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17)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7)화(117/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7)
“컹컹.”
“으르르릉.”
아카이드가 옆에 있을 때는 꼬리를 만 채 분위기를 살피던 팬텀 하운드 놈들.
하지만 자신들을 짓누르던 피어가 사라지자마자 놈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불지옥에서 튀어나온 미친개’라는 이명답게, 놈들이 이빨을 보일 때마다 주둥이 사이로 유황불이 터져 나왔고 그 매캐한 향기로부터 후각을 보호하기 위해 난 미리 준비해 두었던 두건을 입가에 둘러야만 했다.
‘더러운 불지옥에서 태어난 놈들이니만큼 처음은 빙속성으로 하는 게 좋겠지.’
달칵.
“크르릉.”
정면에 선 채 나를 노려보던, 유난히 우람한 체구를 가진 팬텀 하운드는 연신 하울링을 토하며 기회를 노렸고, 차례를 기다리던 얼음 속성 마력구 또한 자기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고오오.
“컹.”
발동 준비를 마친 베가스가 발하는 기합성과 팬텀 하운드가 토해 내는 짖음 소리가 어지럽게 뒤섞였다.
“크르륵.”
지옥불 사냥개는 그 육중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날렵함을 선보이며 내 목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 순간 베가스의 사출구에서 시리도록 푸른 빛이 쏘아져 나갔다.
“깨갱.”
호기롭게 뛰어오른 것까지는 좋았으나 4서클 빙결 마법 ‘얼어붙은 사슬’에 직격당한 하운드는 얼음 기둥이 되어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고.
“깨갱.”
“깽.”
하운드를 묶어 낸 후 방사형으로 뻗어난 사슬 가닥에 휘감긴 주변의 하운드들 역시 얼음 동상의 모습을 한 채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마나의 전환, 발동되기까지의 시간, 구현된 마법의 세기까지. 모두 완벽해.’
유리안 선배와의 특훈 덕분인지 첫 실전 투입이었음에도 베가스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고 덕분에 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커어어어엉.”
함께 날뛰던 동료가 얼음 기둥으로 화한 걸 목격한 탓인지 사방팔방 미친놈처럼 설치던 하운드들은 내 주변으로 모여든 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일단 이놈들의 관심을 유적에서 나로 돌리는 데는 성공했고….’
지옥의 사냥개들로 겹겹이 형성된 포위망.
얼핏 보기에는 무척이나 버거운 상황에 처한 것처럼 보였지만 작금의 상황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어쨌거나 놈들의 시선이 나한테 집중되었다는 건 유적은 상대적으로 안전해졌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거품을 문 미친 들개들이 유적을 완파할 기세로 달려드는 걸 보느니 이놈들이랑 드잡이질을 벌이는 게 백 배는 낫지.’
나름의 목적이 있어 시끄럽게 판을 벌리기는 했다만 그 목적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우리에서 빠져나와 흥분 상태인 하운드들이 유적을 노릴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했던 바.
들개들의 시선을 내 쪽으로 돌리고자 하는 생각이 없었다면 애초에 그렇게 뻑적지근한 등장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캐앵.”
하운드 중 한 놈이 다시 한 번 도약을 시도했지만, 베가스의 사출구에서 뻗어 나온 냉기 폭탄에 얻어맞아 바닥을 나뒹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스르릉.
‘생각해 보니까 라무테 님과 북슬이 없이 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
베가스를 냉기 마법 모드에서 바람 마법 모드로 전환하여 티아매트를 꺼내 들었다.
두 사람, 아니 두 마리가 정말로 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둘의 부재가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것 또한 사실이었고 모처럼 느끼는 신선함을 한껏 담은 목소리로 지옥의 들개들에게 선언했다.
“너희들에게 원한이 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어쩌겠어. 탓하려거든 나 대신 너희들을 이곳까지 끌고 온 그놈들을 탓하는 게 좋을 거야.”
* * *
“더 확대해 보게. 가능한 한 최대의 크기로.”
“알겠습니다, 교수님.”
맥데브의 지시를 받은 조교수는 서둘러 수정구에 마나를 주입했다.
그 역시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은 마음이 매한가지였기에 ‘사건 현장의 모습을 기록하고 투영하는 수정구’에 마나를 주입하는 조교수의 손놀림은 기민하기 그지없었다.
“컹컹.”
저저적.
“깨개앵.”
휘이이잉.
“흐으음….”
관측 수정구와 연결된 투영 수정구가 허공에 쏟아 내는 광경을 목격한 맥데브의 입에서 묵직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얼음 기둥과 바람 표창에 직격당하는 바람에 연신 비명을 토해 내는 팬텀하운드들과 그 사이를 누비는 검은 머리카락의 소년.
워낙에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한 탓에 맥데브는 좀처럼 입을 열 수 없었다.
사실 팬텀 하운드가 날뛰는 현장으로 관측용 수정구를 보낼 때만 해도 이토록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지켜야 하는 자신들로서는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나설 수 없으니 최소한 유적이 붕괴되는 장면을 기록이라도 해 두는 것이 후학(後學)들을 위한 최선의 행동이라 생각해서 수정구를 쏘아 보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마음으로 보냈던 수정구가 이토록 큰 수확을 가져다줄 줄이야.
교수들이 탄식을 터뜨리는 와중에도 페이건은 팬텀 하운드 무리를 도륙하는 걸 멈추지 않았고 ‘양 떼 무리에 뛰어든 늑대’와도 같은 그 폭력적인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맥데브는 고민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 즉시 그 자리를 이탈해 방어막 쪽으로 이동하라는 자신의 지시 사항을 10분째 무시한 채 사냥에 몰두하고 있는 페이건 클라디우스.
이 맹랑한 명령 불복종에 분노를 해야 할지 아니면 이 끝을 알 수 없는 신입생이 보여 주는 경이롭기까지 한 용맹에 찬사를 보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율배반적인 딜레마에 사로잡혀 있는 건 맥데브뿐만이 아니었다.
“저 미친 새끼! 저놈 귀에는 최대한 빨리 방어막 안쪽으로 복귀하라는 교수님들의 명이 들리지 않나 보지? 저놈이 저렇게 교만을 떨어 대다가 큰 부상이라도 입으면 학년 전체의 문제로 번질 텐데 저 새끼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시건방을 떠는 거야!”
“그, 그렇지. 네 말이 맞아, 맞긴 한데… 그래도….”
“그래도 뭐?”
“페이건 클라디우스 말이야. 싸움 하나는 진짜 기가 막히게 잘하네. 오른손에 들고 있는 흑검도 흑검이거니와 왼손에 있는 「베가스의 송곳니」를 다루는 솜씨 좀 봐. 나 폴리다고스에 입학하기 2년 전쯤에 플라시드 선배님이 저 건틀릿을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있거든. 그런데… 당시 6학년이라던 플라시드 선배님도 건틀릿을 다루는 솜씨는 저거에 반의반도 안 됐어.”
“그, 그건….”
“대단해. 나도 인정하기는 싫은데.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진짜… 대단해. 해글러 선배를 쓰러뜨릴 때랑 비교하면 또 한걸음 발전한 것 같아.”
“뭐야? 그래서 너 저 건방진 새끼가 멋져 보이기라도 한다는 거야?”
“누가 멋지대! 내가 저 새끼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잖아. 그냥… 대단하다는 것뿐이야. 그리고 어쩔 수 없잖아. 저런 모습을 보여 주는데 어떻게 인정을 안 해!”
수정구를 통해 투영되는 영상을 보며 상반되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건 학생들 역시 매한가지였다.
이번에도 혼자 세상을 사는 것처럼 눈에 띄는 건방진 새끼에 대한 시기심과 그 꼴 보기 싫은 놈이 보여 주는 극강의 전투력에 대한 감탄.
입으로는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학생들의 눈은 티아매트의 궤적을 따라가기 바빴고 전투의 현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방어막 안쪽은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페이건, 팬텀 하운드의 능력이 저게 전부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겠지?”
“응, 페이건이라면 틀림없이 알고 있을 거야. 내가 알고 있는 걸 페이건이 모를 리 없잖아?”
“팬텀 하운드들이 ‘공포의 낙인’을 발동시킨다 해도 교수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텐데. 페이건, 너 자신 있는 거 맞지?”
허공에 맺힌 영상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건 카밀라와 제라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데 잔뜩 흥분한 채 감상평을 늘어놓고 있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두 사람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개체화’된 팬텀 하운드가 찢어발겨지는 광경을 지켜보는 건 통쾌한 일임에 틀림없었으나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고 마냥 신을 내기에는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너무나도 풍부했기 때문이다.
“커어어어엉.”
균열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던 팬텀 하운드의 개체수가 3분의 2 이하로 줄어들었을 무렵 무리 중심에서 유독 긴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들은 카밀라의 낯빛이 변했다.
두 사람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던 그 이유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컹컹.”
츠즈즈즈.
당장이라도 페이건을 향해 달려들 듯하던 하운드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서자 놈들이 찢겨 나간 자리에서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합체야! 개체화되어 있던 팬텀 하운드 놈들이 단일 개체로 융합하고 있어!”
“공포의 각인? 각인은 어떻게 되었지? 방어막이 각인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수백 마리의 들개로 흩어져 있던 팬텀 하운드는 한데 뭉쳐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학생들의 머리 위로 동그란 원이 떠올랐다.
“어? 이게 뭐야? 왜 우리 머리 위에 이렇게 불길한 마법진이….”
“역시… 마법 방어막으로는 완벽한 차단이 안 되는군.”
당황한 학생들과 탄식을 터뜨리는 교수들.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양에 따라 ‘공포의 각인’을 대하는 태도는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었고 교수들은 학생들 사이로 흩어져 명령을 하달했다.
“자기 머리 위에 마법진이 맺힌 자는 지금 즉시 마나 운용을 중단하고 방어막 중심으로 이동한다. 서둘러!”
“합일화된 팬텀 하운드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공포심을 흡수해서 힘을 얻는다. 머리 위에 공포의 인이 맺힌 학생들은 방어막 중심으로 지금 즉시 이동하도록!”
공포의 낙인.
팬텀 하운드가 가지고 있는 최대 무기를 목격한 교수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맥데브를 비롯한 교수들이 방어막을 중심으로 수세적인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공포의 낙인 때문이었다.
자신들이야 공포의 낙인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아직 경지가 낮은 학생들이 낙인에 저항할 수 있을 리 만무했고 실제로 절반이 넘는 학생들의 머리 위에는 낙인이 선명하게 맺혀 있었다.
만약 교수들이 2중, 3중의 방어막을 설치해 낙인의 영향력을 약화시키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쓰러지는 학생들이 속출했을 터.
한데 뭉친 팬텀 하운드가 가진 진짜 힘을 깨달은 학생들은 화들짝 놀라 방어막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지이이잉.
화르륵.
낙인을 통해 흡수된 공포의 감정 덕분에 팬텀 하운드의 불꽃은 한층 더 맹렬하게 타오를 수 있었다.
“그르르르.”
그렇게 1분여에 걸쳐 맹렬히 타오르기를 거듭한 불꽃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고 불꽃이 잦아든 자리에 개체화되어 있던 하운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한 진짜 팬텀 하운드가 태어났다.
“그르르르릉!”
재탄생을 마친 팬텀 하운드는 대가리를 사방으로 흔들어 대며 포효를 내질렀고 몸길이만 해도 수십 미터에 달하는 괴물이 발장구를 치자 다시 한 번 지축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저렇게 생긴 괴물이 다 있지.”
“저 발바닥 좀 봐. 밟히는, 아니 스치기만 해도 우리는 그냥 끝장이야.”
지이이잉.
심약한 학생들이 공포에 겨운 탄식을 터뜨릴 때마다 머리 위의 낙인이 번쩍이며 반응을 했고 그때마다 팬텀 하운드를 감싼 불꽃은 더욱더 맹렬하게 타올라 갔다.
“…어쩔 수 없지, 자네들은 여기 있게. 난 페이건 학생을 데리러 다녀오겠네.”
“교수님….”
“괜찮아. 비록 내가 전투 전공은 아니다만 저런 돼먹지 못한 괴물에게 당할 정도로 허술한 사람도 아닐세. 페이건 학생을 금방 데리고 올 테니 자네들은 방어막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게.”
결국 팬텀 하운드가 합체를 마칠 때까지도 페이건은 방어막 쪽으로 이동하지 않았고 결심을 굳힌 맥데브는 방어막 바깥을 향해 이동할 채비를 마쳤다.
물론 방어막을 통해 다른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렇다고 위험에 처한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저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까.
“저… 교수님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전언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저는 괜찮으니 혹시라도 교수님들이 방어막을 벗어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모든 일은 예상했던 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고 곧 일이 종료될 터이니 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전언이….”
“뭐?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기다려 달라는 전언을 보냈다고?”
결정적인 타이밍에 도착한 믿을 수 없는 전언.
혹시 수정구를 담당하는 조교수가 착오를 일으킨 건 아닌가 싶어 자신의 눈으로 몇 번이고 수정구 표면을 살폈지만, 전언의 내용이 바뀌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 혼자서 뭘 할 수 있다고….”
개체화된 하운드를 상대로 보여 준 용맹은 팬텀 하운드가 가진 진짜 힘을 모르기에 가능한 만용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고?
그러니까 진짜 팬텀 하운드가 가진 힘을 알면서도 저런 모습을 보여 준 거라고?
이제 겨우 1학년 그것도 비전투 전공인 치료술사가?
“…수정구, 페이건 클라디우스 얼굴에 집중해.”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어떤 표정으로 저런 전언을 보낸 건지가 미치도록 궁금해진 맥데브는 페이건의 얼굴에 초점을 둘 것을 지시했다.
“뭐, 뭐야. 저 새끼 지금 상황에서 지금 웃고 있는 거야?”
“저거 혹시 너무 큰 공포를 맞닥뜨리는 바람에 미쳐 버린거 아니지?”
맥데브의 지시 덕분에 학생들은 작금의 상황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페이건의 표정을 똑똑히 볼 수 있었고 관객들의 놀람이 최고조에 다다른 그때.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거대화된 팬텀 하운드와 시선을 마주한 채 공포의 흔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개새끼가, 감히 누구 앞에서 이빨을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