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33)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33)화(133/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33)
“불꽃 울음 이용이 제한된다고? 왜?”
“어떡해! 나 당장 이번 주 주말에 방패 강화 작업 맡길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고베나의 선언 이후 신입생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전체 인원의 5분의 4 정도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학생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걱정을 늘어놓았고.
“이야, 역시 선배님들. 다 계획이 있으셨구나. 키킥! 페이건 클라디우스, 어쩔래? 이건 너라도 방법이 없을 텐데.”
“선배님들 멋진 용단이세요! 안 그래도 몇몇 바보 같은 놈들이 안 그런 척하면서 은근히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빨아 대는 걸 보는 게 역겨웠는데, 이제 그런 꼴 볼 일은 없겠네. 키키킥!”
전용 대장장이를 고용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가진 가문 출신의(그리고 고베나 패거리와 일심동체가 된) 일부 학생들은 득의양양한 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들어 중소귀족 가문 혹은 평민 출신 신입생들 사이에서 나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중이라는 소문은 들은 바 있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그리도 못마땅했던 걸까?
고베나, 저 악독한 계집은 자신들이 가진 돈을 이용해 나와 신입생들 사이를 갈라놓는 음모를 꾸민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지금껏 너희들이 불꽃 울음을 저렴한 사용료로 이용할 수 있었던 건 우리 선배님들께서 대량의 격려금을 공방에 납부해 주셨기 때문이야. 그런데 최근 며칠 사이에 ‘아주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선배님들 심중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거든. 그래서 1학년들의 경우 지금껏 누리던 혜택이 철회될 예정이니 그리 알고 있으렴.”
순전히 내 느낌이지만 이건 게오르그 로덴토가 직접 꾸민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오르그의 인성에 대한 신뢰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뭐랄까, 명색이 로덴토의 후계자라는 놈이 꾸몄다고 하기에는 이 일이 너무나도 좀스러웠기 때문이다.
‘게오르그가 지시한 게 아니라면… 놈의 항문을 핥지 못해 안달이 난 머저리들이 꾸민 수작이겠군. 좀스러운 놈들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쪼잔하게 나온다고?’
고베나 일당의 졸렬함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고 그 모습을 목격한 고베나의 입술이 실룩거렸다.
왜, 네가 예상한 표정이 아니라서 당황스러워?
“페이건 클라디우스, 혹시 이 상황에 대해서 할 말이 있을까? 있다면 말해. 뭐, 네 의견이 반영되는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만.”
“없습니다.”
대답이 지나치게 단호했던 탓일까?
고베나의 씰룩거리는 입술이 자아내는 각도가 한층 더 가팔라졌다.
“어머, 그래. 내가 너라면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 너의 경솔한 행동 때문에 많은 학우들이 피해를 보게 생겼는데 생각이 있다면 무슨 말이라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생길지 모르잖아?”
경박한 조롱 아니면 우스운 도발.
어차피 뭐가 됐든 크게 상관없기에 이 수준 낮은 대화를 길게 이어갈 생각은 없었다.
“할 말 없습니다. 어차피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선배님께서는 지금처럼 계속 저를 고깝게 볼 것이고 학생들은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불꽃 울음을 이용할 수 있겠죠.”
“뭐?”
“미리 말씀드릴게요. 이게 이번 사건의 결말입니다. 그러니 선배님께서도 이 결과를 상정해 두고 계획을 짜는 게 좋을 거예요.”
“이게… 무슨 소리야? 공방을 예전처럼 사용할 수 있다니?”
“고베나 선배님이 방금 말씀하셨잖아. 공방 비용을 선지급해 주시는 선배님들 생각이 바뀌는 바람에 우리들은 앞으로 불꽃 울음 이용이 힘들 거라고. 그런데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무슨 생각으로….”
고베나의 얼굴에는 분노가, 학생들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의 물결이 퍼져 나갔다.
“어머나, 이런 상황에서도 허세를 부리다니 그 배짱은 높이 사 줄게. 하지만 말이야, 기부금으로 낼 금화 10만 개가 없어서 쩔쩔매는 놈이 하기에는….”
“이 자리에서 가타부타 긴 말 하기는 싫고. 불꽃 울음 이용이 제한되는 게 다음 달부터라고 하셨죠? 한번 지켜보세요. 일이 어떻게 마무리되나.”
“이… 이!”
가까스로 분노를 다잡았던 고베나의 얼굴이 다시금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잔뜩 구겨진 고베나의 표정과 어쩔 줄 모르는 병풍들의 모습.
그래, 이런 구경을 이 정도로 실컷 할 수 있다면 이런 자리 정도는 참아 줄 수 있지.
“좋아, 어디 한번 두고 볼게. 네가 함부로 혓바닥을 놀린 대가가 어떻게 될지 내가 똑똑히 지켜보겠어. 그리고 꼬맹이들, 너희들도 공방을 이용할 일이 있다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상황 파악 못 하는 학생 대표를 둔 덕분에 너희들의 학교생활은 무척 고달파질 예정이니까.”
쾅.
그 천박한 성품만큼이나 격렬한 소리를 내며 고베나는 퇴장했고.
바사삭.
난 먹다 만 파이를 다시 집어 들었다.
나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들은 똑똑히 느껴졌지만, 딱히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 * *
“있잖아… 페이건, 아무래도 너 꽤나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린 것 같은데 내가 좀 도와줘도 될까?”
“그래, 페이건. 물론 상황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카밀라가 도움을 준다면 타개책이 나올지도 몰라.”
임명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내 양옆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은 심각한 표정을 한 채 대응 방안을 이것저것 제안하는 중이었다.
그 마음은 고마운데 어쩌나? 고작 이 정도 일 가지고 너희들처럼 심각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페이건, 네가 괜찮다고 하면 내가 유리안 오빠랑 크리스틴 언니에게 말해 볼게. 우리 셋이서 의견을 모아서 요청한다면 천공의 눈 쪽에서 공방 기술자 파견이 가능할지도 몰라. 일단 그분들을 모시고 급한 불을 끈 다음에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면 무슨 방법이 나올 거야.”
그래, 천공의 눈 도움을 받는다면 일이 조금 더 수월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왜 아까부터 아무런 말이 없어! 아까 애들 표정 봤잖아. 그나마 너를 지지하던 건 평민이나 중소가문 출신 학생들이었는데 이번 일로 걔들이 너를 원망하게 되면 어떡해! 그 고베나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 노리는 것도 이런 결과일 게 뻔하잖아! 아니, 생각하니까 또 화나네. 선배라는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그래, 선배라는 것들이 참 야비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지. 그런데 말이야. 카밀라, 그렇게 졸렬한 놈들과 관련된 일이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거야. 그런 더러운 진흙탕 싸움에 내 소중한 친구들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나쁜 놈들과의 싸움이니까 더욱더 친구끼리 서로 도와줘야지!”
“두 사람 다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은 고마워. 하지만 나도 생각이 있으니 이번 일은 전적으로 나한테 맡겨 줬으면 해.”
“페이건, 물론 나는 너를 믿지만 이번만큼은 카밀라의 말을 듣는 게….”
저마다의 간절한 표정을 한 채 나를 설득하기에 여념이 없는 두 사람.
“제라르, 우린 친구지? 그것도 꽤나 친한 친구?”
“으, 응.”
“친한 친구라면 이럴 때일수록 나를 믿어 줘야지.”
하지만 나도 고집을 꺾을 생각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제라르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졸렬한 놈들과의 유치한 기 싸움에 너희들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그럴 필요도 없고.”
“페이건!”
“한번 지켜봐. 이 꼴사나운 일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 * *
임명식이 있은 다음 날, 오늘은 수업이 없었기에 난 아침 일찍 기숙사를 빠져나와 목적지를 향할 수 있었다.
“쟤는 또 아침 일찍부터 어디를 저렇게 가는 거야?”
“몰라. 어제 그렇게 큰소리를 쳐 놓고 이제 와서 부끄럽다고 내빼는 건지도 모르지.”
목적지를 향하는 동안 마주한 동급생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어제 그 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내 모습에 배알이 꼴린 듯한 놈들이 3분의 2 정도.
“그래도 난 쟤가 힘 좀 내 줬으면 좋겠어. 어쨌거나 맨날 우리를 무시하는 대귀족 놈들에게 한 방 먹여 줄 수 있는 건 페이건 클라디우스밖에 없잖아?”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사실은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이번 일은 정말 답이 없어 보이잖아. 그나저나 큰일이네, 불꽃 울음이 비싸지다니. 어떡하지? 집에 생활비 더 보내 달라고 해야 하나.”
나를 응원하면서도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놈들이 3분의 1 정도.
어제 일이 일으킨 파장을 생생히 느끼는 와중에 내가 도달한 곳은 상업지구.
십자형으로 길게 뻗은 상업지구 중 가장 먼저 나오는 오른쪽 골목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니 목적지가 눈앞에 보였다.
꿍꽝꿍꽝.
화르륵.
백 미터는 족히 떨어져 있음에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열기.
고개를 올려 쳐다본 간판에는 ‘불꽃 울음’이라는 네 글자가 드워프족 특유의 씩씩한 필체로 기재되어 있었다.
“계십니까?”
“뉘쇼? 아직은 영업시간이 아닌데. 주문할 물건이 있거든 두 시간 뒤에 다시 오시구려. 마침 이 건너편에 있는 빵집 맛이 좋은 걸로 유명하니 거기 가서 차라도 마시며….”
“폴리다고스 1학년에 재학 중인 페이건 클라디우스라고 합니다. 이곳을 책임지고 계시는 마스터를 만나 뵙고자 하는데 가능할까요?”
“페이건… 클라디우스?”
땅딸막한 상반신을 훤히 드러낸 채 풀무질에 열중하던 드워프가 손을 멈춘 채 나를 찬찬히 훑었다.
“…내 들어가 마스터에게 말씀드리고 올 테니 잠깐 기다리고 계시오.”
내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짐작하고 있는 건지 드워프는 복잡한 표정을 한 채 지하로 향했다.
“…저게 그 소문의 페이건 클라디우스?”
“흐흐, 듣던 거랑은 영 다르네. 건방지고 과격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라는 소문밖에 없길래 엄청 흉악하게 생겼을 줄 알았는데. 뭐 저렇게 곱상해?”
작업을 하는 틈틈이 곁눈질을 날리는 드워프들.
“역시 어제 있었던 그 계약 변경 때문에 온 건가?”
“그렇겠지, 그나저나 인간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다음 달부터 1학년 학생들의 도구는 고쳐 주지를 말라니. 그런 짓을 했다간 자기들만 손해일 뿐이잖아.”
“신경 꺼. 인간이 워낙에 복잡한 종족인지라 우리 같은 드워프는 애초에 이해가 불가능하니까 말이야.”
그렇게 드워프들 간의 잡담을 들으며 분위기에 적중하고 있으려니 지하를 향했던 드워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혹시 맥주 좋아하시오?”
“좋아합니다.”
“잘 됐군. 저기 아래로 내려갔다 우측으로 꺾으면 우리 대장 방문이 보일 테니까 노크 같은 건 하지 말고 거기로 들어가시구려. 대장님께 공자가 찾아왔다고 말했더니 같이 시원한 맥주나 한잔하자고 하셨어.”
* * *
“크으! 그래, 알고 있어. 자네가 무슨 용무로 나를 찾아왔는지.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거에 대해서는 참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갑자기 무료로 해 주던 도구 수리를 유상(有償)으로 전환하겠다니. 자네 같은 신입생들에게 부담이 될만한 결정이라는 것쯤은 나도 충분히 알고 있다는 말일세.”
불꽃 울음을 책임지고 있는 드워프 ‘부카만’은 대형 잔에 가득 찬 맥주를 단숨에 비워 낸 후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게, 돈. 그것도 적지 않은 액수의 금액이 얽혀 있는 문제다 보니 우리도 어쩔 수 없어. 당장 그자들로부터 받던 격려금을 포기하면 이번 분기 매출의 절반이 날아가 버리거든. 자네들의 사정이 딱하게 된 건 알지만 우리도 우리의 사정이 있다는 말이지.”
부카만이 고개를 저을 때마다 유독 탐스러운 그의 턱수염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 표정으로 보건대 긍지 높은 ‘갈색 바위’ 부족의 드워프로서 졸렬한 피라미들의 협잡질에 가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적잖이 수치스러운 듯했다.
‘그럼에도 어깃장을 놓을 수는 없었겠지. 부족의 제련술 발전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재료를 구입해야 할 테고 그 돈은 졸렬한 피라미들의 지갑에서 나올 테니까.’
식량과 의복에 관한 한 자급자족 원칙을 고수하는 드워프들이 인간의 화폐가 필요한 이유라면 오직 하나.
인간의 시장에서만 유통되는 고급 재료를 구입하기 위함일 터.
“자네가 무슨 말을 할지는 잘 안다만 그 부탁을 들어주기는 힘들 거야. 그게 이 공방의 책임자인 나의 역할이니까. 가서 신입생들에게 전하게. 이미 매출 구조가 잡혀 버린 이번 분기에는 그 건방진 꼬맹이들의 수작에 놀아날 수밖에 없지만 빠르면 다다음 분기부터 원래 가격에서 조금만 인상된 가격으로 의뢰를 받아 줄 수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이야.”
“마스터, 배려는 감사합니다만 전제가 잘못되었습니다. 제가 마스터를 뵙자고 한 이유는 마스터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인정을 베풀어 달라는 말씀을 드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뭐? 그게 아니라면 자네가 나를 왜….”
“마스터께서 우리 철없는 상급생분들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수용하기로 한 건 역시 대금 문제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구매해야만 하는 물건이 있었던 거겠죠.”
휘둥그레 커지는 왕방울만 한 눈.
빈말로라도 나 스스로가 돈 버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는 못하겠지만.
상대방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거래의 시작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마스터와 거래를 하고자 합니다. 불꽃 울음이 필요로 하는 물건의 목록, 지금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