤어진 다음에 내가 하늘을 휘익 날아서 광산 근처에 갔거든. 그런데 시작부터 많이 이상했어. 거기까지 가는 길이랑 주변은 광산처럼 꾸며 놨는데 입구를 막고 있는 경비병부터 ‘여기는 평범한 광산이 아닙니다!’라는 냄새가 풀풀 풍겼다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을까?’
―응! 그러니까 날카롭고 예리한 눈을 가진 이 벨제키엘 님의 의견을 말하자면….
북슬이는 그로부터 장장 15분간 자신이 보고 온 사실을 상세하게 털어놓았고, 롤빵이의 증언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 광산은 수상하다 못해 구린내가 풀풀 나는 게 맞았다.
‘지하층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층층이 이뤄져 있고, 지하로 향하는 갱도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은데. 갱도 어디에서도 채굴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라… 그리고 광부를 대신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두꺼운 갑옷을 입은 중장 보병들. 이 새끼들이 뭔가 수상쩍은 일을 꾸미고 있는 건 확실한데.’
평소의 촐싹맞은 행동거지와 달리 북슬이는 꼼꼼하게도 정찰을 해 왔고, 아직 풀어놓지 못한 추가 정보가 녀석의 앙증맞은 입술 사이로 속사포처럼 터져 나왔다.
―그리고 지하 갱도에서 주기적으로 쿠우쿠우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후끈하는 열기가 올라왔어.
‘…너, 지하 3층 아래로는 내려간 적이 없다고 했지?’
―응, 출발하기 전 네가 그랬잖아. 놈들이 이상한 경비 시스템을 설치해 놨을지도 모르니까 철저하게 안전해 보이는 장소까지만 보고 오라고.
‘그래, 잘했어. 안전한 장소에서만 움직인 건 잘한 거야. 그런데 방금 네가 말했잖아. 지하 갱도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고. 그런데 그 깊은 곳에서 솟구친 열기를 3층의 네가 감지할 수 있었을 정도라면 바닥에서 피어오른 열기의 기세 또한 어마어마하다고 봐야겠지?’
―응, 아주아주 대단했어. 그래서인지 그 갑옷을 입은 놈들이 쉬지 않고 말했어. ‘저놈’이 토해 내는 불길 때문에 아주 우리 전부 통구이가 될 판이라고.
‘그리고 짚고 넘어갈 거 하나 더. 중장 보병들이 노란색 자갈을 수레째로 실어 지하로 가져가는 걸 봤다고 했는데, 혹시 그 자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지는 않았고?’
―응! 냄새가 났어. 헤에, 어떻게 알았지. 그러니까 그 냄새가 어떤 냄새였냐면 뭐라고 해야 하지….
‘썩어가는 계란에 유황을 부은 후 절반쯤 타다 남은 자작나무의 잿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매캐한 냄새.’
―응! 맞아, 맞아! 바로 그거야, 참 신기해. 어떻게 자갈에서 그렇게 구질구질한 냄새가 날 수 있는지.
‘그리고 수레를 끄는 병사들은 방화(防火)처리가 된 갑옷을 입고 있거나 냉각 효과가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었을 테고.’
―그것도 맞아. 자갈들은 후끈후끈했는데 수레를 끌고 있는 병사들의 주변은 이상할 정도로 싸늘했어. 너 몰래 내 뒤를 쫓아온 거 아니지? 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북슬이의 목격담을 듣고 나니 로덴토란 놈들이 얼마나 거만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네가 보고 온 그거, 평범한 자갈이 아니야. 돌의 이름은 업화석. 유황 지대에서 서식하는 몬스터들의 외피와 장기를 갈아 만든 가루와 트롤의 뼛가루를 섞어서 구워 내면 그런 물건이 나와.’
―업화석?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이름은 참 잘 지었네. 그래서 그 돌은 어디다 쓰는 건데?
‘성질이 워낙에 지랄 같고 불안정한 돌인지라 그 자체로는 거의 용도가 없다만, 그 돌을 이용해 뭔가를 키워 보려고 한다면 나름 가치가 있는 물건이지.’
지리서에서 이름을 숨기고, 겉모습을 광산으로 바꾼 후, 로덴토의 위명을 이용해 주변 접근을 통제하는 것만으로 이런 개 같은 짓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다니.
―그리고 이것도 가져왔어. 지하에서 텅 빈 수레를 끌고 오는 병사 갑옷에서 떨어진 건데.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꼬리에 숨겨 가져왔지. 흐흐, 이게 있잖아. 지금은 다 식어서 차가운데 내가 막 집어 들 때만 해도 엄청 따끈따끈했다.
털 뭉치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내민 물건은 보라색 색채를 머금은 엄지손가락 크기의 광물이었다.
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물렁하고 수액이나 지하수의 결정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단단한 물건.
타악.
광물에 불을 붙이자 아주 잠깐 타오르는 듯하다 순식간에 녹아 버린 광물, 아니 각질.
내가 아는 한 이런 형태로 불에 반응하는 각질을 달고 있는 마수는 이 세상천지에 오직 한 종류뿐이었다.
―페이건, 표정이 많이 심각해 보이는데. 이게 그렇게 위험한 물건이니?
‘아니요. 이 물건 자체는 그렇게까지 위험하진 않아요. 문제는 이 각질을 흩뿌리고 다니는 놈이, 그러니까 절대로 이 근방에 있어서는 안 될 미친 마수가 버젓이 로덴토 놈들의 광산에 몸을 숨기고 있다는 거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조를 하고 있는 광산.
쿠우쿠우 하는 기괴한 울음소리와 열기.
먹이로 공급되는 거 외에는 용도를 찾을 수 없는 업화석.
그리고 북슬이가 가져온, 결정타라 할 만한 각질 조각까지.
가급적이면 라무테 님과 북슬이 앞에서 화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솟구치는 짜증을 억누를 길이 없었기에 결국 난 뾰족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말았다.
“미친 새끼들, 꽁무니를 숨기고 뭘 하나 했더니 이런 괴물을 사육하고 있었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