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34)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34)화(134/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34)
“다른 광물들도 중요하지만, 그쪽 페이지에 있는 광물들은 특히 중요해. 그게 공급이 안 되면 고향에 있는 우리 부족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을 수 없거든. 그래서 대금을 지불받으면 그것부터 대량으로 구매하고는 했지.”
갑작스럽게 1학년들을 배제한 것이 퍽이나 미안했는지 부카만은 어깃장을 부리는 일 없이 순순히 자신들의 구매 계획을 털어놓았다.
“흠, 그러니까 마스터의 말을 정리하자면 지급받은 대금의 절반 정도는 공방의 운영과 부족 인원들의 연습용 광물 구매에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고급 마금석을 구매하기 위해 적립해 둔다는 말씀이군요.”
“그런 셈이지. 젊은이들 훈련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기깔나는 물건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우리들의 꿈도 포기할 수 없거든. 언젠가 찾아올 그 날을 위해 차곡차곡 비축을 해 두는 거지.”
“그렇다면 말입니다. 만약 비축용 고급 마금석을 다른 경로로 조달할 수만 있다면 신입생용 요금을 조정할 필요도 없어지겠군요.”
“그렇지, 자네가 다니는 학교 4학년 학생들이 이틀 전에 와서 그랬거든. 우리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매달 지급되는 격려금을 반으로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어쨌거나 그놈들도 우리랑 맺은 계약이 있으니 격려금의 전액을 삭감하지는 못해. 약정한 금액의 절반은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니 우리가 필요한 금액을 절반으로 줄일 수만 있다면 그치들의 말을 들어줄 필요도 없지. 암, 없고말고.”
“알겠습니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카만이 명쾌하게 의견을 밝혀준 덕분에 대화가 진행될수록 머릿속의 계산식이 점점 더 분명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쪽에 있는 이 표가 불꽃 울음 소속 공장(工匠)분들이 원하는 금속을 정리해 놓은 목록이군요. 마스터, 여기 이 붉은 색으로 표시된 금속들은 뭔가요?”
“아, 그거. 거기에 있는 것들은 일단 구매 희망 목록에는 올려놨는데 너무 희귀해서 절반쯤은 포기한 것들일세. 쩝, 공급도 원활하지 않을뿐더러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대귀족가 소속의 사설 공방이 날름 채 가는 바람에 우리한테는 도무지 순서가 안 오더라고.”
씁쓸한 표정을 한 채 수염에 묻은 맥주를 닦아 내는 부카만.
그 빼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폴리다고스 상업부지 안에 공장을 낼 수 있었지만, 그 역시 대귀족들에게 치이는 건 매한가지인 듯했다.
‘오르페우스의 리스트와 일치하는 건 모두 일곱 개. 그리고 개중에서 적색으로 표시된 건 세 개. 어떤 걸로 하는 게 좋을까?’
고민을 마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5분.
결정을 끝낸 나는 부카만과 한차례 악수를 나눈 이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스터, 오늘 저와 나누신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뭐 어려울 것도 없으니 그리하도록 하지. 하지만 말일세, 내가 동네방네 떠든다 해도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아직 믿기지 않아. 제아무리 자네가 명성이 자자하다 해도 아직 1학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이야기는 일주일 후에 다시 나누는 걸로 하지요. 아무튼, 비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뭐 큰일이야 있겠냐마는 그래도 귀찮은 놈들이 따라붙는 건 질색이라서요.”
“알겠네. 그리고 오늘서 반가웠어. 행여 약속을 못 지킨다 해도 나한테 미안해할 필요는 없네. 설령 일이 잘못된다 한들 미안해야 하는 건 우리들이지 자네가 아니니까.”
묵직하게 느껴지는 드워프 대장장이의 악력.
나는 그 길로 불꽃 울음을 빠져나왔고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서자마자 궁금한 걸 억지로 참고 있던 북슬이가 말을 건넸다.
―이렇게까지 빨리 행동하는 거 보니까. 너, 이미 마음을 굳힌 모양이구나?
‘응, 오늘 아침에 너랑 라무테 님한테 보여 줬잖아. 다음 차례로 주어진 오르페우스 님의 과업은 폴리다고스의 비경(祕境)에 가서 그곳을 지배하는 괴물을 사냥하는 거야. 그런데 그 작업을 수행하는 와중에 불꽃 울음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이런 걸 두고 일석이조라고 하는 거야.’
약간의 짬이 생긴 내가 오르페우스 님의 과업을 고민하며 다음 목표를 어디로 할까 고르는 와중에 4학년 쓰레기들이 개수작을 부려 주다니.
공교롭다면 참 공교로운 타이밍이었다.
오르페우스 님은 비경 일대를 지배하는 괴물을 쓰러뜨릴 것을 명했고 일반적으로 괴물 사냥이라는 건 짭짤한 부수익을 동반하기 마련.
부카만이 보여 준 희망 마금속 리스트 중에는 괴물 사냥의 부산물로 공급이 가능한 것들이 제법 포함되어 있었고.
조금 전, 나는 사냥 목표를 정한 참이었다.
―그래서 언제 갈 건데?
‘내일 날이 밝기 전 아스라의 숲에 진입하려면 새벽까지는 경계 지역에 도착해 있어야 하니 늦어도 자정에는 출발해야겠지.’
북슬이의 질문에 대답을 하며 머릿속에 세워 둔 계획을 다시금 점검했다.
오늘은 꼬박 밤을 새워야 할 테니 일단 기숙사로 돌아가 낮잠을 좀 잔 다음 필요한 물건들을 조달한 후 그 미치광이를 찾아가 출입 허가를 받으면 얼추 일정이 맞을 것 같았다.
―아카이드를 타고 가면 금방 갈 수 있을 텐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이번 여정에는 아카이드를 데리고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그 녀석 몸이 워낙에 단단하기야 하지만 어쨌거나 아직 아이잖아요?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조금 걱정이 돼서요. 오늘 밤은 도보 이동입니다.’
―그럼 우리는 더더욱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네. 페이건 네가 지도를 보여 주면서 그랬잖아. ‘이렇게 험한 곳을 사냥 후보지로 잡아 놓다니, 만약 교수들이 이걸 봤다면 오펜하이머는 참 지독한 사람이라 욕했을 거야.’라고.
‘일반적인 학생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오르페우스 님은 확실히 지독한 데가 있으시죠.’
―좋아, 그럼 나랑 벨제키엘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겠네. 힘내, 페이건!
‘감사합니다. 하지만 라무테 님까지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방금 드린 말씀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학생이 기준인 거니까요.’
―평범? 아, 맞다! 페이건, 미안. 내가 착각을 했네.
내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방긋 웃음을 짓는 라무테 님.
유독 따스한 온기가 흘러넘치는 부리를 내 뺨에 비비며 라무테 님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페이건은 평범과는 엄청나게 거리가 먼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고 기대만 하고 있을게. 힘내, 페이건!
* * *
샤라락.
매끈한 피부에 녹색 가루가 흩뿌려지고 그 위로 푸른 빛 마나가 덧씌워졌다.
“이거 마셔.”
“으… 쓴 거 싫은데.”
“이번에는 배합을 잘했으니까 쓰지는 않을 거야. 약간 떫을 수는 있지만 참고 마셔.”
한 손으로는 시술을 하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는 페노모산(酸) 원액을 옮겨 담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하나도 해내기 버거울 법한 일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음에도 크리스틴의 손놀림은 정교하기 그지없었다.
“아아앙, 기분 좋다앙! 내가 자기 손길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앙? 자기 손길이 닿으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 든단 말양!”
“피로를 느낄 만한 일은 다 피해 다니면서 말은….”
크리스틴의 등이 맨살에 닿을 때마다 유리안의 얼굴에는 헤실헤실한 미소가 맺혔다.
퉁명스러운 말과 달리 확실하고도 분명한 애정이 느껴지는 손길.
자기의 손길이 닿는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육신이 아주아주 조금씩,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붕괴’해 가고 있다는 공포를 잊을 수 있었기에 유리안은 푹 늘어진 멍멍이 같은 표정을 한 채 크리스틴의 치료를 만끽했다.
“그런데 말이야… 페이건 클라디우스, 아무래도 우리가 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페이건을? 도와아?”
“응. 누가 봐도 4학년 아이들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거잖아? 그리고 그 바보들의 등 뒤에 어떤 놈이 버티고 있는지도 훤히 보이는데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거야?”
“그럼 그렇지. 우리 자기가 페이건 군과 관련된 일을 손 놓고 보고만 있을 리 없징. 왜? 사랑하는 페이건의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해?”
“…4학년들의 억지로 곤경에 처하게 된 1학년들을 보살피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 페이건 클라디우스랑은 딱히 관계없어.”
“웃기시네. 이보세요, 아가씨. 그 페이건 군 이름 뒤에 꼬박꼬박 성을 붙이니까 자기가 페이건을 의식하는 게 더 티 나거든. 애가 타는 자기의 마음은 잘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한발 늦었어.”
“한발 늦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1학년 대표가 벌써 바뀌기라도 한 거야?”
“아야! 살살해, 아프잖아!”
돌연 목덜미 부근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누워 있던 유리안이 활어처럼 팔딱거리며 소리를 내질렀다.
“미, 미안. 많이 아팠어?”
“아우… 멀쩡한 학년 대표가 갑자기 왜 바뀌어! 이 아가씨 진짜 페이건 군 이야기만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리네! 한발 늦었다는 건 페이건 군 신변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아니라 내가 벌써 만나고 오는 길이라는 거야. 오늘 오후 수업 사이에 잠깐 시간이 생겨서 페이건은 어떻게 지내나 하고 기숙사에 찾아갔거든.”
“…네가 거길 왜 가?”
“왜? 내가 이래 봬도 총학생 대표 중 한 명인데 아끼는 후배 방에 좀 가면 안 돼?”
“그건 아니지만… 그리고 갈 거라면 혼자 갈 게 아니라….”
“너, 지금 외간 남자들이 득시글거리는 남학생 기숙사에 가겠다는 거야? 1학년 기숙사 뒤집히고 사감 선생님들 총출동하는 거 보고 싶어?”
“그건 아니지만….”
“아무튼, 오늘 오후에 페이건 군의 방문을 두드렸어. 그랬더니 낮잠이라도 자고 있었는지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방문을 열어 주더라고.”
“부스스한… 머리? 페이건이? 그래서? 무슨 말을 했는데?”
“무슨 말을 하기는. 아무래도 곤경에 처한 것 같으니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는 도와주고 싶다고 했지.”
“그랬더니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뭐래?”
“필요 없대. 도움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그냥 지켜만 보고 있으래.”
“…!”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대답에 크리스틴은 진료를 하던 손까지 멈춘 채 유리안의 입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갑작스럽게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도움을 거절한다니, 그게 말이 돼?
“이건 어디까지나 자기 일이고 자꾸 내 도움을 받는 습관을 들이고 싶지도 않대. 어차피 나는 4년 뒤에 졸업이고 자기는 8년을 더 아카데미를 다녀야 하니까 처음부터 자신의 손으로 하는 게 맞다고, 그러니까 내가 할 말이 없잖아. 그래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으니까 페이건이 그랬어. 조져 버리지 않기로 마음먹었으면 모르지만, 이왕 그렇게 마음먹은 이상 자기 손으로 직접 하는 게 맞다나?”
“조진… 다고?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그런 과격한 말을 입에 담았다고? 걔가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나랑 있을 때는 예의에 어긋나는 말이라고는 입에도 담지 않았는데.”
“그러니까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페이건 걔, 얼굴은 유리 조각상처럼 곱상한데 행동이나 말하는 걸 보면 완전 상남자라고. 흥! 자기는 만날 얼굴이나 붉히고 멍한 표정이나 지을 줄 알지 페이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 그에 비해 나는 아야! 아프다니까!”
“아프라고 한 거니까 당연히 아프지.”
“너무해. 흑흑, 그러니까 아무튼 자기도 당분간은 이번 일에서 손 떼고 지켜보기만 해.”
“…그래도 괜찮을까?”
도움 같은 건 필요 없다는 페이건의 단언에도 크리스틴은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는 듯했고.
그런 자기를 안심시키기 위해 유리안은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을 거야. 나도 걱정이 돼서 한 번 더 물어봤는데 ‘설마 선배님께서는 제가 고작 이 정도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 같으세요?’라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더라니까. 치, 당사자가 이렇게 나오는데 우리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 * *
“…오늘 밤 혼자서 아스라의 숲에 들어가겠다고?”
“네, 국장님께서 허가를 해 주신다면 그리하고 싶습니다.”
“통 속을 알 수 없는 놈이 갑자기 접견을 요청하길래 무슨 용건인가 했더니 역시 바라는 게 있었구나. 하긴, 필요한 게 없다면 애초에 네놈이 나를 찾을 이유도 없겠지.”
별다른 용건이 없어도 서로를 찾아올 수 있는 관계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굳이 사람 얼굴에 대고 담배 연기를 토하는 그 습관부터 좀 고치는 게 어떨까?
제법 오랜만에 찾은 팩셰르의 연구실.
실험국장실에 똬리를 튼 노괴물은 오늘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방식으로 나를 맞이해 줬다.
“출입 허가를 주네 마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딱 하나만 확인하도록 하마. 오는 길에 하늘은 좀 보고 왔느냐?”
“네, 오늘은 대기의 질이 유독 좋아 멀리 있는 별빛도 아주 선명히 보이더군요.”
“그럼 남쪽 하늘에 녹사슴좌(座)가 떠 있는 것도 확인했겠지?”
“네, 확인했습니다.”
“호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걸까?
팩셰르가 물고 있는 담배 끄트머리의 불빛이 깜빡깜빡하는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
“영특하기로 소문이 난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아스라의 숲에 녹사슴좌가 미치는 영향을 모를 리는 없을 텐데 그럼에도 굳이 오늘 밤 숲에 들어가셔야겠다? 크크크.”
절반도 피우지 않은 담배를 거칠게 비벼 끈 후 팩셰르는 정말이지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을 한 채 물었다.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당연히 유서는 써 놓고 오는 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