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2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20)화(120/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20)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붉은색과 푸른색의 색조로 장식된 집무실.
눈에 띄게 화려한 장식이나 부조(浮彫)가 있지는 않았지만, 규율국장의 집무실은 그 주인을 연상케 하는 기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상시 교수 지시 사항을 위반한 죄를 물어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그렇습니다. 국장님께서도 인지하고 계시는 바와 같이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돌발 행동으로 교내의 풍기를 어지럽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에 있었던 해글러 나이투와의 결투에서도 감히 건방진 발언으로….”
“그만.”
규율국 소속 교수가 늘어놓는 되도 않는 궤변을 견디지 못한 알크페인의 미간이 꿈틀거리며 고통의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거기까지 하고 그만 물러가게.”
“그렇게 간단히 넘기실 일이 아니옵니다. 국장님, 어젯밤 맥데브 교수는 분명 페이건 클라디우스에게 방어막 안쪽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건방진 신입생은 맥데브 교수의 명령을 무시한 채 본인이 돋보이기 위한 마음에….”
“그러니까 지금 단신으로 팬텀 하운드를 사냥해 유적에 발생할지 모르는 피해를 막은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징계위에 회부하고 싶다는 말인가? 그것도 고작 맥데브의 명령에 불복종했다는 죄목 따위로?”
“고작이라니요! 평소의 국장님답지 않으신 말씀입니다. 국장님께서는 평소에 규율과 규칙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기신 분 아니십니까! 물론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약간의 공적을 세웠다는 건 저 또한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어젯밤 같은 경우는 준 전시 상황에 해당하는 비상 상황으로서 이런 상황에 인솔자의 명령을 무시했다는 건 가중 처벌의 여지 또한 충분한 것으로….”
파르르르.
결국 수려하게 뻗어 난 알크페인의 속눈썹이 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 평소의 알크페인은 이름난 원칙주의자이자 규율국의 총책임자답게 규칙과 명령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 상식적인 선에서의 강조였을 뿐.
그런데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그토록 큰 공적을 세운 상황에서 죄를 물어 징계위에 회부를 하자고?
그 주장의 당위성이 떨어지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아둔한 인사의 귓가에는 페이건 클라디우스 쪽으로 확 기운 유적 관리 위원회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걸까?
“…나가.”
“국장… 님?”
“개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나가라 하였어.”
“그, 그럼 지금은… 아니 이 안건은 폐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사옵니다.”
결국 알크페인은 고심 끝에 선정한 단어를 입 밖에 내뱉고 말았고 규율국장이 좀처럼 보여 주지 않던 격한 언사에 식겁한 교수는 화들짝 놀라 도망치듯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후우….”
홀로 남은 알크페인의 입에서 묵직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런 불쾌한 일을 겪고 있노라면 스승님과의 작별이 생각나고는 했다.
‘젊은 날의 알크페인 무라노어’가 목숨을 걸고 따르기로 마음먹었던 ‘스승님’을 그렇게 비극적인 형태로 떠나보내야만 했던 그 순간.
그 순간을 기해 알크페인 무라노어는 남은 여생을 철저한 귀족주의자로 살리라 맹세했다.
어리석고 충동적인 데다 무엇이 자신을 위하는 것인지 분간할 줄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중대사의 결정권을 주는 게 턱없이 위험하다는 것을 스승님의 희생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토록 굳은 맹세를 했던 알크페인조차도 일부 귀족을 자처하는 자들이 습관적으로 보여 주는 저열함과 뻔뻔함, 무능함에 치가 떨리고는 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관할하고 있는 규율국 내부에도 귀족을 자처하는 머저리들이 잔뜩 섞여 있다는 점이었다.
알크페인은 그 머저리들을 붙잡고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었다.
나이투 가문과 결탁하여 저지른 그 더러운 수작 때문에 그토록 많은 개망신을 당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말인가?
그 말도 안 되는 규칙이 정해지고 실행에 옮겨질 당시 알크페인은 ‘뱀파이어’의 흔적을 쫓는 일로 인해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하늘에 맹세컨대 만약 알크페인 본인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해글러 나이투와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결투가 그토록 우스꽝스러운 방식으로 결정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후우우….”
깊어져만 가는 시름 앞에 알크페인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고 점점 불쾌해져만 가는 기분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엽궐련을 집어 든 바로 그때.
“국장님,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규율국 건물에 도착했사옵니다. 어떻게, 잠시 대기명령을 내리도록 할까요?”
주인공의 도착을 알리는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참 뜻한 대로 안 풀리는 하루라고 생각을 하며 알크페인은 이제 갓 끄트머리를 잘라 낸 담배를 다시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착잡한 표정과 어울리지 않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들여보내.”
* * *
“…설명은 여기까지. 즉, 너는 그 지도에 표시된 장소로 가서 크리스틴과 접선한 후 그 아이를 보좌하는 작업을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말씀하신 과정을 완수해 내면 그걸로 제가 학년 대표로 선발되기 위한 모든 검증 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입니까?”
“….”
알크페인은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갈음했다.
결국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학년 대표로 선발되고 말다니.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지만, 이번에는 참기로 했다.
이미 ‘마고니아’가 이토록 확고하게 뜻을 정한 이상 자신이 의견을 낸다고 하여 달라지거나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혹시 저에게 더 하달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국장님께서도 세부 사항은 이곳이 아닌 유리안 선배를 통해 전달 받으라고 하신 만큼 더 이상 경청해야 할 말씀이 없다면 물러나고자 합니다.”
입학식의 첫 만남에서부터 느낀 거지만 도무지 거침이 없는 꼬마였다.
폴리다고스 내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고학생들도 자신과 마주하면 잔뜩 움츠러든 채 벌벌 떨기 마련인데 이제 고작 1학기도 보내지 않은 놈이 이토록 당당하게 자신을 마주하다니.
“…그 건틀릿, 치안국장께서 직접 수여를 했다지?”
“그렇습니다.”
“페이건 클라디우스, 건틀릿을 수여받는 과정에서 네가 무슨 말을 들었을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명심하도록, 널 눈여겨보는 사람들이 많아. 더군다나 다른 곳도 아닌 천공의 눈에서 너를 직접 지명까지 하였으니 이 일이 끝나고 나면 그 시선은 더욱더 늘어나겠지.”
“제가 딱히 원하거나 했던 일은 아닙니다.”
“널 지켜보고 있는 건 치안국장이나 실험국장뿐만이 아니야. 부디 그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규율을 엄수하는 생활을 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혹시나 반응이 있을까 싶어 대화 중에 약간의 위압감을 실어 내보냈으나 페이건은 이번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럼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페이건 클라디우스!”
그렇게 규율국장실에서 물러날 것을 천명한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 바로 그때.
다소 즉흥적인 알크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 작위를 수여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나?”
“….”
“네가 그걸 원한다면 내가 주선해 보도록 하지. 꼭 나의 모국이 아닌 다른 국가라도 좋아. 네가 그럴 의향이 있고 작위를 원하는 국가 명을 말한다면 내가 최선을 다해 주선을 할 것이다. 그러니… 한번 고민을 해 보겠느냐?”
“국장님, 송구스럽사오나 그 일에 관해서는 제가 아닌 저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시는 게 합당한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저는 클라디우스의 일개 구성원일 뿐이고 그런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하는 건 어디까지나 아버지의 권한이시니 말입니다.”
알크페인이 무슨 의도로 이런 제안을 했는지 모를 리 없을 텐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온 페이건의 즉답에 알크페인은 잠시간 할 말을 잃어버렸고.
“그럼 정말 물러나 보겠습니다.”
페이건은 모습을 드러냈을 때처럼 단호한 목소리만을 남긴 채 국장실을 빠져나갔다.
치이익.
잠시 후, 미처 태우지 못한 담배 향이 규율국장실을 가득 메웠고 아스라한 담배 연기 사이로 알크페인의 묵직한 독백이 흘러나왔다.
“스승님, 요즘 들어 조금씩 스승님이 원망스러워지려 합니다. 이 못난 제자의 곁을… 그리도 빨리 떠나셔야만 했는지요?”
* * *
규율국 건물을 빠져나오자마자 난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알크페인이 나를 호출한 이유를 가다듬자면 ‘천공의 눈, 마고니아에 나를 지명해 지원 요청 – 마고니아, 해당 지원 요청 수락 – 알크페인, 마고니아의 결정 사항을 대독(代讀)’ 정도로 정리가 가능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업무라는 건 그 소문이 자자한 유리안 선배의 약혼녀를 접선한 후 그녀의 업무를 보좌하는 것. 그런데 멀쩡히 있는, 그것도 유능하기 짝이 없는 약혼자를 냅두고 굳이 나를 지원자로 요청했다니… 그 이유가 뭘까?’
비교적 명쾌한 상황과 그 상황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수수께끼들.
현재까지 드러난 단서의 편린을 긁어모아 사건의 방향을 추측하고 있으려니 머리 위쪽에서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폴리다고스 이놈들도 진짜 너무한다. 오늘 야외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바로 또 내보내냐.
‘내 걱정을 해 주는 거라면 난 괜찮아. 난 외출하는 걸 좋아하니까. 그리고 이 일정을 탓하려면 폴리다고스가 아니라 천공의 눈을 탓해야지. 그쪽이 마고니아에 직접 나를 지명해 지원 요청을 했고 알크페인은 마고니아의 결정 사항을 하달했을 뿐이니까.’
―그치만 케이크가… 우우.
‘없어지는 거 아니니까 조금만 참아 줘. 외부 일정을 마치고 복귀하는 대로 바로 사줄 테니까.’
―알았어. 나 이번만큼은 꾹 참아 볼게. 다른 곳도 아니고 마고니아에서 그걸 원한다니까.
다행히도 북슬이는 큰 칭얼거림 없이 늦어지는 케이크 시식 일정을 이해해 줬는데 아무래도 새로운 명령을 하달한 주체가 마고니아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했다.
오르페우스의 기억이 남긴 당부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마고니아와는 친밀해질 필요가 있었고 그들이 이행을 명한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다면 조금 더 가까워질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페이건, 이 일 맡을 거니?
‘고민의 여지도 없습니다. 오르페우스 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마고니아와 가까워진다면 저를 둘러싼 큰 그림을 조금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겸사겸사 학년 대표 선발인가 뭔지 하는 번거로운 일도 마무리 지을 수 있으니 일단은 달려들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천공의 눈에서 굳이 저를 지목해서 지원을 요청한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죠.’
―어쩌면 폴리다고스 측에서 너를 제안한 게 아닐까? 왜 지난번 그 요아힘이라는 사람이 그랬잖아? 마고니아에 있는 사람들이 페이건 너한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그럴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요. 일단 지금 당장은 부딪쳐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일정이 조금 빡빡하기는 하다만 어쨌거나 달려들고도 남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일정이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오늘 바로 출발할 거야?
‘아니 접선 장소를 향하는 건 내일 새벽. 규율국장이 임무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유리안 선배한테 들으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일단 유리안 선배를 찾아가서 ‘크리스틴 코델리아나’라는 분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들어봐야지.’
―어! 그럼 오늘 하루는 여기 있는 거네. 그럼 케이크 두 개, 아니 다섯 개는 먹을 수 있어!
‘그래그래, 그럼 일단 바람의 숨결에 들렀다가 그다음에 선배의 방을 방문하는 걸로 하자. 그때쯤에는 선배도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복귀해 있겠지.’
크리스틴 코델리아나.
미지의 장소로 나를 호출한 수수께끼의 인물.
그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한가득 안은 채 상업지구로 향하려는 찰나.
“페이건 클라디우스.”
내 발목을 붙잡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뒤를 돌아보니 사치스럽기 그지없는 장신구로 온몸을 감싼, 갈색 머리카락의 청년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몸에 걸치고 있는 장신구를 내다 팔면 성을 한 채 통째로 살 수 있을 정도로 남자의 복장은 화려했는데 개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보석을 갈아 만든 금사로 수놓아진 휘장이었다.
새빨간 불을 토하는 까마귀의 문양.
그 까마귀의 눈동자만큼이나 표독스러운 눈동자를 한 청년 ‘게오르그 로덴토’는 불을 토하는 듯한 어조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하늘 같은 선배님을 처음 만나 뵀으면 정중히 인사를 올려야지 못 본 척하고 내빼려 그러면 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