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87)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87)화(187/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87)
그간의 크리스틴이 종종 도도하고 새침한 모습을 보여 준 적은 있었지만, 그래도 페이건을 상대하는 그녀의 태도 바탕에는 언제나 자상함과 배려가 깔려 있었다.
그런데 ‘미친년’이라는 멸시적인 호칭까지 써 가며 아일리 바스티아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크리스틴의 눈동자에는 평소의 그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표독스러움이 맺혀 있었다.
“자기야… 나도 바스티아 선배의 행동거지는 영 맘에 들지 않지만, 그 미친… 년이라는 말은 좀 그렇지 않아? 왜 그렇게 흥분을 한 거야? 역시 페이건 군이랑….”
“그럼 그렇게 머저리 같은 말을 들었는데 내가 화가 안 나게 생겼니!”
유리안은 ‘페이건 군이랑 관련된 말을 해서 화가 난 거야?’라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벽력같은 사자후가 터져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비록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남자 홀리는 게 전부인 얼간이라고는 해도, 어쨌거나 올해로 6학년이잖아? 그런데 졸업까지 채 3년도 남지 않은 고학년이 1학년짜리에게 경호 업무를 부탁하고 싶다니. 애초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또 어디 있어!”
사랑하는 자기가, 자신이 바스티아 선배를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 이상으로 그녀를 싫어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가 이토록 과격한 태도로 분노를 쏟아 내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유리안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후우… 그래서 아일리 바스티아는 오늘 회의에서도 그 의견을 꺾지 않은 거야?”
“응, 자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음 학기 때 페이건 군의 경호를 받아야겠대.”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그런 뻔뻔한 말을 회의에서 다 하고, 아주 낯짝이 두꺼운 미친년이네.”
“그, 그러게 말이야. 정말이지 부끄러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니까.”
잔뜩 화가 난 크리스틴의 비위를 맞춰 주고 있노라니 지난 며칠간 회의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생히 떠올랐다.
이 불상사는 지금으로부터 나흘 전.
‘푸른 달 학회장’ 자격으로 자치 회의에 참석한 아일라 바스티아의 돼먹지 않은 개소리로부터 시작되었다.
[학기 말에 제출한 계획서에 입각해서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우리 푸른 달은 다음 학기부터 교내 곳곳의 숲을 이용한 실험 학습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계획에 따른 행정처의 허락은 이미 득해 놓은 상태예요.] [그런데 숲이라는 장소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장소잖아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 푸른 달은 전원이 비전투원 여학생들로 구성된 학회.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하죠.] [그래서 학회 활동을 하는 동안 곁에 머물며 우리를 지켜 줄 믿음직한 경호원이 있었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다음 학기 중점 추진 과제 선정 목록을 세심히 살펴봤더니 아주 재미있는 걸 봤지 뭐예요? 후훗.] [다음 학기부터 1학년 학생 대표로서의 활동이 예정된 페이건 클라디우스 공자의 중점 추진 과제 목록은 과연 뭘까나? 어마나! ‘마수 생태 관찰과 고(古)식물 보존학’이네. 이거 숲에서 수행해야 하는 과제잖아요? 그리고 고식물 보존학이라면 우리 푸른 달의 학기 목표랑 겹치는 거 맞죠?] [잘됐네, 누구한테 경호를 부탁해야 할지 정말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아리따운 우연이 겹칠 줄이야. 후훗, 간절히 바라면 이뤄지는 법이라는 말. 평소에는 잘 믿지 않았는데 아주 조금은 믿고 싶어졌지 뭐예요.] [학생 대표의 임무 중에는 곤란을 겪고 있는 타 학생들을 성심성의껏 지원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거 맞죠? 테시온 쟁탈전에서 이미 폴리다고스의 명예를 드높인 바 있는 클라디우스 공자가 대표로서의 의무를 외면하는 일은 설마 없겠죠? 아아…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토록 명성이 자자한 클라디우스 공자와 협업을 할 수 있다니, 학회 후배들도 정말 기뻐할 거예요.]상황상 크리스틴을 말리고는 있지만, 유리안 또한 열이 뻗치기는 매한가지였다.
푸른 달의 다음 학기 일정과 1학년 대표의 중점 추진 과제가 일치한다는 걸 핑계 삼아 페이건 군을 독점하려 들다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바쁜 척, 시간 없는 척을 잘하는데 여기에 그 독거미 상대까지 더해지면 나랑 놀아 줄 시간이 더 부족해질 거 아냐.’
돌연 입술을 질끈 깨문 유리안의 머릿속에 자신을 차갑게 외면하는 페이건의 모습이 떠올랐다.
‘유리안 선배, 하실 말씀이 있다구요? 죄송합니다만 다음에 듣는 걸로 하죠. 지금 당장 아일리 바스티아 선배를 지켜드리러 가야만 해서요. 그게 학생 대표로서의 제 임무니까요, 하하!’
‘차 한잔하자구요? 안 됩니다. 왜라니, 선배가 생각을 한번 해 봐요. 이왕 차를 마실 거라면 선배 같은 영양가 없는 사람보다 바스티아 선배님 같은 미인과 마시는 게 훨씬 더 기분 좋지 않겠어요? 그럼 전 아일리 누나, 아니 선배와 다과회가 잡혀서 이만.’
당장에라도 비명이 목구멍 너머로 치솟아 오르는 듯한 끔찍한 망상.
‘안 돼!’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는 유리안의 귓가에 잔뜩 화가 난 크리스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지 말고 그 경호인지 뭔지 그거 무스카 선배한테 해 달라고 하면 안 돼? 아일라 바스티아와 무스카 선배는 서로 친하다며? 그럼 굳이 페이건이 끼어드는 것보다 벨타지온 선배가 해 주면 되는 거잖아?”
“그 의견도 나왔는데… 거절당했어. 바스티아 선배가 하는 말은 푸른 달 하급생들이 무스카 선배를 너무 무서워하는 바람에 만약 무스카 선배가 경호를 맡으면 정상적인 학회 활동이 힘들 거라고….”
“그럼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안 무섭고?”
“응, 페이건은 안 무섭대.”
“대체 왜? 페이건 클라디우스도 말투는 되게 쌀쌀맞은 데다 표정이나 눈매도 찌릿하잖아. 더군다나 페이건 걔는 4학년 상급생들을 여러 번 두들겨 팬 전력까지 있는데. 그런데 뭘 믿고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안 무섭다는 거야? 푸른 달의 하급생들도 참 웃기는 애들이네.”
“…이야기를 듣자 하니 무서워하기는커녕 하급생 전원이 보고 싶어 죽을라고 한다던데? 자기도 알잖아, 테시온 쟁탈전 이후로 페이건 군의 인기가 엄청 높아진 거.”
안 그래도 붉게 달아올라 있던 크리스틴의 뺨이 조금 발개졌다.
물론 페이건의 인기가 상종가 중이고 심지어는 일부 여학생들 사이에서 추종자 무리(유리안 정도는 아니지만)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인기가 없었던 게 오히려 이상했지 뭐. 잘생겼지, 똑똑하지, 키 크지, 실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고, 여기에 마냥 개차반 같다고 소문난 성격도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게 알려져 버렸으니… 아!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할까?”
하지만 그 사실을 유리안의 입을 통해서 듣고 있으려니 해일과도 같은 불안감이 온몸을 덮쳐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6학년짜리 학회장을 보유한 학회가 된 게 1학년에게 경호 업무를 부탁하고 싶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도대체 행정실이랑 교무위원회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의견을 통과시켜 준 거야!”
“저기… 자기야, 아까부터 계속 비슷한 말의 반복인 것 같은데. 나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당위성으로만 따지면 바스티아 선배의 의견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어. 어쨌거나 페이건 군은 중점 추진 과제로 고식물학을 택했는데 푸른 달은 숲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학회잖아. 그리고 대표라는 건 원래 학년의 고저를 막론하고 학생들을 위해 봉사할 의무가….”
“그래서 넌 지금 아일리 바스티아가 나쁜 게 아니라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잘못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크리스틴의 찌릿한 눈매가 자신을 향하자 유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하고 말았다.
“물론 그건 아니지. 하지만 페이건 군이 불과 한 달 전에 펠레스트의 유스티니아를 때려눕힌 건 분명한 사실이야.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4학년 랭커들이 순서대로 달려들었다가 줄줄이 깨져 나간 상대’를 제압해 낸 1학년을 보고 ‘이 사람은 너무 어리니까 경호 업무를 맡기기는 부족해요.’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하지만 어깨를 움찔하는 와중에도 유리안은 조목조목 자신의 의견을 밝혔고.
‘헛소리를 한 건 바스티아 선배인데 왜 나한테 그래?’라는 눈동자를 한 채 크리스틴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서 네 생각은 어때? 어쨌거나 아직은 내부 검토 중인 거잖아. 페이건 클라디우스에게 경호를 맡기고 싶다는 그 제안, 아일리 바스티아가 강행할까?”
“여기까지 온 마당에 당연히 강행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원래 욕심이 많은 사람이잖아.”
결국 크리스틴은 다시 한 번 입술을 깨물고야 말았다.
물론 그녀는 페이건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는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아일리 바스티아가 ‘치마 슬릿 사이로 허벅지를 슬쩍슬쩍 내보이거나 턱을 괸 채 눈웃음을 지어 보일 때’마다 이성이고 뭐고 내팽개친 채 영혼까지 가져다 바치려 드는 남자들의 모습을 너무도 많이 봐 왔기에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페이건 군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냐인데, 지금까지 보여 준 성격상 거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치, 역시 네 생각도 그렇지? 페이건 걔, 번거롭거나 잘 모르는 사람이랑 얽히는 건 엄청 싫어하잖아? 그럼 그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단칼에 거절해 버릴 가능성도….”
“혹시 페이건 군이 마고니아로부터의 인정에 관심이 있다면 바스티아 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고 봐. 학년 대표로서의 업무를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했느냐는 마고니아의 평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
아주 잠시간 화색이 되었던 크리스틴의 얼굴이 다시금 창백해졌다.
‘…그러고 보니 페이건은 초면이었던 나와의 동행도 국장님 지시 사항이라는 한마디에 순순히 받아들인 적 있잖아. 그럼… 이 일도 어쩌면!’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전망.
남자를 호리는 걸로 소문이 자자한 6학년의 독거미가 페이건을 홀리기 위해 갖은 수작을 부리는 장면이 머릿속에 생생히 떠올랐고 그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결국 그 불안감과 불쾌함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평소의 크리스틴 코델리아나답지 않은 표정으로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아우, 짜증 나! 그 미친년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 * *
“어쩐지 지난주부터 통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니, 외부 일정을 다녀오셨던 거구려.”
“그렇습니다. 사실은 진즉에 찾아뵙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워낙 갑작스럽게 일정이 생긴 터라 방문이 늦어진 점, 사죄드리겠습니다.”
“허허! 아니외다. 어차피 충분히 기다릴 것을 각오하고 드렸던 말씀인데 고작 이 정도 기다림 가지고 서운할 게 무엇이 있겠소?”
폴리다고스로 복귀한 이튿날.
난 키에르고의 오두막을 찾았고 지난번처럼 밭일에 열중하고 있던 드라콘은 함박웃음으로 날 맞이해 줬다.
‘라무테 님, 한번 훑어 주세요. 이 양반, 아직도 못 곳곳에 무기를 숨기고 있습니까?’
―응! 저기 가슴에는 단검, 소매에는 표창, 허리에는 채찍이 감겨 있고 종아리 각반(脚絆) 안쪽에는 손도끼가 숨어 있어. 어떡하지?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무기 개수가 더 늘어나 버렸는데?
‘알겠습니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소리장도(笑裏藏刀)라고 했던가?
동업을 제안했던 것도 키에르고였고 푸근하기 그지없는 미소로 날 반겨 준 것 역시 키에르고였음에도 불구하고 타샤드의 전 재상께서는 나를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 당신의 이러한 준비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야.’
나는 우연을 가장해 키에르고의 눈앞에 모켈레의 실험 강령을 들이밀었고 그 출처를 묻는 드라콘에게 우연히 방문한 유적에서 발견했다고 답한 바 있었다.
지금쯤 이 드라콘의 머릿속은 그 유적이 어디인지 그리고 실제로 그 유적에 해당 문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가득할 터.
‘지난번의 그 동업 제안 역시 나를 떠보기 위한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할 뿐 진심으로 뭔가를 해 볼 생각은 없겠지. 결국 당신의 눈에 나는 더없이 위험한 비밀을 품은 신뢰할 수 없는 애송이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키에르고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완전무장을 한 상태로 손님을 맞이하는 영감쟁이의 심보가 불쾌한 건 사실이었기에 약간의 장난을 치기로 했다.
“지난번 제안에 관한 말씀을 나누기 전에 한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왜 지난번에 제가 해석 의뢰를 드린 적 있지 않습니까? 그와 비슷한 걸 한 건 더 부탁드리고 싶은데 괜찮을는지요? 물론 대금은 제대로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끼리 대금이 뭐 그리 중요하겠소? 어디 이리 한번 줘 보시구려. 내가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맡아드리리다.”
“감사합니다.”
드라콘은 소탈한 척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키에르고의 황금빛 눈동자에 긴장의 기색이 맺히는 게 내 두 눈에 똑똑히 보였다.
‘기대되나? 아니면 불안?’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미소를 지은 채 종이를 내밀었다.
“흐음… 지난번에 주신 것과는 형식이며 해석 방식이 상이한 내용이구려. 어디 보자…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은데. 허허! 조금 전에 자신감 있게 덤벼 놓고서 이런 부족한 모습을 보이다니, 이것 참 민망하구려.”
해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거짓말.
당신 정도 되는 대학자가 아체른 연표 중고 시대에 통용되던 문자를 해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리가 있나?
‘당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해석의 시간이 아니라, 생각의 시간이겠지. 거기에 기재된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또 나에게 어떤 식으로 개수작을 부려야 할지를 고민하는 데 필요한 시간 말이야.’
키에르고의 뻔뻔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지금 당장이라도 기재된 내용의 해석본을 들려주고 싶었다.
진화를 위한 도약에는 언제나 희생이 필요하기 마련이니 위대한 뜻을 잇는 영광된 학자들은 스스로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그 정도 되는 내용의 해석이 어려우시다구요? 저런… 모켈레 실험 강령 4항 2조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당신이 그걸 모른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라고 말이다.
“괜찮습니다. 급한 건 아니니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해석해 주셔도 됩니다. 어차피 아카데미의 교육과정과는 무관한 제 개인적인 공부라서 천천히 진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그 문장도 이번에 외부 일정을 다녀오는 중에 알게 된 겁니다.”
하지만 난 이번에도 키에르고의 표정 연기에 껌뻑하고 넘어가 주는 걸 선택했다.
“외부 일정에서… 이 문장을 득하셨다고? 허허! 공자께서는 재미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걸 즐기시는 모양이구려. 아주 보기 좋소이다. 허허! 젊은이라면 그런 패기가 있어야지.”
“저의 치기 어린 쏘다님을 그리 말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외부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흥미로운 걸 자주 목격하기 마련이죠, 하하!”
이래 봬도 지금 한 말의 절반 정도는 진짜였다.
모켈레의 실험 강령과 이번 외부 일정은 완전하게 무관했지만, 숲에서 목격한 괴물 식물이라든가 암살자 놈들이 흥미로웠던 건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주륵.
키에르고의 광활한 등판이 축축해져 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지금쯤 저 커다란 뇌가 호기심으로 후끈 달아올랐을 테니 땀이 흐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이걸로 호기심이라는 이름의 칼을 키에르고의 뇌 속에 추가해서 심어 넣는 작업도 완료.
“그럼 이제 슬슬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눠 볼까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허허! 바라던 바외다.”
모켈레라는 닻을 이용해 한껏 당겼던 줄을 이제는 조금 풀어 줄 타이밍이 되었기에 나는 은밀한 표정을 가장한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일전에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동업하게 된다면 그 수익 배분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