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66)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66)화(166/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66)
“아니요, 그렇게까지 친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 이상하네… 그럼 우리 아들이랑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이렇게 정성 들여서 환영 선물을 보내 줬다는 거잖니. 뭔가 이상한데? 네 생각도 그렇지?”
“네, 저도 그 선배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를 않네요. 확실히 이상한 일이기는 해요. 아무래도 이 선물이 전달된 이유를 설명해 드리려면 조금 더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원래 우리 페이건 나이 때는 한창 고민이 많을 때지. 이 엄마는 다 이해한단다. 아들도 아들만의 비밀이 있을 테니 더 이상 캐묻지는 않을게.”
여전히 반짝거리기만 하는 어머니의 눈동자.
그러고 보니 어머니께서는 예전부터 이런 류의 애정담을 듣는 걸 참 좋아하셨다.
그런데 어떡하나, 이번에는 잘못짚으셔도 한참 잘못짚으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와 크리스틴 선배(엄연한 약혼자까지 존재하는) 사이에 어머니께서 기대하시는 그런 핑크빛 기류가 피어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혹시 지난번 그 고대 연구소 순례를 도와준 거에 대한 보답인가? 하지만 굳이 보답한다면 날 그곳으로 보낸 행정처에서 하는 게 맞는데 왜 선배가 굳이?’
뜬금없는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보은이라니.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도무지 그 행동거지를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무렵.
쿡 하고 내 옆구리를 찌르는 손가락이 느껴졌다.
“저기, 그런데… 엄마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더 물을게. 이 크리스틴이라는 아가씨, 어떤 사람이니?”
“천공의 눈 소속으로 현재 5학년에 재학 중인 굉장히 유능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상당한 미인이기도 하지요.”
크리스틴 선배의 의도를 추론해 내는 것에 비하면 그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훨씬 더 수월한 일이었기에 이번 질문에는 어렵지 않게 답을 줄 수 있었다.
어쨌거나 크리스틴 코델리아나라는 인물을 상징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그 배경과 실력 그리고 외모일 테니까.
“어머나!”
이런, 난 그냥 객관적인 사실을 최대한 건조하게 말씀드렸을 뿐인데 어머니의 눈은 또 왜 저리 반짝이는 걸까?
“어마마! 오라버니께서 여성분을 상대로 이런 말씀을 다 하시다니!”
연달아 들려오는 두 개의 감탄사.
어느새 어머니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지, 라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 맞다. 애정담 듣는 걸 어머니 이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었지.’
어느새 라나의 눈동자는 몽롱해져 있었고 난 우리 꿈꾸는 강아지를 안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준 후 가족들을 위해 준비된 숙소를 가리켰다.
이야기의 방향이 관계없는 곳으로 흐르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나머지 재회의 기쁨은 자리를 옮겨 나누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럼, 어머니도 피곤하실 테니 인사는 이쯤 나누고 숙소로 이동하시죠. 어머니와 동생들 그리고 할멈과 할아범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습니다.”
* * *
“이제 방학도 했고 하니까 슬슬 스승님을 찾아뵐 일정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에에?”
“왜 그런 표정을 해? 그럼 방학 내내 아예 안 찾아뵐 생각이었어? 스승님은 매일 네 걱정에 밤을 지새우시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아주 못된 제자네.”
“그치만 스승님은 나를 볼 때마다 걱정이 많으셔서 조금 힘들단 말이야. 맨날 ‘절대 무리하지 마라. 네 몸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라.’라는 말씀만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꼭 내가 무슨 환자가 된 것 같아서 조금 그래.”
등을 보이고 누운 채 안마를 받던 유리안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고.
훤히 드러난 유리안의 상반신 곳곳에 약물을 펴 바르던 크리스틴의 입에서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
“…물론 스승님의 걱정이 조금 과하신 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너를 생각해서 하시는 말씀이잖아. 그리고 이번 학기에는 관측된 결과나 자룟값이 아주 좋으니까 스승님도 예전처럼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말고 한번 다녀오도록 해.”
“어, 진짜? 이번 학기에 관측된 결과가 그렇게 좋아?”
“응. 물론 학기 중반까지는 내가 탑에 가 있는 터라 측정을 못 하기는 했지만 복귀한 이래로는 아주 깜짝 놀랄 정도로 좋아. 너, 내가 없는 동안에 혼자서만 몸에 좋은 거 잔뜩 챙겨 먹은 거 아냐?”
짐짓 짓궂은 말투를 사용했지만 유리안의 상반신 곳곳을 안마하는 크리스틴의 손길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안도감이 배어 었었다.
유리안이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큰 것처럼 크리스틴이 유리안을 염려하는 마음 또한 깊었기에 이번 학기 들어 부쩍 좋아진 유리안의 몸상태가 그녀를 미소 짓게 만들었던 것이다.
“있잖아, 자기야. 아무리 생각해도 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면 몸 상태도 좋아지나 봐. 이번 학기만 해도 그래. 자기가 돌아왔지, 카밀라도 곁으로 왔지. 그리고….”
“페이건 클라디우스?”
“응, 응! 우리 건방진 후배님도 당연히 포함해야지. 그런데 말이야, 이 앙큼한 아가씨 좀 보게! 걔 이야기만 나오면 음흉해지는 건 여전하네. 방금도 그래, 그냥 자연스럽게 페이건 군이라고 하면 될 걸 괜히 무심한 척하려고 성까지 굳이 붙여 가면서 페이건 클라디… 아야! 아파!”
“원래 몸에 좋은 안마는 아픈 법이야. 그것도 몰랐어?”
“아우… 너무해. 그치만 스승님이 만들어 주신 몸이 내 감정에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야. 결국, 시간이 흐르면 이 몸도 못쓰게 되는 날이 오겠지만 지금처럼 즐거운 만남들이 쭉 이어진다면 꿈에서 깨는 날이 꽤 늦게 올 것 같다는 말이지.”
안마용 침상에 얼굴을 파묻은 유리안의 입에서 ‘못쓰게 된다.’라는 말이 나온 순간 크리스틴의 눈매가 격하게 흔들렸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니겠어?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네 옆에 이렇게 바짝 붙어서 매일같이 챙겨 주고 있잖아. 그럼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은 길고 길 수밖에 없지.”
혹시라도 자신의 흔들림이 전달되는 게 염려스러웠던 크리스틴은 유리안 몰래 입술을 꼭 깨물며 동요를 억눌렀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만들어진 유리안의 육신’은 붕괴되고 말 것이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리안의 입에서 ‘육신의 종말’이라든가 ‘기능 종료’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크리스틴은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출렁임을 겪어야만 했다.
“산초미로 별자리가 서쪽 하늘에 떠오르려면 아직 32년이 더 남았던가. 좋아, 일단 자기의 손을 꼭 잡은 채 다음번 산초미로 별자리를 보는 걸 1차 목표로 삼아야지. 32년… 음, 음. 그 정도면 충분히 버틸 수 있어.”
유리안이 이렇게 해맑은 목소리로 남은 시간을 헤아리는 걸 듣자니 크리스틴은 가슴을 저며 내는 듯한 슬픔이 밀려왔다.
육신이 무너지고 제법 길었던 꿈이 끝나고 나면 유리안은 그의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돌아가 기약 없는 시간을 지새워야 할 터.
자신의 능력으로는 꿈이 깨는 걸 뒤로 미루는 것이 고작이라는 사실이 크리스틴을 정말이지 슬프게 만들었다.
자신을 바다 밑에서 끌어올려 준 착하고 순수하며(다소 질투가 심하기는 하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데다 사랑스럽기까지 한 나의 친구 유리안.
유리안을 처음 만난 그날 이후 크리스틴은 매일같이 고민해 왔다.
천공의 눈에 전해지는 모든 고대의 비술을 일제히 동원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유리안을 묶고 있는 속박을 끊어 주고 싶다고….
하지만 아무리 고민을 거듭해 봐도 뚜렷한 답은 보이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스승이자 천공의 눈의 탑주인 ‘지그문트’가 들려준 당부가 떠오르고는 했다.
[크리스틴, 내 착한 제자야. 네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노력을 하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가진 지혜로는 여기까지가 한계로구나. 우리가 유리안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 아이가 머무를 육신을 만들어 주는 게 고작이란다.] [유리안을 비롯한 왕국 사람들을 완전히 구해 주기 위해서는 결국 ‘영원의 문’을 통과해야 하지. 하지만 유리안과 그 가족들이 잠든 이래로 영원의 문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오직 ‘그림자 검’ 한 명뿐이라는 걸 크리스틴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크리스틴, 유리안과 같이 폴리다고스로 가 주렴. 유리안은 그곳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할 생각이라고 하는구나. 그 아이 혼자라면 무리겠지만 너와 함께라면 그곳에서 방법을 찾아내는 게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지. 너만 괜찮다면 그 아이를 너에게 부탁하고 싶구나.]늘 느긋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리안이 ‘폴리다고스에 숨겨진 그림자 검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에 얼마나 간절하게 임하는지.
그 누구보다 크리스틴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간절해지는 두 사람의 마음.
하지만 생각처럼 다가오지 않는 단서.
“유리안!”
“왜? 어머!”
울컥 몰려든 감정의 동요를 억누르지 못한 크리스틴은 결국 유리안의 벌거벗은 상반신에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자, 자기야… 설마 오늘 고백해 주는 거야! 이, 일단 우리의 평생의 언약을 맺었다는 것을 증명해 줄 증인이 필요해. 그, 그다음에는 스승님과 가족들을 불러 공증을 받는 절차를….”
“그게 아니야, 이 바보야!”
참 신기한 일이었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펜하이머의 유산에 관한 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는데 왜 유리안의 등에 얼굴을 파묻은 순간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 걸까?
어쩌면 자신의 머릿속에는 그 아이가 지난날의 자신을 구해 준 것처럼 유리안을 구해 주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망상이 심어지기라도 한 걸까?
불가능한 일인데 꼬박 17년을 섬에만 살고 있다가 올해 들어 겨우 섬 밖으로 나온 그 아이가 오펜하이머의 비밀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건데.
왜 자신의 머릿속에는 이런 가당치도 않은 기대감이 자리를 잡고 있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왜 갑자기 이런 대담한 애정 표현을… 물론 나도 좋기는 한데….”
“유리안, 너 내가 기억력이 좋은 거 알고 있지?”
그 아이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유리안에게 집중하고 싶었기에 크리스틴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순식간에 머릿속을 가득 채운 페이건의 얼굴을 지워 버렸다.
그리고 유리안을 향한 애정과 사랑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수명이 다하는 게 먼저 일지, 아니면 네가 꿈에서 깨어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게 더 빠를지 나는 잘 몰라. 하지만 뭐가 먼저든 간에 난 항상 널 기억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이 사실 절대로 잊으면 안 돼. 알겠지?”
* * *
끼잉, 철컥.
“주문하신음료와과자아이스크림이준비완료되었습니다.부디즐거운시간보내십시오.”
이제는 상당히 익숙해진 배식 담당 골렘의 작동음이 들려왔고 잠시 후 내가 들고 온 쟁반은 카페테리아가 자랑하는 각종 디저트로 가득 채워졌다.
에밀을 위한 솜사탕과 초콜릿 파이, 라나가 먹을 과일 주스와 버터 팝콘, 과일칩 쿠키 그리고 어르신들이 드실 아이스크림까지.
주문한 메뉴가 제대로 준비된 걸 확인한 후, 일행이 기다리고 있을 자리로 향했다.
방학도 시작된 터라 상당수의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매점은 사람으로 북적거렸고.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과자 심부름을?”
“심부름이 아니라 동생들 먹을 걸 가지고 가는 거잖아.”
“동생들이 먹을 거라고는 해도 저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쟁반 가득 뭔가를 채워서 들고 가는 광경 자체가 이례적이기는 해.”
“하긴 우리가 아는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과자? 어디 한번 대령해 봐. 마음이 내키면 그 비루한 설탕 덩어리를 입안에 머금어는 줄 테니.’라고 했으면 했지 직접 심부름을 할 타입은 아니기는 하지.”
덕분에 난 쟁반을 들고 가는 내내 수군거리는 소리(그것도 진짜 내 모습과는 상당히 동떨어진)를 들어야만 했다.
“이렇게나 많이! 저와 에밀을 향한 오라버님의 사랑이 듬쁙 느껴져서 소녀는 정말이지 행복하답니다! 에밀, 오라버니의 사랑이 담긴 간식이니까 맛있게 먹어야겠지만 이따가 숙소에 가서 양치질하는 거 잊으면 안 돼. 알겠지?”
“응, 누나야! 걱정 마! 양치질 열심히 할 거야!”
누나 노릇을 톡톡히 하는 라나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호응하는 에밀.
정말이지 몇 번을 반복해서 봐도 흐뭇하기만 할 따름인 병아리들의 합창이었다.
병아리들이 냠냠거리며 간식을 먹는 걸 확인한 후, 난 어르신들을 위한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드세요. 홍차 맛이 마사 할멈, 캐러멜 맛이 할아범 겁니다. 섬에서 드시던 거랑은 풍미가 좀 많이 다른 터라 재미있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허허! 저희까지 챙겨 주시고 감사합니다, 도련님. 차갑기만 한 첫인상이랑은 어울리지 않게 자상한 성품이신 건 여전하시군요.”
“첫인상이랑은 어울리지 않게라니… 내 인상이 어디가 어때서요?”
“마님께서도 같이 오셨다면 참 좋았을 텐데.”
“치안국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가셨으니 어쩔 수 없죠. 어머니는 제가 내일 또 따로 시간을 내서 모시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뭐, 그때도 다 같이 나와도 괜찮구요.”
귀빈관에서 준비된 식사를 마치자마자 어머니께서는 치안국장님이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 인사를(빙자한 내 학과 상담) 드린다며 치안국 건물로 향했고 난 동생들에게 학교 구경을 시켜주는 중이었다.
폴리다고스 자체가 워낙에 구경할 게 많고 신기한 광경들로 즐비한 장소인 터라 구경 속도는 영 느렸지만 서두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 동생들에게 맛있는 것도 먹여 가며 느긋하게 지금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할멈과 할아범, 사실은 두 분께 여쭙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제 골치를 썩이고 있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요. 식물과 관련된 일입니다. 아무래도 두 분은 정말이지 오랜 시간을 살아오신 데다 식물에 관해서는 조예가 깊으신 분들이니….”
그리고 모처럼 생긴 짬을 이용해 아주아주 현명한 조언자 두 분께 장갑 교환권에 관한 질문을 여쭈려고 한 그때.
“흉아, 흉아야!”
“응, 왜? 다 먹었어? 더 사 줄까?”
“아니, 그게 아니라 저기서 엄청 예쁜 누나야가 형을 보면서 웃고 있어.”
우리 집 막내가 내 소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을 걸어 왔다.
“예쁜 누나?”
“응! 저기 파랑 머리, 엄청 예뻐. 형아가 아는 사람이야?”
그 예쁜 누나와 시선을 맞춘 게 기뻤는지 에밀의 하얀 뺨에는 어느새 앙증맞은 보조개가 파여 있었다.
“야호!”
에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군청색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땋아 내린 카밀라가 있었다.
내가 당연히 자신을 청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카밀라는 샴 고양이처럼 우아한 발걸음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그리고 허리를 바짝 숙여 에밀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안녕, 페이건. 요 귀여운 아가씨랑 도련님은 누구? 혹시 지난번에 말한 적 있던 페이건의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