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82)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82)화(182/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82)
“오늘은 내가 길잡이를 했으면 하는데 괜찮을까?”
아침 식사 중에 불쑥 던진 한마디에 카밀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냠, 이보시오 클라디우스 공자. 어제까지만 해도 결정은 네가 하는 거라며 무성의한 태도만 보이시더니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기라도 한 게요?”
“바람 같은 건 아니고 어제저녁 불침번을 서면서 이 근방 지리를 유심히 살폈거든. 그런데 이 아래쪽 길이 겉보기에는 평탄하지만, 곳곳에 골이 숨어 있는 것 같더라고.”
“흠… 길은 평탄한데 골이 숨어 있다니. 거참 재미있는 표현이시구려.”
저런 류의 대감님 말투에 재미가 들리기라도 한 걸까?
호밀빵 표면에 꼼꼼히 꿀을 펴 바르는 와중에도 카밀라는 장난스러운 표정 짓기를 멈추지 않았다.
“험지에서 길을 찾는 건 탑의 공주님인 너보다는 내 쪽이 조금 더 익숙하지 않겠어?”
“공주님? 웃겨, 지도 귀한 집 도련님인 건 마찬가지면서.”
“어머니한테 내 어린 시절 이야기 들었다면서? 어린 시절의 내가 무인도를 무대로 뛰어놀았다는 말씀은 안 해 주셨나? 이래 봬도 에스페타라의 날다람쥐로 불렸던 몸인데 말이지.”
보글보글 끓고 있는 주전자를 내린 뒤 카밀라의 커피 잔에 물을 부어 준 후 반첼잎이 혼합된 가루를 불의 잔재 위에 흩뿌렸다.
반첼잎에는 사람의 채취며 취사의 흔적을 감춰 주는 효과가 있느니만큼 후레자식 놈들(어젯밤의 일로 뿔이 잔뜩 나 있을)이 이 근방에 온다 해도 우리의 흔적을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아무튼, 네가 적극적으로 나서 준다면 나야 좋지. 하지만 일을 더 맡는다 하여 추가 수당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헛된 기대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야. 흐흐.”
“…저기 있잖아, 높으신 분을 하든지 아니면 악덕 고용주를 하든지 하나만 해 줬으면 하는데. 그렇게 시시각각 바뀌어 버리면 장단을 맞추는 게 어렵단 말이야.”
식사를 마친 후 출발 준비를 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코를 틀어막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롤빵이가 보였다.
‘넌 또 왜 그래? 간식이 부족하다고 시위라도 하는 거야?’
―왜 그러기는! 네가 어젯밤에 가져와서 대뜸 우리한테 내민 그 나무인지 촉수인지 뭔지 때문에 이러잖아! 어제 맡았던 구린내가 어찌나 지독한지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이야. 콧구멍만 열었다 하면 그 냄새가 섞여 들어오는 것 같아 미칠 것 같다고!
‘구린내? 예전에는 비린내라고 하더니 그사이에 표현의 강도가 세졌네.’
―아무튼 구린내건 비린내건 중요한 건 네가 우리를 힘들게 했으니까 추가적인 보상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야. 나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니까 케이크 세 개 추가로 만족하겠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투덜거리고 날아갈 준비나 해.’
피잉.
손가락을 까닥이자 내 손가락에 반응한 그림자 밧줄이 몸을 튕기며 소음을 자아냈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 까만 밧줄을 따라가면 어제 그 사람들이 있을 거란 말이지? 그런데 이 새카만 밧줄 참 신기하다. 접때 설산에서 트롤 놈들 목을 조를 때는 엄청나게 굵직하더만 이제는 또 이렇게 가늘게 늘어났네?
그림자 밧줄.
‘아르카가 만들어 낸 만능 암살 도구’를 움켜잡으며 북슬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양을 한 내 비밀 병기가 제법 신기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굵게 만들어서 쓰자면 현재 내 능력으로는 수백 미터가 정도가 한계지만, 그렇게 가늘게 만들면 한없이 늘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 지금쯤 그 사람들이 삼켰던 드루이드 오러는 다 배출되었을 테니 다른 추적 방법이 있어야지.’
―그런데 페이건, 너 그 사람들한테 이 밧줄을 언제 묶어 놓고 온 거니? 혹시 어젯밤에 그 사람들을 만나고 온 거야?
‘그건… 지금은 일단 비밀로 해 둘게요. 나중에 정리가 되거든 라무테 님께도 다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밀은 무슨, 우리가 너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고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천하에 음흉한 놈이라는 걸 모를 줄 알아? 아무튼 난 간다! 그럼 이따가 봐!
이 말을 끝으로 북슬이는 그림자 밧줄을 따라 날아가 버렸고 라무테 님은 어젯밤 내가 가져온 ‘촉수’를 분석하는 작업에 다시금 몰입했다.
―어휴! 벨제키엘의 말마따나 정말 지독한 냄새네.
‘페스티라카 유적으로 우리를 따라왔던 놈들이 풍기던 냄새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냄새를 풍기는 놈들의 머릿수는 그쪽이 많았지만, 악취의 농도로만 따지면 이쪽이 압승이야. 페이건, 너 도대체 이런 물건을 어디서 가져온 거니?
‘그것도 나중에 정리가 되면 한꺼번에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악취로 고생을 하고 있는 라무테 님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두 마리가 고생해 준 덕분에 숲에 뿌리를 내린 괴식물이 혼돈의 기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명확해진 셈이었다.
현장학습 중에 만난 정체불명의 추적자들과 페르디난드를 장악해 버린 에지세크 교단.
여기에 아소토 왕국 수림 지역에 뿌리를 내린 괴식물까지.
최근 들어 나와의 접점을 부쩍 늘려만 가는 후레자식들을 헤아리고 있자니 절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페이건 공자, 이 사람은 출발할 준비가 끝났으니 앞장을 서도록 하시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할까요? 소인이 모시겠사오니 제 뒤를 잘 따라오도록 하십시오.”
“엇흠!”
이런 내 속을 알 리 없는 카밀라가 방긋거리는 미소를 매단 채 길을 재촉했고 난 선두에 서서 그녀를 인도했다.
저벅저벅.
타다다닷.
새벽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숲길을 걷고 있으려니 저 먼 곳에서 아스라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괜찮으면 저기 아래쪽으로 잠깐 내려가 보지 않을래? 방금 특이한 모양을 한 나무껍질을 본 것 같았거든.”
“정말? 어디? 어디 있는데?”
그렇게 내 인도를 받은 카밀라는 어스름한 그늘로 가려진 저지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스스스스.
내 왼쪽 소매 끝에서 뻗어 나간 또 한 가닥의 그림자 밧줄이 우리의 발자취를 완전히 지우는 데 성공한 바로 그때.
타다다닷.
조금 전, 후방에서 감지한 바 있는 그 불길한 시선이 우리가 있던 바로 그 자리를 훑고 지나갔다.
만약 저지대로 이동하지 않고 숲길을 그대로 걸었다면 놈들에게 우리의 정체가 그대로 발각되었을 터.
‘어디 한 번 백날 뒤져 봐. 너희 같은 얼치기 놈들한테 꼬리가 밟힐 정도였다면 애초에 신이라는 민망한 칭호를 받을 일도 없었어.’
내가 굳이 카밀라 앞에 서서 길잡이를 하겠다고 나선 이유.
어젯밤 일로 바짝 독이 오른 암살자 놈들은 한층 더 날을 세워 가며 숲을 이 잡듯 뒤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놈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나와 카밀라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고 난 당장 오늘 밤부터 한층 더 가열한 지랄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었다.
‘너희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 숲에서 장난질을 부리는지는 몰라. 하지만 이런 식의 음흉한 수작이라면 나도 꽤나 조예가 깊은 편이거든. 그러니 기대해 두는 게 좋을 거야.’
* * *
채앵.
두 자루의 검이 맞닿은 자리에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터져 나갔다.
“하이야!”
파공음의 뒤를 따라 곧바로 울려 퍼지는 우렁찬 기합 소리.
월베니는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지만, 칼이 목표로 했던 습격자는 이미 사정거리에서 멀어진 이후였다.
피잉.
챙강.
어느새 월베니의 옆에 선 베티나가 활시위를 당겼으나 그 또한 암살자의 손에 들린 ‘흑검’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타다닷.
베티나의 활을 튕겨 내는 걸 끝으로 암살자는 다시금 어둠 속으로 숨어 버렸고 그 민첩한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월베니의 입에서는 허탈한 웃음이 쏟아졌다.
“하아! 저 복면 놈이 우리를 습격한 게 이걸로 세 번째던가?”
“그렇사옵니다. 사제님, 몸은 괜찮으신지요?”
“보다시피 멀쩡하네. 물론 저놈이 죽기 살기로 덤벼들었다면 이토록 멀쩡하지는 못했겠지만 말일세. 자네들은 어떤가?”
“전 대원, 이상 없사옵니다.”
“하아… 정말이지 속을 알 수 없는 놈이로군. 이 정도로 은밀한 암습이 가능한 놈이라면 더 적극적인 공격을 가할 법도 한데 매번 이런 식으로 변죽만 울린 후 물러나다니.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
3일 연속으로 이어진 야습.
세 차례에 걸친 날카로운 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 냈음에도 불구하고 월베니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자신들이 저 정체불명의 복면 놈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도무지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습격을 해 오는 모습이나 몸을 내뺄 때의 움직임을 보면 이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습격도 얼마든지 가능해. 한데 뚜렷한 성과도 없이 물러서다니, 그것도 매번….’
결국 월베니는 다시금 헛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고 긴장한 표정을 한 채 늘어서 있는 대원들을 보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잔뜩 긴장만 하게 만들어 놓고 그냥 물러나 버리다니. 이래서야 저놈이 꼭 우리한테 경고하는 것 같지 않은가?”
“…사제님, 지금 그 말씀은?”
“아아, 별 뜻 없이 한 말이니 너무 신경 쓰지는 말게. 만약 암살자 놈의 목적이 ‘당신들, 언제 습격이 있을지 모르니 당분간은 긴장하고 지내는 게 좋을 거야.’라는 신호를 보내는 데에 있다면 지금 같은 행동을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그냥 헛소리 한번 해 본 것뿐이니 다들 그런 표정 지을 거 없네.”
월베니의 의견이 너무나도 어이없었던 탓일까?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하고 있던 길핀의 입가에도 실소가 맺혔고.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내뱉은 대공은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탄식 같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여간 이놈의 숲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야. 숲 가장 깊은 곳에 어떤 놈이 숨어 있는지를 내 두 눈으로 확인한다면 그때는 이 답답함이 조금은 사라지려나?”
* * *
“…월베니를 감시하던 커그스가 또 전멸했다고?”
―그렇사옵니다, 주군.
“이번에는 몇 놈이나 붙여 뒀나?”
―원거리 지원을 맡고 있는 인원까지 포함하여 도합 열두 명을 투입했사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열두 놈이 하룻밤 사이에 모조리 당해버렸다. 그것도 비상 신호 한 번 번번이 보내지 못한 채로?”
쪼로록.
루드비히의 잔이 채워짐과 동시에 뱀파이어 지휘관의 목덜미 또한 축축해져 왔다.
눈앞의 상관이 자비로운 성품의 소유자라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무려 3일간이나 연속된 실패를 고해 올리려니 등판이 서늘해졌던 것이다.
―…송구하옵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그 숲 안쪽에 월베니 놈을 제외한 다른 불청객이 있거나 한 건 아니겠지?”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사옵니다. 경계를 강화하라는 각하의 명 이후, 대공 감시를 담당하는 인원을 제외한 모든 커그스 단원들을 경계 및 정찰 강화에 투입했사옵고 숲 전역을 몇 번이고 샅샅이 뒤졌습니다. 하오나….
“침입자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고로 커그스를 죽인 범인도 월베니 일행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 말이 하고 싶은 거지?”
―그렇사옵니다, 각하
“재미있군, 정말 재미있어. 설령 자네가 내일 중으로 월베니 그놈의 목을 베어 내 눈앞에 가져온다 하여도 지금처럼 재미있지는 못할 거야.”
루드비히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확인한 뱀파이어의 표정이 조금은 편해졌고.
“그래, 자네가 그 정도까지 애를 썼는데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면 추가적인 인물은 없는 거라고 보는 게 옳겠지. 그 숲이 아주 좁은 지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수림 정도로 넓은 것도 아닌데 커그스의 정밀 수색을 피해 자취를 감출 수 있는 놈이 있을 리 없으니까 말이야.”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관의 목소리에 현장 지휘관이 아주 약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120여 년 전에 인간들의 황제와 함께 동귀어진한 그 ‘암살의 신’이라는 놈이 다시 살아 돌아오기라도 했다면 또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 맞지.”
―소, 송구하옵니다. 각하, 각하의 기대를 배신한 소인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하지만 루드비히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온 순간 지휘관은 다시금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암살의 신이라는 이름이 루드비히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지휘관은 아주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루드비히가 본인의 입으로 암살의 신이라는 존재를 언급하다니.
루드비히의 현재 심기가 그야말로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지휘관으로서는 이마를 땅바닥에 맞댄 채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네가 그곳에 데려간 커그스가 모두 몇 명이었지?”
―이, 일흔여덟 명을 이번 작전에 투입한 바 있사옵니다.
“3일간의 거듭된 실패로 스물여섯을 잃었으니 쉰 명 조금 넘게 남은 셈이로군.”
―그, 그렇사옵니다. 각하.
“지금부터 내가 하는 질문에는 조금 더 신중하게 대답해 줬으면 하네. 남은 인원을 한꺼번에 투입한다면 월베니와 그 일행을 깔끔하게 처단할 수 있을까? 현장 지휘관으로서 자네의 의견을 들려줬으면 하네만.”
―각하!
수정구를 통해 전해진 질문이 너무나도 예상외였기에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번쩍 든 채 루드비히를 마주하고 말았다.
지금 여기서 월베니를 살인멸구하겠다고?
그랬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 않을 텐데?
“아아, 지금은 어디까지나 의견을 듣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뿐이니 그런 표정 지을 건 없네. 월베니 놈을 여기서 죽였다가는 국왕의 의심을 살 수도 있다는 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말이야… 이번 일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쪼로록.
어느새 비어 버린 잔을 채우는 루드비히의 입가에 다시금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그저 그런 왕족 놈의 가벼운 일탈 정도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이 점점 더 그 여파를 키워 나가고 있었다.
도출되는 증거가 너무나도 명백했기에 제3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루드비히의 직감은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쉬지 않고 외쳐 댔다.
구니파스가 2차 변이를 마치고 완전한 형태로 개화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3일.
아무 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시간은 어느새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발바닥을 찔러 들어왔고 루드비히는 좀처럼 느껴 본 적 없는 불편함을 느껴야만 했다.
“물론 냉정하게 생각하면 월베니 놈이 무슨 짓을 하건 그대로 냅두는 게 가장 좋아. 커그스 놈들이 당하는 게 아깝기는 하지만 놈들의 모가지보다는 국왕의 신뢰 쪽이 몇 배는 더 소중하거든.”
―소, 소인의 생각도 그러하옵니다.
“그런데 말이지, 어쩐 일인지 감이 이성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거든. 내 직감이 계속 말하고 있어. 이번 일이 엉키는 걸 더 이상 두고 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야.”
그리고 루드비히를 무엇보다 불편하게 만드는 건 도무지 그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월베니의 행동이었다.
놈은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것이며 대체 그 하찮은 놈에게 무슨 재주가 있길래.
쥐 죽은 듯 몸을 숨긴 채 감시에만 열중하고 있는 커그스를 그토록 완벽하게 처단할 수 있었던 걸까?
안중에도 없던 날파리가 계속 물을 흐리는 걸 보고 있자니 그 벌레의 모가지를 그대로 따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솟구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지사.
루드비히는 달콤한 유혹이 진득하게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월베니 놈을 살려서 보내느냐, 죽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