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47)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47)화(147/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47)
―응응! 아무리 맡아도 확실해. 현장학습에서 우리 뒤를 졸졸 쫓아왔다가 숲에 몸을 숨겼다가 결국은 광산으로 도망친 그놈들. 저 영감 몸에서 그놈들이랑 아주 비슷한 냄새가 나.
‘…확실해? 배가 고파서 잘못 맡거나 한 거 아니고?’
―아니라니까, 바보야! 배가 고파서 그런 거면 맛있는 냄새를 맡아야지 이런 비린내, 그것도 아주 맡기 싫은 비린내 냄새가 왜 나냐?
반문이 답답했는지 북슬이는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발버둥을 쳤다.
‘라무테 님?’
―아무래도 벨제키엘 말이 맞는 것 같아. 처음에는 흐릿해서 잘 몰랐는데 벨제키엘 말을 듣고 나니 나도 느껴져. 응, 그때 그 냄새가 맞아. 아무래도 후각은 나보다 벨제키엘이 훨씬 더 뛰어난가 봐.
고개를 숙인 채 내 응답을 기다리는 노인.
깔끔하게 차려입은 정장하며 입가에 머금은 품격 있는 미소까지.
어디를 어떻게 보더라도 허깨비 같아 보이지 않는, 깔끔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지만 라무테 님의 교차검증까지 마친 마당이니 롤빵이의 말을 믿을 수밖에.
‘라무테 님, 이 노인 한번 훑어보세요. 그리고 재미있는 게 발견되거든 저한테 말씀해 주시구요.’
경계태세를 한 단계 상승한 후 노인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줬고 그제야 노년의 집사는 숙였던 허리를 폈다.
물론 입가에는 여전히 그 사람 좋은 미소를 매단 채 말이다.
“입구에 있던 아스트라를 통해 들었어. 페르디난드 공작 각하를 모시고 있다고?”
“그렇사옵니다, 공자님. 공작 관저 외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맨피르라고 하옵니다.”
다른 가문의 사용인들을 하대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이 자에게는 존대하고 싶지 않기에 정말 편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맨피르? 만나서 반가워. 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아스트라의 배려가 깊은 탓에 자네들이 고생을 하는군.”
“고생이라니요, 과분한 말씀이시옵니다. 사실은 저희 도련님과 가까이 지내는 분이 계신다는 말을 듣고 오랫동안 뵙기를 희망하던 차였으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될 듯하옵니다.”
노집사의 표정이며 말투에서는 할아버지가 타지에 나가 있는 손자를 걱정하는 듯한 따스한 기운이 절절히 느껴졌다.
저런, 우리 털 뭉치가 감지한 그 냄새만 아니었더라면 나도 그 미소에 깜빡 속아 넘어갔을 텐데.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노인장.
그나저나 페르디난드 가문의 원로 가신 중 한 명이자 아스트라가 걱정되어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찾아온다는 사용인의 몸에서 불쾌하기 짝이 없는 비린내가 난다니.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공자님께서 문을 열어 주신다면 정리를 하면서 물품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럴까? 그럼. 자, 자네들도 안으로 들어오게.”
휑하기만 했던 내 방안은 페르디난드의 정취가 느껴지는 보급품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빵, 말린 과일, 과자, 음료, 여기에 약초를 이용해 만든 설탕 절임까지.
페르디난드의 가솔들은 한 달을 족히 먹고도 남을 듯한 각종 간식을 내방 구석구석에 채워 넣었고 그 작업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라무테 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꼼꼼하게 살펴봤는데 당장 눈에 띄는 점은 없어. 다만 저 조끼 안쪽에 이상하리만치 편지가 많아. 그리고 그 봉투 중에는 안쪽이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어.
‘투시안으로 봤는데도 안 보이는 봉투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응, 집중해서 몇 번이나 봤는데 보이지 않아. 다른 봉투들은 보이는데 꼭 무슨 안개가 껴 있는 것처럼 뿌옇기만 해. 일단 보이는 거라도 말해 줄까?
‘네, 그렇게 해 주세요.’
라무테 님 혹은 내 능력의 정도에 따라 꿰뚫어 볼 수 있는 것들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아무래도 정답인 듯했다.
안쪽이 보이지 않는 봉투들은 강력한 방어마법이 2중, 3중으로 걸려 있는 거겠지.
원래 뒤가 구린 놈들일수록 경계심이 많기 마련이니까.
―음, 일단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봉투는 아니고 카드처럼 생겼는데 에델바이스가 그려져 있어.
‘보라색 바탕에 여덟 잎으로 이루어진 하얀 에델바이스. 맞나요?’
―응, 정확해.
‘…그거 출입증이에요. 6학년 기숙사, 그중에서도 여학생 전용 기숙사 출입증.’
―어머! 6학년 여자 기숙사라면….
‘맞습니다. 아스트라를 감시하기 위함인 것으로 추정되는 수상한 목걸이를 소피아 씨에게 선물한 아일리 바스티아가 기거하는 장소지요. 또 그다음은 뭐 없나요?’
―음… 되게 고풍스러운 글씨가 새겨진 푸른색 봉투도 있네. 그려진 문양은 완전한 구체를 이루고 있는 보름달?
‘푸른 바탕에 만월이 그려진 봉투라면 푸른 달 학회에서 발행한 물건이네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것도 아일리 바스티아입니다.’
―어머, 어머!
‘개별로 보자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지만, 페르디난드를 모시는 집사의 품속에 저런 물건 두 개가 나란히 있는 건… 아무리 봐도 좀 수상하죠?’
정말 중요한 물건들은 볼 수 없었지만, 주변을 훑어 낸 것치고 이 정도 성과면 나쁘지 않았다.
“공자님, 그럼 소인들은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그런데 가기 전에 뭐 하나만 물어보고 싶은데, 자네들 그 소매 끝에 있는 백합 문양 말일세.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허허, 눈썰미가 각별한 분이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역시 명불허전이시군요. 사실, 이 백합 문양은 저희가 소속되어 있는 부서를 뜻하고 있사옵니다. 외무실을 주관하시는 조로스터 님께서 백합을 좋아하시는지라 이 문양을 상징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조로스터… 님?”
“공작 각하의 3남이 되시는 분이옵니다.”
“아, 그런가? 미안하게 됐네. 내가 그런 문제에 좀 어두워서. 아무튼, 수고들 했고 이만 물러들 가게.”
조로스터.
이름을 머릿속에 새겨 넣은 후, 그들에게 물러날 것을 명했고 맨피르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소인들은 이만 물러나 보겠사옵니다. 클라디우스 공자님, 부디 앞으로도 우리 도련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진짜?
진심으로 잘 부탁하는 거 맞아?
왜, 내 귀에는 달리 들리는 걸까?
달칵.
자분자분한 걸음걸이로 퇴장한 페르디난드의 가솔들.
그자들이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뒤, 난 냉수를 큰 컵에 넘치도록 따른 후 단숨에 마셔 버렸다.
“나슈카르 무쿠 데메르 테 알타이메스.”
―엉?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처음 들어 봐.
“대륙의 서쪽 끝으로 가면 반트라 반도에 거주하는 ‘에세루타’라는 원주민 부족이 있거든. 그 부족민들이 사용하는 격언 같은 거야. 에세루타 부족은 당황스럽거나 흥미로운 일을 만나거든 이렇게 중얼거린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그 격언이라는 게 무슨 뜻인데?
심란한 마음이 들어 북슬이를 집어 든 후 밀가루 반죽 같은 뺨을 쭈욱 잡아당겼다.
녀석의 말랑말랑한 뺨은 이번에도 나를 만족시켰고 난 히죽거리는 미소를 입가에 매단 채 에세루타 부족의 격언을 해석해 줬다.
“운명의 신이시여, 당신께서는 이번에도 저를 가만히 놓아둘 생각이 없으시군요.”
* * *
“자, 이게 지금까지 확보된 정보들이라는 말이지. 우리 이걸 바탕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고.”
그날 밤.
내 책상 위에는 큼지막한 백지가 펼쳐져 있었고 그 위로 내가 자필로 기록한 문장들과 온갖 도형들을 이용한 관계도가 그려져 있었다.
“지금까지 확보한 정보에 의하면 수상한 놈들이 보이는 움직임은 다음과 같아.”
난 지휘봉으로 관계도 곳곳을 가리키며 두 마리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음, 이렇게 그림으로 그려 주니까 확실히 이해가 쉽네.
―어쩜, 우리 페이건은 그림도 이렇게 잘 그리니!
두 마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한 후 관계도의 핵심 내용을 문장으로 정리한 곳을 향해 지휘봉을 옮겼다.
1. 로덴토는 수수께끼의 집단(이하 허깨비로 지칭)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그 허깨비들은 현장학습 당시 우리 뒤를 쫓아와 인근 광산에서 뭔가를 꾸미려 했다.
2. 게오르그 로덴토가 아일리 바스티아를 대하는 태도가 심상치 않다는 증언이 여기저기서 나온 바 있다.
3. 아일리 바스티아는 소피아 씨에게 호의를 베푸는 척을 하며 아스트라를 감시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4. 아일리 바스티아와 각별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스카 벨타지온은 나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강력한 적의를 숨기고 있다.
5. 페르디난드의 일원이라며 나를 찾아온 집사, 맨피르의 몸에서 광산의 허깨비들과 같은 냄새가 난다.
6. 이 뒤가 구릴 가능성이 높은 노인과 아일리 바스티아 간 상호 접촉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증거가 확인된다.
―음…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뭔가 수상쩍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여.
―너도 참 대단하다. 여기 온 지 석 달밖에 안 됐으면서 뭐 이런 골치 아픈 일들을 많이 보고 다녔냐?
“원래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해도 바람이 쉬지 않고 흔드는 법이거든. 딱히 보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에 훤히 보이는 걸 모른 척할 수는 없잖아?”
여기까지는 두 마리에게도 털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들.
‘가장 골치 아픈 점은 아스트라와 소피아 씨의 과거에 에지세크 교단놈들이 관여되어 있을 확률이 크다는 건데. 이 엉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 가야 할까?’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는 진짜 비밀 이야기.
사실 에지세크 이놈들만 아니었어도 일련의 상황들을 이토록 심각하게 받아들일 이유는 없었다.
로덴토 정도 되는 대귀족이라면 구린 구석이 있기 마련.
타샤드의 대귀족들이 황제의 눈을 피해 세력을 키워 나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페르디난드와 로덴토 사이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일들 또한 대귀족들 간의 합종연횡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 정도로 넘겨 버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들의 탐욕과 불화 틈 사이로 에지세크 교단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귀족 나부랭이 놈들이 설치는 건 상수로 취급할 수 있다지만 에지세크 이놈들만큼은 안 돼. 놈들이 나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때 틈을 찾아서 파고들어야 한다.’
에지세크 놈들은 오르페우스 님의 과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혼돈의 여섯 성주 중 하나.
그 후로도 난 한참 동안 이 ‘불온하고도 불길하지만 동시에 흥미롭기 짝이 없는 관계도’를 내려다보았고.
“일단 바깥쪽으로 노출된 고리는 여기와 여기 두 군데.”
결론을 내리자마자 지휘봉을 집어 들어 ‘게오르그 로덴토’와 ‘아일리 바스티아’, 두 지점을 각각 가리켰다.
“현재로서는 이 두 군데를 자극해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아일리 바스티아 쪽은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약해. 몸을 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서랍 한구석에 처박아 놓은 그녀의 초대장.
묵살당한 만큼 반응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그녀의 반응이 조금 약했다.
혹시 나를 채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기라도 한 걸까?
“이쪽에서 반응이 없다면 다른 쪽을 노려보는 수밖에. 다행히도 이번에 노릴 쪽은 아일리 바스티아보다 훨씬 더 멍청해 보이는 터라 살짝만 건드려 줘도 바로 반응이 나올 것 같기는 하단 말이지.”
―게오르그 로덴토? 아! 지난번에 하늘 같은 선배 어쩌고 하며 눈을 부라린, 그 예쁜 여자라면 환장한다는 건방진 꼬마! 근데 괜찮겠어? 너 지난번부터 계속 그랬잖아. 더 적극적으로 건드려 보고 싶은데 마땅한 꼬투리가 없어서 문제라고.
“이놈은 7학년이고 나는 1학년인 만큼 평상시에는 꼬투리가 부족한 게 사실이지. 하지만 다음 주부터는 이야기가 달라. 저기 달력 한번 봐 봐. 다음 주 일정에 뭐라고 쓰여 있나.”
―기말고사?
“그래. 다음 주부터 학기마다 시행하는 기말고사가 시작되거든.”
공부를 열심히 한, 이를테면 제라르 같은 모범생들에게는 가슴이 두근두근한 축제의 기간인 기말고사.
나는 딱히 모범생인 건 아니었지만 이번만큼은 기말고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절로 가슴이 두근거려 왔고.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두 손바닥을 맞비비며 말했다.
“기말고사는 신입생인 내가 상급생들이랑 합법적으로 엉겨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거든.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 * *
3일 후.
폴리다고스의 교내는 평소와 다른 엄숙하고도 근면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평시에는 교육의 장이라기보다 사교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빈도가 훨씬 더 높은 교정이었지만 적어도 지금의 폴리다고스는 학구열로 불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오만하고 나태한 대귀족들이라 해도 기말고사에 돌입한 마당에 마냥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도서관이며 자신의 방에 처박혀서 마법서 및 검법서를 탐독하기에 정신이 없는 98%의 학생들과 저마다 무리를 지어 실전 훈련에 돌입한 2%의 학생들.
기말고사를 치른다는 공통분모가 있음에도 학생들의 준비 양상이 이토록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폴리다고스만의 독특한 시험 방식에서 기인했다.
재학생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고 학생들은 그 중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선택해 응시하는 것이 폴리다고스의 방식.
두 가지 선택지 중 대다수의 학생들이 응시하는 1번 안의 경우.
지필 고사 및 구술 고사를 통해 시험이 진행되는데 사실 1번 안은 여타의 교육기관들과 비교해도 딱히 특이할 게 없었다.
하지만 매해 2~3% 정도의 학생들만이 응시하는, 통칭 ‘실전 시험’이라 명명되는 2번 안의 경우.
여타의 교육기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터프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기에 시험 자체가 폴리다고스만의 명물처럼 여겨지고는 했다.
시험을 주관하는 교수는 기말고사 보름 전, 시험이 치러질 장소를 고시한 후 시험이 시작되기 48시간 전까지 지원자를 받는다.
응시 과정에서 선별 절차를 거치는 일은 없었기에 사실상 응시를 원하는 지원자는 모두 응시가 가능한 실전 시험.
지원자 선별이 완료되면 시험 감독관은 저학년이냐 고학년이냐를 기준으로 학생들을 두 갈래로 나눈다.
그리고 이 나뉜 갈래별로 학생들은 동시에 시험장으로 투입되어 시험을 봐야만 했다.
아무래도 상급생으로 갈수록 배움의 깊이가 깊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 그룹의 최연소자인 1학년, 5학년에게는 꽤나 험난한 방식의 시험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전 시험의 경우 참가 인원 대다수를 각 그룹의 최고학년들이 분점하고 있었고.
실전 시험은 사실상 그룹별 최고학년 재학생들의 자존심 싸움이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한 상황.
“고베나 라도키아 선배님은 당연히 실전 시험에 응시하시겠지?”
“그럴 줄 알았어. 최근 몇 년간 저학년 실전 시험 1등은 유리안 선배로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잖아. 그런데 올해 드디어 기회가 생겼으니 그 명예욕 많은 선배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지.”
“고베나 라도키아 선배가 시험에 나온다면 학생회 인원들 중 동반으로 참여해서 지원 임무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있겠네?”
“그야 당연하지. 고베나 선배님 성품이라면 엄선된 지원 인원을 바리바리 두르고 나오지 않겠어. 이걸로 1등은 이미 정해진 것 같고 중요한 건 수상권인 10등 안에 누가 들어오냐는 건데. 고베나 선배가 눈치라는 게 있다면 적당히 인원 분배를 하려 할 테고… 과연 누가 2등을 하려나?”
일반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공고문 주위를 지나칠 때마다 그 자리에 멈춰선 채 저마다의 예상을 늘어놓고는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실전 시험 개시가 48시간 앞으로 다가온 시각.
마침내 최종 확정된 지원자 명단이 교내 게시판에 공지된 그 순간.
“…그래 나는 어쩌면 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은 했어. 아니 당연히 나오는 게 맞지. 저학년 최고를 뽑는 자존심 싸움에 얘가 없다는 게 말이 돼?”
“이러면 고베나 선배님도 긴장 좀 하셔야… 아니 긴장 가지고는 안 될 수도 있겠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면 고베나 선배님을 비롯한 학생회 멤버들은 압도적인 머릿수로 짓누르려 할 텐데. 그렇게 똑똑한 애가 이걸 예상 못 했을 리는 없고. 그 정도 되는 머릿수의 차이도 극복할 자신이 있다는 거야? 와, 정말 그 자신감 하나만큼은 대단하다, 대단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파동이 폴리다고스 교정을 덮쳐 왔다.
일이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예상한 이들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예상과 실제로 일어난 일을 목격하는 건 차이가 있는 일이었기에 학생들은 저마다 바삐 입을 놀리며 확정된 지원자 명단을 흘긋거리기에 바빴다.
그리고 같은 시각.
“…이 건방진 새끼가. 오냐오냐해 주니까 낄 데 안 낄 데를 못 가리고.”
4학년 학생회장 고베나 라도키아는 지원자 공고문 최하단에 기재된 이름을 보고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거친 언사를 쏟아 내며 이를 갈고 있었다.
………
……
…
1학년 페이건 클라디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