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92)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92)화(192/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92)
―흐음….
유리안으로부터 지겹도록 들어온바 있는 ‘치료술사 양반의 몽타주’를 떠올린 지그문트의 미간 사이로 미세한 주름이 갔다.
자신이 직접 목격한 게 아닌 터라 확언을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 치료술사, 곰처럼 커다란 덩치의 사나이라고 하지 않았나?
“마침 페이건 군도 어깨에 아주 예쁘게 생긴 빨간 새를 한 마리 데리고 다니거든요. 직업도 같은 치료술사인 데다 어깨에 피닉스를 닮은 새까지.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을 겹쳐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승님.”
―두 사람이 겹쳐 보인다는 말을 자꾸 하는 걸 보니 페이건 클라디우스라는 신입생도 덩치가 아주 상당한 모양이구나?
“아니요, 키는 훌쩍하니 큰데 워낙 호리호리해서 거구는 아니에요. 그리고 생긴 것도 완전히 달라요. 꿈에서 만난 치료술사 아저씨는 둥글둥글한 곰 아저씨를 닮았는데 페이건 군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 얼음 조각상 타입이거든요.”
―허허! 얼음 조각상과 곰 아저씨가 겹쳐 보인다니, 그것참 재미있는 표현이로구나.
“그러게 말이에요. 생긴 건 완전히 다른데 얼굴을 보고 있으면 비슷한 느낌이 든다니, 참 신기한 일이죠?”
―혹시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데리고 다닌다는 붉은 새에서 피닉스의 기운이 느껴지는 탓에 네가 그런 착각을….
“아뇨, 그건 아니에요. 저도 혹시나 싶어서 페이건을 만날 때마다 몰래몰래 그 빨간 새를 살폈거든요. 그런데 피닉스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다른 분야와 관련된 추측이라면 스승의 의견을 조금 더 존중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피닉스와 관련된 일에 한해서는 본인 스스로가 아주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유리안은 대번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페이건 군 어깨 위의 새도 아주 평범한 새는 아닌 듯하니 현 인류들이 멋모르고 피닉스라고 칭하는 ‘진짜 피닉스의 아류’ 중에 하나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진짜 피닉스는 아니에요.”
―아주 확언을 하는구나.
“당연하죠. 스승님,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고대왕국의 영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피닉스의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황금 털의 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구요. 그리고 황금 털의 사자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드루이드 오러를 최고 수준까지 습득해야만 하지. 그런데 현생인류가 최고 수준의 드루이드 오러를 익히는 건 불가능하다, 이 말을 하려는 게냐?
“맞아요, 잘 알고 계시네요. 사실 그 치료술사 아저씨, 드루이드 오러 습득 방법을 배워 나가면서 ‘내가 반드시 이 오러를 최고 수준까지 익혀 보이겠다.’라고 장담했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나도 아빠도 엄마도 ‘어쩌죠? 그건 불가능한 일인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답니다, 흐흐.”
유리안의 입가에 평소 같지 않은 허탈할 미소가 맺혔다.
혹시 페이건의 반대쪽 어깨에 ‘황금빛 털을 가진 짐승’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면 유리안 자신도 ‘저 빨간 새는 피닉스가 맞는데 무슨 사연이 있어 진짜 모습을 숨기고 있는 건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했을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페이건이 데리고 다니는 짐승은 새 한 마리가 전부였고 저 빨간 새가 피닉스일지도 모른다는 기대 또한 자연스럽게 스러져 간 바 있었다.
“어쩌면 엄마랑 아빠도 절반쯤은 포기한 상태로 피닉스의 알을 내준 건지도 몰라요. 어차피 시간이 멈춘 꿈속에서는 맨날천날 있어 봤자 새로운 피닉스가 태어날 가능성은 없으니까.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치료술사 아저씨의 장담을 믿고 알을 맡긴 걸 거예요. 안타깝게도 실패해 버렸지만.”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리안 네가 그리 말한다면 피닉스가 아닌 게 맞겠지.
자신이 스승 된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지그문트는 유리안의 의견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에게 피닉스라고 알려진 가짜 피닉스들이 아닌 ‘진짜 피닉스’는 고대왕국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고 유리안은 모든 고대왕국인들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혈통을 이어받은 존재였다.
그런 유리안이 저렇듯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하는데 ‘의무의 계승자’에 불과한 자신이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뭐, 그 일은 그렇게 접어 두고 아무튼 그 페이건 클라디우스라는 학생 말이다. 언제가 되었건 간에 우리 탑에 한번 초대를 했으면 하는구나.
“어! 정말이세요? 물론 저야 좋지만… 스승님, 어쩐 일이세요? 스승님께서는 탑에 외부인을 초대하는 걸 안 좋아하시잖아요?”
다소간 침울해진 제자를 달래 주기 위해 지그문트는 미리 준비해 둔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고 유리안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우리 탑 제자들의 마음이란 마음은 깡그리 훔쳐 버린 그 친구 얼굴을 나도 한 번쯤은 보고 싶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로레인이 페이건 클라디우스에 대해서 무척이나 궁금해하더구나.
“우와! 다른 사람도 아닌 로레인 장로님이 외부인에게 호기심을 가지다니 정말이지 놀랄 일이네요.”
평소 로레인이 탑 외부 일에 얼마나 무관심한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는 유리안으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설마 천하의 날파람둥이 같은 후배 녀석이 이제는 하다 하다 중년 아줌마 마법사의 마음까지도 훔쳐내는 데 성공한 걸까?
―그 콧대 높던 카밀라의 마음을 녹인 남자아이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자나 깨나 카밀라 걱정뿐인 로레인으로서는 당연히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지.
“어!”
―그리고 로레인 그 녀석은 아주 예전부터 클라디우스라는 가문에도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느니라. 그렇다면 로레인이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니더냐?
“스승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기는 하네요. 하지만 카밀라의 마음을 녹였다니 스승님도 참, 못 찾아뵌 사이에 과장이 참 많이 느셨네요. 오호호호.”
―과장이라니? 지금껏 너를 제외한 다른 어떤 남자에게도 곁을 허락하지 않았던 아이가 동행을 허락했는데 그게 마음을 녹인 게 아니면 뭐라는 말이더냐?
참으로 지당한 데다 합리적이기까지 한 스승의 반문.
그 반문을 맞닥뜨린 유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말았다.
“어! 그럼 안 되는데….”
―안된다니, 뭐가 안 된다는 말이냐? 카밀라에게 조화로운 인연이 생기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 왔던 건 다름 아닌 너 아니었더냐?
“그, 그렇긴 하죠.”
―왜? 혹시 페이건 클라디우스에게 카밀라를 맡겨서는 안 되는 문제라도….
“아뇨, 문제 같은 건 없어요. 아니, 잠깐만 문제가 있다고 해야 하나….”
영민하기 짝이 없던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고장 난 기계와도 같은 반응을 보여 주는 제자를 보고 있자니 지그문트의 가슴 속에서는 여러 가지 의문이 피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너도 그렇고 크리스틴도 그렇고 왜 페이건 클라디우스라는 이름만 나오면 그렇게 얼빠진 표정을 짓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는구나.
“어! 스승님, 자기한테도 똑같은 걸 물어보셨어요?”
―물어봤지.
“그러니까 자기는 뭐래요?”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자신이 시간을 두고 충분히 지켜볼 것이니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더구나.
“쳇… 약삭빠르기는….”
―응? 유리안 너 지금 뭐라고?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스승의 추궁이 두려웠던 유리안은 손을 내저어 보인 후, 자신의 결론을 들려줬다.
“아무튼 스승님, 이 불초 제자의 의견도 크리스틴과 거의 같습니다.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장래가 촉망되는 우수한 청년이기는 하지만 카밀라와의 장래를 논하기에는 아직 많이 일러요. 응, 응! 아직 너무 일러.”
―그래?
“네, 스승님! 그러니까 로레인 장로님한테 전해 주세요. 이 유리안 알렉세예브 또한 자기만큼이나 열심히 페이건 군을 관찰할 테니 장로님은 우리 둘만 믿고 당분간은 서두르실 필요 전혀 없다구요. 아시겠죠?”
―…그래, 그리 전하도록 하마.
몇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은 있었지만, 당부를 전해 오는 유리안의 표정이 워낙에 진지했기에 지그문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
―그럼 이 일은 이쯤 해 두고, 오펜하이머의 흔적을 찾는 일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느냐?
“으… 쉽지가 않아요. 나름 단서를 찾았다고 생각해 찾아가면 온통 신기루뿐이고… 한 걸음 다가갔다 싶으면 다시 또 한 걸음 멀어져 버리고….”
―그래,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쉬운 일이었다면 애초에 우리가 이토록 고생하는 일도 없었겠지.
‘그림자 검’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유리안은 울상을 지어 보였고 지그문트 또한 씁쓸한 표정을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마법사 중 한 명인 지그문트 이그나셰프에게도 오펜하이머의 흔적을 발견해 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외려 그의 그림자를 탐구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펜하이머에 대한 경외감은 더욱더 짙어질 뿐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제자를 위해서는 언제까지고 그림자 검을 경외의 영역에 고정시켜 둘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지그문트는 오늘도 조바심을 꾹꾹 억누른 채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당장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거라. 설령 네가 졸업을 한다 해도 그곳에 머무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자기도 같이요!”
―그래, 그래. 크리스틴이 원한다면 그 아이도 같이.
자신의 뇌리를 간질이고 있는 조바심의 흔적이 제자에게 전해지지 않기를 바라며 지그문트는 푸근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럼 스승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번에 또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오, 약주 너무 많이 드시지 마시구요!”
손을 힘차게 흔드는 것으로 스승님과의 교신은 끝.
지이익.
수정구의 빛이 사라지자마자 유리안은 침대 밑에 숨겨 두었던 간식 바구니를 향해 손을 뻗었고 커다란 과자 봉지를 집어 든 후 야무지게 씹어 먹기 시작했다.
“나쁜 놈! 우리 예쁜 카밀라랑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될 심산이었으면 애초에 그 독거미한테 아예 여지도 주지 말았어야지.”
조금 전 자신이 뒷소리의 상대를 향해 목석이니 답답이니 했던 건 그새 까맣게 잊은 걸까?
어금니를 부지런히 놀려 과자를 씹어 삼키는 와중에도 그녀는 손가락까지 꼽아 가며 ‘건방진 후배 녀석’과 심상찮은 분위기를 흩뿌리는 사람들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독거미, 카밀라, 우리 자기… 그리고 나.”
우리 자기 다음부터는 목소리가 급격하게 작아진 터라 그 내용조차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녀의 오른쪽 손바닥 위로는 더없이 분명한 모양으로 접힌 네 개의 손가락이 있었고.
“이익!”
건방진 후배 놈께서 고작 6개월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해낸 업적을 새삼 확인하고만 유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분노의 사자후를 토해 낼 수밖에 없었다.
“이거 아주 나쁜 놈이잖아!”
* * *
흔들.
1단계, 목표로 하는 것들과 손가락 끝을 맞춘다.
흔들흔들.
2단계, 「엑셀」이 목표를 포착한 걸 확인한 후 아르카를 아주 약간 불러일으킨다.
흔들흔들흔들.
투두둑.
3단계, 갑작스레 강해진 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유 낙하하는 열매들이 지면에 닿기 전, 작용하는 중력의 방향을 살짝 바꿔 준다.
둥실.
마지막 4단계.
척력(斥力)으로 그 형태를 바꾼 중력의 권능에 힘입어 부드럽게 솟구치는 열매들을 순서대로 잡아 준비해 둔 대형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아 둔다.
‘좋아, 이 패턴으로 간다.’
열매의 수확과 「엑셀」 적응.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공정(工程) 작업을 확립해 내는 데 성공한 나는 두 번째 나무를 겨냥한 채 손을 뻗었고.
―우와앙, 그거 지난번에 나를 쑥 하니 잡아당겼던 그 힘 맞지! 되게 신기하당.
여전히 내 머리 위에 자리를 잡은 채 나무 열매가 추는 춤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북슬이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뭐야? 그거 마술이지, 마술 맞지?
단순한 마나의 운용이나 일반적인 물리법칙으로는 도무지 설명이 불가능한 열매의 움직임이 마술처럼 보였던 걸까?
북슬이는 앞발을 허우적거리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난 녀석의 호들갑을 무시한 채 두 번째 나무를 털어 내는 작업에만 열중할 뿐이었다.
‘…다음 주 중에 마커스 경매의 초대권이 발급된다고 가정하면 실제로 경매에 참여할 수 있기까지 남은 시간은 보름. 키에르고가 세공을 할 시간까지 감안하면 늦어도 이번 달 안에는 1차 수확이 마무리되어야 해.’
팩셰르 앞에서는 금전으로 인한 신용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없을 거라고 장담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마냥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다.
경매라는 건 시류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이었고 마스카 경매는 그 특성상 경매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경우 또한 흔했으니 말이다.
‘일단 급한 대로 1단계 봉인을 푸는 데 필요한 재료들만 우선 구매를 한 후 나머지 물품은… 내 노동력을 투입해서 해결하든지 아니면 보급 창고의 면적을 늘려서 유입되는 자금의 양을 늘리든지 하는 수밖에.’
그렇게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돈을 사용할 궁리를 하며 수확 작업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페이건, 페이건! 사람들의 접근이 감지되었어!
창공에 둥실 떠올라 투시안을 이용해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라무테 님이 내 어깨 위에 내려앉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접근하고 있는 인원은 총 13명. 전원 여자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 최선두에 위치한, 그러니까 무리의 중심으로 보이는 인물은 너도 아는 사람이야. 그게 누구냐면….
‘아일리 바스티아, 맞습니까?’
―어! 어떻게 알았어? 혹시 저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그 사람들이 보이기라도 한 거니?
‘아니요, 현시점에서 전원 여자로 구성된 일군의 무리가 저를 찾아온다고 한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딱 하나밖에 없거든요.’
그래, 지금쯤이면 내가 직접 서명한 협조 요청서가 당신네들한테 도착했을 테니까 슬슬 한 번쯤은 얼굴을 마주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말이야, 평소랑은 달리 당신의 추종자들을 줄줄이 사탕으로 데려온 거 보면 어지간히도 마음이 급하셨나 봐?
「엑셀」에 흐르고 있던 아르카를 완전히 차단한 후 갈고리와 밧줄로 구성된 수확 도구를 집어 들었다.
아일리 바스티아에게 보여 준다고 해서 「엑셀」에 흐르고 있는 아르카의 기운을 알아차리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 독거미에게는 가급적 아무것도 보여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참 신기해, 에지세크 놈들 때문이라도 접점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정작 당신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자리를 피하고 싶은 걸까?’
눈을 감고 정신을 한껏 집중하자 이곳을 향해 접근해 오는 끈적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난 ‘아일리 바스티아가 나에게 원할 거라 추정되는 것’과 ‘내가 그녀에게 알아내야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
‘…좋아.’
서로 간에 목적이 뚜렷한 만남이었기에 항목을 정리하는 건 어렵지 않았고 난 이곳을 향하는, 이제는 질척하기까지 한 발자국 소리를 겨냥해 선전포고를 날렸다.
‘일단은 장단에 맞춰 춤을 춰 주지. 하지만 장담컨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는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