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16)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6)화(116/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6)
철그럭.
저저적.
매끈하게 뻗은 빙판 위로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 녹다 만 살얼음이 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새카만 천으로 뒤덮인 수십 대의 수레와 그 옆에 나란히 도열한 복면인들.
폴리다고스의 뒤를 따르는 미행인에서 짐승들의 간수로 보직을 변경한 복면인들은, 뻥 하니 뚫린 얼음 동굴로 진입할 준비를 마친 채 명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3분 뒤에 출발할 것이니 모두 마지막 점검을 실시해라. 특히 마나 은폐 도구를 꼼꼼히 착용하는 걸 잊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찰칵찰칵.
복면인들은 구석구석 손을 뻗어 짐승들을 가둔 우리며 자신들의 장비에 마나 은폐 장치가 제대로 부착되어 있는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행군이 시작되면 폴리다고스 교수들의 발밑을 지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꼼꼼히 확인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리와 잠금장치에 빈틈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피도록 해.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놈들은 아직 완전히 길이 들지 않았어. 지금은 해조석 우리에 갇힌 터라 쥐죽은 듯 지내고 있지만, 혹시라도 우리에 문제가 생겨 한 놈이라도 탈출한다면 그때는 정말이지 대형 참사야.”
인솔을 맡은 지휘관들은 분대 사이사이로 파고들어 이송의 총책임자인 ‘엘리제’로부터 전달받은 당부를 거듭 반복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송 따위야 로덴토 놈들에게 전부 떠넘기고 알아서 이동을 하든 도망을 치든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쨌거나 로덴토가 ‘대륙을 불사를 불쏘시개’ 역할을 완수할 때까지는 놈들 입안의 혀처럼 굴어 줄 필요가 있었으니까.
“단장님, 전원 출발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알았어. 선두부터 예정된 경로를 통해 이동하도록.”
삐그더덕.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확인한 엘리제는 출발 명령을 내렸고, 최선두에 선 빙결 마법사를 시작으로 빙하를 뚫고 나가기 시작했다.
가가가각.
선두의 마법사들이 길을 뚫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이 예상보다 컸던 탓일까?
―중간을 조금 더 지난, 그러니까 5분의 3 지역에서 쾅 하고 터뜨린다. 쾅 하고, 콰앙 하고. 이것만 잘하면 케이크 다섯 개 추가.
청각이 예민하기로 정평이 난 엘리제조차 잘 구운 롤빵처럼 빵빵한 볼을 한 정찰병이 자신들의 뒤를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파닥파닥하는 날갯짓을 자아내며 선두 주변을 맴돌던 벨제키엘은 페이건이 일러준 지시 사항을 다시금 복기했다.
―우웅… 그러니까 이 구슬에다 약간의 마나를 주입한 후 그 빛을 저기에 비추면 쾅 하고 터진다는 말이지. 일단 폭발부터 일으키고 그다음은 그러니까… 폭음을 이기지 못한 저게 지상 위로 솟구쳐 오를 테니 나는 그 뒤를 쫓아서 행방을 확보하면 된다. 그 뒷일은 제자랑 페이건이 와서 후루룩하고 척척. 응응, 간단해 어려울 것 아무것도 없어.
무려 케이크 다섯 개의 성과금이 달린 일이다 보니 지시 사항을 반복 숙지하는 벨제키엘의 표정은 정말이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카가가각.
마법사가 얼음을 뚫어 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얼음 가루 세례를 온몸으로 견뎌 내며 정찰병님은 롤빵답지 않은 비장한 표정으로 다짐했다.
―케이크야, 기다려! 형아가 갈게!
* * *
“우와아!”
“하늘이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었어. 환상적이야!”
블루문이 본격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자 학생들의 입에서는 연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달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푸른빛과 유적에 아른거리는 붉은빛이 한데 어우러진 탓에 대기는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었고 학생들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절경 앞에서 눈을 반짝일 수밖에 없었다.
“허허! 학생들의 표정을 보니 이번 이동수업 장소를 페스티라카로 정하기를 잘한 것 같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고대 왕국의 숨결이 깃든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 날 밤, 이토록 뜻깊은 경험을 했으니 아이들도 느끼는 바가 있겠지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자신들의 선구안을 자화자찬하는 교수들.
만약 이 자리에 운명의 신이 있었다면 ‘어? 이게 아직 끝이 아닌데. 빅 이벤트가 남았는데 벌써 그런 표정 지으며 감회에 젖으면 곤란해.’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우매한 존재인지라 운명의 신의 속내를 알지 못했고, 블루문이 농염함을 더할수록 학생들과 교수들의 흥분 또한 깊어져만 갈 뿐이었다.
“마셔! 마셔!”
“응, 너도 한잔해!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가, 술이 쭉쭉 들어가네.”
유적에서 보내는 월야(月夜)를 기념하여 교수들은 오늘 밤만큼은 자급자족의 예외를 인정했고 덕분에 학생들은 모처럼 풍족한 술과 안주를 앞에 둔 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런데 페이건은 왜 이렇게 안 와? 아카이드한테 밥 주고 온다고 한 지 한참 되지 않았어?”
“그러게. 올 때가 됐는데 안 오네. 아카이드가 산책이 하고 싶다고 그러나?”
카밀라와 제라르 역시 소박한 한 상을 차려 놓은 채 와인을 홀짝이고 있었는데, 나란히 놓인 세 개의 잔 중 한 개는 아까부터 통 비워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페이건이 지난번에 나랑 분명히 약속했거든. 이번 이동수업 중에 한 번은 꼭 아카이드를 태워 주겠다고. 그래서 오늘 밤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얘는 어딜 가서 이렇게 안 와? 달빛이 지기 전에 구겨…!”
“카밀라, 왜 그래?”
“제라르, 엎드려!”
카나페를 오물거리며 재잘거리던 카밀라가 돌연 제라르를 잡아당기며 마법 방어막을 전개한 그 순간,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저저적.
“어… 어! 뭐야! 땅이 흔들린다!”
“이런 갑자기 지진이라니. 교관들은 흩어져 있는 학생들을 한데 모으도록!”
미세하게 시작되었던 떨림은 점차 세기를 더해 갔고, 곧 지축을 뒤흔드는 진동이 되어 학생들을 덮쳐 왔다.
“진원(震源)은 남서쪽이야. 교수들은 진동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방어막을 전개하고 교관들은 학생들을 보호막 안쪽으로 불러 모아라!”
다행히 총책임자인 맥데브 교수가 신속하게 진원을 파악한 후 적절한 지시를 내린 덕분에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었다.
“어휴… 다행이다. 지진이 우리는 비껴갔나 봐. 어? 그런데 저기 땅이 갈라지기 시작한 저곳, 유적 남서 지구 아냐?”
“그러게, 큰일이야. 이대로 가다가는 저 지진 때문에 유적이 망가져 버릴 텐데….”
하지만 지진의 위협에서 벗어났다 하여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비록 학생들 자신은 무사했지만, 고대 유적이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교수님, 유적을 이대로 둘 수 없습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저와 산하 조교수들이 유적으로 가 지반을 진정시키는 조치를….”
“안 되네. 허락할 수 없으니 자리를 지키게.”
“교수님!”
“안 된다 하지 않았나. 아직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았는데 자네들이 자리를 비웠다가 학생들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리 경망스럽게 군다는 말인가?”
“하지만 유적이….”
“유적은 물론 소중해.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야. 그러니 한 사람도 자리를 이탈하지 말고 현 위치에서 대기하게.”
지진의 위협에 휩싸인 유적을 보면서 속이 타는 건 맥데브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었기에 맥데브 이하 교수진들은 입술을 깨문 채 유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르릉.”
“컹컹.”
“저, 저건!”
잠시 후, 갈라진 지면 사이로 온몸에 불길을 두른 들개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고 교수진 전원은 맥데브의 판단이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위협 상황은 아직 종료되지 않았던 것이다.
“컹컹.”
교수들이 놀라움을 표시하는 와중에 들개들은 속속들이 그 숫자를 늘려 갔고 결국 맥데브는 눈을 부릅뜬 채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팬텀 하운드… 저주받은 지옥의 사냥개들이 어째서 이곳에….”
* * *
“단장님! 47번 우리가 붕괴되었습니다. 먼저 빠져나간 놈들이 남겨 놓은 잔열 때문에 우리의 붕괴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단장님! 30번대 우리 전체가 완파(完破)되었습니다. 소수의 하운드는 빙하에 남은 채 단원들을 공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하운드는 폭발로 발생한 구멍을 따라 탈주 중입니다.”
맥데브가 두 눈을 부릅뜨며 경악의 탄성을 발하고 있을 바로 그때.
안타깝게도 패닉 상태에 빼진 건 교수들뿐만이 아니었다.
“하운드의 기력을 쇠하게 만들었던 영빙석이 튕겨 나간 여파로 우리들의 봉인 효과 또한 급격하게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모든 하운드가 탈주하게 될 것입니다!”
“영빙석의 행방을 쫓고 있으나 최초 폭발이 너무 격렬했던 터라 발견이 쉽지 않습니다. 폭발 시 발생한 균열을 따라 지상으로 튕겨 나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장님.”
“어… 어째서 이런 일이….”
갑작스럽게 닥친 사고 앞에 어안이 벙벙한 건 엘리제 역시 마찬가지.
반짝임, 이 말도 안 되는 사고의 시작은 아주 작은 반짝임이었다.
일행 후미를 지키며 행렬을 따라가던 엘리제의 시야에 미세한 반짝임이 잡혔고, 그 순간 그녀는 걸음을 멈춘 채 고개를 까닥였다.
다른 지점에서 발생한 반짝임이었다면 빙하에 반사되는 빛이겠거니 하고 넘어갔겠지만 반짝거리는 지점에 워낙 중요한 물건이 있었기에 허술하게 넘길 수 없었던 것이다.
반짝.
혹시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눈을 깜빡인 순간 두 번째 빛이 반짝였고.
‘저긴 모든 우리에 냉기를 공급해 주는 영빙석이 위치한 자리잖아… 행군이 다소 더뎌지겠지만 확인을 하는 편이 좋겠어.’
그녀가 잠시 정지하는 명을 내리려는 그 순간.
반짝.
세 번째 빛이 피어났고.
“…!”
쾅.
그 순간 영빙석은 믿기지 않는 굉음을 터뜨리며 몸을 떨어 댔다.
그리고 영빙석의 폭주로 발생한 냉기 폭풍이 행렬을 덮쳐 왔다.
저저저적.
원체 강대한 기운을 품고 있는 마도구답게 영빙석이 자아낸 냉기 폭풍의 위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고, 빙하를 찢어발기며 솟구친 냉기 폭풍은 지상으로 통하는 숨구멍을 만들어 버렸다.
“컹컹.”
“그르릉.”
“안돼!”
빙하 전체에 균열이 발생하는 마당에 팬텀 하운드를 가두고 있던 우리가 무사할 리 만무.
줄곧 갇혀 있던 불꽃 들개들은 환호를 내지르며 균열 틈 사이로 도망을 쳤고,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엘리제와 단원들의 입에서는 비명에 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대로 무사히 성장을 거듭해 버크 로덴토의 힘이 되어 주어야 할 병기들이 아직 완전한 힘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탈주를 해 버리는 일이 발생했으니 엘리제로서는 눈앞이 깜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왜, 왜 이런 일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발생한 비극 앞에 엘리제가 상황을 수습할 생각도 못 한 채 탄식을 뱉어낸 그 순간.
“아카이드, 지금이야. 급강하.”
―네, 알겠습니다! 출발!
비극의 현장과 까마득하게 떨어진 창공 위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창공을 누비며 기회를 엿보던 그리폰은 검은 유성이 되어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컹컹.”
정확히 팬텀 하운드 무리 정중앙에 착지를 마친 그리폰.
“컹컹.”
“카아아악.”
불청객의 등장에 깜짝 놀란 들개들이 불길을 토해 내며 짖어 댔지만, 초고위 마수가 뿜어내는 포효 한 번에 들개의 불꽃은 재가 되어 흩어졌다.
‘털 뭉치 선생님! 어디 계십니까?’
―페이건, 나 여기!
아카이드의 엄호하에 지상에 발을 내디딘 기수(騎手)는 파트너의 행방을 찾았고, 임무를 완수한 정찰병은 짧뚱한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모습을 내밀었다.
―여기! 폭발도 아주 성대하게 터졌고 네가 말한 영빙석이라는 것도 틀림없이 챙겨놨어. 나 잘했지?
‘그래 잘했어, 기분이다. 케이크 두 개 추가.’
―진짜? 만세!
안 그래도 통통했던 배가 유난히 더 불룩해진 걸 보니 자신의 탐스러운 복부 솜털에 물건을 숨긴 듯했고 페이건은 추가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북슬이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카이드, 지금 당장 북슬이와 라무테 님을 태우고 내가 말했던 그 장소로 가. 거기 가서 영빙석을 숨기는 건 라무테 님이 알아서 하실 거야. 라무테 님께서 작업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면 돼. 할 수 있지?’
―물론이죠. 라무테 님 그리고 스승님. 얼른 타세요. 제가 슝 하고 두 분을 모실게요.
―그럼 이따가 봐! 페이건.
―페이건, 우리 금방 올게. 그때까지 몸조심해야 돼.
슈우우웅.
사전에 약속된 계획에 따라 세 마리는 한 줄기 바람이 되어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고, 홀로 남은 소년은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균열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팬텀 하운드.
“컹컹.”
불꽃을 몸에 두른 지옥의 광견(狂犬)은 유적 전부를 불살라 버릴 듯한 기세로 날뛰며 울음을 토해 냈고 그 혼란스러운 광경을 시야에 새긴 소년은 영빙석 만큼이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개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