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18)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8)화(118/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8)
“지금… 개새끼라고 한 거 맞지? 그것도 웃는 얼굴로….”
“저 새끼, 드디어 완전히 맛이 갔구나.”
공교로운 타이밍이라고나 할까?
때마침 맥데브가 페이건의 얼굴에 수정구를 집중하라는 명을 내린 덕분에 페이건의 표정이며 목소리는 방어막 안 학생들의 고막에 완벽하게 전달되었다.
“크르를.”
물론 페이건과 대치하고 있는 융합형 팬텀 하운드 역시 그 말을 듣지 못했을 리 없었고 격노에 찬 괴물이 대가리를 흔들어 대자 사방으로 불꽃 소나기가 넘실거렸다.
지이이잉.
화르르륵.
팬텀 하운드의 으르릉거리는 소리가 커짐에 따라 학생들의 머리 위에 떠 있던 낙인은 더욱더 선명해지고 괴물을 감싼 불길 또한 거세어져만 갔다.
방어막이 낙인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차단하고 있었지만 애초에 목표가 된 학생들의 머릿수가 제법 많았기에 낙인을 통해 공급되는 기력이 적지 않은 것이었다.
“거참, 시끄러운 놈일세. 개라는 건 함부로 이빨을 보이면 사랑받지 못하는 법인데 네 주인이 그런 것도 안 가르쳐 줬나 봐?”
빙글.
팬텀 하운드의 불꽃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빙글 돌아가는 티아매트.
“그르르르.”
페이건의 여유가 넘치다 못해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을 지켜본 하운드는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묵직한 울음을 내뱉었고.
지이잉.
“페이건 도망쳐! 네 머리 위에도 낙인이!”
제라르의 다급한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 학생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것과 똑같은 모양을 한 마법진이 새겨졌다.
촤라라락.
그리고 마법진이 새겨지자마자 하운드의 주둥이 사이를 빠져나온 새빨간 혓바닥이 그대로 페이건의 전신을 휘어 감았다.
지이이잉.
“안돼!”
페이건의 머리 위에 맺힌 다른 학생들의 것보다 열 배 크기는 족히 됨직한 마법진이 음울한 빛을 토하는 걸 목격한 제라르는 결국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원래 페이건 정도의 경지에 이른 검사라면 공포의 낙인이 먹히지 않는 게 맞았다.
하지만 저 특대형 마법진은 페이건의 범상치 않음을 감지한 하운드의 비장의 무기임이 분명해 보였고 결국 페이건은 마법진과 혓바닥이라는 2중 속박에 당해 버리고 만 것이다.
“크르르르.”
페이건에게 시선을 고정한 괴물이 정신을 집중하자 다른 학생들의 머리 위에서 발생하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 페이건에게도 발생했고 결국 제라르는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채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2중 속박에 완전하게 당한 이상 페이건 자력으로 저 구속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스르릉.
“제라르,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페이건을 데리고 올게.”
“카밀라… 나, 난….”
카밀라가 자신의 애병(愛兵) ‘서리나루’를 뽑아 드는 걸 본 제라르의 표정이 한층 더 창백해졌다.
여기서 카밀라를 방어막 바깥으로 내보내는 게 현명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페이건을 저렇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
마음 같아서는 자신도 같이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그저 방해가 될 뿐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제라르는 카밀라를 붙잡지도 배웅하지도 못한 채 팔다리를 떨고 있을 뿐이었다.
“난 방어막 바깥으로 나가 볼 테니 자네들은 여기에서 방어막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게나. 행여 이 상황에서도 나를 말리려 드는 친구들은 없겠지?”
“교수님!”
“어허! 말리지 말라 하였어!”
그 시각, 방어막 바깥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건 카밀라뿐만이 아니었다.
맥데브 역시 지팡이를 집어 든 채 발걸음을 내디뎠다.
비록 자신이 비전투 특기라고는 하나 소중한 학생의 생명이 명재경각의 위기에 처해있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하고 싶은 거 다 했냐?”
그런데 바로 그때, 여전히 페이건에게 집중되어 있는 수정구에서 소름끼치도록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
도무지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반응에 놀란 맥데브가 눈을 크게 뜬 그 순간.
지이이잉.
페이건의 머리 위를 점거하고 있던 공포의 낙인이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낙인에서 쏟아져 나오던 불길한 적빛은 점점 옅어져만 갔고 낙인의 가장자리를 따라 실처럼 가는 균열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저저적.
“케엥.”
마법진의 뒤틀림이 심해짐에 따라 하운드의 주둥이에서도 탁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켕케엥!”
방향을 잃은 채 흔들리는 눈동자와 탄력을 상실한 채 늘어진 혓바닥.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상을 얻은 듯 득의양양하던 하운드는 온몸의 깃털이 뽑혀 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위축된 반응을 보였고 그 음울한 반응 위로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삼킬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주둥이를 들이밀지 말았어야지.”
스르릉.
페이건은 하운드의 혓바닥에 온몸을 구속당한 사람의 몸동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수려한 동작으로 티아매트를 치켜든 후 그대로 내리그었다.
서거거.
“케엥.”
단번에 잘려 나간 혓바닥.
불의의 습격에 당한 팬텀 하운드는 새된 소리를 내질렀지만, 놈에게 닥칠 시련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슈웅.
콰앙.
“켕.”
구속에서 벗어난 페이건은 하운드의 오른쪽 앞발을 겨냥해 건틀릿을 뻗었고 베가스가 토해 내는 냉기 폭탄에 무릎을 직격당한 하운드의 입에서 다시 한 번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야? 저 괴물이 왜 저렇게 무력해 진 거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씹어 먹을 기세였는데…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구?”
급변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학생들의 입에서는 연신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흡수한 학생들의 공포를 통해 기력을 회복한 팬텀 하운드가 저 얄미운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머리통 위에 초대형 낙인을 띄우는 것까지는 이상할 게 없는 아주 바람직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 건 그다음.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공포를 흡수한 후 한 층 더 기력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하운드가 거세게 날뛰기는커녕 급속도로 무력해지고 만 것이다.
쾅쾅쾅.
“케에엥케엥.”
학생들이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페이건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베가스의 마탄에 난타당한 하운드의 주둥이에서는 연신 비명이 울려 퍼졌다.
“케에엥.”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수십 발의 마탄에 난사당한 초대형 표적은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고 그 틈을 이용해 놈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페이건은 곧바로 참수 준비에 들어갔다.
“이런, 씨 저것도 이긴다고… 진짜 괴물 같은 놈이네. 그래서 더 재수 없어.”
아직까지는 하운드의 목이 붙어 있었지만 잠시 후 그 목의 행방이 어찌 될지는 명약관화한 일이었고 관객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탄식을 내뱉는 게 전부였다.
“저 새끼… 저 표정 좀 봐. 아무 일도 아니라는 저 표정이 진짜 재수 없다니까. 오늘 저 새끼가 한 일로 한동안 시끄러울 텐데 본인도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면서 저 표정을 하고 있는 거잖아?”
“지 잘난 맛에 사는 새끼인데 당연히 알고 있지. 하여튼 밥맛인 놈이야. 내가 저 새끼 나락 가는 걸 한번은 봐야 하는데.”
질투에 눈이 먼 각다귀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저주 섞인 바람들을 내뱉었지만, 그 옹졸한 외침들이 페이건의 귓가에 닿을 리 만무했고.
“다음부터는 상대를 봐 가면서 이빨을 들이밀도록.”
페이건은 하운드의 목젖 어디쯤에 티아매트를 쑤셔 박으며 마지막 조언을 건넸다.
“뭐, 다음 기회가 있거나 할 것 같지는 않다만.”
서걱.
목젖을 파고든 티아매트가 승천이라도 할 기세로 솟구쳐 올랐고 직경만 해도 수 미터에 달하는 하운드의 목은 그렇게 잘려 나갔다.
스스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괴물을 무력화시킨 건지 그 의문이 채 풀리기도 전에 하운드의 몸은 잿가루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고 페이건은 한쪽 무릎을 지면에 댄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 주저앉은 걸 보면 저놈도 피곤하기는 한 가보네. 하여간 피곤해하는 표정도 마음에 안 들어. 재수 없는 새끼.”
땅에 닿은 페이건의 무릎을 본 일부 머저리들은 악담을 토했지만 사실 페이건이 자세를 낮춘 이유는 피곤 때문이 아니었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진즉에 내뺀 모양이군.’
혹시 아직 이 근처에 있나 싶어 기척을 살펴봤지만, 허깨비 놈들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고 어렴풋한 냄새조차 남아있지 않는 걸 보니 꽤 오래전에 몸을 내뺀 듯했다.
‘하운드 놈들이 이 지랄을 떤 이상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했겠지. 그리고 일이 이렇게까지 틀어진 이상 자신들의 정체를 감추는 게 그나마 최선이라는 결정을 내린 거야. 쥐새끼 같은 놈들 같으니라고.’
자리에서 일어난 페이건의 시선은 로덴토가 점거하고 있는 광산을 향했다.
비록 짙은 어둠 덕분에 광산이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를 짐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쯤 어디까지 포기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끝났을 테니 포기에 수반되는 작업을 진행 중이겠지. 지워야 하는 흔적은 지우고, 희생양으로 삼을 놈을 정한 후 그 자에게 모든 걸 덮어씌우고, 쓰레기 같은 놈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맥데브를 앞세워 광산을 급습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맥데브를 비롯한 교수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터.
설령 설득에 성공한다 해도 사건의 내력을 파악한 교수들이 광산에 도달하는 것은 이미 결정적인 증거가 모두 훼손된 이후가 될 가능성이 컸다.
‘…관두자.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고 말 쭉정이 같은 단서를 잡자고 그런 고생을 할 필요까지야 없겠지.’
휘이이잉.
스스스.
다행히 바람이 부지런히 불어 준 덕분에 하운드의 몸이 완전히 흩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고 지옥의 사냥개가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후에야 페이건은 일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페이건,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몸은 괜찮아?”
“어떻게 한 거야, 그거?”
이번에도 페이건을 반갑게 맞아주는 건 그 두 사람뿐.
방어막을 헤치며 달려와 도도도도 하는 발걸음으로 페이건 앞에 선 두 친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금의 감격을 표현했다.
“제라르, 네가 목격한 그대로야. 아무 이상 없어. 그리고 어떻게 했냐니? 뭘 말하는 건데?”
“얘가 또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능청을 떠네. 그렇게 기세등등했던 하운드를 어떻게 무력화시켰는지를 묻고 있잖아.”
“아… 그거, 너도 알다시피 융합한 팬텀 하운드는 인간이 느끼는 공포를 양분으로 삼는 놈이잖아.”
“응응! 그렇지.”
“그러니까 그놈을 상대할 때는 겁을 먹지 않으면 되거든. 그렇게 했을 뿐이야.”
“…그게 다야?”
“그게 단데. 너도 봤잖아? 공포의 낙인이 망가진 순간 놈이 충격을 받는 거. 애초에 놈이 나를 겨냥해 그렇게 큰 낙인을 만든 게 실수였어. 그 정도 자원을 투입했으면 합당한 성과를 거뒀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로 기력만 소모했으니 하운드의 기운이 빠질 수밖에.”
“아항! 그러니까 자자, 다들 들어봐요. 팬텀 하운드를 상대할 때는 겁을 먹지 않으면 된답니다. 어때요? 참 쉽죠? 뭐 이런 건가? 이거 꼭 ‘현명해지고 싶거든 책을 열심히 읽으세요. 호호!’랑 똑같은 수준의 답인 것 같네.”
“현명해지기 위함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독서가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어. 혹시 내 의견에 뭔가 불만이 있다면 그것 말고 다른 예시를….”
찰싹.
“왜 때려?”
“얄미워서 때렸다, 왜! 겁을 먹지 않으면 된다고? 팬텀 하운드가 무슨 여름밤에 묘지에서 하는 담력 훈련인 줄 알아? 단순히 겁을 먹지 않겠다는 자기 암시로 낙인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하다면 애초에 놈이 그토록 위험한 괴물로 분류될 일도 없었을 거야. 놈의 낙인에는 인간이 거대 마수에게 느끼는 본능적인 공포를 증폭시키는 효과도 포함되어 있단 말이야. 그런데 뭐? 겁을 안 먹으면 돼? 너 잘났다, 아주!”
결국 카밀라의 하얀 주먹이 페이건의 어깨 위로 쏟아지고 말았다.
웬만한 건 그러려니 했는데 이 장면에서까지 페이건이 ‘별거 아니야, 뭘 그런 걸로 놀라고 그래?’라는 표정으로 일관하자 결국 카밀라의 인내심이 폭발해 버리고 만 것이다.
“좋겠다, 강철로 만들어진 심장을 가지고 있어서.”
“하!”
“왜 웃어!”
“아니, 그거랑 비슷한 말을 예전에 들은 것 같아서.”
로덴토가 키우고 있는 마수가 팬텀 하운드라는 걸 알아챈 그 순간, 페이건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번 생애에서는 팬텀 하운드를 상대하는 게 처음이었지만 전생의 페이건은 여러 차례 팬텀 하운드를 상대한 경력이 있었다.
그리고 지옥의 사냥개가 펼치는 낙인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으로 괴물을 도륙해 버리는 페이건의 모습을 보며 전생의 스승께서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 바 있었다.
[나도 마수를 사냥한 경험이라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사람인데 팬텀 하운드가 불쌍해 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구나. ‘공포를 주무기로 삼는 괴물’이 ‘공포라는 걸 모르는 진짜 괴물’을 만났으니 이리도 처참하게 학살당할 수밖에. 엘드, 잠시 이리 와 보거라. 아무래도 네놈의 왼쪽 가슴에는 인간의 심장이 아닌 용의 심장이 박혀 있는 것 같으니 내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구나.]전생에서부터 공포라는 감정과 친숙해진 경험이 없는 페이건으로서는 구구절절한 설명을 해야 할 필요를 못 느꼈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카밀라의 주먹 세례가 멈추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한마디를 덧붙이기로 했다.
“치료술사로서 모든 명예를 걸고 맹세하건대 내 심장은 피와 혈관으로 이루어진 게 맞아. 다만 나는 가업의 특성상 어릴 때부터 대담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에 따른 훈련을 받은 터라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침착할 수 있었을 뿐이야.”
“훈련? 조금 더 자세히 말해….”
“재미있군.”
페이건의 입에서 나온 훈련이라는 말에 반응한 카밀라가 주먹질을 멈추고 재차 질문을 던지려는 찰나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맥데브가 선수를 치고 나왔다.
페이건의 전투를 보고 어안이 벙벙해진 모든 교수를 대표해 한걸음 치고 나선 맥데브는 페이건을 향해 다가서며 말했다.
“자네가 받았다는 그 훈련이 뭔지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