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8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80)화(180/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80)
“거, 거기 아무도 없습니까? 누구 있으면 대답 좀 해 주세요.”
어둠이 드리운 숲.
고요한 숲의 정경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처량하고도 절박한 외침이 숲을 울렸다.
“다리를 다쳤어요. 움직이기도 힘드니 제발 누구라도 있거든 이리로 와서 저 좀 도와주세요!”
질질질.
남자가 안간힘을 짜내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기괴한 각도로 뒤틀린 발목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약초를 채집하기 위해 숲에 들어왔다가 피해를 입기라도 한 걸까?
외침의 주인공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한 채, 연신 간절한 외침을 토해 냈다.
“살려줘요!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대답 좀 해 줘요!”
잘그락.
그런데 남자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다다른 바로 그때, 1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나무 위에서 은밀한 소리가 들려왔다.
‘요 며칠 조용하다 했더니 또 날파리 같은 촌무지렁이가 기어들어 왔군. 자기 죽을 자리라는 것도 생각 못 하다니, 하여간 촌것들이란….’
조금 전부터 남자의 움직임을 살피던 암살자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피어났다.
숲으로 들어오는 공식적인 통로는 모두 차단했는데, 어느새 벌레 같은 무지렁이들이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약초꾼 사이로만 전해 내려온다는 비밀 숲길을 이용해 여기까지 들어온 건가? 하긴 약초꾼 놈들은 애초에 절반 정도 산짐승 같은 놈들이니만큼 경비병들이 모르는 은밀한 길 한두 갈래는 알고 있다 한들 이상할 건 없지.’
사라랑.
강화 처리를 한 은사(銀絲)가 암살자의 손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치 못한 일이기는 했지만 그렇다 하여 무지렁이를 탓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저런 무지렁이들을 깔끔히 처리하기 위해 이곳에 와 있는 사람이었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경우 추가 보수가 지급될 확률 또한 높아질 테니 말이다.
티잉.
발을 내딛고 있던 나뭇가지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고 그 진동을 발판 삼아 암살자는 단숨에 100미터 거리를 도약해 냈다.
“컥… 커륵!”
암살자의 은사가 그대로 무지렁이의 목을 휘어 감았고 삽시간에 후방을 점한 암살자는 그대로 팔에 힘을 줘 약초꾼을 들어 올렸다.
‘이 촌뜨기 무지렁이가 멋모르고 발버둥을 치다 숲에 흔적이라도 남기면 곤란하지.’
제압을 거의 완료한 순간에도 암살자는 프로다움을 잊지 않았고 은사에 휘감긴 약초꾼의 몸은 그대로 허공으로 끌어올려졌다.
피잉.
‘이봐 금화 300개짜리 무지렁이 씨, 이제 다 끝났으니까 괜한 발버둥 치지 말고 얌전히… 어?’
숙련된 암살자인 그조차 감지해 내지 못할 정도로 은밀했던 파공음.
목울대 부근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통증.
스스로의 통제를 잃고 축 늘어져 버리는 양손.
“사실은 말이지,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어. 이쯤에서 한 명 정도는 뒈져 주는 게 여러모로 좋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서 내 목적 달성을 위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목을 마구잡이도 따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리고 약초꾼, 아니 약초꾼이라 믿었던 자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목소리.
“그래서 아주 간단한 시험을 하기로 했어. 눈앞에 나타난 사냥감을 죽이는 대신 숲 바깥으로 쫓아낼 정도의 양심이 있는 놈이라면 일단 그 숨은 붙여 둔다. 하지만 얄팍한 목적, 너 같은 경우에는 금화겠지? 아무튼, 그 목적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놈이라면 내가 따끔한 맛을 보여 준다.”
꿀룩꿀룩.
믿기 힘들 정도로 가는 세침(細針)에 관통당한 목울대.
울대에 뚫린 구멍 사이로 핏물이 쉬지 않고 새어 나왔다.
“고맙다. 네가 쓰레기인 덕분에 나도 별다른 고민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
빙글 하니 몸을 돌린 페이건의 손에는 어느새 넓적한 날의 단검이 들려 있었고.
투욱.
한 번의 사선 운동을 끝으로 암살자의 목은 그 몸통과 분리되고 말았다.
모가지가 잘려 나간 단면 위로 짙은 피비린내가 솟아올랐고 이 정도로 짙은 혈향을 맡는 건 이델타에서의 늑대 사냥 이후로 처음이라는 생각을 하며 페이건은 다음 과정에 착수했다.
오전까지 머물렀던 마을에서 구비한(눈썰미가 조금만 있는 자라면 그 구매처를 단숨에 파악할 수 있는) 강산(强酸)으로 상처 부위를 녹인 후 암살자 피부 표면에 상처를 남겨 놓는 것으로 필요한 조치는 끝.
‘역시 라무테 님과 북슬이를 떼어 놓고 오기를 잘했어. 언젠가는 그 두 사람도 이런 내 모습을 보게 되겠지만 벌써부터 보여 줄 필요는 없으니까.’
필요한 작업을 모두 끝낸 페이건은 다시 한 번 어둠 속을 향해 내달렸다.
카밀라가 잠에서 깨기 전 들러야 할 곳이 아직도 두 군데나 남아 있던 터라 게으름을 부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 * *
콰드득콰드득.
“아 씨… 의뢰받은 거니까 하기는 하는데 진짜 속이 뒤집혀서 못 봐주겠다. 에이 씨X 내 살다 살다 이렇게 역겨운 광경은 처음 보네.”
“그러게 말이야, 저렇게 흉물스러운 물건은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구니파스.
모켈레가 만들어 낸 괴생물이 먹이를 포식하는 광경을 바라보던 암살자들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저 끔찍한 괴물 식물 근처로 접근하는 인파를 차단하고 구니파스의 성장 행태를 기록하라는 내용의 의뢰를 받은 터라 지켜보고는 있지만, 저 끔찍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탄식을 참을 길이 없었던 것이다.
콰드드득.
“자네나 나나 그동안 나쁜 짓을 많이도 하고 살았잖아? 아이, 노인, 여자를 가리지 않고 죽여도 봤고 살아 있는 사람 육신에 불을 질러보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지독한 짓을 하고 다니는 와중에도 저렇게 역겨운 광경은 본 적이 없어.”
“그러게 말이야, 아으… 씨. 저 꼬라지를 보고 있느니 차라리 시체 더미 위에 구더기가 알을 까는 장면을 쳐다보고 말지. 우웩!”
커다란 망아지를 통째로 삼킨 구니파스는 망아지의 외피 아래에 숨어 있는 살점과 지방을 빨아 먹은 후 가죽과 뼈를 토해 냈고 메슥거림을 참을 수 없었던 암살자는 팔을 뻗으며 말했다.
“나, 거기 있는 포도즙 좀 줘. 달달한 거라도 좀 들이키면서 버텨야지 맨정신으로는 저 꼬라지를 도저히 보고 있을 자신이 없네.”
사각.
“뭐 하고 있어? 포도즙 달라는 말 안 들….”
댕겅.
군더더기 없이 들려온 두 번의 칼질 소리.
이 칼질 소리를 끝으로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 온 암살자 2인조도 이승과 작별을 고하고 말았다.
눈 깜빡하는 사이에 두 개의 목숨을 수확해 내는 데 성공한 페이건은 구니파스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고 곧 그의 입에서도 신랄한 감상평이 터져 나왔다.
“끔찍한 괴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실물은 소문보다 더하잖아.”
이곳까지 도달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수의 암살자들을 처리했음에도 페이건의 로브 어디에서도 핏자국은 찾아볼 수 없다.
남아 있는 유일한 살인의 증거라고 해 봤자 손끝에 아스라이 남은 혈향이 전부.
페이건 클라디우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다시 태어난 지 17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탁월한 살인 기술(이곳에 있는 얼치기 암살자들과는 비교조차 불허하는)은 조금도 녹슬지 않고 그대로였던 것이다.
콰드득.
“우연찮게 만들어졌다면 신의 비극일 것이고 의도를 가지고 이런 걸 만들어 낸 거라면 그 창조주는 저주받아 마땅해.”
한데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섭렵한 전직 암살의 신이 보기에도 구니파스는 참으로 괴랄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소화라도 시키는 중인 건지 연신 꿈틀거리는 줄기 하며 덤불 밖으로 불쑥 솟아 나와 먹이를 탐하는 촉수까지.
구니파스는 식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생명에 대한 모독에 더 가까웠고.
“일단 태워 보면 뭐라도 반응이 나오려나?”
생명의 모독을 맞상대하는 것치고는 참으로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한마디를 끝으로 페이건은 곧바로 활동에 들어갔다.
화르르륵.
콰드드드득.
페이건의 왼팔에 장착되어 있던 「베가스의 송곳니」가 불을 뿜었고 부지런히 먹이를 씹어 삼키던 구니파스의 전신이 붉게 달아올랐다.
‘표면에 점화된 불이 줄기 안쪽으로 전달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 하긴 이놈이 만들어진 경위를 생각하면 내화(耐火) 처리도 어느 정도는 되어 있겠지.’
쉬이이익.
피이잉.
자신을 향한 공격 의지를 감지한 구니파스가 습격자를 향해 촉수를 뻗었으나 순식간에 날아든 침이 촉수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이 자리에서 오래 고민해 봤자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고… 일단 견본을 확보한 후 나중에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어.’
피피핑.
페이건이 고개를 까닥이자 촉수를 고정하고 있던 침이 방향을 바꿨고 곧 가닥가닥 잘린 촉수가 페이건의 발목 근처로 떨어졌다.
‘…잠깐, 혹시 또 모르니까.’
미리 준비해 둔 특수 주머니 안에 촉수 가닥을 갈무리하려던 페이건이 돌연 손동작을 멈췄다.
아직은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 지랄 같은 식물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그 무언가가 자신의 수중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마즈다를 꺼내 든 페이건은 정말이지 별다른 기대 없이 촉수 조각에 드루이드 오러를 쏘여 봤다.
치이이익.
그런데 촉수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격렬한 반응을 보여 줬고 페이건 또한 눈을 부릅뜨고야 말았다.
‘뭐야, 이 반응은? 잿더미가 돼 버렸잖아?’
드루이드 오러가 닿자마자 촉수는 삽시간에 재가 되어 버렸다.
「베가스의 송곳니」가 내뿜는 불길도 버텨 내던 촉수가 이리도 처참한 몰골이 되어 버리다니.
드루이드 오러 그 자체에는 공격적인 기능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페이건으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설마… 너도 그쪽이랑 연관이 있는 거냐?’
물론 지금의 정황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드루이드 오러는 고대왕국의 상징임과 동시에 자연력 그 자체이기도 한 터라 사기(死氣)를 머금거나 부정한 것들과는 상극인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즉 이 개 같은 괴물 식물이 혼돈의 기둥과는 뚜렷한 관계가 없는, 단순히 오염(카밀라가 말한 것처럼)된 계열의 괴물이라 할지라도 이런 반응이 나올 수는 있었다.
‘…환란.’
하지만 이미 페이건의 가슴 한구석에서는 의심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최근 들어 에지세크 놈들이 알짱거리는 빈도가 급격히 늘어난 것처럼 이 지랄 같은 식물 또한 놈들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쿡쿡 찔러 왔다.
‘…일단 가져가 보자. 그리고 라무테 님이나 북슬이에게 냄새를 맡게 해 보면 조금 더 확실한 답이 나오겠지.’
비교적 멀쩡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촉수 조각을 갈무리한 후 페이건은 다시금 떠날 채비를 했다.
마음 같아서는 개 같은 식물 본체에도 드루이드 오러를 쏘여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계획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저 식물을 살려 둘 필요가 있었으니까.
게다가 여기서 오러를 잘못 사용했다가는 괴식물이 통째로 잿더미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이다.
부스럭부스럭.
‘표창… 투척용 단검 그리고 연막탄과 독 가루 배합탄까지.’
페이건은 싸늘하게 식어 버린 시체들의 품 안을 뒤져 놈들이 가지고 있던 암습용 장비를 챙겨 든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부터 이전투구의 시간이다.’
사실 페이건은 한참 전부터, 그러니까 ‘아소토 왕국 장교 군복을 입고 있는 암살자들’과 ‘월베니 대공 일행’의 존재를 확인한 직후부터 이렇게 행동하리라 마음먹은 바 있었다.
‘한쪽 끝에는 불을 질러 놨으니 반대쪽 끝에 가서 경보 장치를 울려 줘야 공평하겠지?’
유언도 모른 채 죽어 나자빠진 암살자들의 시체를 툭툭 걷어차고 있으려니 전생의 스승님께서 종종 입에 담고는 하셨던 말들이 떠올랐다.
[제자야, 너는 평소 진중한 태도와는 어울리지 않게 이간계(離間計)에 참으로 능하구나. 뭣이라? 네 손으로 직접 결과를 자아내는 것보다는 네가 짜 놓은 계략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멍청이들을 지켜보는 쪽이 훨씬 더 즐겁다고? 허허! 몹쓸 녀석 같으니라고.] [이렇게 진중한 얼굴을 한 주제에 이토록 교활한 작전을 짜내다니… 쯧쯧, 신도 무심하시지. 이리도 여우 같은 놈에게 어찌하여 저리도 빤들빤들한 얼굴을 허락하셨을꼬? 차라리 내가 저런 얼굴로 태어났다면 써먹을 구석이라도 있을 텐데 말이지.]천하에 교활한 놈.
스승님께서는 종종 페이건을 이런 호칭(반쯤은 농담을 섞어)으로 부르고는 하셨다.
그리고 오늘 밤도 스승의 평가에 부합한 행동을 취할 준비를 마친 페이건은 다시 한 번 밤을 내달렸다.
‘스승님, 제가 남들보다 조금 오래 살다 보니 느낀 건데 말입니다. 사람이라는 건 그리 쉽게 변하지 않은 법이더군요.’
* * *
“길핀!”
타고 남은 아스라한 모닥불을 중심으로 경계 대형을 취하고 있던 기사가 입을 열었고 불침번 1조의 조장을 맡고 있던 길핀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릉.
길핀이 보내는 수신호에 따라 2인의 기사가 일사불란한 행동을 취했다.
전방을 노려보고 있던 기사는 암광 처리가 된 검을 꺼내 들었고 후방을 경계하고 있던 기사는 잠든 일행들을 깨우는 장치와 연결된 밧줄을 붙잡았다.
끄덕.
길핀은 밧줄을 붙잡고 있는 기사에게 나머지 일행을 깨우라는 신호를 보냈고 신호를 받은 기사가 막 밧줄을 잡은 손에 힘을 쥔 바로 그때.
토옥.
데구르르.
새카만 먹칠이 된 유리구슬이 기사들의 발목 쪽으로 굴러 들어왔다.
“…!”
깜짝 놀란 기사는 구슬을 재빨리 걷어차려고 했으나 구슬 안쪽에서 새카만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게 조금 더 빨랐고.
피잉피잉.
순식간에 일행을 덮친 연기 사이로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왔다.
채앵채앵.
연막탄으로 시야를 가린 뒤 암기를 날리는 정석적인 암습 연계는 상당히 매끄러웠으나 허공을 가른 표창들은 어느 것 하나 월베니에게 닿지 못한 채 바닥을 나뒹굴고 말았다.
어느새 월베니를 막고 선 길핀의 검막이 암기를 모두 쳐 내 버린 것이다.
“무슨 일인가!”
그사이 잠에서 깨어난 월베니가 검의 손잡이를 움켜잡은 채 질문을 던졌고 길핀은 여전히 시선을 전방에 고정한 채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사제님, 야습입니다. 정체불명의 암살자가 암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