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42)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42)화(142/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42)
아직도 몸통을 찌르르 울리는 통증을 떨쳐 내기 위해 힘껏 고개를 내저은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스카 벨타지온이 나에게 살의를 품고 있어. 하는 행동이나 말투를 보면 아일리 바스티아 때문도 아닌 것 같은데.’
미녀에 대한 질투 때문에 나를 싫어하는 거라고 보기에는 무스카의 그릇이 너무 커 보였고.
그렇다고 개인적인 은원(恩怨)관계를 살펴도 나는 딱히 무스카에게 잘못한 게 없었다.
‘…일단은 돌아가서 몸을 추스르자. 이 정도로 큰 판을 벌인 이상 기다리다 보면 아일리 바스티아건 뭐건 간에 반응이 오겠지.’
부러진 목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키자 그제야 나를 둘러싼 상급생들이 보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쟁에서 승리한 병사처럼 신나 보이더니 어느새 그들 대다수는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마 대련이 끝난 이후 무스카가 보여 준 태도가 성에 차지 않아서 저러는 거겠지.
이 바보들 입장에서는 무스카가 승자의 여유를 한껏 만끽하며 나를 짓밟았어야 만족이 되었을 텐데.
“할 말이 있거든 하시고 없다면 길 좀 비켜 주시죠. 그만 나가 보고 싶은데.”
패배한 내가 당당한 태도를 취하는 게 눈꼴 시렸는지 상급생들 대부분은 인상을 구겼지만 내 앞길을 막아설 정도로 배짱 있는 놈들이 없는 건 이번에도 마찬가지.
‘아욱….’
걸을 때마다 상반신이 욱신거리기는 했지만, 오늘 획득한 정보는 일시적인 통증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가 있었기에 참 홀가분한 마음으로 훈련장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 * *
휘리리릭.
콰자자작.
남자의 손을 떠난 부메랑이 매서운 기세를 뽐내며 훈련용 모형을 박살 냈다.
비스듬하게 정면 방향으로 뻗어 나갔다가 좌측으로 크게 도는 선회 비행을 마친 부메랑은 손을 떠났을 때의 기세를 조금도 잃지 않은 채 돌아왔음에도.
주인은 약간의 주저도 없이, 그것도 맨손으로 부메랑을 낚아챘다.
날카로운 날을 뽐내는 부메랑은 그의 일족이 애용하는 무기 중에 하나였고 남자는 하루 수련의 끝을 이 부메랑 투척으로 마무리하는 습관이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부메랑을 족히 스무 번은 넘게 투척했겠지만, 오늘의 비행은 3회를 끝으로 마무리 지어졌고 남자는 벌거벗은 상반신에 가득한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바쁘신 분께서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실까?”
“시간이 너무 늦은 탓에 혹시 만나 뵙지 못하면 어쩌나 했는데 역시나 오늘도 선배는 성실하네요.”
“재능이 없으면 성실하기라도 해야지.”
“재능이 없다구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배가요? 그거 농담이죠?”
“…공사가 다망한 분께서 용건도 없이 예까지 발걸음을 하셨을 것 같지는 않고 설마 오후에 있었던 그 일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
“그렇습니다. 오후에 페이건과 대련을 하셨고 선배가 명치와 옆구리에 한방씩 먹여 주는 걸로 마무리가 지어졌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그렇다면?”
“재미있군요. 제가 아는 무스카 선배라면 굳이 그런 식의 무의미한 타격을 가하지 않고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을 텐데요. 사사로운 폭력을 즐기지 않는 분이라 알고 있던 터라 솔직히 좀 의외였습니다.”
“작금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좌아악.
물통에 가득 들어 있던 물을 머리 위로 흩뿌려 땀을 씻어 낸 후에야 무스카는 등을 돌려 방문객의 얼굴을 바라봤다.
“언제부터 유리안 알렉세예브가 신입생의 뒤나 졸졸 쫓아다니면서 그 정보를 캐고 다녔지? 그렇게 한가하신 처지가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최근 들어 지고 있던 짐을 조금은 내려놓은 덕분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기껏 생긴 그 여유를 이용해 되바라진 신입생 꼬마의 편을 들어주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는 거야? 천하의 유리안 알렉세예브가? 에이, 설마 아니겠지.”
“왜 무조건 아니라고만 생각하세요? 그 설마가 정답일 수도 있는데.”
깔끔한 제복을 차려입은 유리안과 상의를 벗어 던진 무스카.
대조적인 광경을 자아내는 두 사람 사이로 슬금슬금 기류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네가 요즘 들어 그 건방진 꼬마와 친하게 지낸다는 소문은 들었어. 하지만 우리 왕자님께서 후배를 아끼는 마음이 이토록 절절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 이 일을 어쩌나? 오매불망 너만 바라보고 있는 숱한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페이건 클라디우스에 대한 질투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텐데.”
“후배들이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제가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니지요. 그리고 설령 제가 페이건을 유별나게 아낀다 한들 문제 될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도 마음에 드는 후배 한 명 정도는 각별하게 대할 자유가 있으니까요.”
“혹시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네 방문을 두드리며 6학년 선배님이 나를 두드려 팼으니 가서 뭐라고 말 좀 해 달라고 징징거리기라도 한 거야?”
“설마요. 그 친구는 제가 지금 선배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를 겁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았다 해도 제 소맷자락을 잡고 징징거릴 성격은 더더욱 아니구요.”
저벅저벅.
무스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원운동을 하던 유리안의 발이 방향을 바꿔 중심을 향했다.
“선배님께서 요즈음 게오르그 로덴토 선배와 각별하게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항상 헤실거리는 얼굴을 하고 다니는 주제에 정보가 빠른 건 여전하구나.”
“솔직히 말하면 조금 염려가 되었습니다. 혹시 선배께서 번거로움까지 감수해 가며 직접 나서 페이건에게 가르침을 준 까닭. 그 이유의 배경에 게오르그 선배의 입김이 있거나 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만약 그렇다면?”
“…선배님, 최근 들어 페이건을 둘러싸고 제법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쯤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부당하기 짝이 없는 일들도 제법 있었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 사이의 기류는 점점 더 거세어져만 갔다.
신장만을 놓고 보면 무스카가 한 뼘 이상은 컸지만, 대화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건 유리안이었다.
“충분히 나설 수 있고, 지금쯤에는 나서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숱하게 했음에도 제가 페이건을 둘러싼 문제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일이 쓸데없이 확전되는 걸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선배님들이 직접 나서서 상황을 크게 만든다면 저로서도 더 이상은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을까요?”
“지금… 날 협박하는 건가?”
“설마요. 제가 어찌 감히 선배님을 협박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줄곧 보름달처럼 동글동글하기만 하던 유리안의 눈동자가 좌우로 찢어졌고 모양 좋은 입술 또한 호를 그리며 길어졌다.
“제가 정말로 협박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렇게 미적지근한 말투를 사용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목격하는 진짜 유리안의 모습.
천재 마검사가 보여 주는 박력에 놀란 무스카는 자신도 모르게 큰 숨을 들이마시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숨이 완전히 넘어간 후에야 반격에 나설 수 있었다.
“이래저래 말이 길지만 결국은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편을 들어주겠다는 소리잖아? 다른 사람도 아닌 유리안 알렉세예브가 이렇게 편파적이어도 되나?”
“선배께서 그렇게 생각하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생각이야 전적으로 선배님의 자유니까요.”
순식간에 다시금 동글동글해진 눈동자.
“본인의 무게감을 충분히 자각하실 수 있을 정도로 현명하신 분이니, 제 뜻 또한 잘 전달되었으리라 믿고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네 뜻이라는 게 과연 뭘까?”
“아직은 선배와 부딪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지 달리 뭐가 있겠어요. 부탁입니다, 선배님. 부디 앞으로도 제가 존경할 수 있는 선배로 남아 주세요.”
“지금 그 말. 게오르그 로덴토는 존경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말씀드렸잖아요. 판단은 전적으로 선배의 자유라고. 아! 그리고 조금 전에 물어보셨죠. 이렇게까지 편파적이어도 되냐고.”
작별 인사를 남긴 후 그대로 멀어질 것만 같던 유리안은 다시금 몸을 돌려 무스카와 시선을 맞춘 후.
나지막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민을 많이 해 봤는데 아무래도 그래도 될 것 같아요. 저라고 항상 모두에게 공평하기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이만, 부디 좋은 밤 보내시길.”
이 말을 끝으로 유리안은 정말로 멀어져 갔고.
으드득.
혼자 남은 무스카는 피가 나오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페이건 클라디우스니 게오르그 로덴토니 그런 문제는 전혀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사실은 조금 전 유리안 앞에서 위축되고 만 스스로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무스카는 자신도 모르게 미친 듯이 주먹을 움켜쥐고야 말았다.
콰자작.
달이 높게 뜬 밤.
숙적에게 틈을 보이고 만 늑대의 분노는 거칠게 폭발했고 강철보다 단단한 제련목으로 만들어진 부메랑이 형체도 없이 부서지는 소리가 훈련장을 가득 메웠다.
* * *
“안 다쳤어. 아니, 약간 다치기는 했는데 치료는 끝났으니까 굳이 너까지 수고를 기울일 필요 없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비켜 봐.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확인한 다음에 마저 하면 되잖아?”
“아니, 이제는 말짱하다니까 들어오기는 뭘 들어와?”
“그치만 네가 옆구리랑 명치 부근에 정타를 허용했다는 걸 들었단 말이야! 명치의 상처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내장 기관에 중대한 손상을 미칠 수도 있다는 거 몰라?”
“그냥 대단치 않게 두어 방 맞았을 뿐인데 중대 손상은 무슨. 누가 보면 내가 무슨 내장 파열이라도 당한 줄 알겠네.”
무스카와 대련을 마친 그날 밤, 난 기숙사 방문 앞에서 카밀라와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바리바리 싸 들고 온 꾸러미를 반드시 사용하겠다는 의지에 불타는 카밀라와 그럴 필요가 없음을 주장하는 나.
도대체 무슨 소문이 퍼진 건지 카밀라는 내가 대련 중에 입은 상처가 걱정된다며 방에 들여보내 줄 것을 요청했고 나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다며 그녀를 막아섰다.
“좋아, 네가 정 싫다면 나도 오늘은 이대로 돌아갈게. 하지만 다음부터 내가 어디 다치더라도 페이건 너는 내 몸에 손가락 하나 댈 생각도 하지 마.”
“야, 나는 그래도 이 분야에 준전문가는 되는 사람이고 너는 그렇지 못한데 그런 식의 등가교환은 좀….”
“…친구가 다쳤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달려왔더니 문전박대나 당하고. 무슨 친구가 그래! 그래, 이게 다 내가 부족하고 못나서 페이건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탓이지 뭐.”
“…알았어. 네 뜻이 정 그렇다면 들어와.”
“진즉에 그럴 것이지.”
결국, 카밀라는 새침한 얼굴을 한 채 방에 들어온 후 재빠른 동작으로 주변을 살폈다.
사람 표정이 저렇게 막 실시간으로 바뀌고 그래도 되나?
하고 싶은 말은 있었지만 참기로 했다.
진입 방식이 다소 과격하기는 했으나 어쨌거나 나를 위해 짐을 바리바리 싸서 와 준 그 마음이 고마운 건 사실이었으니까.
“…흐음, 그래도 생각보다는 깔끔하게 해 놓고 사네.”
“네가 쓰고 있는 특실에 비하면 3분의 1 크기밖에 안 될 테니 깔끔해 보일 수밖에.”
“큰 방을 쓰고 싶다면 행정처에 요청하면 되잖아? 1학년 기숙사 중에서는 학년 대표용 독실이 가장 큰 걸로 알고 있는데.”
“그냥… 방 옮기기 귀찮아서.”
“저기 있는 저 병은 뭐야? 나보다 먼저 다녀간 사람이 있었어?”
“조금 전에 제라르가 주고 간 거야. 심신을 안정화하는 데 효과가 있는 향료라나?”
“어머, 우리 똘똘이는 역시 재빠르다니까. 난 내가 1등일 줄 알았는데 벌써.”
“참고로 제라르는 내가 괜찮다고 하니까 푹 쉬라는 말을 남긴 후 순순히 돌아가 줬어.”
“자, 그럼 입성에는 성공했으니까 우리 페이건을 위한 보약을 만들어 볼까?”
제라르를 핑계 삼아 소심한 반항을 해 봤으나 카밀라는 내 목소리를 깡그리 무시한 채 싸 들고 온 보따리를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우리 페이건은 실력 있는 치료술사니까 내상이나 외상은 버얼써 한참 전에 치료를 완료했겠지? 그래서 내가 치료를 마친 후 몸을 추스르는데 필요한 것들로만 챙겨 왔지롱.”
“아니, 필요한 치료가 완료되었다는 걸 다 아는 사람이 왜 그렇게 바득바득 고집을 부렸대?”
“이게 뭐냐면 내가 천공의 눈을 떠날 때 생명관에서 근무하시는 아저씨들이 챙겨 먹으라며 꼭꼭 싸 준 보약들이거든. 건강에 좋은 것들만 모아 놓은 거니까 네가 몸을 회복하는 데도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
“…있잖아, 카밀라. 네 마음은 정말 고마운데 내가 보기에는 이것들 단순히 ‘건강에 좋다.’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가당치도 않은, 정말로 어마어마한 물건들인 것 같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먹는 건 아닌 것 같아. 여기 있는 약초들, 너를 위해 준비된 천공의 눈의 자산인데 외부인인 내가 함부로 축낼 수는 없잖아?”
“괜찮아. 친구한테 주는 건데 아까울 게 뭐가 있겠니? 그리고 우리 아저씨들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니다 뭐.”
내 나름의 만류를 해 봤지만, 카밀라는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각종 약재 및 보조 식품 계량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라라라♪.”
곧이어 카밀라의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따라 향긋한 향이 방을 가득 메웠다.
하나같이 귀한 물건들인지라 저걸 받아먹게 되면 마음은 상당히 불편하겠지만, 당분간 몸 상태 조절에 확실한 도움이 될 것만 같았다.
“오늘 오후 내내 내 얘기로 시끌시끌했지?”
“당연하지. 네가 아무리 사람들을 여러 번 놀라게 한 전적이 있다고는 해도. 대련의 상대가 그 무스카 벨타지온 선배야. 그런데 안 놀라고 배겨?”
“상업지구의 식당이나 카페테리아는 웃음소리로 떠들썩했겠네. 그런 데 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 내 패배야말로 제일 맛있는 간식거리였을 테니까.”
“…저기요, 페이건 클라디우스 공자님. 공자님께서는 조금 더 ‘일반적인 감각’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소녀가 몇 번이나 말씀드린 바 있었지요?”
“…무섭게 왜 그래, 또?”
카밀라는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얘, 또 이상한 소리 하고 있네.’라는 표정을 지어 보인 채 한숨을 푹하고 내쉬었다.
“이제는 이 말을 하는 것도 지겹지만 한 번 만 더 말할게. 넌 말이지 생각의 기준이 너무, 그것도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아. 다른 사람도 아닌 ‘무스카 벨타지온’과의 대련을 간식거리로 삼을 정도로 배짱이 두둑한 1학년이 있을 것 같아? 너, 폴리다고스 1학년의 수준을 너무 높게 보는 거 아냐?”
“조금 더 쉽게 말해 줬으면 좋겠는데.”
“상대가 해글러 나이투 정도라면 그래도 낄낄거리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 그런데 해글러 나이투가 아닌 무스카 벨타지온이잖아. 평범한 사람들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이라고는 네가 벨타지온 선배를 상대로 도전을 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는 거랑 15분 이상을 버텼다는 사실에 두 번 놀라는 게 전부야.”
그 이름에 담긴 무게를 내가 조금 더 명확하게 자각했으면 하는지 카밀라는 ‘무스카 벨타지온’이라는 이름을 말할 때 유독 더 발음에 힘을 줬다.
“그리고 그렇게 두 번이나 놀라고 나면 승패를 따질 정신 따위는 없어지기 마련이야. 그나마 이것도 네가 워낙에 이것저것 해 놓은 게 많으니 놀라고 마는 거지 다른 1학년이 벨타지온 선배와 대련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놀라다 못해 펄쩍 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걸.”
확신에 잠긴 카밀라의 표정.
아무래도 무스카 벨타지온의 이름값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비싼 모양이었다.
“그래 봤자 져 버렸으니까 결국은 상처뿐인 영광인 셈이지만.”
“음, 그것보다는 상처로 수놓아진 영광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카밀라가 내 패배(가장된)를 지나치게 띄워 준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의 항변을 하려는 찰나.
똑똑.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이 시간에는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이미 떡하니 손님을 받아 놓은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이상했지만) “네에, 지금 나갑니다아.”
“야, 내 방에 온 손님인데 네가 나가면 어떡해?”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손님맞이는 이 누나가 대신해 줄 테니까 환자는 그대로 푹 쉬고 있으셔.”
총총걸음으로 문에 다가선 카밀라는 쾌활한 기운이 한껏 묻어나는 목소리로 문을 열었고.
“아…? 크리스틴 언니?”
“카밀라! 네가 여기는 왜….”
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닮은 듯 다른 두 여인의 목소리가 나란히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