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89)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89)화(189/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89)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너랑 내가 폴리다고스를 비운 사이에 바스티아 선배님이 학생 회의에서 여러 가지 발언을 하셨나 봐. 근데 그 발언이 너랑도 관련이 있는 것들뿐이라서 기숙사며 상업지구가 시끌시끌….”
카밀라는 눈을 쉬지 않고 깜빡여 가며 재잘거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입술이 부지런히도 움직여 준 덕분에 난 6학년 여왕벌이 일으킨 소문의 진상을 뒤늦게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쩐지 사람들의 눈초리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어. 특히 남자 선배들이 언짢은 표정으로 날 보길래 또 뭐라도 터졌나 싶었더니 그쪽이었구나.”
아일리 바스티아가 남학생들에게 있어 만인의 연인 같은 존재라는 사실은 익히 아는바.
그 외모로만 보자면 크리스틴 코델리아나와 더불어 인기를 양분하는 게 합당하겠지만, 남학생들의 시선은 압도적으로 아일리 바스티아를 향하고 있었다.
크리스틴 선배 옆에는 유리안 알렉세예브라는 애초에 경쟁이 불가능한 존재가 떡하니 붙어 있는 터라 제아무리 연정(戀情)에 눈이 먼 남학생들이라 해도 차마 그쪽은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코델리아나가 도도하고 까칠한 만년설이라면 아일리 바스티아는 사람을 가리지 미소를 지어 주는 오월의 햇살 같은 존재.
생각해 보면 남학생들의 인기가 아일리 바스티아 쪽으로 기우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아일리 바스티아에 대한 내 판단은 세간의 그것과는 좀 많이 다르지만 말이야.’
카밀라는 내 방에 오기 직전까지 수집한 정보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상세히 들려줬고 덕분에 난 회의에서 바스티아가 내뱉은 발언들이며 그로 인해 연유한 은밀한 소문까지 전부 숙지할 수 있었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말이야, 참 교묘한 사람이네.”
“응? 반응은 이게 다야?”
“그럼?”
“아니, 소문이 사실이라면 볼이라도 붉히면서 부끄러운 표정을 해야 하고 거짓이라면 발칵 화라도 내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뭐야, 이 무덤덤한 반응은?”
“…말했잖아, 이전부터 쭉 생각해 왔던 바라고. 확신을 가졌던 일의 반복일 뿐인데 놀랄 일이 뭐가 있겠어.”
카밀라는 조금 더 격렬한 반응을 원하는 것 같았지만 딱히 놀랄 일이 아니었던지라(부끄러워할 일은 더더욱 아니었고)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반응은 이게 전부였다.
“바스티아 선배가 회의에서 했다던 그 말들 말이야, 공식적으로 책잡힐 만한 것들은 하나도 없어. 선배가 했던 말마따나 학생 대표는 학년 고하를 불문하고 학생들을 지원할 책무가 있고 바스티아 선배가 이끄는 학회는 지원을 요청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야.”
“으… 그렇기는 하지. 더군다나 푸른 달의 다음 학기 목표와 네가 정한 중점 추진 과제가 겹치는 부분도 있고… 에잇, 이 바부야! 그러니까 누가 그런 걸 선택하래! 하여간 눈치라고는 없는 페이건 군 때문에 이 누나 속만 새카맣게 문드러진다니까!”
“이야 방금 그 말, 섬에 있는 우리 유모들이 나한테 자주 하던 말인데. 그 말을 여기서 들으니까 새삼 또 반갑네.”
뺨을 찌르고 들어오는 카밀라의 손가락을 막아 낸 후 내가 바스티아 선배에게 화를 낼 수 없는 이유를 추가로 설명했다.
“물론 그 합당한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기는 하겠지.”
“저요! 여기도 한 명 있어요!”
“하지만 말이야, 그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증폭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건 바스티아 선배의 발언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발언을 둘러싼 호사가들의 염병이거든.”
“염병이라니. 히히, 하나도 화 안 난 척하더니 사실은 너도 뿔이 나기는 했구나?”
“물론 주둥이 헤픈 사람들이 떠들고 다닐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든 건 바스티아 선배가 맞아. 하지만 내가 선배를 찾아가 호사가들이 입을 놀릴 핑계를 만들어 준 죄를 추궁할 수는 없어. 어쨌거나 바스티아 선배는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합당한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고 일을 이 지랄로 만든 건 떠버리들이니까.”
내가 도출해 낸 결론이 제법 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카밀라는 팔짱을 낀 채 ‘권리’와 ‘책무’를 반복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말이야, 바스티아 선배님께서는 ‘내가 회의에서 이런 말을 하면 이런 식으로 학교가 시끄러워지고 페이건한테는 이러저러한 여파가 가겠구나.’라는 걸 다 알고서 그런 말을 하신 걸까?”
“당연히 알고 한 짓이지. 그러니까 내가 그 사람을 교활하다고 평가한 거고.”
“어! 방금 전에는 교묘라고 말했었는데?”
“사실은 교활하다고 하고 싶었어.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선배를 보고 교활이니 뭐니 하는 건 좀 너무한 것 같아서 참았을 뿐이야.”
“호오! 이런 독설이라니. 있잖소, 이 사람은 클라디우스 공자의 이런 신랄한 발언이 참으로 그리웠소이다!”
“뭐, 의미의 전달이라는 건 언어적인 표현만큼이나 비언어적인 표현에 의존하는 바도 큰 법이잖아? 직접 보지 못해서 확언은 못 하겠지만 바스티아 선배는 회의장에서 여러 가지 비언어적인 표현을 통해 나와 그 사람 사이에 뭔가 있는 것처럼 잔뜩 냄새를 피웠을 거야.”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만약 아일리 선배님께서 무미건조한 어투와 표정으로 경호 지원을 요청했다면 일이 이 정도까지 시끄러워지지는 않았을 거야.”
잠시 눈을 감고 회의장에서의 광경을 상상했다.
아일리 바스티아와의 인연은 깊지 않았으나 그 짧은 만남들만으로도 그녀가 회의장에서 어떤 표정과 자세를 취했을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소녀 같은 표정을 한 채 꺄꺄거렸겠지, 손동작 하나 몸짓 하나에도 사랑에 빠진 소녀의 설렘을 가득 담아서 말이야. 그리고 그 모습에 홀딱 속아 넘어간 얼간이들은 그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는 게 분명하다면서 고개를 끄덕이기 바빴을 거고.’
6학년의 독거미에게 있어 이다음부터는 어려울 게 하나도 없는 이야기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회의장 밖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이와 관련된 질문을 던져올 때마다 얼굴을 슬쩍슬쩍 붉히며 그 매끈한 다리를 살짝살짝 보여 주기만 해도 이야기는 안개처럼 퍼져 나갈 테니까.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 사태를 초래한 건 바스티아 선배가 분명하지만 내가 직접 그 사람을 찾아가 왜 이런 짓을 했냐며 따질 수는 없다는 뜻이야.”
“그래서 넌 지금 상황이 만족스럽기라도 하다는 거야? 아주 좋겠다! 폴리다고스의 여신께 간택도 다 받으시고!”
“왜 갑자기 신경질을 내고 그래? 짜증이 났냐 안 났냐를 묻는다면 당연히 짜증이 나지. 어쨌거나 지금 당장은 내가 그 사람의 장난질에 놀아난 꼴이 돼 버렸으니까.”
“제길!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내 친구를 농락하다니!”
“…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데 네 허락이 있어도 안 되는 건 마찬가지야.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니 놀아났다는 말은 너무 자기비하적인 의미가 담긴 것 같으니 취소.”
생각을 그다지 깊게 하지 않아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테시온 건으로 이제야 이미지를 좀 회복하나 했더니 한 달 남짓 지나자마자 곧바로 만인의 적이 되어 버리다니.
“어쨌거나 지금으로서 가장 궁금한 건 바스티아 선배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느냐인데… 뭘까? 이런 난리를 부려 가면서까지 그 사람이 손에 넣고자 하는 건?”
“음… 네 얼굴!”
“그 의견은 기각.”
“왜? 꽤나 타당성 있는 가설이라고 생각하는데!”
“뭐, 객관적으로 봐도 내 얼굴이 그렇게 못난 건 아니지만 이곳은 폴리다고스잖아. 나 같은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미남들이, 그것도 종류별로 널려 있는 이곳에서 내 외모가 특출한 경쟁력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아. 더군다나 바스티아 선배는 원하는 상대를 턱짓 한 방으로 고를 수 있는 입장이잖아. 그런고로 그 의견은 기각!”
회심의 제안이 대놓고 반려되자 카밀라는 시무룩한 표정을 한 채 고개를 숙였고 그 연기를 보고 있자니 나는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야, 그러고 보니까 너 일부러 호들갑 떤 거지?”
“으우웅? 호들갑이라니?”
“아까 방문 앞에서 내가 허벅지에 홀렸네 뭐네 하면서 몰아세웠잖아. 그 소문, 내 의지랑은 무관한 거라는 거 알면서 일부러 호들갑 떤 거 맞잖아?”
“그걸 이제 알았어? 그 소문이 네 의지랑 무관하다는 건 처음에 들었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 그런데 내가 이렇게 안 하면 넌 아무런 대응도 안 할 거잖아.”
카밀라는 돌연 눈썹을 위로 치켜올린 후 어딘지 모르게 고집스러워 보이는 입술을 한 채 목소리를 한껏 깔며 말했다.
“됐어, 애초에 소문이 배 따고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그런 헛소리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난 관심 없으니까 카밀라 너도 신경 꺼.”
뭐야 저거, 설마 날 흉내 낸 건가?
“어때, 제법 비슷하지? 내가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면 네가 이렇게 반응하고 말았다에 금화 5개 걸게.”
“….”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소문은 그렇게 어설프게 반응하면 안 돼! 응, 응. 절대 안 돼!”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쩐지 비장해 보이는 표정을 한 카밀라를 뒤로 한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물론 그 일을 처리하는 방식의 저열함은 짜증이 나지만 이런 식의 구도도 나쁘지는 않아. 어쨌거나 그 독거미 같은 여자와 접촉 빈도를 늘릴 필요가 있는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페르디난드에 뿌리를 내린 에지세크 놈들.
그리고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듯한 아일리 바스티아.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독거미의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경호 요청을 거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으니, 학년 대표로서의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마고니아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 어른이 되는 거라는데… 학년 대표로서의 업무 성취도와 ‘마고니아의 인정’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들었거든. 사실일까?”
“음… 나도 마고니아의 부름을 받은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오빠나 언니가 그거랑 비슷한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은 있어. 아무래도 학년 대표로서의 평가가 높을수록 마고니아의 인정을 받을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나? 뭐, 언니는 학년 대표로서 마고니아에 오른 건 아니었지만.”
“…언니라는 건, 코델리아나 선배님을 말하는 거야?”
“응, 언니도 두 번 정도 마고니아에 오른 적이 있어. 편입할 때 한 번 그리고 작년에 있었던 선형 마법 경연 대회에서 우승하고 또 한 번, 이렇게 두 번씩이나. 몰랐구나?”
“응, 유리안 선배는 당연히 마고니아에 오른 적이 있겠거니 했는데 코델리아나 선배도 인정을 받았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흐흐, 두 사람이 늘 붙어 다니다 보니까 사람들이 자주 가지는 편견 중에 하나지.”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언니의 장점을 말해 주는 게 그리도 기뻤는지 카밀라는 방긋방긋 미소를 지으며 크리스틴 선배의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오빠가 워낙에 뛰어나서 상대적으로 언니의 출중함이 덜 부각된달까? 사실은 언니도 폴리다고스 역사에 손꼽힐 만한 마법사인 건 마찬가지인데 말이야.”
“…그래, 난 몰랐네.”
“물론 횟수로만 따지면 오빠가 압도적이기는 하지. 오빠는 입학했을 때부터 전(全) 학년 대표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입학한 이래로 매 학기에 한 번씩은 마고니아에 올랐고 많은 경우에는 한 학기에 세 번씩이나 마고니아를 방문한 적도 있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오빠가 규격 외 초인인 거고 남들은 한 번도 받기 힘든 인정을 벌써 두 번씩이나 받은 걸 보면 언니도 아주 대단하다 할 수 있지.”
“그러네, 벌써 두 번이라니 아주 대단해.”
박자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크리스틴 코델리아나가 이룩한 마법적 성취가 얼마나 대단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크리스틴 코델리아나가 마고니아로 오르는(유리안 알렉세예브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방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
목소리를 높여 가며 크리스틴 언니의 출중함을 토로하는 카밀라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내일 있을 강의가 기다려진다는 생각만이 가득할 뿐.
카밀라의 조잘거림이 고막 안쪽으로 파고드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 * *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학생 대표가 참석해야 하는 정례 회의는 모두 세 번 있는 셈이야. 각 학년 대표들로만 구성되는 수석 회의가 한 번….”
“학년 대표를 제외한 간부들까지 참석하는 전체 회의가 한 번 그리고 각 학부 담당 교수님들과 갖는 통합 회의가 한 번, 맞을까요?”
“맞아,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네. 설마 내가 준 자료를 전부 다 외우거나 한 건 아니지?”
“외울 생각까지 한 건 아니지만 제법 열심히 읽은 건 사실입니다. 선배님께서 노고를 기울여 주신 만큼 저도 최선을 다하는 게 합당한 일일 테니까요.”
마침내 찾아온 크리스틴 선배의 학생회 강의 그 첫 번째 시간.
내 철저한 학습 준비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교수님(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뿔테 안경까지 착용한)께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학습 태도야. 그럼 이 기세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볼까.”
사륵.
현 페이지에서 다음 페이지가 넘어가기까지 아주 잠깐의 공백.
“혹시 날 만날 생각에 설레기라도 한 거니? 그래서 태도가 좋으면 칭찬이라도 해 줄까 봐 열심히 준비하기라도 한 거야?”
그리고 그 공백을 치고 들어온 신랄한 한마디.
“농담, 농담이니까 그런 표정 할 거 없어.”
‘농담 같지 않은 농담 경연 대회’ 같은 게 있다면 1등은 무조건 이 사람 차지일 텐데.
“어쨌거나 페이건 군 네가 그런 눈동자로 날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아. 그리고 난 그 사실이 무척 마음에 드는걸?”
“눈동자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지….”
“나한테 묻고 싶은 게 있고 알고 싶은 게 있는데 이런 질문을 해도 되나 싶어 망설이는 그런 눈동자. 지금까지의 넌 겉으로는 예의 바른 척을 해도 본질은 무덤덤한 데다 시큰둥하기까지 했잖아. ‘어쨌든 당신이 선배인 만큼 합당한 대접은 해 드리겠다만 딱히 관심은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이랄까?”
세상 무심한 척하더니 그건 또 언제 이렇게까지 관찰을 하셨을까?
“설마 내가 잘못 봤다고 말할 셈은 아니지?”
“시큰둥해 보이는 건 제가 원래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 터라….”
“아무튼 다행인 일이야. 사실 난 관심 받는 걸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앞으로 나랑 단둘이 있을 때는 쭉 그런 시선을 유지하도록 해.”
농담인가, 이거 농담이겠지?
“그럼 또 혹시 아니? 그 눈빛에 기분이 좋아진 내가 나도 모르게 마고니아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슬쩍 털어놓을지.”
“…!”
“카밀라가 오늘 오전에 와서 말해 주고 갔어. 페이건 군이 마고니아에 관심이 제법 많은 것 같으니 내 경험담을 들려준다면 무척이나 좋아할 거라고.”
고마워 카밀라.
좋은 친구를 둔 덕분에 덜컥 화제에 올리기 어려운 문제를 손쉽게 말할 수 있게 됐어.
“보통 이렇게까지 말하면 바로바로 물어보는 게 보통 아니니? 뭘 망설이고 있는 거야?”
“그럼 선배님께서 이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 마고니아에 오른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깐깐쟁이 같기만 하던 코델리아나 선배가 이렇게 시원시원한 모습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마당에 더 이상 물러설 이유도 없었기에 난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고.
“음… 뭐라고 해야 좋을까? 페이건, 너 혹시 꿈을 꾸면서도 ‘이건 꿈이야.’라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니?”
“자각몽(自覺夢)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자각몽이랑은 느낌이 비슷한데 꿈보다는 현실이라는 느낌이 조금 더 강한 자각몽이랄까?”
마고니아를 두 차례 경험해 본 바 있는 코델리아나 선배의 입에서는 마고니아에 관한 생생한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마고니아.
오르페우스가 직접 말한 바 있는, 기적과 비밀이 잠들어 있는 공중의 고성.
들어 본 바는 많으나 직접 밟아 본 적이 없는 비경(祕境)에 관한 이야기 타래가 꿈을 매개로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네가 마고니아에 발을 내딛게 된다면 그간 믿고 있던 너의 감각과 이별하는 법부터 배워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