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19)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9)화(119/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19)
“교수님께서 설명을 원하신다면 말씀드리지 못할 건 없죠.”
어쨌거나 내 ‘공적’이라고 할 만한 일들의 경위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취미는 없었으나 맥데브가 이렇게까지 나오는 이상 그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맥데브는 이번 여정의 총책임자로서 ‘종합 결과 보고서’를 작성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었고 그가 펜대를 어떻게 놀리느냐에 따라 내가 감당해야 할 번거로움의 무게 또한 달라질 테니까.
“교수님, 혹시 ‘부골성 탐식증’이라는 병명을 들어 보셨습니까?”
“…음 오래전 학술지에서 읽은 것 같기는 하다만 자세한 내용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군.”
“부골성 탐식증은 사기(死氣)나 마기(魔氣)가 스며든 곡물을 장기간 복용했을 시 발생하는 희귀병입니다. 그리고 상태가 좋지 않은 곡식이라는 게 아무래도 빈민가를 중심으로 유통되는 일이 많다 보니 부골성 탐식증의 감염자 대부분은 빈민층이 되겠지요.”
“흐음… 오염된 곡식이 유발하는 중병이라니 내 자세한 증상은 알지 못한다만 증상이 무척 악독한 질병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정확히 보셨습니다. 부골성 탐식증의 독기가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은 발병 환자의 뇌입니다. 병세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진행되는 경우 탐식증의 환자는 이성을 상실하게 되며… 주변인의 살점을 씹고자 하는 욕망을 느낍니다.”
“허흠! 그런 잔혹한 병이 있다는 말인가.”
“문제는 탐식증의 독기가 작용하는 부위가 뇌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뇌를 점거한 탐식증의 독기는 환자의 근육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는 데 이 경우 환자는 일시적으로 일반인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괴력을 얻게 됩니다.”
“이성을 상실한 데다 인간의 살점을 탐하기까지 하는 괴력의 존재라니? 그건 마치 좀비나 구울 같지 않은가?”
“뭐,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요. 물리는 등의 신체 접촉이 이루어져도 감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부골성 탐식증의 환자는 좀비와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맥데브가 내 얼굴에 집중해 놓은 수정구를 치우라는 명을 내리지 않은 덕분에 부골성 탐식증에 관한 설명은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그 증상을 들은 교수와 학생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세상에나 그런 끔찍한 질병이….”
“우웩! 빈민이란 놈들은 그런 더러운 병에 걸릴 수도 있는 거였어. 나 같으면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더러운 건 입에도 안 댈 텐데. 이래서 천한 것들은….”
가난한 자들이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오염된 곡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 같은 건 알지도 못한 채 천박한 소리를 늘어놓는 머저리들.
마음 같아서는 따귀라도 한 대씩 갈겨 주고 싶었지만, 꾹 참고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제가 열세 살이 되던 해, 아스칸 제도 인근의 작은 섬에서 탐식증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 즉시 가문의 의원들을 동원해 섬으로 향할 계획을 세우셨고 그 출장 인원 중에는 저 또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겨우 열세 살밖에 되지 않은 자네를 그 끔찍한 장소에 데려가셨다는 말인가?”
“당초 아버지께서는 조금 이르다고 판단하여 주저하셨지만, 어머니께서 저를 데려가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시는 바람에 결국 저 또한 인원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버지의 의지를 북돋아 준 어머니의 결단에 지금까지도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설득하지 않으셨다면 저 또한 그토록 값진 경험을 얻지 못했을 테니까요.”
“흐음… 좋은 경험이라… 그래, 계속해 보게.”
“섬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는 가장 증세가 시급한 탐식증 환자의 진료에 나서셨습니다. 한데 탐식증 발병자는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인지라 진료를 위해 환자의 사지를 기둥에 꽁꽁 묶어 그 움직임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업을 끝낸 후 환자의 피를 뽑아 오염된 기운을 낮추는 것으로 진료는 시작됩니다. 그 후 경과에 따라 영양제를 주입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증상을 다스리는 것. 이게 부골성 탐식증을 치료하는 기본적인 과정입니다.”
“괴력을 발휘하는 환자를 기둥에 묶었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환자는 마치 짐승처럼 저항을 할 테고, 이는 환자의 신체에 큰 피해가 발생할 거라는 자명한 사실 아닌가?”
화들짝 놀라 목소리를 높이는 맥데브.
난 맥데브의 떨리는 눈동자를 마주한 채 열세 살의 내가 목격한 광경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맞습니다. 환자의 뼈가 살가죽을 뚫고 나오는 경우는 예삿일이고, 증상이 특히 좋지 않은 환자의 경우 장기를 쏟아 내는 수준의 격렬한 저항을 벌이는 경우도 종종 있곤 합니다.”
“…꼭 그런 잔혹한 방법이 아닌 회복 주문을 통한 치료도 가능하지 않은가?”
“가능이야 하겠지만 사기에 오염된 뇌를 정화하기에는 주문력의 소모가 너무 큽니다. 그런 식으로 치유 주문을 낭비했다가는 환자의 상처를 봉합하는 데 사용해야 할 마나가 모자라게 되겠죠. 소규모로 환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주문력의 사용도 고려해 볼 법하겠지만, 아스칸 제도 사건처럼 대규모 발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제가 말씀드린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고 또 현실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잠깐! 그렇다면 설마… 자네가 가업을 잇기 위해 받았다는 그 훈련이….”
“교수님께서 짐작하고 계시는 그게 맞습니다. 클라디우스의 이름을 잇기 위해서는 흐르는 피와 떨어져 나간 살점 앞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담대함이 필요하고. 아버지께서는 저의 각오를 시험하기 위해 그 자리에 저를 데려가신 겁니다.”
* * *
굳이 눈을 감지 않아도 그날의 기억이 선명히 떠오른다.
“의원 나으리, 클라디우스 가주님, 부디 우리 남편을 제발 좀 살려주세요. 저 이가 이대로 가 버리면 남겨진 아이와 저는 어쩌라는 말입니까! 제발 부탁입니다. 나리, 이렇게 가 버리기에는 저 사람이나 저나 지금껏 살아 온 세월이 너무 고달프기만 했단 말입니다.”
“걱정 말게. 우리가 여기에 왔으니 이제 더 이상 아무도 죽지 않아.”
아버지의 치료복 자락을 움켜쥔 채 엉엉 울음을 쏟아 내던 남루한 의상의 중년 여인과 그런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 주시던 아버지.
“그럼 진료를 시작해 볼까! 아일톤, 자네는 내가 되었다고 할 때까지 이곳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입구를 봉쇄하게. 데릭, 자네는 나를 보조하도록 하고 페이건은 나를 따라오너라.”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둑한 지하 창고.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내 눈에 보인 건 팔다리에 뚫린 구멍 사이로 뼈를 노출한 채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년 남성이었다.
“카아아아악!”
“그래그래, 많이 고통스럽지. 조금만 참게나, 내가 자네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줄 테니.”
악귀와도 같은 표정을 한 채 악다구니를 내지르는 중년 남자.
아버지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남자에게 다가가 복부를 절개한 후 오염된 피를 뽑아내었다.
“카아아악.”
뿌드득.
사지가 꽁꽁 묶였음에도 남자는 격렬한 반항을 했고 그 저항이 워낙에 극심하다 보니 채혈을 위해 만든 구멍 사이로 내장 조각이 흘러내리는 일도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자네를 살리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이고 자네는 그 사실만을 믿으면 돼.”
새카맣게 오염된 피가 얼굴에 튀고 순백의 치료복은 환자의 고름으로 엉망이 되었지만, 아버지께서는 단 한순간도 손을 멈추지 않으셨다.
그리고 난 그 분주한 뒷모습을 통해 나의 아버지 ‘티베리 클라디우스’가 진정으로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 치료술사라는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후우….”
뼈가 튀어나온 자리에 약초를 뿌린 후 붕대를 감고 내장이 튀어나온 자리에 치유 주문을 부여하는 것으로 치료는 마무리.
치료를 끝낸 아버지는 등을 돌려 나와 시선을 마주했고 피고름으로 가득한 장갑을 낀 손으로 내 어깨를 짚으신 후 물었다.
“페이건, 충분한 각오가 되어 있느냐?”
“각오라니… 클라디우스의 가주께서는 무슨 말씀을….”
“자세한 말씀을 하지는 않으셨다만 아마 아버지께서는 ‘뼈가 튀어나오고 피가 솟구치는 광경 앞에서도 냉정을 유지한 채 환자의 상처를 살필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너는 이 길을 걸어서는 아니 된다.’라는 당부를 하고 싶으셨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환자를 치료하는 걸 업으로 삼는 자라면 그 무게를 감당할 정도의 담대함은 갖추고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열세 살의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그날 어떤 결정을 내렸지?”
“너무 세세한 내용까지는 말씀드리기에 번잡스럽고 지금의 제가 클라디우스의 이름을 짊어진 채 이곳에 와 있다는 것으로 교수님의 질문에 답변을 갈음하겠습니다.”
“….”
제법 분명한 목소리로 상세한 설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구체적인 사연 설명을 마친 지금, 주변에는 어느새 묵직한 침묵이 맴돌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아버지의 명을 받들기 위해 각오를 굳히고 마음을 담대하게 먹는 훈련에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훈련이 습관이 되다 보니 뭐랄까요. 저런 돼먹지 못한 들개 새끼들의 울부짖음에는 겁을 먹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걸로 교수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이라는 것이, 각오란 것이 어디 생각하는 대로 되는 것이든가?”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했습니다. 무릇 마음의 생김새라는 건 간절히 원하는 바를 닮아가기 마련이니까요.”
“…알겠네. 자네 대답이 그렇다 하니 여기까지 듣는 걸로 하지. 그리고… 정말 수고 많았고, 고맙네. 자네 덕분에 오늘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어.”
맥데브는 한 차례 힘을 주어, 내 어깨를 쓰다듬고 난 후 교수진이 모여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이걸로 사정 청취는 끝.
“…치료술사라는 건 그냥 마나를 이용해 뿅 하고 상처를 치료하거나 냄새나는 약초를 이용해 약을 제조하는 사람들 아니었어? 그런데 저런 일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나도 몰라. 그런데 당사자가 저렇게 말하는 거 보면 사실이지 않을까.”
딱히 듣고 싶지 않았지만, 철부지들이 내뱉는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철부지들이 알고 있던 형편 좋은 치료술사가 아닌 진짜 치료술사의 모습을 단편적으로나 알게 된 1학년 학생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페이건, 있잖아. 너 지금 쫌 멋있어. 그러니까 그 해글러 나이투를 때려눕혔을 때보다 아주 쪼오금 더.”
그러니까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신입생은 말이 없었다.
“넌 안 놀라네?”
“치료술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면 마탑에 계시는 에베르타 할아버지에게 종종 들었었거든. 그분도 클라디우스 가주님께서 너에게 하신 말씀과 비슷한 말을 종종 하셨어. 물론 겨우 열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네가 그 정도의 각오를 새기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만.”
“각오를 하겠다는 거지 그 정도 경지에까지 다다른 건 아니야. 그러니 아버지나 그 에베르타 분과 나를 동일 선상에 올리지는 말아 줘. 나만 민망해질 뿐이니까.”
“그래도 네 각오라는 게 팬텀 하운드의 낙인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건 사실이잖아. 대단해, 응응. 아무튼 대단해.”
계속해서 내 옆구리를 찔러 가며 흐뭇한 미소를 흩뿌려 대는 카밀라.
그 활짝 핀 얼굴을 계속 마주하는 것도 간지러운 일이었기에 난 그녀의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야… 아니다, 됐다. 그냥 네 편한 대로 생각해.”
* * *
펄럭.
아카이드가 발돋움을 하자 지상의 산맥이며 하천이 순식간에 저 멀리 멀어져 갔다.
폴리다고스 부지 내에서 아카이드를 타는 것도 즐겁기는 하다만 역시 그리폰 라이딩의 진수는 자연 비행에 있었고 난 녀석의 깃에 양손을 얹은 채 몰아치는 바람의 세례에 몸을 맡겼다.
―우헤헤헤. 바람의 입김에서 만든 초코 케이크 열일곱 개를 먹을 생각하니까 벌써 배부르다.
“입김이 아니라 숨결.”
시선을 앞으로 돌리자 아카이드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은 채 짧뚱한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기쁨을 표하는 북슬이가 보였다.
그 헤벌쭉한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하다만 잠입부터 정보 수집, 은폐 미행, 폭발 유도, 거기에 전리품 획득까지 북슬이가 만 점짜리 활약을 한 것도 사실이기에 이번만은 아량을 베풀기로 했다.
―근데 있자나 페이건, 그 시퍼러딩딩하고 차가운 보석은 어디에 쓰려고 그렇게 은밀한 장소에 숨겨 두라고 한 거야? 너 얼음 마법 같은 건 잘 못 쓰잖아.
“네 눈에는 영빙석이 그냥 차갑기만 한 돌멩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그게 가치가 상당한 물건이거든.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봐, 그 많은 수의 팬텀 하운드를 구속하려면 막대한 양의 냉기가 필요했을 거 아냐? 그런데 하운드를 구속하고 있는 모든 우리에 냉기를 공급한 게 그 영빙석이라는 말이지.”
―그래서 케이크보다 비싸?
“그런 의미 없는 질문에 대답하고 싶은 마음은 없고. 그냥 굉장히 얻기 힘든 아주 귀한 마도구라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그 정도 레벨의 마도구는 지금 당장 쓸 데가 없더라도 일단 갈무리 해 두면 언젠가는 쓸 데가 생기기 마련이거든.”
―그럼 우리 이번에는 아주 많이 남는 장사한 거네?
“그렇지. 물론 네 케이크 값으로 내 한 달 식비가 날아갈 걸 감안하더라도 인건비는 괜찮게 뽑은 셈이지.”
―흐흐, 들었지 제자야. 이 스승님께서 이 정도 되는 인물이시란다. 에헴!
―우와아! 스승님 대단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롤빵이의 자존감을 키워 나가는 북슬북슬 사제지간.
―하여간 못 말려. 그런데 페이건, 규율국에서 너를 이렇게 급하게 찾는 이유가 뭘까?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내젓던 라무테 님이 북슬이의 옆자리를 꿰차고 앉으며 물었다.
―아주 급한 일이 아니라면 네가 다른 아이들과 같이 폴리다고스에 복귀한 이후에 용건을 밝혀도 될 텐데. 아직 이동수업 일정이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긴급 복귀를 요청하다니, 도대체 뭘까? 너한테 전언을 전달한 그 맥데브라는 교수의 표정을 보니까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았는데.
“글쎄요. 저도 솔직히 말하면 감이 안 잡힙니다. 저를 찾은 게 실험국이나 치안국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알크페인 무라노어의 규율국이라니. 아무래도 직접 가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내막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폴리다고스로부터의 전언이 도착한 건 오늘 아침.
팬텀 하운드 사건을 수습하느라 분주한 밤을 보낸 교수진들은 아침이 되어서야 출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유적 관리 의회 사람들에게 뒷수습을 맡기고 폴리다고스로 출발하려는 찰나 긴급 전언이 도착했다.
전언의 발신자명 내용을 확인한 맥데브는 그 즉시 나를 불러 속히 폴리다고스로 복귀할 것을 지시했고 그 바람에 난 아카이드의 등에 올라 긴급 비행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마 나를 제외한 다른 1학년과 교수들은 빨라도 나흘은 지나야 폴리다고스에 복귀하게 될 터.
“저도 궁금합니다. 진중하기로 소문난 그 알크페인 무라노어가 고작 나흘을 기다리지 못하고 저를 긴급하게 호출해야만 하는 사유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시선을 정면으로 돌리자 저 멀리 폴리다고스의 전경이 흐릿하게나마 시야에 들어왔고 난 전언 전문이 담긴 쪽지를 다시 한 번 살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 전언을 확인하는 즉시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조속히 폴리다고스로 복귀시킬 것.
전언 사유(事由) : 외부 기관 긴급 협조 요청.
발신자 : 폴리다고스 산하 규율국 총괄 책임자 알크페인 무라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