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13)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3)화(113/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3)
‘확실한 거지?’
―응. 광산 안쪽에 우리를 미행한 놈들이랑 똑같은 옷을 입고 있던 놈들이 있었다고 그랬잖아. 다른 병사들이랑은 말 한마디 안 섞고 시종일관 건방진 표정을 하고 있던 놈들이 저 콧수염 아저씨를 보자마자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어. 그래서 내가 똑똑히 기억해.
‘굿, 아주 좋은 정보야.’
정황상 그 허깨비 놈들은 어떤 정체 모를 단체가 키워 낸 정예병으로 추측되었다.
그런데 그 콧대 높은 정예병들에게 인사를 받을 정도라면 콧수염의 기사는 로덴토 내부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고위직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스트라, 그냥 길 비켜드리자. 응? 제발!”
까마귀 문양에 겁을 집어먹은 조원들은 숫제 사정까지 하며 아스트라에게 매달리고 있었지만 우리 백룡기사께서는 여전히 요지부동일 뿐이었다.
“공자께서 이토록 융통성 없이 굴고 있다는 걸 페르디난드 공작 각하께서는 알고 계시는 겁니까?”
“경이 이토록 무도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버크 공작께서는 인지하고 계십니까?”
“하하! 이거 도무지 한마디를 지려고 하지 않는군요.”
웃음이라는 껍질 속에 숨은 시퍼런 칼.
로덴토의 기사와 아스트라가 자아내는 불협화음이 최고조에 다다른 그때.
“어머!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뒤늦게 덤불 속에 도착한 카밀라가 우리의 기척을 감춰 줄 마나 방어막을 전개하면서 물었다.
“로텐토의 기사는 뭔가를 얻기 원하고 아스트라는 그걸 막아서는 중이고. 그러다 보니 서로 간 감정이 상하고 있고. 뭐 이런 전개 아니겠어?”
“아스트라가 로덴토 공작가 사람들이랑… 그럼 안 될 텐데. 물론 페르디난드도 대단한 명문가기는 하지만 얼마 전 황제의 장인이 된 버크 공작과 맞서는 건… 그런데 아스트라는 무슨 이유로 로덴토를 막아선 걸까?”
카밀라의 뒤를 이어 현장에 도착한 제라르 역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채 질문을 던졌다.
“아스트라가 막아서고 있는 나무 위를 봐. 구속구에 발이 묶인 하얀 새 한 마리 보이지?”
“어! 저거 카누카잖아! 어떤 나쁜 놈이 카누카한테 구속구를 설치한 거야! 카누카는 수렵 및 포획이 금지된… 아!”
순백의 흰 털이 인상적인 새, 카누카.
삐이익.
카누카는 부지런하게도 날갯짓을 시도했으나 오른발에 착용된 구속구가 그걸 막고 있었고, 자유를 위한 비행이 무위로 돌아갈 때마다 카누카의 입에서는 구슬픈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로덴토 공작가 사람들이 카누카를 무단으로 포획하던 중이었구나. 그걸 발견한 아스트라가 카누카를 지켜 주는 중이고. 그러고 보니까 타샤드 제국의 귀부인들 사이에서 카누카를 무단으로 포획한 후 애완동물로 만드는 게 유행이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 하여간 로덴토 이놈의 새끼들은 어떻게 맘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지!”
“그 귀부인이라는 사람들은 왜 그러는 거야? 카누카는 야생에서 팔십 년 가까이 살 수 있지만, 저택에 잡혀간 카누카는 대부분 3년을 못 버티고 죽어. 그걸 모를 리 없을 텐데 도대체 왜!”
“왜기는? 어쨌거나 카누카를 무단 포획한 사람들은 적어도 3년 동안 허영심을 마음껏 채울 수 있잖아. 그 사람들한테는 그거면 충분하지. 3년 뒤에 카누카가 죽건 말건 무슨 상관이겠어.”
“너무해! 진짜 나쁜 사람들이야!”
카밀라의 신랄한 대답을 들은 제라르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정이 많고 상냥한 녀석으로서는 카누카도 아스트라도 모두 구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자리를 박차고 나서기에 로덴토라는 이름이 주는 위압감이 너무 큰 탓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뿐.
“앤폴드 협약에 의해 카누카의 포획은 금지된 바 있습니다. 그 사실을 모르시지는 않을 텐데 굳이 이런 행동을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이런… 포획이라니요. 아스트라 공자께서는 지금 오해를 하고 계시는 겁니다. 우리는 저 아이를 일시적으로 확보한 뒤 인근에 있는 기사단 숙소로 데려가 치료를 한 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길을 비켜서시지요. 그게 공자와 저 아이 모두를 위한 길입니다.”
“그 말씀을 저보고 믿으라는 겁니까?”
“하하! 답을 알려드리는데도 계속 의심을 하시니 일이 정말 번거로워지는군요. 자꾸 이리 나오시면 저도 더 이상은 어쩔 도리가 없는 데 말입니다.”
제라르가 발을 구르는 와중에도 대립은 한층 더 거세어질 뿐이었고, 콧수염 기사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 또한 더욱 짙어졌다.
“로덴토 공작 부인께서 카누카를 포획해 오라는 명을 내리신 겁니까?”
“제가, 그 질문에 답을 드릴 거라 생각하십니까? 공자, 마지막 경고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시지요. 유적 경계지와 인접해 있기는 하나, 이곳은 엄연히 페스티라카의 영역 바깥입니다. 즉, 여기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긴다 해도 우리 로덴토가 폴리다고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지요.”
달그락.
콕콕.
조금 전까지만 해도 콧수염 기사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검이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 지면을 두드리고 있었다.
“만약 폴리다고스 측에서 이동수업 기간 중 학생들의 학습공간으로 삼을 것을 천명한 바 있는 유적 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저 또한 군말 없이 물러섰을 겁니다. 폴리다고스의 면을 살려 주기 위해서라도 말이지요. 하지만 말입니다, 공자. 공자께서 서 있는 그곳은 유적이 아니라 우리 기사단이 훈련을 위해 점거하고 있는 야영지의 일부입니다.”
톡토독톡톡.
콧수염의 검이 지면을 두드리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로덴토가 폴리다고스의 권한을 침범한 게 아니라 폴리다고스의 학생인 공자께서 로덴토의 영역을 침범하고 계시는 겁니다. 그러니 여기서는 공자께서 한발 물러나 로덴토의 면을 세워주는 게 합당한 처사가 아닐까요? 장담컨대 페르디난드 공작 각하께서도 그걸 원하고 계실 겁니다.”
이걸로 콧수염이 전하고자 하는 뜻은 명확해진 셈이었다.
‘네가 폴리다고스 학생이 아니고, 페르디난드의 후계자가 아니었다면 이미 넌 끝장났어. 그러니 주접 어지간히 떨고 그 자리에서 당장 꺼져 이 햇병아리야!’
하지만 입술을 질끈 깨물 뿐 콧수염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아스트라는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제라르 여기 오는 길에 지난 언덕, 그 언덕 근처에서 본 청사과 나무 기억하지? 거기에 열린 사과 하나만 따다 주지 않을래?”
“사과? 지금?”
“응. 그것만 있으면 저 상황 어떻게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
관측의 시간이 끝났음을 직감한 나는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알았어! 얼른 갔다 올게.”
사과 알맹이 하나로 작금의 상황을 해결해 보이겠다는 호언장담이 허무맹랑하게 들릴 법한데도 제라르는 의심 따위 해 본 적도 없다는 표정을 한 채 언덕 위를 향했다.
“그리고 카밀라, 너한테도 할 말이….”
“안 가.”
“일단 끝까지 듣고….”
“안 가, 안 간다니까. 네가 로덴토 놈들을 상대로 뭔가를 벌이기 전에 나랑 제라르를 이 자리에서 떠나보내려고 한다는 건 잘 아는데. 제라르는 몰라도 나한테는 소용없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는 카밀라.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이 녀석은 제라르처럼 쉽지 않았다.
“난 아무 데도 안 가고 여기서 네 모습을 끝까지 지켜볼 거니까. 뭘 할 생각이라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사실은 애초에 기대도 안 했어. 너는 제라르만큼 순진하지는 않으니까.”
“하긴, 내가 생각해도 난 청순보다는 요염이 더 잘 어울리기는 해.”
“….”
“제라르는 완전히 가 버렸으니까 솔직히 말해 봐. 사과 열매로 상황을 중재하겠다는 거, 새빨간 거짓말이지?”
“당연하지. 그 청사과가 무슨 신화 속 마법의 사과도 아니고 상황이 저 정도까지 치달아 버렸는데 여기서 어떻게 좋게 넘어가.”
‘응응, 역시 그럴 줄 알았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카밀라.
어두운 덤불 속에서 유독 선명한 빛을 발하는 그녀의 녹안과 시선을 맞춘 채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자리를 비키라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 그만할게. 대신 이거 하나는 분명히 해 두자. 지금부터 여기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나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독단이야. 즉 지금부터 벌어지는 일들은 카밀라 너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거지.”
“그리고 또 없어?”
“만약 추후, 누군가가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를 묻는다면 너는 그냥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면 돼. 알겠지?”
“응, 글쎄? 그건 생각 좀 해 볼게.”
매혹적인 입술이 꽃처럼 벌어지며 방긋한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목구멍까지 올라온 ‘이런 상황에서 긴장도 좀 하고 그래.’라는 말을 꾹 참은 채 소매를 펼쳤고.
쉬이익.
카밀라가 설치해 놓은 마법 방어막 틈 사이에 수십 갈래로 갈라진 마나의 끈이 뻗어 나갔다.
교묘한 살모사처럼 몸을 움직이던 끈은 목표 지점에 도달한 그 순간, 무척이나 소란스러운 춤을 추기 시작했고.
파드드득.
꺼르르릉.
까아아악.
숨을 죽이고 있던 온갖 종류의 짐승들이 깜짝 놀라 달음박질을 시작하는 바람에 숲은 엄청난 소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 * *
지이이잉.
“…단장님!”
“전원 자리에 대기. 명령이 있기 전까지 일체 움직임을 불허한다.”
예상치 못한 소동.
하지만 콧수염의 기사 ‘애프먼’은 냉정을 잃지 않은 채 상황을 살폈다.
‘페르디난드의 애송이가? 아니야, 자세가 흐트러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놈이 저지른 짓은 아니다.’
푸드득.
귓가에 들려오는 낯익은 날갯짓 소리에 애프먼의 눈동자는 카누카가 몸을 누이고 있던 나무를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란을 틈타 다시 한 번 카누카는 자유의 비행을 시도하던 차였고 그 모습을 확인한 애프먼의 눈동자가 찌푸려졌다.
저놈을 발견한 이후 몰이를 하고 구속구를 채우기까지 꼬박 사흘이 걸렸다.
그런데 이렇게 허망하게 놓칠 수는 없는 일.
애프먼은 카누카를 포박하기 위한 채찍을 꺼내 들었으나.
휘리릭.
삐익.
수수께끼의 푸른 끈이 카누카를 낚아채는 게 조금 더 빨랐다.
사각.
끈이 번득인 순간 카누카를 옭아매고 있던 구속구가 잘려 나갔고, 그와 동시에 애프먼의 채찍 반대 방향으로 카누카를 잡아당기던 끈의 구속 또한 느슨해졌다.
삐이익.
끈의 도움을 받아 구속에서 벗어난 카누카는 그대로 유적을 향해 날아가 버렸고.
“이런!”
“제길! 결국….”
애프먼의 뒤를 따르던 단원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 놓쳐버렸네! 이럼 저녁 반찬으로 뭘 먹어야 하지?”
탄식이 끝나기도 전에 모습을 드러낸 까만 머리카락의 소년.
얼굴에 비해 유달리 껑충한 키가 인상적인 소년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한 채 천연덕스레 주위를 둘러본 후 말했다.
“어! 아스트라, 여기서 뭐 해?”
“…뭐 하는 놈이냐? 이게 무슨 짓이지?”
소년이 질문을 한 건 아스트라였으나 응답이 나온 건 반대쪽이었다.
애프먼의 스콰이어(Squire)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머크가 소년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내질렀다.
“보면 몰라? 저녁거리나 낚아볼까 하고 사냥을 했는데 놓쳤잖아.”
“…이, 이놈이 감히 누구 안전인 줄 알고….”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은 머크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자신보다 서너 살은 더 어려 보이는 소년에게서 반말을 들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옆에 있는 건 아스트라의 친구들인가 보네. 아스트라, 너도 이쪽에서 지도 작성을 시작한 거야?”
“이 새끼가! 감히 이토록 건방을….”
“그만.”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소년의 태도에 꼭지가 돌아 버린 머크가 칼을 뽑아 들며 나서려 했지만 애프먼은 손을 들어 스콰이어를 자중시켰다.
“…그래. 폴리다고스에 이상한 끈을 쓰는 신입생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기억이 있어. 자네가 페이건 클라디우스인가. 난 로덴토 공작 각하를 모시는 애프먼 처키리라고 하네.”
“페이건 클라디우스입니다. 조금 전의 무례는 용서하시길. 그토록 고귀한 분을 모시는 분들이라는 걸 알았다면 저 또한 그토록 무례한 언사를 일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애석함이라고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애석함을 말하는 소년.
하지만 애프먼이 최소한의 존중을 보이자 소년 역시 나름의 격식을 갖춰 인사를 건네 왔고 애프먼은 제대로 된 추궁을 위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클라디우스 가주님의 위명이야 여러 번 들은 바 있지.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반가이 자네를 맞이해 주고 싶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럴 수 없을 것 같군. 페이건 클라디우스, 자네가 발을 딛고 있는 장소는 로렌토 제3 기사단의 야영지야. 그런데 감히 우리 기사단의 땅을 함부로 밟은 것도 모자라 사냥을 하려 했다고?”
최소한의 존중이 담겨 있기는 했지만, 아스트라를 대할 때와는 온도의 차이가 확연한 말투.
“그런 되지도 않는 핑계로 로덴토의 과업을 방해한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사사삭.
별다른 지시가 없었음에도 애프먼의 단원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페이건을 포위했다.
그 인성이나 행동거지의 품격과는 별개로 이들이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기사들이라는 증거.
“페이건!”
아스트라는 무의식적으로 페이건과 등을 맞댄 진을 형성하려 했지만.
“왜 이래? 남자랑 들러붙는 취미 같은 거 없어.”
페이건은 아스트라를 밀어내며 어깨를 으쓱일 뿐, 그 태연한 표정 어디에서도 포위에 맞서려는 의지가 목격되지 않았다.
끄덕.
포위가 완료된 걸 확인한 애프먼은 검 손잡이에 검지를 가져다 댄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 마나 한 추궁을 하거나 괜한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네. 자네는 잘못을 했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야. 그리고 자네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폴리다고스와 클라디우스 양측 모두에 정식 항의 서한을 보내도록 하겠네.”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 제가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대가를 운운할 때만큼은 나 스스로 무척이나 공정한 사람이라는 착각을 할 수 있거든요.”
꿈틀.
포위, 그것도 로덴토의 기사가 가하는 포위망에 갇힌 자의 것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며 발언이 로덴토의 인내심을 자극했다.
“…이제 와서 사죄를….”
“저에 대한 소문을 들은 바 있다고 하셨지요? 그중에 말입니다, 혹시….”
분명 자신이 먼저 건방진 클라디우스의 꼬마를 향해 다가설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먼저 발을 뗀 건 페이건이었고 소문이 자자한 신입생은 지금 상황과 동떨어진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그 소문 중에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미친놈이라는 소문도 포함되어 있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