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71)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71)화(171/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71)
전직 타샤드 재상 출신 드라콘과의 동업.
키에르고와 연결 고리를 만든다는 내 본래 목적의 관점에서 보자면 제법 흥미로운 제안임에 틀림없었다.
“…죄송합니다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군요.”
하지만 구미가 도는 제안에도 불구하고 난 한 차례 더 의뭉을 떨었다.
키에르고가 이 정도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확인된 이상.
한 번쯤은 줄을 팽팽히 당겨 이 드라콘을 조금 더 안달 나게 만드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공자와 동업을 해 보고 싶다는 말이오. 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리다. 공자께서 수확할 열매의 가공 및 판매를 전부 나에게 일임해 주시오. 그럼 내가 그 과정을 통해 최대한의 추가 이익을 창출해 보겠소이다.”
“호오, 어르신 마도연금에도 조예가 있으셨습니까? 열매 감정 및 고문서 해독뿐만 아니라 고등급 연금까지 가능하시다니. 그야말로 오두막의 현자라 칭할 만하군요.”
“현자라는 호칭은 과분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마는 연금을 할 줄 아는 건 사실이오. 거창하게 내세울 만한 솜씨는 못 되지만 공자의 열매를 더 빛이 나게 만들 정도의 실력은 충분하다고 자부하는 바이외다.”
쿵쿵.
내가 보여 준 미적지근한 태도에 조바심을 느끼기라도 한 걸까?
키에르고는 바위처럼 넓고 단단한 가슴팍을 두드리며 자신을 어필했고 나 또한 그의 호언장담에 조금씩 넘어가는 연기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흐음, 어르신께서 그 정도 장담을 하시는 거 보면 연금술에 대한 조예는 의심할 필요가 없겠군요. 하지만 말입니다, 어르신. 장사라는 건 좋은 물건만 있다고 가능한 게 아닙니다. 효과적인 이익 창출을 위해서는 판매처의 확보, 안정적인 거래선 구축 등의 기술이 필요하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어르신께서 이 복잡한 과정들을 전부 다 감당하실 수 있을지….”
“이미 청동 바구니의 다니엘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오는 길이니 그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 없소이다. 사실, 다니엘 그 친구는 오래전부터 나에게 동업 제안을 해 오던 터였다오. 내가 결심만 내려 준다면 거래처 확보며 판매경로의 구축은 전부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말을 이미 꽤나 오래전부터 들어 왔었지. 말씀하신 복잡한 과정은 다니엘 그 친구가 맡아서 처리해 줄 것이니 공자께서 추가적인 품을 팔아야 할 일은 없을 것이라오.”
“뭐 다니엘 영감님께서 그쪽 부분을 맡아 준다면 제가 따로 신경을 쓸 일이 없기는 하겠네요.”
“비록 운영하는 도구점의 규모가 크지 않지만, 다니엘 그 친구의 실력이며 경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오. 공자께서는 지금 하시는 것처럼 양질의 열매를 수확해 주기만 하면 연금 가공부터 유통 판매는 전부 우리가 다 알아서 해 놓으리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키에르고.
그 표정을 지켜보는 건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수백 년을 살아온 영감을 더 이상 골려 먹는 것도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난 슬슬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어르신께 딱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아! 혹시 수익 배분에 관한 걸 말씀하시는 거라면 가급적 공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아뇨, 돈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협업에 있어 수익 배분이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런 시시콜콜한 말씀까지 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어르신도 다니엘 영감님도 합리적인 분이니만큼 수익 배분이야 상식적인 선에서 정해지겠지요.”
“그럼 어떤 질문을….”
“제가 궁금한 건 어르신 개인에 관한 문제입니다. 담포루 님께서 폴리다고스 인근에 거주한 지는 벌써 수십 년이 넘게 흘렀고, 그 사이에 어르신의 능력을 욕심내는 이들 또한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께서는 그들의 제안을 번번이 거절하셨다지요?”
“허허, 다니엘 그 친구가…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도 한 모양이구려.”
“그런데 그렇게 줄곧 세상일에 초연한 태도를 보이셨던 어르신께서 굳이 지금에 와서 제 손을 잡으려 하시다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흐으음….”
솔직히 말하면 이 질문은 내 개인적인 짓궂음의 발로(發露)라 봐도 무방했다.
여기서 키에르고가 무슨 답을 주더라도 어차피 우리의 계약은 성립될 터.
하지만 200년을 넘게 살아온 드라콘이 작금의 상황에서 무슨 답을 줄지가 궁금했기에 굳이 질문을 했던 것이다.
“…최근 들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소이다. 공자 같은 젊은 사람이 나 같은 노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야 없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내가 드릴 수 있는 대답이 이게 전부라오.”
이해가 가지 않는다니 천만에, 아주 아주 좋은 대답이었다.
‘그래, 적극적으로 살아 보겠다는 건 참 좋은 일이지. 그리고 당신이 그런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나에 대한 호기심이라면 더더욱 좋은 일이고 말이야.’
개인적인 짓궂음까지 해소된 이상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뭐가 있을까?
난 키에르고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는 것으로 구체적인 대답을 갈음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나 보시다시피 제가 동생들을 데리고 나온 참이라서요. 어르신께서만 괜찮다면 제가 생각이 정리되는 대로 다시 찾아뵐 테니 구체적인 이야기는 그때 다시 나누는 게 어떨까요?”
“생각이 정리되는 대로라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는 건지?”
“제가 얼마 전에 학년 대표로 임명된 바 있고, 그에 따른 다음 학기 준비를 해야 하는 터라 당장은 조금 힘들 것 같네요. 늦어도 한 달 안쪽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좋소이다. 어차피 열매를 수확하려면 시간이 걸릴 터이니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공자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겠소이다.”
“좋은 제안 주신 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천만에, 고맙다는 인사는 오히려 내가 드려야지.”
손(내 손바닥보다 족히 두 배는 더 커 보이는)을 맞잡는 것으로 1차 교섭은 끝.
쿵쿵쿵.
여전히 웅장하기만 한 발걸음 소리를 남긴 채 키에르고는 멀어져 갔고 새 둥지 구경에 여념이 없던 병아리들도 내 곁으로 돌아왔다.
“오라버니! 저분은 누구신가요? 우와! 무슨 아인이 저렇게까지 크지. 의젓한 목소리만큼이나 거대한 분이셨네요.”
“형아야! 나 뭔지 알아. 방금 그 수염 난 아인 할아버지는 드라콘! 맞지? 나 책에서 읽었어요.”
“어이쿠! 드라콘도 알고. 우리 막내 정말 똑똑하네.”
에밀의 엉덩이를 두드려 주는 것으로 휴식도 끝.
나와 동생들은 상업지구 관람을 재개했고 이번에는 무슨 색다른 간식으로 우리 막내의 입을 즐겁게 해 줄까를 고민하고 있으려니 라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저기 좀 보세요. 카밀라 언니예요!”
라나가 소매를 잡아끄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대형 도구점의 통유리 창문 너머로 카밀라의 모습이 보였다.
한쪽 손에는 단검을, 반대쪽 손에는 강화 로프를 든 채 생각에 잠겨 있는 카밀라.
잠시 후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은 그녀는 복도 건너편으로 향했는데 그녀가 가는 방향에는 간편 보존 식품을 도열해 놓은 진열장이 있었다.
‘단검에 로프, 거기에 간편 식량까지? 저 녀석, 어디 험지로 여행이라도 가는 걸까?’
카밀라의 평소 행동반경과는 썩 어울리지 않고 그녀의 전공이 마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 장바구니 속의 물건들.
“오라버니!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언니랑 같이 차 마셔요. 네? 저, 지난번에 언니가 해 줬던 탑에 관한 이야기. 마저 듣고 싶어요.”
“형아야! 나도 누나 쭈아!”
지난번의 만남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라나와 에밀은 내 양쪽 손을 붙잡은 채 카밀라에게 다가서기를 재촉했다.
하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채비를 하는 그녀에게 무턱대고 말을 거는 것도 무례한 행동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망설이고 있을 그때.
“어? 페이건! 그리고… 라나, 에밀!”
“언니, 저를 기억해 주시다니. 소녀 감동이에요!”
“누나, 여기! 보고 싶었어요!”
구매를 마치고 도구점을 나온 카밀라가 먼저 우리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정말? 누나도 우리 예쁜 라나랑 귀여운 에밀이 정말 보고 싶었는데. 그럼 우리 마음이 통한 거네?”
카밀라는 내가 한 고민이 무색하리만치 적극적인 모습으로 다가온 후 동생들을 와락 끌어안았다.
“언니, 혹시 바쁘신가요? 시간이 괜찮다면 우리 같이 차 마셔요. 마침 오라버님이 아주 멋진 카페에 데려가 준다고 하셨거든요. 언니처럼 아리따운 분이 곁에 계셔 주면 차향도 더 향긋할 거예요.”
“카밀라 누나야, 차 말고 케이크도 먹어!”
품에 안긴 에밀이 신난다고 팔다리를 흔드는 바람에 카밀라가 들고 온 장바구니 안쪽이 훤히 보였다.
야전용 삽과 발화기구, 게다가 각종 종류의 휴대식량까지.
어딜 어떻게 보더라도 야영을 준비하는 사람의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장바구니.
천공의 눈으로 가는 거라면 이 정도의 장비가 필요한 일이 없을 텐데 대체 어디를 가려고 하는 걸까?
“시간 괜찮아? 아무래도 내 동생들이 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 것 같은데. 괜찮다면 저기 분수대 근처에 있는 노천카페로 가서 차라도 한잔하지 않을래?”
“흐음… 글쎄, 어떻게 할까? 라나와 에밀을 생각하면 당연히 같이 가야겠지만, 평소 이 누나의 초대를 번번이 거절해 온 페이건 군의 행실을 생각하면 순순히 가 주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 막 드네.”
“언니, 같이 가요. 네에?”
“에밀은 누나랑 같이가 아니면 시러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허벅지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병아리들은 어느새 카밀라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었다.
“어휴! 정말 너희들은 귀염성이라고는 없는 누구 씨랑은 달리 왜 이렇게 귀여운 거니? 클라디우스의 장남께서 조금만 동생들을 닮았어도 내 아카데미 생활이 훨씬 더 즐거웠을 텐데.”
“…동생들이 오빠를 닮는 거지 오빠가 어떻게 동생들을 닮냐?”
병아리들의 호소가 통한 걸까?
카밀라는 자신의 허리춤밖에 오지 않는 에밀을 번쩍 들어 올린 후 나를 향해 눈을 찡긋해 보이며 말했다.
“물론 네가 사는 거지?”
* * *
“후우….”
클라디우스 남매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
석양이 붉게 물들 무렵이 되어서야 기숙사로 돌아온 카밀라의 입에서 나지막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음, 언니가 지참하라고 당부한 물건들 중에 빠진 건 없겠지? 어디 보자… 단검 있고, 밧줄 있고, 발열 도구도 있고….”
야영 시에 언제나 유용한 단검과 로프, 여기에 마법을 사용해선 안 될 경우를 대비한 발화장치까지.
카밀라는 진지한 표정을 한 채 크리스틴이 꼼꼼하게 일러 준 필수 구매품 목록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번이 파수행(把守行) 초회인 자신과 달리 크리스틴은 이미 수년에 걸쳐 파수행을 해내 온 베테랑.
초보자에게 가장 유용한 건 경험자의 조언이었기에 크리스틴의 조언을 되새기는 카밀라의 태도는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풋!”
그런데 신중하게 물건을 확인하는 카밀라의 입에서 돌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조금 전까지 같이 있다 온, 도무지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는 오누이의 모습이 그녀를 웃음 짓게 만든 것이다.
‘혹시 클라디우스 가주께서 너무 기대가 큰 탓에 페이건을 엄하게만 키웠나? 동생들은 그렇게 천진난만하고 귀여운데 오빠는 어쩌다 저런 애늙은이가 된 걸까? 그런데 또 클라디우스 부인께서 페이건을 대하는 걸 보면 첫째라고 마냥 엄하게만 양육한 건 아닌 것 같은데.’
페이건 앞에서는 짐짓 허세를 부렸지만 사실 오늘의 만남은 그녀에게도 꽤나 큰 도움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스승님을 통해 지령을 전달받은 이후 상당히 긴장하고 있던 차였다.
물론 유리안과 크리스틴이 오래전부터 수행해 온 업무를 자신 또한 나눠 받는다는 건 반가운 일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대담한 그녀라 할지라도 첫 임무를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야 하는 상황은 확실히 부담이 있었다.
‘그래도 오늘 귀여운 아가들을 잔뜩 보고 온 덕분에 조금은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야. 물론… 아직도 불안하기는 하지만.’
후우.
카밀라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홀로 야영이라면 미토카 산에서 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임무는 단순 견학이 아닌 정식 임무.
중압감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기에 출발 날짜가 다가올수록 카밀라의 부담 또한 커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라도 좋으니 같이 가 줄 수만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무심결에 입 밖으로 새어 나와 버린 본심.
“아니, 아니야! 스승님께서 나를 믿고 맡기신 첫 임무인데 내 손으로 마무리해야지. 아주 쪼오끔 떨리기는 해도 괜찮아. 응, 괜찮을 거야.”
이내 카밀라는 곧바로 주먹을 움켜쥐며 각오를 다잡았다.
하지만 조금 전 무심코 본심이 튀어나왔을 무렵, 부지불식간에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잔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나도 참 이상하지. 왜 오빠가 아니라 걔 얼굴이 먼저 떠오르고 이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