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45)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45)화(145/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45)
‘이 고귀한 하이엘프 노파께서 내 소박하기 그지없는 밭에 관심이 있다니, 무슨 일일까?’
겸손한 문장과 작성자의 호의가 절절히 느껴지는 내용.
분명히 말해서 아주 잘 쓴 편지라 할 수 있었지만, 그 편지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내 의문은 깊어져만 갈 뿐이었다.
그리고 궁금한 게 많은 건 마찬가지였는지 털 뭉치도 연달아 질문을 던져댔다.
―친구? 그런데 국장이라면서 왜 네 친구야?
‘유물국장의 말버릇 중 하나야. 이분은 폴리다고스에 처음 온 그날부터 모든 학생들을 친구라는 호칭으로 부르고는 했어.’
―그럼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이 ‘아주 조용한 나의 자매’는 뭔데? 자기를 말하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닐 거야. 아마 풀이나 나무를 가리키는 거겠지. 유물국장 ‘아리안느 플레뵐라’는 숲의 하이엘프 출신인데 그들은 식물을 조용한 형제, 자매로 칭하는 습관이 있거든.
나의 경작지와 식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니?
혹시 나한테 밭뙈기 한구석이라도 분양해 달라고 할 셈인 건가?
에이 설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물국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런 소박한 이유로 나를 찾을 리가 없잖아.
―표정을 보아하니 페이건, 넌 어디를 먼저 갈지 이미 정한 것 같네.
‘아주 잘 보셨습니다. 일단은 유물국장님께 먼저 가 보려구요. 국장님의 용건이 뭐일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쪽은 조금 묵혀 둬도 괜찮을 것 같거든요.’
아직까지도 향을 흩뿌리고 있는 아일리 바스티아의 봉투를 손끝으로 집어 살랑살랑 흔들었다.
내가 이 봉투를 받기까지 며칠간 인고의 시간을 보냈으니 당신들도 최소한 그만큼은 기다리는 게 공평하지.
유물국장의 서신은 겉옷 주머니에, 아일리 바스티아의 서신은 서랍에 집어넣은 후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고맙다. 너와는 꼭 한 번 이렇게 해 보고 싶었거든.]아직도 귓가에 생생한 무스카 벨타지온의 목소리와 끝내 억누르지 못하고 드러내 보인 살기.
‘흐뭇한’ 광경을 떠올린 탓일까?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잠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밤이었다.
* * *
“어서 와요. 갑작스러운 초대가 당황스러웠을 텐데 이렇게 바로 시간을 내어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다음날, 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유물국을 향했고 아리안느 플레뵐라는 국장의 사무실답지 않은.
하지만 참으로 그녀다운 공간에서 나를 맞이해 줬다.
“이리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표 임명식에서 잠깐 뵙기는 했지만, 다시 한 번 인사드리겠습니다. 페이건 클라디우스라고 합니다. 귀한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머, 내가 할 말을 왜 우리 친구께서 하고 그럴까요? 나야말로 학생이 이곳에 와 줘서 참 감사할 따름이에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유물국장님의 수집품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바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 장대한 흐름을 제 눈으로 꼭 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그 소원을 이루게 되나요.”
고개를 크게 돌리자 굵직하게 뻗은 잔뿌리들과 그 사이사이에 빼곡하게 자리를 잡은 보관함들이 보였다.
유물국장의 개인 집무실은 인공 건물이 아닌 거대한 나무의 줄기 안쪽에 위치해 있었고 줄기 안쪽으로 부지런히 뻗은 잔뿌리들 사이에는 그녀가 지금껏 모아 온 온갖 종류의 수집품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우왕! 무슨 보물 창고 보는 것 같앙.
‘같은 게 아니라 보물 창고라고 하는 게 맞아. 이곳에는 아리안느 플레뵐라가 수백 년에 걸쳐 수집한 각종 마도구가 총집결해 있으니까.’
웬만한 왕국의 국립 창고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집품의 향연.
과연 폴리다고스의 유물(遺物)국장답다고나 할까?
“허락하신다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데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얼마든지요. 내가 따듯한 차 한 잔 따라 줄 테니 마시면서 구경하도록 해요.”
조금 더 관찰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나는 관람 시간을 요구했고 유물국장은 그 부탁을 흔쾌히 들어줬다.
―만 개, 아니 수만 개는 족히 되겠네. 저 하이엘프 아줌마, 마냥 사람 좋은 것처럼 생긴 것 치고는 제법이네. 이렇게 많은 마도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엄청난 부자라는 소리잖아.
―벨제키엘, 넌 이 멋진 광경을 앞에 두고 꼭 그런 속물 같은 얘기를 해야겠어? 하여간 애가 나이를 먹어도 도통 멋을 모른다니까. 넌 도대체 언제 철들래?
이 정도로 장엄한 광경을 보는 건 처음이었는지 롤빵이와 라무테 님도 눈을 반짝이며 사방을 부지런히 살폈고.
“에스닉 사가 시절의 토기를 이토록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인데 정말 영롱하네요.”
“어머나! 아직 어린 학생이 에스닉 토기를 알아채다니, 대단한 식견이에요.”
“어머님께서 이쪽에 관심이 많으셨거든요. 덕분에 약간의 지식을 주워들을 수 있었습니다.”
난 내 진짜 의도를 감춘 채 집무실 구석구석을 누비는 척했다.
물론 유물국장의 수집품에 관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굳이 관람 시간까지 요청하며 이곳을 자세히 살피고자 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까.
“음, 이 ‘장갑’은 다른 물건들에 비해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는 않네요.”
“어머, 그것까지 알아차리고 정말 페이건 학생은 참 눈이 좋네요. 잘 봤어요, 이곳에 오게 된 지 아직 100년이 되지 않았으니 그 장갑은 비교적 최근 물건인 게 맞답니다.”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가장한 채 관람 시간을 요청하게 만든 ‘진짜 이유’가 진열된 보관함 앞에 섰다.
손등을 감싸는 청록색의 가죽과 손바닥 안쪽을 보호해 주는 강화 섬유.
그리고 손목이 닿는 부근에 새겨진 저 문자.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이걸 잘못 봤을 리가 없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유물국장의 집무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 장갑이 벼락처럼 눈에 들어왔다.
족히 수만 개는 되는 수집품 사이에서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는 자리에 위치한 이 장갑이 내 눈에 바로 들어온 이유.
그건 역시 우리 사이의 인연 때문일 것이다.
‘…그나저나 얘가 왜 여기에 와 있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놈이 고결한 하이엘프의 수집품 목록에 들어가 있을 이유가 없는데?’
마음 같아서는 한참은 더 이 장갑을 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내 각별한 마음이 눈치 채일 것 같아 다음 수집품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약 한 시간에 걸쳐 관람을 마친 나는 다시 유물국장 앞으로 돌아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국장님의 배려 덕분에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니에요. 나의 노력이 학생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오히려 내가 기쁠 일이죠. 사실은 지하 쪽에 수집품들이 더 있기는 하거든요. 마음 같아서는 그것도 보여 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에요. 지하 쪽에 있는 건 위험한 것들도 있고 해서 내 마음대로 개방할 수 없어 그런 거니 부디 이해해 줘요.”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걸 봤습니다. 이 이상을 바란다면 욕심이겠죠.”
위험한 건 따로 보관을 해 두는 공간을 마련했으면서도 저 녀석을 이곳에 그냥 두었다?
그렇다는 건 유물국장도 저 녀석의 진가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뜻.
“그럼 지금부터는 내가 학생을 초대한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자, 이쪽으로 와요.”
일이 아주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운 채 유물국장의 맞은편으로 이동을 했고 생전 처음 보는 ‘씨앗’을 관찰하는 것으로 그녀의 용건은 시작되었다.
“어때요? 이게 뭐일 것 같아요?”
“씨앗이라는 것까지는 유추가 가능한데 무슨 종류의 씨앗인지는 감이 잡히지 않는군요.”
“자책할 것 없어요. 페이건 군이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니까. 사실은 나도 이 안에 뭐가 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거든요.”
모른다는 말을 하는 것 치고는 지나치게 밝은 미소.
아니, 잠깐 그런데 숲의 하이엘프가 모르는 씨앗이 있다고… 그게 가능해?
“지금 ‘숲의 하이엘프가 모르는 나무가 있다는 게 말이 돼?’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나도 이게 무슨 열매인지 모르는 걸요. 우리의 고향인 영원의 숲에는 세상 모든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지만, 이것처럼 생긴 씨앗은 찾아볼 수 없거든요.”
“…그런가요, 재미있네요.”
은색 바탕 위에 콕 하니 찍힌 푸른 점.
껍질 안쪽에서 꿈틀대는 생명의 기운으로 추정컨대 씨앗임에는 분명해 보이면서도 하이엘프가 모르는 씨앗이 존재하다니.
이래서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걸까?
“한번 영원의 숲에 가져가서 직접 심어보는 건 어떨까요? 하이엘프의 땅은 모든 식물을 따사롭게 품어 주기로 정평이 난 장소이니 이 씨앗도 분명히 반응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건 안 돼요. 사정이 있어 자세한 사정은 말해 줄 수 없지만, 이 아이는 우리의 고향에서 자라서는 안 되거든요.”
“그럼 이 인근에서 직접 길러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 국장님의 따스한 마음과 탁월한 실력이 겹쳐진다면 이 녀석도 껍질 안에 숨은 자신의 얼굴을 보여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으음, 어떡하죠. 그것도 안 되는데. 이 아이에게 얽힌 복잡한 사정 두 번째. 이 아이는 하이엘프의 손에서 자랄 수도 없어요. 그게 우리의 약속이니까.”
약속… 신경이 쓰이는 한마디가 더 튀어나와 버렸다.
“미안해요. 사람을 불러 놓고 자꾸 사정이 있니 어쩌니 하며 빙빙 돌리기만 해서. 나도 마음 같아서는 그 이유를 전부 말해주고 싶은데… 그게….”
“아뇨. 그 부분에 관해서 저는 아무렇지도 않으니 불편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다만 신경 쓰이는 건 이 녀석인데.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분명히 ‘하이엘프에게 맡겨진 씨앗인데 하이엘프의 땅에서 자라서는 안 되며 하이엘프의 생육(生育)법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뭐 이런 건가요?”
“네, 바로 그거예요. 하지만 난 아이가 씩씩하게 자라나 그 성장의 결실로 피워 내는 꽃 한 송이를 꼭 보고 싶거든요.”
핵심을 짚어 낸 내 한마디가 반가웠는지 아리안느의 눈동자가 소녀처럼 반짝이며 빛을 뿜었다.
저 표정으로 보건대 ‘내가 왜 당신을 보자고 했는지 이제는 좀 알겠죠?’라는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중이겠지.
“…제가 일궈 낸 밭에 이 녀석을 추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국장님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좀 걱정이 되는군요. 저도 뭔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제 손으로 길러 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요.”
“어머! 나무를 심어 본 게 이번이 처음이라구요? 정말?”
“네, 그렇습니다. 고향에 있을 때 유모와 같이 밭을 가꾼 적은 있지만 혼자서 해 보는 건 이번이 처음 맞습니다.”
“세상에 처음이라는 사람이 그토록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길러 낼 수 있다니. 페이건 군은 겸양의 의미로 그런 말을 한 거죠? 하지만 어쩌죠? 그 말을 듣고 나니 난 더욱더 이 아이를 페이건 학생에게 맡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는데.”
“조금 더 냉정해지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분야에 한해서는 수습생 수준에 불과하니까요.”
물론 내 수중에는 세상에서 가장 탁월한 효능을 가진 비료가 있기는 했다만 내 경험치며 실력이 수습생 레벨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사실은 페이건 군을 만나기 전 실험국장님을 찾아뵀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말씀하시길 페이건 군은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주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씀이 사실일까요?”
“대가를 받은 이상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 건 사실입니다만 실험국장님의 인물평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장님과 저는 서로를 평가하고 확신할 만큼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서요.”
“흐음… 대가, 대가라 뭐가 좋을까? 역시 인간들은 이런 경우에 화폐를 가장 많이 사용하죠? 하지만 그런 방법을 쓰기에는 내가 페이건 군의 노력을 함부로 사려고 드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잖아요. 뭐가 좋을까?”
팩셰르가 꽤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확언을 했는지 석연치 않은 내 반응에도 불구하고 아리안느 여사님은 나를 고용하기 위한 보수를 책정하는 과정에 돌입해 버렸다.
“…저기 그런데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말씀하시죠.”
“페이건 군 어깨에 있는 그 아이, 한 번만 쓰다듬어 볼 수 있을까요? 사실은 그 아이가 너무 예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꼭 한번 쓰다듬어 보고 싶었는데 초면에 그런 부탁을 하는 건 실례인지라 꾹 참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못 참을 것 같아.”
“아, 라무테를 말씀하시는 거죠?”
“그 붉은 아이 이름이 라무테인가요? 세상에나, 생긴 것만큼이나 예쁜 이름이네요.”
그러고 보니 유물국장은 귀여운 동물이나 새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소문을 들어 본 것 같기도 하고.
‘괜찮을까요?’
―응, 난 괜찮아. 저 사람은 착한 사람, 아니 착한 엘프잖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어.
라무테 님의 의사를 확인한 나는 내 어깨를 내어 줬고.
포롱.
라무테 님은 유독 앙증맞은 울음소리를 내뱉은 후 어깨를 향해 뻗어진 유물국장님의 손등에 올라섰다.
“어머머, 어쩜 이리 깃털이 부드러울까? 또 눈동자는 왜 이리 예쁜지. 이름이 라무테라고 했죠? 난 아리안느 플레뵐라라고 해요. 당신을 만난 것만으로 오늘은 넘치도록 행복한 하루가 되겠네요. 페이건 학생, 라무테 님은 나이가 어떻게 될까요?”
“…저도 정확한 건 모르지만 아마 저보다는 훨씬 많고 국장님보다는 많이 어릴 겁니다.”
아리안느 플레뵐라가 제아무리 나이가 많다 해도 오르페우스 님 시절부터 생존해 온 라무테 님보다 연장자일 리는 없지만 여기서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페이건 군은 정말 좋은 보호자군요. 눈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이 아이가 평소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또 당신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하긴 그렇게 예쁜 새싹을 틔워 낼 줄 아는 사람이 가족을 사랑하지 못할 리가 없죠.”
라무테 님의 매력에 푹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는 유물국장.
“국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그래요, 우리 무슨 이야기 하던 중이었죠?”
이대로 조금 더 행복 삼매경에 빠져 있게 내버려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나도 추후 일정이 있는지라 이쯤에서 끝을 맺고 싶었다.
“저 씨앗을 맡고 기르는 대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저는 제 욕망에 솔직한 타입이니 더 이상 빼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의 진짜 목표가 뭔지 벌써부터 밝혀지는 걸 원치 않았기에 일부러 유물국장의 시선을 마주한 채 요구조건을 밝혀 나갔다.
괜히 시선을 돌렸다가 무심결에 내 시선이 그곳으로 향하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만약에, 그러니까 아주아주 만약에 제가 이 씨앗을 꽃피우는 데 성공한다면 그때는 이곳을 가득 메운 유물 중 하나를 선물로 주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