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15)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5)화(115/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5)
쪼로록.
꿀꺽.
“알겠어.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이번만큼은 로덴토 놈들의 비위를 맞춰 줄 수밖에. 가능한 선에서 애프먼이라는 놈에게 협조하도록 하게.”
―알겠사옵니다, 각하.
“놈들이 선택한 이동 경로는 지난번의 그건가? 왜 그 애프먼이라는 놈이 말하지 않았나? 만약의 경우, 비상용 통로를 이용해서 긴급 이송을 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그렇사옵니다.
“비상용 통로라니, 답답한 인간 놈들치고 꽤나 재미있는 생각이기는 해.”
큼지막한 글라스를 절반 이상 채운 와인을 단숨에 비워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루드비히 안피노는 평소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었다.
“내가 자네에게 말했던가? 아일리 바스티아 그 계집이 섭정께 올린 보고서 중에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자신에게 일임해 달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아일리 바스티아가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주시하고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응. 그 계집이 하는 행동이며 생각은 천박하기는 하다만 그래도 사람 보는 눈은 제법 있다 봐. 심상찮은 꼬맹이를 자신이 전담 마크하겠다며 나서는 걸 보면 말이야.”
―각하! 명하신다면 저 또한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감시하는 인원을….
“됐어. 지금은 일단 이송 작전에 열중하도록 하게. 그리고 지금 당장 그 페이건이라는 꼬맹이를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엘리제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루드비히는 고개를 내저었다.
신경이 쓰이는 꼬맹이를 마크하는 건 뒤로 미뤄도 충분했다.
어쨌거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정성껏 양육해 낸 짐승 무리를 무사히 로덴토 놈들에게 넘겨주는 것이었으니까.
‘짐승 무리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한다면 이미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버크 로덴토의 허파는 한층 더 부풀어 오를 것이고… 그럼 그놈이 헛된 꿈을 꾸는 속도도 빨라지겠지.’
쪼로록.
다시 한 번 잔을 채운 루드비히는 수정구 너머의 엘리제를 향해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요아힘 벤제르센이나 팩셰르 에우리디케가 그곳에 있다면 그쪽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겠지만 페이건이라는 놈은 아직은 풋내기 꼬맹이에 불과해. 그런 어린아이 하나 때문에 우리의 계획이 망가질 일은 없으니 자네는 로덴토를 지원하는 임무에 충실하도록 하게.”
* * *
“아스트라, 또 밥을 혼자 먹고 있네. 그때 그 일로 조원들한테 따돌림을 당하고 있나 봐. 에휴! 쫌생이들. 아스트라가 이상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나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나섰다가 충돌이 발생한 건데 그걸 가지고 사람을 따돌려.”
“너나 나는 아스트라가 나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아스트라의 조원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걸. 걔네들 인생 목표라 해 봐야 ‘더 많은 권력과 부(富)’가 전부일 텐데. 만에 하나라도 로덴토와 척을 지게 된다면 그 목표 달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잖아. 그러니 몸을 사리는 것도 당연하지.”
“당연? 어휴 하긴… 옳은 것과 당연한 게 항상 같은 건 아니니까.”
푹 하고 한숨을 내쉬며 음식을 배분하는 카밀라.
“아스트라… 괜찮겠지?”
제라르 역시 표정이 편치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아스트라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보니 여러모로 마음이 쓰이는 듯했다.
“저기 있잖아. 제라르, 사건의 원흉인 내가 이런 말을 하기에 좀 그렇지만 아스트라를 따돌리고 있는 놈들 입장에서 보자면 가장 걱정스러운 건 너일 거야. 나랑 로덴토 사이에 그 일이 벌어졌는데도 넌 벌써 며칠째 나랑 나란히 앉아서 밥을 먹고 있잖아. 만약 아스트라와 네가 마주친다면 아스트라는 지금 네 표정보다 두 배 정도 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채 널 바라보지 않을까.”
“난 괜찮아. 나랑 페이건은 친구니까.”
“네가 괜찮으면 아스트라도 괜찮을 거야. 찌질한 놈들의 따돌림 따위에 위축될 녀석이었다면 애초에 백룡기사라는 거창한 이명을 가지지도 못했겠지.”
“그렇기는 한데….”
“저기, 내가 아스트라한테 가서 말해 볼까? 괜찮으면 우리랑 같이 밥 먹자고. 따지고 보면 아스트라랑 우리는 로덴토의 횡포에 맞선 일종의 동료 같은 건데 식사 정도는 같이 할 수 있잖아?”
“난, 찬성!”
결국 카밀라가 제안을 꺼냈고 제라르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할 마음은 없지만, 아스트라가 그걸 원할까? 본인이 원하고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음… 왜 그렇게 생각해?”
“뚜렷한 이유는 없어. 그냥 감이야.”
그 사건 이후 아스트라를 몇 번 정도 마주쳤고 그때마다 녀석은 혼자였지만 외로움이나 쓸쓸함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으으… 또 감 좋은 페이건이 이렇게 말하니까 고민되네. 에이, 그래 관두자. 혼자가 편한 사람한테 억지로 제안을 했다가 괜한 부담만 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아쉽다. 오늘 후식 되게 맛있게 만들어졌거든. 아스트라도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미련이 남은 표정을 한 채 카밀라는 식사에 열중했고 우리 3인의 식사가 후식까지 모두 마무리되었을 무렵, 숲에는 어느덧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제라르, 오늘 모닥불은 네가 좀 피워 줘. 난 나갔다 올 때가 있어서.”
“늦었는데 또 어딜 나가려고? 깜깜한 숲속에는 무서운 늑대 아저씨가 있는 것도 몰라?”
제라르의 대답이 있기도 전에 삼각 수건을 질끈 동여맨 채 뒷정리 중이던 카밀라가 질문을 던져 왔고.
“그것참, 다행이네. 난 예전부터 늑대를 참 좋아했거든.”
한 손에는 다용도 소도(小刀), 반대쪽 손에는 카밀라의 손때가 묻어나는 바구니를 집어 들며 대답했다.
“오늘 일용할 양식의 기쁨을 누렸으니 나가서 내일의 밥을 벌어 와야지. 난 우리 조의 식자재 담당이니까.”
* * *
바스락.
저저적.
마른 나뭇잎을 치운 후 바닥에 귀를 가져다 대자 지면 아래에 자리 잡은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몸을 비트는 소리가 들려왔다.
북슬이가 야간 정찰을 떠난 지 오늘로 일주일 째.
이동수업도 슬슬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요 일주일 사이 페스티라카 유적 지대에 발생한 가장 큰 변화가 뭐냐고 묻는다면 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지면을 받치고 있는 빙하의 움직임이라고 말할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열심인 것 같지 않았는데, 그제부터는 정보 수집에 아주 열심이네. 혹시 중요한 일이라도 발생한 거니?
‘마음 같아서는 진즉에 이런 자세로 빙하의 움직임을 읽고 싶었어요. 그런데 보는 눈이 많아 그러지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가 놈들이 눈치채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요.’
―그 보는 눈이라는 거 우리를 미행했던 놈들을 말하는 거 맞지? 그럼 그제를 기해 그놈들이 숲에서 사라졌다는 거네?
‘네. 일주일 전, 저와 로덴토의 기사가 언쟁을 벌인 날을 시작으로 인원이 조금씩 감소하더니 그제를 기점으로 전 인원이 철수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이 숲속에 허깨비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 그래서 벨제키엘이 그런 말을 한 거구나. 처음에는 드문드문 보이던 광산의 허깨비 놈들 수가 확 늘었다고. 숲에 있던 그놈들이 전부 광산으로 이동한 거였어.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슬이가 없었으면 추측에 그칠 뻔했는데, 유능한 정찰병이 있으니 확실히 일이 수월하네요. 아! 지금 제가 한 말은 롤빵이한테 비밀로 해 주세요.’
―응, 입 꾹 닫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 사실은 나도 벨제키엘이 우쭐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심술이 나거든.
키득거림을 마친 라무테 님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깜깜하기만 한 숲을 살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어이가 없네. 그토록 먼 길을 죽기 살기로 따라왔던 놈들이 이토록 쉽게 모습을 감추다니. 학생들을 감시하는 건 애초에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다는 걸까?
‘확신할 수 없는 문제지만, 우리를 미행하는 것 또한 녀석들에게 중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 먼 거리를 기를 쓰며 따라오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다만 여기서 우리를 감시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 생겼기에 그쪽에 전력을 집중한 게 아닐까요?’
―흐흐응! 그리고 그 중요한 일이라는 건 광산에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지? 궁금하네, 그곳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북슬이에게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일러 놓았습니다. 녀석이 제가 특별히 주의 깊게 살펴 달라고 한 요구사항을 잘 들어 준다면 답이 금방 나올 것도 같은데, 일단 기다려 봐야죠.’
라무테 님 앞이라 차마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유적에 도착한 이래로 내가 해 온 행동을 되짚어 보면 일견 ‘새 사냥’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을 던진다거나 타악기를 두드려 몸을 숨긴 날짐승들을 깜짝 놀라게 한 후, 겁을 먹은 새들이 허겁지겁 모습을 드러내면 그때를 노려 놈들의 모가지를 낚아채는 ‘새 사냥’ 말이다.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어요. 이토록 광활한 유적을 떠받치고 있는 게 암석이나 산맥이 아닌 ‘거대한 빙하’라니 말입니다.’
―그러게. 페스티라카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 깜짝 놀랐지 뭐야. 호호, 지금은 오랜 세월에 걸친 중화 작업 덕분에 이 일대가 정상기후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적이 처음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는 이 일대가 온통 얼음 바다가 됐었다며?
‘네, 그랬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페스티라카가 극저온 상태에서 드러났음을 입증해 주는 증거가 바로 지하에 있는 빙하구요. 이거는 전해지는 소문인데 당시 중화 작업을 총괄한 볼메드 경께서는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아! 그거 나도 알아. ‘내가 지표면 아래의 빙하까지 전부 녹이기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내가 죽기를 기다리는 편이 조금 더 빠를 것이다.’, 나 그 기록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니까. 페이건이 말하려던 일화가 이게 맞지?
‘네, 맞습니다. 그리고 대마법사라는 소리를 들었던 볼메드 경을 그토록 기진맥진하게 만들 정도의 거대한 빙하라면 로덴토 놈들의 광산 인근까지도 뻗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겠죠?’
빙하란 언뜻 보면 백해무익한 얼음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빙하에는 그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가령 ‘뭔가’를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히 옮겨야 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놈들에게 지면 아래의 빙하는 크나큰 축복이 되어 줄 것이다.
빙하가 옮겨야 하는 물건의 하중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규모와 질량을 가지고 있다면, 빙하에 구멍을 뚫은 후 그 구멍을 통해 물건을 빼돌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테니 말이다.
물론 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불과 얼음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마법사가 필요하겠지만, 지반 붕괴의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는 땅굴에 비하면 얼음 구멍 쪽이 훨씬 더 수월한 일임이 분명했다.
―페이거어어언, 나 왔어!
다시금 빙하가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무렵 정찰을 나갔던 북슬이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돌아왔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정수리 위에 자리를 잡은 녀석은 들뜬 표정으로 자신이 목격한 것들을 떠들어 댔다.
―네가 말한 그대로야! 그놈들 요 며칠간 파란색 돌을 가지고 뚝딱거리며 뭔가를 만들길래 도대체 뭘 저렇게 열심히 만드는 건지 궁금했거든. 그런데 네가 그랬잖아, 그놈들 이동식 우리를 만들고 있을 거라고. 그 말 그대로 됐어. 오늘 가서 보니까 그 감옥이 움직일 수 있게 밑에다 바퀴를 달아 놨어. 그리고 바퀴도 특이했는데….
‘천이나 가죽 같은 걸 둘둘 말아서 냉기로 인한 피해를 대비했겠지.’
―어! 어떻게 알았어?
‘광산에서 시작해 페스티라카를 통과하는 긴 여정을 걸어야 하는데 얼음길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게 당연하지. 그리고 네가 본 그 파란색 돌, 해조석이라는 거야. 바다와 파도의 성질을 머금고 있는 돌인데 화염 속성을 가진 마수들을 통제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가진 물건이지.’
―어! 지난번에 그 노란 돌도 이상한 이름이 있지 않았나?
‘짐승들의 먹이로 삼기 위해 운반한 이름은 돌의 이름은 업화석, 짐승들을 구속하기 위해 사용한 돌의 이름은 해조석. 먹이와 우리라… 꼭 무슨 당근과 채찍 같네.’
―신기해. 난 처음 보는 물건인데 넌 왜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거야?
‘책에서 읽었어. 업화석도, 해조석도 오래전부터 나쁜 놈들이 애용해 왔던 걸로 유명한 마도구거든.’
그리고 그런 악랄한 마도구들을 가장 잘 사용한 제일 나쁜 놈이 바로 나였다는 고백을 눌러 참으며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해조석은 한데 모아 놓을수록 효과가 증폭되는 효과가 있는데. 그놈들 완성된 우리를 한군데에 모아 놓지 않았어?’
―응! 그것도 네가 말한 대로. 그리고 짜잔! 그 한데 모아 놓은 이동식 우리 한가운데에 네가 말한 물건이 있었어. 그리고 그 물건 엄청 반짝거려!
‘그래, 당연히 있어야지. 그 정도 머릿수의 짐승 무리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그게 있는 편이 훨씬 더 유리하니까. 구하기 쉬운 물건은 아니지만 로덴토라면 어떻게든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무튼 북슬아 그거 잘 기억해 둬. 이번 작전에 투입된 너와 나의 인건비는 그걸로 퉁칠 거니까.’
이걸로 모든 일은 계획대로.
물론 실전에 들어가면 어느 정도의 변수야 발생하겠지만 그 정도는 임기응변으로 대처해 나갈 자신이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유독 선명한 빛을 뿜고 있는 달이 보였다.
‘내일이면 블루문이네.’
블루문.
마나를 충만하게 해 주는 푸른 달이 뜨는 날.
―페이건의 이동수업도 내일이면 마지막이네. 모레 아침에는 폴리다고스로 출발해야 한다고 그랬잖아?
‘맞습니다. 학사 당국이 의도한 거겠죠. 이동수업의 마지막은 신비로운 푸른 달과 함께. 폴리다고스치고 꽤나 낭만적인 일 처리라 생각합니다.’
눈을 감자 조금씩 충만해지기 시작하는 마나의 흐름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푸르게 물든 달이 상징하는 건 마나의 홍수와 광기.
‘내일은 여러모로 괜찮은 하루일 겁니다. 이동수업을 마무리 짓기에도 우리를 옮기려는 쥐새끼들이 설치기에도 말이지요. 기대하고 계세요. 아주 재미있는 광경을 보여 드릴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