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48)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48)화(148/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48)
4학년 학생 간부들이 진을 치고 있는 정글 속으로 진입하겠다는 페이건의 선언이 알려진 후 그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제발… 제발 고베나 라도키아, 잘 좀 해라.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이번에 밟아 버리지 못하면 정말 4학년 레벨에서는 감당이 안 돼. 만약에 여기서도 고베나가 밀린다면 6학년의 무스카 선배 정도가 아니고서는 그놈을 당할 수가 없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나는 거란 말이야.”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조금 불안해. 해글러 나이투와 결투가 있을 당시 우리들 다 뭐라고 그랬어? 해글러, 그 고릴라가 건방진 신입생을 밟아 버릴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떻게 됐지? 그 일이 있은 지 아직 두 달도 지나지 않았어.”
“그, 그건 그렇지만. 해글러는 근육밖에 없는 닭대가리고 고베나는 똑똑한 연금술사잖아. 그리고 해글러 나이투는 1대1로 싸웠지만 고베나의 곁에는 학생회 동료들이 잔뜩 있어. 그 많은 사람이 설마 페이건 클라디우스 하나를 못 당하려고?”
“…나도 고베나를 믿어, 아니 믿고 싶어.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자신들의 것이라 믿었던 무대를 발판 삼아 페이건이 또 한 번 도약을 해 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휩싸인 상급생들.
“잘하겠지?”
“당연히 잘하겠지. 지금껏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자신감 있게 나섰는데 안 된 일이 있었어?”
“무스카 벨타지온 선배와의 대련.”
“무, 물론 무스카 선배와의 일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4학년들이랑 무스카 선배는 천지 차이잖아. 그리고 무스카 선배가 결투 후에 말했다며.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전력을 발휘하지 않았다고.”
“얼씨구, 너 표정을 보니까 이제는 완전히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편인 것 같다?”
“당연하지, 지난번에 말했잖아. 난 이제부터 무조건 걔를 응원할 거라구. 아직 둘이서 얘기 한마디 해 본 적 없지만 그래도 난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믿어. 서리발톱의 무스카라면 몰라도 4학년 그 허영심 바보들이 페이건을 어떻게 당해. 흐흐, 시험이 끝난 뒤 4학년 선배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기대되네.”
그리고 암암리에 페이건의 선전을 기원하는 중소가문 출신의 하급생들.
양 측이 간절히 바라는 바는 서로 달랐지만 어쨌거나 결과 자체에는 집중을 해야만 했기에 모두의 시선은 페이건이 똬리를 틀고 있는 기숙사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페이건은 언제나처럼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이었고 시간은 숨 가쁘게 흘러 시험 개시를 12시간 앞둔 밤이 깊어만 가고 있었다.
* * *
―아까 밥 먹고 오는 길에 봤어? 와! 너 쳐다보는 시선 진짜 장난 아니게 험악하더라. 누가 보면 네가 걔네들 부모님 원수라도 되는 줄 알 거야.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대놓고 쳐다보는 놈들이 있었어? 그 근성 하나만큼은 높이 사 줄 만하네. 다음에 만나면 인사라도 해 줘야겠어.’
―있잖아, 지금쯤 너랑 시험장에서 만나게 될 애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글쎄? 이를 벅벅 갈기에 바빠서 생각 따위를 할 여유도 없지 않을까 싶은데. 다른 떨거지들은 고베나 라도키아의 오더만을 바라보고 있을 테고 고베나는 게오르그의 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제일 좌측에 침, 그 옆에 정화수, 그 옆에 연고, 그 옆으로 붕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료를 마친 후 상으로 줄 드루이드 오러 사탕.
준비를 마치고 환자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는지 북슬이는 쉬지 않고 질문을 던져댔다.
―그러니까 여기서 네 뜻대로 잘만 하면 게오르그 로덴토가 펄펄 날뛰면서 화를 낼 거라는 거지?
‘게오르그 로덴토가 그 음험한 낯짝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저학년 학생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결국 그놈 엉덩이를 빨아 줄 것을 자처하는 아첨꾼들이 있기 때문이야. 그런데 그 아첨꾼들이 한 번에 싸그리 잘려 나간다면 게오르그 놈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헤헤, 엄청 화를 낼 것 같아.
‘그래, 지금은 규율국장의 눈치가 보여 게오르그 놈이 얌전히 지내고 있지만, 분노가 임계점까지 차오른다면 언제까지고 냉정한 척 연기를 하지 못할 거라는 말이지. 우리는 그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바늘을 던지면 돼.’
―음, 좋아 좋아. 게오르그 그놈이 펄펄 뛸 거라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어.
달칵.
“페이건, 나 왔어!”
시나리오가 마음에 든 북슬이가 찐빵 같은 얼굴을 끄덕이며 만족감을 표시할 무렵, 기다려 온 손님이 도착했다.
“그런데 정말 괜찮아? 내일 큰일을 치러야 되는데 괜히 나 때문에 푹 쉬지도 못하고….”
“야, 피곤할 거면 일주일 내리 시험을 보는 네가 피곤해야지. 시험 기간 내내 놀다가 내일 하루 잠깐 일하면 되는 내가 피곤할 게 뭐가 있어? 괜한 소리 하지 말고 앉아. 바로 시작하자.”
언제나처럼 해사한 얼굴을 한 안경 소년, 제라르 마페이언은 상의를 벗은 후 알아서 의료용 침상에 드러누웠다.
치료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녀석 또한 내 방식에 익숙해졌기에 별다른 지시가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아! 카밀라한테 들었는데 너 어제 있었던 원소의 이해 구술시험 만점 받았다며? 축하한다.”
“고마워, 헤헤.”
“하긴 네 수준을 생각하면 굳이 그걸 축하하는 것도 우습긴 해. 네가 만점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과찬… 으윽! 이야. 그것보다 윽! 페이건한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는… 데에!”
반짝거리는 침들이 허공을 날아 상체 곳곳에 꽂힐 때마다 녀석의 입에서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친구가 내지르는 고통 섞인 비명을 근거리에서 듣는 건 썩 유쾌한 과정이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다.
이 또한 필수 불가결한 일이니까.
“오늘 있었던… 마나 반응도 성적표야… 4등급. 헤헤, 전부 네 덕분이야. 정말 고마워. 네가 이런 말 듣기 싫어하는 건 알지만 한 번만 더 말할게. 정말 고마워.”
“난 계기를 만들어 주었을 뿐, 결국 상처를 극복할 수 있게 만든 건 너의 의지야. 그러니까 나한테 고마워할 정신이 있거든 너 스스로를 조금 더 칭찬하도록 해.”
제라르가 부담감을 가질까 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를 했지만 다른 과목도 아닌 마나 반응도 검사에서 4등급이 나왔다면 이 녀석에게는 기쁜 일이 맞았다.
원래대로라면 아예 논외 등급이 나왔을 텐데 4등급씩이나 나오다니.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4등급이 결코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제라르에게는 차고 넘치는 희망의 증표처럼 느껴졌을 터.
“아악!”
나는 녀석의 성취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한층 더 거세게 바늘을 날렸고 제라르의 입에서는 활어와도 같은 비명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나저나 이 타이밍에 네가 내 앞에 와서 ‘정말 괜찮은 거야?’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 걸 보면 내가 꽤 대단해지기는 했나 봐.”
“아… 그거 솔직히 말하면 걱정은 되는데 나도 이제부터는 그냥 아무 말 없이 믿어 보려구. 안 그랬다가는 카밀라가 제라르 넌 친구도 못 믿는 소심쟁이라고 놀려댈 테니까.”
치료가 끝날 무렵 슬쩍 질문을 던져 봤더니 제라르는 녀석답지 않은 굳건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지 내 친구지. 아주 바람직한 결심이야.”
“저기 있잖아, 분명히 말해서 페이건 널 걱정하고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나 궁금한 거 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
“왜 굳이 4학년 선배들을 상대로 싸움을 건 거야? 페이건 너라면 일반 시험을 봐도 충분히 우수한 성적을 얻을 수 있을 텐데.”
“굳이? 난 그저 걸어온 싸움에 응했을 뿐인데 굳이라는 말이 이 시점에 나올 이유가 있을까?”
“걸어온 싸움이라니? 아! 그 불꽃 울음, 난 그렇게 잘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페이건은 아니었구나.”
“그놈들은 그걸로 마무리가 지어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만 난 아니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누구 마음대로 마무리를 지어?”
물론 내가 실전 시험에 응시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게오르그가 교내에 보유하고 있는 세력을 위축시키기 위함이었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난 말이지, 아직도 그놈들이 대표 임명식에 와서 날 깔보며 했던 모든 말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거든. 그래서 쭉 다짐하고 있었어. 기회가 오거든 놈들에게 아주 제대로 알려 주겠다고.”
“아하하, 페이건이 알려 주고 싶다는 그거. 왜 뭔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까?”
“그놈들 지금까지 쭉 생각해 왔을 거야. 나는 특별한 사람이니 아무런 죄책감 없이 다른 사람들을 고난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도 된다고. 그런데 말이지 난, 이 버러지 같은 마음가짐이 도저히 용납이 안 되네.”
차라리 나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했더라면 이렇게까지 기분이 더럽지는 않을 텐데 내 인망을 깎아 놓자고 그런 짓을 벌이다니.
도저히 용서되지 않는 졸렬함이었고 난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 미뤄 놓은 복수를 시행할 참이었다.
“미친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생이 꼬일 수 있다는 걸 그 얼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장담컨대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거야.”
* * *
예정된 시간이 흘러 마침내 찾아온 실전 시험의 아침.
1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저학년으로 구성된 참가 인원은 시험장 입구에 정렬한 채 주의 사항을 듣고 있었다.
“진행 요원들이 가슴에 착용해 준 목걸이의 빛을 확인하도록. 이유를 불문하고 시험장 안에서 그 목걸이가 깨지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을 받아 광채를 잃게 되면 그 순간부로 실격이다. 해당 상황이 발생한 즉시 목걸이에 내재된 공간이동 주문이 발동해 시험장 밖으로 쫓겨나게 될 터이니 목숨처럼 여기고 간수를 하도록.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이번 저학년 실전 시험 주관을 맡은 베루스 교수는 거듭해서 주의 사항을 전파했다.
실전 시험 도전자들의 경우 다른 시험을 응시하지 않고 실전 시험 한 종목의 결과만으로 학기 성적을 부여받기에 감독관의 입장에서는 반복해서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실전 시험에서 실격하게 되는 경우 낙제점 부여가 거의 확정적이기에 베루스는 목걸이 간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으로 규칙 설명을 마쳤다.
“모여.”
그리고 최종 확인 및 규칙 설명 시간이 끝나자마자 고베나 라도키아의 추종자들은 그녀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어차피 4학년 간부 및 그 추종자쯤되면 실전 시험 규칙 정도는 꿰고 있기 마련.
이들에게 있어서 교수의 설명보다는 고베나의 대응 방침을 전해 듣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사항부터 전달할게.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그냥 보내 줘.”
“뭐? 라도키아, 너 제정신이야? 저 건방진 새끼를 그냥 내버려 두겠다고? 미쳤어?”
“라도키아, 네가 신중한 건 알겠지만 우리는 열 명이 넘고 저놈은 기껏해야 한 명이야. 이참에 우리가….”
라도키아의 입에서 대(對) 페이건 클라디우스용 대응 방침이 떨어지자마자 간부들 입에서는 강력한 항의가 쏟아졌다.
“누구는 좋아서 이런 말을 하는 줄 알아? 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게오르그 선배님의 의견이니 다들 입 다물고 경청하기나 해.”
하지만 잔뜩 구겨진 라도키아의 입에서 ‘게오르그’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 간부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지고 말았다.
라도키아의 독단이라면 항명을 고려해 볼 법도 했지만, 게오르그가 내린 방침이라면 애초에 거역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선배님께서 말씀하셨어. 아직 놈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무리했다가는 오히려 놈에게 말릴 수도 있으니 이번에는 놈을 그냥 보내 주고 시험에만 집중하라고. 그러니까 우리는 오늘만큼은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그냥 무시할 거야.”
파르르 소리를 내며 떨리는 고베나의 입술.
그녀 또한 저 건방진 꼬마를 당장에라도 부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냉정히 생각하면 게오르그의 선택이 옳았다.
아직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진정한 역량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했다가 이번에도 타격을 입는다면 그때는 정말로 문제가 심각해질 테니까.
“너희들 마음은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이건 기말고사고 만약 여기서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가는 우리들의 다음 학기 학생회 활동이 위태로워져. 그러니 이번에는 그냥 참자. 선배님께서도 말씀하셨어. 이 원한을 갚을 기회를 조만간 마련하시겠다고.”
“저기 고베나,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실전 시험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순위에 따라 가점이 주어지잖아. 그리고 페이건 저 새끼는 뽐내지 못해 안달이 난 놈이니까 시험이 시작하자마자 뛰쳐나가려고 할 텐데. 그럼 그것도 그냥 두고 보자는 거야?”
“그래, 그냥 두고 볼 거야.”
“잠깐! 그럼 뭐야, 저 건방진 놈이 1등으로 시상대 위에 오르는 걸 두고 보자는 거야?”
“어쩔 수 없어. 어설프게 저놈과 경쟁을 하려 들다가는 오히려 우리가 당할 수도 있어… 1등은 저놈에게 내줘. 대신 우리 학생회 인원들은 남은 시상대 자리를 전부 차지하는 걸로 자존심을 지키면 돼.”
“…으, 응 알았어.”
페이건을 1등으로 보내 준다는 고베나의 결정이 불만인 놈들은 제법 있는 것 같았으나 추가적으로 따지고 드는 녀석들은 없었다.
불을 쏟아 낼 듯한 기세로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는 고베나를 보고 있자니 차마 더 이상 딴지를 걸 수 없었던 것이다.
“시험 시작 3분 전. 전 응시생들은 출발선 앞에 서도록.”
마침내 시험이 목전으로 다가왔고 출발선 앞에 선 학생들의 눈에 울창한 열대 정글이 들어왔다.
이번 실전 시험의 무대는 정글.
저 정글 안에 자리를 잡고 있는 온갖 종류의 독충과 함정을 지나 목적지에 가장 먼저 도달하는 한 명이 1등으로 시상대에 오르는 영광을 손에 얻게 되는 것이다.
―10, 9, 8….
잠시 후 출발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안내음이 들려왔고 고베나는 입술을 깨문 채 최선두에 있는 페이건의 뒤통수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제 잠시 후면 저놈은 화살처럼 빠르게 튀어 나갈 것이고 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저 밉살스러운 뒷모습을 마주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교수들이 준비한 함정이 제아무리 험난하다 해도 자신들이 보내 주기로 마음먹은 이상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는 장애물이 존재할 리 없으니까.
‘그래, 이번에는 보내 주자. 열받지만 게오르그 선배님 판단이 옳아. 이 복수는 다음에 하면 되는 거야.’
―삐이이이.
고베나가 당장이라도 터질 듯 날뛰는 울화를 억누르기 위해 심호흡한 순간, 출발 신호음이 울려 퍼졌다.
‘…!’
한데 무심결에 페이건의 뒤통수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고베나는 돌연 심장이 덜커덕하고 내려앉는 듯한 불쾌한 기분을 경험해야만 했다.
“….”
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대로 뛰쳐나갈 것만 같았던 페이건이 걸음을 멈춰 선 채 뒤를 돌아봤던 것이다.
마치 고베나의 시선을 알고 있던 듯한 표정을 한 채 페이건은 정확히 그녀를 겨냥해 가벼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 손놀림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페이건은 쏘아진 화살 같은 기세로 뛰쳐나갔고 고베나는 이유 모를 오한을 느끼며 그 뒷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다.
“고베나, 뭐해! 진을 형성해 놨어. 우리도 움직여야지.”
“으, 응… 알았어. 그래, 가야지.”
페이건의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한 친구들의 다그침.
고베나는 애써 모른척하며 학생회 동료들의 곁으로 다가섰지만, 활기를 가장하는 친구들의 목소리에 암만 귀를 기울여 봐도 조금 전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던 불쾌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무게를 더해 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