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3)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3)화(13/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3)
“그 성녀라는 분이 앓고 있는 질환이 뭔가요?”
―음… 일종의 파도부족 사람들의 풍토병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 하지만 그 곳에 가서 파도부족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을 거야.
“병의 원인이 뭔지 알고 치료법도 알고 있는데 자체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건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사실 파도부족 사람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치유술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이번 상황은 많이 독특해. 그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클라디우스가 필요해.
“흐음… 그렇다는 말이지요.”
에스페타라에서 보낸 12년의 시간 덕분인지 낯선 상황을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술사로서의 호기심이 불쑥 고개를 쳐들었다.
‘전설의 섬 내에서만 전해지는, 그리고 그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클라디우스의 존재가 필요한 질환이라니 과연 뭘까?’
그런데 라무테는 생각에 잠긴 내 표정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페이건 군을 모데나스로 데려가고 데려올 방법은 이미 모두 준비되어 있어. 하지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생각할 시간을 줄게. 그러니까 고민이 끝나는 대로 벨제키엘에게….
“이동 수단이 준비되어 있다면 지금 바로 이동도 가능하겠군요?”
―응? 그, 그렇기는 하지.
“그렇다면 지금 바로 가는 걸로 하지요.”
―어! 지금 바로?
“네. 오늘 안에 해결을 하기는 힘들 테니, 날이 밝기 전에 다시 돌아와야 하겠지만 일단 최대한 빨리 환자의 증세를 살폈으면 합니다. 아버지가 나서시는 것보다 제가 환자를 담당하는 게 낫다면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지요.”
―그래도 이렇게 서둘러 결정을 해도… 정말로 괜찮겠니? 파도부족 사람들은 대륙인들과 조금 다르고 페이건 군은 모데나스에 대해 아는 것도 없을 텐데.
“제가 모데나스를 아느냐 모르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곳에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다는 사실, 병든 자가 있다면 지체 없이 그곳으로 향해야 하는 게 클라디우스의 본분이니 안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파앗.
발광 이끼가 뿜어내던 빛이 한층 더 영롱해졌다. 그리고 그 영롱함을 머금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벨제키엘, 잘 들었지? 어때? 이래도 내 판단이 섣불렀니? 내가 보기에 페이건 군은 이미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클라디우스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뭐… 오르페우스 그 녀석이 치료술사로서의 용기를 강조하기는 했으니까. 야! 꼬맹이, 너 지금은 쫌 멋있었다!
내 발언에 감동을 받은건 마찬가지였는지 벨제키엘은 힘찬 날갯짓을 하며 머리 주변을 빙빙 돌았다.
―어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열 받네. 야! 너 왜 나한테는 반말이면서 라무테한테만 꼬박꼬박 존댓말 쓰는 건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나에게 묻는 대신 너의 평소 언행을 되돌아보는 게 어떨까?”
언제 만져도 말랑말랑한 북슬이를 움켜잡으며 각오를 다졌다.
조금 전 발언에 퍽이나 감동을 받은 듯한 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내가 지체 없이 모데나스 행을 택한 건 ‘치료술사로서의 사명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설령 사명감을 완전히 배제한 채 주판알을 튕겼다 해도 이 제안은 받아들이는 게 맞았다.
‘이번 도박이 성공할 시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오르페우스의 유산. 판돈이 이렇게 큰데 미지의 장소가 두렵다 하여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지.’
오르페우스가 못다 이룬 꿈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클라디우스의 시조가 남긴 유산이 내 앞길에 충분한 도움이 되리라는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가야 할 이유가 충분한 이상 이곳에서의 시간은 낭비에 불과할 뿐, 살랑거리는 털 뭉치의 꼬리를 엄지손가락에 감으며 다시 한 번 재촉을 했다.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가보는 거지 뭐. 북슬아, 가자!”
* * *
우우웅.
적-청-황에서 다시 황-청-적으로.
형형색색으로 물든 마법진을 벗어나 걸음을 옮기자 푸른 빛깔 석재로 장식된 신전 복도가 나를 반겨 줬다.
―이런 양식으로 건축된 신전은 처음 보지? 파도부족 특유의 양식이야. 저기 보이는 파란빛은 바다 깊은 곳에 있는 해석(海石)을 갈아서 만든 거란다.
“네. 확실히 재미있는 모양을 하고 있네요. 그나저나 많이 놀랐습니다. 설마 그 바위섬에 모데나스와 연결되는 공간 이동 마법진이 있을 줄이야….”
라무테가 머무르던 바위 섬 지하에 있는 마법진을 타고 도착한 전설의 섬.
폐에 와닿는 모데나스의 공기에서는 에스페타라의 것보다 훨씬 더 진한 바다 향기가 묻어나 왔다.
―출발하기 전 연락을 해 놓았으니 곧 사람들이 나올 거야. 그리고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어.
긴장을 풀어 주려는 요량인지 라무테가 내 뺨에 부리를 비비자 접점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깃털과 보석처럼 고운 눈동자.
라무테는 피닉스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어깨에 내려앉은 그녀의 자그마한 몸짓에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온기가 쉬지 않고 피어올랐다.
덜컥.
복도 끝에 다다랐을 무렵 문이 열리고 청색 가면을 쓴 한 쌍의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 잠깐만.
어깨 위에 머물던 라무테가 훌쩍 날아 두 사람의 머리 위를 맴돌았고, 이내 하늘거리는 깃털이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믿음의 후예여, 모데나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도움을 주기 위해 먼 길을 와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 드리는 바입니다.”
라무테가 통역 마법을 걸어 준 덕분에 난 그제야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었고, 나 또한 그들의 환대에 맞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안쪽으로 가시지요. 저희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어린 나를 보고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는 점이었다.
혹시 모데나스에서는 나 정도 연령대 아이들이 일선에 나서는 게 흔한 일이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내 나이 정도는 가뿐히 무시할 정도로 라무테의 선택에 대한 이들의 신뢰가 두터운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찰각찰각.
가면을 쓴 두 사람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들의 옷이며 머리띠에 부착된 곡옥(曲玉) 장신구가 짤그락 소리를 냈다.
대륙의 그 어느 곳과도 닮아있지 않은 독자적인 양식의 장신구.
그리고 바다의 정수를 통째로 들이부은 듯한 푸른 머리카락.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이 대륙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전설의 섬 주민임을 새삼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달칵.
“이쪽으로.”
지하 복도를 걷기를 10여 분, 마침내 다다른 지상 입구의 문이 열리자 폭발적이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달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성녀가 기거하는 거처로 향하는 길에 깔려 있는 포슬포슬한 잔디밭.
잔디는 먼 곳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쏟아지는 달빛 별빛으로 가득했는데 시야를 가득 메운 빛의 물결 사이로 예의 그 언어가 들려왔다.
“#$@$@#$?”
한 사람도 빠짐없이 뒤집어쓴 가면과 그 아래로 부지런히 오가는 손짓 발짓.
우리가 가는 길 양옆에 늘어선 파도부족 사람들이 쉬지 않고 재잘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
그들의 언어가 통역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걱정, 경계, 의혹, 불안.
그리고 어쩌면 저 이방인들이 성녀님을 고쳐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그렇게 난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감정이 뒤섞인 눈빛을 받으며 성녀의 거처를 향했고, 마침내 조개껍질 빛으로 물든 저택이 눈앞에 들어왔다.
철컹.
마찬가지의 가면을 뒤집어쓴, 유달리 우람한 체구의 경비병들.
그리고 우리의 앞길을 막아선 두 자루의 엇갈린 창.
한없이 안락하고 평온하기만 한 분위기를 머금은 모데나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딱딱하고도 적극적인 방어 태세.
“클라디우스 공자님, 성녀님의 거처 경비를 담당하는 이들이 확인할 것이 있다고 하는군요. 정말 송구스러운 말씀입니다만 협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요.”
하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는 나에 대한 거부감의 발현이라기보다는 ‘병을 앓고 있는 성녀’가 이들에게 그만큼 소중한 인물이라는 방증일 테니.
타닥탁.
경비병들은 정중하지만 꼼꼼한 손동작으로 내 몸을 살폈다.
―메롱! 메에롱! 나는 안 보이지롱!
그리고 그들의 진중한 손놀림 사이로 울려 퍼지는 털 뭉치의 목소리. 그 득의양양한 목소리를 보아하니 파도부족 사람들 역시 벨제키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건 매한가지인 듯했다.
철컹.
“협조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성녀 님께서는 5층에 머무르고 있으니 안내하겠습니다.”
몸수색을 맡은 경비대 대장이 고개를 꾸벅하니 숙이는 것으로 파도부족의 성녀를 알현하기 위한 절차가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바다 내음이 묻어나는 계단을 지나 하얀 문 앞에 도착했다.
“성녀님, 클라디우스 공자님과 라무테 님을 모셔왔습니다.”
“$#%!@!”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가냘픈 목소리.
라무테와 파도부족 간의 의사소통이 워낙에 원활했던 터라, 내가 결심을 내린 이후 이곳에 다다르기까지의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낭비한 시간이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안으로 드시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조급함’을 느낄 정도로 성녀의 목소리는 위태로웠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거의 모든 잎이 떨어져 버리고 단 한 장의 꽃잎만이 아슬아슬하게 남아 자리를 지키는 꽃송이를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달칵.
“!##@^*”
문이 열리자마자 라무테는 내 어깨를 떠났고, 아주 약간 더 밝아진 듯한 성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꺄하하! 라무테 님, 간지러워요!”
겨우 내 또래나 됐음 직한, 어린 여자아이가 혼자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넓은 침실이었다.
휑뎅그렁한 침실 절반은 족히 채울 법한 크기의 침대.
침대 위에 올라앉은 채 라무테를 껴안은, 그 얼굴이 너무나도 자그마한 탓에 뒤집어쓴 가면이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소녀.
침대 시트 사이로 모습을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앙상한 팔다리.
그리고 그 팔다리를 빼곡하게 채운 붉은 반점과 열꽃.
‘앓고 있다는 병의 증상인 건가? 피부가 괴사하고 있어. 그리고 신장과 팔다리의 비율을 보건대 영양 상태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좋지 않아.’
아직은 슬쩍 쳐다본 게 전부지만 성녀의 상태는 생각했던 이상으로 좋지 않았다.
“라무테 님, 정말 보고 싶었어요!”
라무테를 껴안은 채 연신 웃음을 터뜨리는 소녀.
웃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여자아이가 터뜨리는 해맑은 웃음소리는 내 마음을 더욱더 급하게 만들었고.
“성녀님, 클라디우스 공자님이십니다. 성녀님을 살펴 주시기 위해 라무테 님의 인도를 받아 조금 전 이곳에 도착하셨습니다.”
“페이건 클라디우스라고 합니다. ‘파도부족에 내려진 첫 번째 축복’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성녀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주저 없이 인사를 건넸다.
“파도부족의 에스텔이라고 해요. 믿음의 후예여, 신의에 응답하기 위해 먼 길을 와 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직접 나서서 맞아들이는 게 예의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곳에서 귀인을 만나 뵙게 된 점 부디 너른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리는 바에요.”
적당한 타이밍에 돌아온 성녀의 인사.
‘에스텔’이라는 이름은 그녀의 본명이 아닌 성녀로서의 고유 직책명이라는 걸, 이곳으로 오는 도중 라무테의 안내를 통해서 들은 바 있었다.
본명을 말해 주지 않는다는 건 아직은 그녀가 나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겠지.
“지금부터 성녀님의 환후를 자세히 살피고 싶은데, 다른 분들은 자리를 비켜주시겠어요.”
성녀의 방에 들어온 지 30여 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난 본격적인 진료의 시작을 알리는 축객령을 내렸고, 방안에 모여 있던 인원들은 당황한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괜찮다면 라무테 님도 제 뜻을 따라 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저와 독대하는 편이 성녀님도 말씀하시기 더 편한 부분이 있을 테니까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난 이 자리를 주도할 자격이 있는 치료술사.
성녀를 시중드는 인원들도, 나를 이곳까지 안내해 준 사람들도 쉽사리 거부 의사를 밝히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래요. 다들 잠시만 자리를 비켜주세요.”
“하지만 성녀님….”
“괜찮아요. 난 괜찮으니 지금은 클라디우스 공자님의 뜻을 따라 주세요.”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성녀가 입을 열었고 파도부족 사람들은 그제야 슬금슬금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나와 성녀 단둘만 침실에 남겨 두는 걸 무척이나 꺼리는 듯했는데 그 망설임의 이유가 나에 대한 경계심 때문만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뭐, 사실 짐작 가는 바야 있다만….’
꽈악.
―응? 나는 나가지 말고 여기 있으라고?
나는 속없이 방을 나서려는 벨제키엘의 꼬리를 꽉 잡았고, 내 의도를 이해한 녀석은 떠나가지 않고 여전히 어깨 위에 머물렀다.
달칵.
라무테를 포함한 전원이 방을 빠져 나갔고 이제 이곳에 남은 인원은 나와 성녀, 그리고 성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벨제키엘이 전부였다.
‘좋아. 단단하군. 이야기가 새어 나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꽉 닫힌 문은 더없이 두꺼웠고, 이곳은 다름 아닌 성녀가 머무르는 침실.
이곳에서의 대화가 외부로 새어 나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그렇게 본격적인 진료를 마음먹은 나는 당장 성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맥을 짚는 대신.
―어? 너 왜 그렇고 서 있어? 진료 안 해?
침대 옆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 행동에 의아함을 느낀 벨제키엘이 나와 성녀 사이를 오가며 재촉을 했지만 나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진료를 해야 하겠지만 무턱대고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침대 위의 소녀는 나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으니까.
“나브데 데 마르키아.”
3분 정도 기다렸을까? 마침내 성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가 통역 마법 효과를 의도적으로 지운 탓일까? 발음은 인지할 수 있었지만 그 뜻은 이해할 수 없는 소리.
하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이럴 때를 대비해 털 뭉치를 대기시켜 놓은 거니까.
나는 곧바로 벨제키엘을 향해 ‘무슨 뜻이야?’의 눈빛을 보냈다.
―으… 요 못된 꼬맹이가 조금 전에 뭐라고 말한 거냐면….
하지만 녀석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고 망설이는 북슬이에게 ‘괜찮으니까 말해 줘’라는 의미의 눈빛을 다시 한 번 보낸 후에야 털 뭉치는 답을 줬다.
―‘내 몸에 손대지 마! 천것’이라고 그랬어.
성녀의 입에서 이런 모욕적인 언사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한 걸까? 통역을 마친 벨제키엘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폈고.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나는 별다른 동요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