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197)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97)화(197/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197)
“내가 아는 한 유리안 선배님은 폴리다고스에 입교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최고 자리를 놓치신 적이 없으셔. 하지만 이번만큼은 선배님도 조금은 긴장을 하셔야 하지 않을까?”
감히 유리안 알렉세예브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도 조심스러웠던 걸까?
방금 전까지 신나서 떠들던 여학생의 표정이 사뭇 심각해졌다.
“에? 게오르그 선배님께서 완전히 달라지셨다는 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유리안 선배님의 자리가 위협 받을 정도라니, 그건 너무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아니야, 유리안 선배님을 믿고 따르며 존경하는 데다 사랑하기까지 하는 마음은 내가 너보다 컸으면 컸지 절대 작지 않아. 하지만 그런 내가 보기에도 불구하고 게오르그 선배님의 이번 약진은… 심상치 않아.”
이런, 그 마음을 받아 줘야 할 이가 부재한 상황에서의 사랑 고백이라니.
유리안 선배님 좋겠어요, 여기 당신을 사랑하는 소녀가 무려 두 명씩이나 있다고 합니다.
“게오르그 선배님이 대훈련장을 순식간에 반파(半破)시키는 걸 너도 봤잖아? 대훈련장은 최고 강도 수준의 충격도 충분히 견뎌 낼 수 있을 정도로 설계되어 있어. 그런데… 그 단단한 대훈련장이 모래사장처럼 으깨져 버렸어. 여름 방학 동안 게오르그 선배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게오르그 선배님은 완전히 다시 태어났다고 보는 게 맞을 거야.”
“그럼… 넌 다시 태어난 게오르그 선배님한테 유리안 선배님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장담은 할 수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어? 누가 뭐래도 게오르그 선배님은 로덴토 가문의 적장자야. 그리고 지금의 로덴토 가문은 유래 없는 성세(盛世)를 누리는 중이고.”
“하긴 로덴토가 가진 힘이 워낙에 막강하다 보니 게오르그 선배님 본인이 유리안 선배님과 어느 정도 평수를 이룰 정도의 성장만 이뤄 낼 수 있다면 최고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겠네. 어떡하지? 나 네 말을 듣고 나니 설득되는 것 같아. 히잉, 어떡하지. 난 유리안 선배님이 최고가 아닌 폴리다고스 같은 건 싫은데.”
여기까지 염탐을 마쳤을 무렵 내가 주문할 차례가 도래했고 난 이곳을 막 방문했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주문 사항을 말했다.
“카페모카 차가운 걸로 포장해 주세요.”
당초 계획은 옥상 가장자리에 앉아 해가 넘어가는 풍경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마신 후 목적지로 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토록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고.
“주문하신 차가운 카페모카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공자님!”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난 휴대용 용기 너머로 냉기가 전해지는 차가운 커피를 든 채 계단을 향해 잰걸음을 쳤다.
‘대훈련장에서 허세 부리기에 열중하는 중이라 그랬지? 어디 뭐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 꼬라지나 구경하러 가 볼까?’
* * *
쿠르르릉.
“세, 세상에… 7중으로 세워 놓은 훈련 벽이 한 번에 관통되다니….”
“야, 작년에 유리안이 세운 기록이 훈련 벽 6장 아니었어? 게오르그 선배님께서 유리안의 기록을 경신한 거 맞지?”
“그, 그러게… 세상에, 유리안이 세운 기록은 절대로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도 안 되는 기록이 고작 1년 만에 깨져 버린다고?”
형형색색으로 물든 강대한 마나의 기운을 머금은 수정구가 춤을 출 때마다 구경꾼들 입에서는 연신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게오르그 로덴토 주역의 쇼케이스(혹은 차력쇼)가 진행된 지도 어언 네 시간이 흘렀건만, 이 강맹한 폭풍을 일으킨 장본인의 얼굴에서는 피로한 기색을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선배님, 멋지십니다! 그치만 조금은 힘 좀 빼 주세요! 이러다 훈련장 아주 박살 나겠어요!”
“그래요. 물론 위대하고 자비로운 로덴토 가문이라면 이런 훈련장쯤 몇 개고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학생들 모두가 사용해야 하는 시설이잖아요. 히히!”
“선배님! 제가 차가운 음료수 좀 준비해 왔으니 뭐라도 드시면서 잠깐 쉬었다 하세요. 벌써 몇 시간째인데 지치지도 않으세요?”
공연장 한복판 위, 게오르그 로덴토가 선보이는 춤사위가 격해질수록 붕어 똥처럼 따라다니는 따까리들의 환호성 또한 높아졌다.
“됐어, 모처럼 흥이 돋은 참에 휴식은 무슨. 일 없으니까 너나 마셔.”
그 환호와 새로이 얻은 힘에 한껏 취한 광대는 제 딴에는 쿨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광대가 뒤집어쓴 쿨함의 가면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말이다.
쿠쿠쿵.
“역시 다룰 수 있는 수호구(球)의 수가 늘어나니까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어.”
“그러게 말이야, 예전에 세 개를 다루실 때도 폴리다고스 제일의 마법사셨는데 이제는 일곱 개를 다루실 수 있게 됐잖아. 게오르그 선배님 정말 멋져요!”
붕어 똥들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게오르그 로덴토 주위를 맴도는 원형 물체의 움직임 또한 빨라졌다.
주먹만 한 크기를 가진 이 각양각색 구슬의 이름은 수호구.
로덴토 가문의 비전 마나 호흡법인 ‘레드 펄’의 상징과도 같은 마도구였다.
레드 펄을 익힌 마법사들은 수호구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되는데 주인의 뜻을 충직하게 따르는 이 원형 구체를 통해 로덴토의 마법사들은 기상천외한 기적을 자유자재로 선보일 수 있었다.
1학기가 끝나기 전 게오르그가 다룰 수 있는 수호구의 수는 세 개였고 고작 세 개밖에 되지 않는 수호구를 통해 그는 폴리다고스 제일의 마법사 중 한 명으로 손꼽힐 수 있었다.
그런데 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게오르그의 코트 속에는 무려 일곱 개의 수호구가 들어 있었다.
전교생의 시선이 한껏 집중된 대훈련장을 무대 삼아 게오르그는 일곱 개의 수호구가 자아내는 파괴적인 광경을 마음껏 연출해 나갔고.
우르르르릉.
“우와아, 흔들린다!”
“뿜어내는 마나의 파장이 얼마나 강하길래 특수 강화 금속으로 제작된 대훈련장이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일제히 땅속을 파고든 수정구가 자아내는 격한 움직임을 끝으로 게오르그 로덴토 버전2.0이 자아낸 쇼케이스(차력쇼)가 마무리되었다.
“물.”
“여기 있습니다, 선배!”
허세 부리기를 마친 게오르그는 땀 한 방울 나지 않은 얼굴로 손가락을 까닥였고 그의 부름이 있기만을 기다리던 부하는 허겁지겁 달려가 차가운 물병을 건넸다.
꿀꺽꿀꺽.
이 광경 또한 사전에 연출해 둔 구도였기에 게오르그는 정말이지 멋들어진 모습으로 물병을 비워 나갈 수 있었다.
“게오르그 선배님, 지난 학기보다 훨씬 더 멋있어진 거 같지 않아?”
“으, 응… 확실히 폴리다고스는 실력이 최우선인가 봐. 나 솔직히 말하면 저 선배 별로 안 좋아했거든. 그런데… 이런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고 나니 그냥 입이 떡 벌어지네. 참, 같은 남자가 봐도 저렇게 멋있는데 여자인 넌 오죽하겠어.”
비록 그 빤들빤들한 얼굴 속에는 ‘미인이면 군침을 삼키고 보는 추악한 짐승’이 숨어 있었지만 어쨌거나 외견만큼은 봐 줄 만한 게오르그였기에 여기저기서 숨이 멎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숨 멎는 소리를 만끽하는 것으로 비대해진 자존심을 채우는 데 성공한 게오르그는 고개를 돌려 ‘지금 이 모습’을 너무나도 보여 주고 싶었던 여인에게 말을 건넸다.
“아일리, 왔으면 왔다고 말이라도 하지 그랬니. 귀인께서 모처럼 나를 보러 와 주셨는데 이리 험악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으니, 이거 참 민망한걸.”
“어머! 아니에요, 사실은 오빠한테 인사를 건네고 싶었는데 훈련에 열중하고 계신 것 같아서 조금 기다렸어요. 그런데 조금 보다 보니까 오빠가 보여 주는 모습이 너무 멋져서 인사를 드리는 것도 잊어버린 거 있죠.”
“멋지다니, 하하!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웃어넘기고 말았겠지만 네가 그런 말을 해 주니 이거 참 기분이 남다른걸.”
선배님이나 선배가 아닌 오빠.
하지만 유독 달콤한 울림을 머금은 그 한마디에 한껏 달아올랐던 게오르그의 마음이 순식간에 식어 버렸다.
“무스카… 너도 와 있었나?”
“딱히 오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나 아일리가 선배님께 인사를 드리러 같이 가자며 조르는 바람에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팔짱을 낀 채 아일리의 등 뒤에 서 있는 푸른 머리카락의 남자를 목격해 버린 것이다.
“방학 중에 큰 깨달음을 얻으신 것 같군요. 선배님의 성취를 축하드리는 바입니다.”
“그래? 네가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늑대 새끼처럼 낑낑거리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말도 할 줄 알았나? 아니면 못 본 사이에 철이 들기라도 한 건가?”
가시가 돋쳐 있다 못해 스치기만 해도 피가 철철 넘쳐 흐를 것만 같은 날 선 대화가 두 사람 사이에 오갔다.
“저 두 선배님 또 시작이네.”
“그러게 말이야, 저 두 분은 왜 저렇게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걸까? 역시 사이에 껴 있는 바스티아 선배님 때문일까?”
아일리의 매혹적인 육체를 갈망하는 게오그르 입장에서는 늘 그녀와 붙어 다니는 무스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무스카도 자신을 적대시하는 게오르그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마주칠 때마다 불꽃을 튀기고는 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뭐, 두 분 다 바스티아 선배랑 염문(艶聞)을 흩뿌린 적이 여러 번이잖아.”
“그런데 바스티아 선배님께서는 최근에 그 페이건 클라디우스한테 푹 빠져서 올인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지 않아?”
“쉿, 조용히 해! 너 게오르그 선배님한테 끌려가서 경치고 싶어!”
입으로는 겁이 나니 어쩌니, 하면서도 이 광경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별처럼 빛을 발하는 선배들의 연애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는데 여기에 삼각관계까지 더해졌으니 이 흥미진진한 구도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이다.
“네가 모처럼 덕담을 해 줬으니 나도 충고 한마디 해 주도록 하지. 무스카 벨타지온, 네가 유리안 알렉세예브를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들었지.”
둥실.
바닥에 뚫고 들어가 있던 수호구가 허공으로 돌아와 빛을 발했다.
마치 무스카를 위협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말이야, 이제부터는 아래쪽도 좀 보고 사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다가는 지난 수년간 네가 차지하고 있던 폴리다고스의 2인자 자리도 위태로워질 수도 있거든.”
“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설령 저를 이 자리에서 밀어낼 사람이 생긴다 해도 그게 선배는 아닐 겁니다.”
“뭐?”
“진심을 담아 조언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선배님의 손으로는 제가 가진 것들 중 그 어느 것 하나 빼앗을 수 없을 터이니 저를 상대로 적대감을 보이는 건 이쯤에서 그만둬 주셨으면 합니다. 괜한 일에 시간 낭비를 해 봤자 서로 피곤하기만 할 뿐이니까요.”
‘어떤 것’을 언급할 때 무스카의 시선은 ‘누군가’에게 닿아 있었고 그 사실을 파악한 순간, 게오르그는 뇌가 하얗게 익어 버리는 듯한 분노를 느껴야만 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내가 무슨 수를 쓴다 해도 너의 그 심장 속에 박혀 있는, 유리안 알렉세예브를 향한 그 추악한 열등감을 뺏어 올 수는 없겠지.”
“맞습니다. 확실히 열등감은 사람을 추하게 만드는 법이죠. 지금 선배님의 모습을 보니 그 사실을 아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딴에는 머리를 굴려 무스카의 약점을 공략해 봤지만, 게오르그 따위가 건드리기에는 무스카가 품은 평정심이 너무 깊었고 게오르그는 본전도 찾지 못한 채 눈을 부릅떠야만 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날을 세우고도 아직 할 말이 남아 있기라도 한 걸까?
무스카는 게오르그의 도끼눈을 본체만체 이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제3자를 무대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페이건 클라디우스, 네 생각은 어떻지?”
한번 살의를 품은 사냥감을 놓치는 법이 없는 늑대의 본능이라고나 할까?
게오르그의 쇼케이스가 끝나기 30분 전쯤, 조용히 대훈련장에 들어온 페이건을 포착해 낸 무스카는 평소의 그답지 않은 미소를 지은 채 페이건을 무대 한복판으로 소환했다.
‘…역시 감은 저놈이 제일 좋군. 제법 주의해서 기척을 숨기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건가?’
힘자랑에 여념이 없던 로덴토가의 얼간이는 물론 음흉한 계책을 펼쳐 내느라 여념이 없던 독거미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자신의 진입.
그 섬세함에 약간의 경의를 표한 후 페이건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생각이라니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걸까요?”
“너도 게오르그 선배님께서 무려 일곱 개나 되는 수호구를 사용해 이 훈련장을 부셔 놓는 걸 봤잖아. 이 놀라운 신위를 목격한 소감을 묻는 거야.”
“글쎄요. 이미 선배님께서도 소감을 밝히신 바 있고 이토록 많은 분들이 그 광경을 똑똑히 목격했는데 굳이 제가 입을 열 필요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그럴 필요가 있지.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지난 학기 내내 폴리다고스를 뒤집어 놓으신 바 있는’ 주인공의 소감이 무척이나 궁금하거든.”
무스카의 뜬금없는 행동으로 인해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으킨 전화(戰火)는 한층 더 거세어졌고 이 광경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흥미 또한 배가되었다.
“어머! 페이건 클라디우스도 여기 와 있었던 거야?”
“세상에… 그럼 이제 폴리다고스에서 제일 유명한 남학생 네 명 중에 세 명이 한자리에 모인 거네.”
“그래, 여기에 유리안 선배만 계시면 진짜 완전체인데. 가만, 그러고 보니까 페이건 클라디우스랑 바스티아 선배가 숲속에서 이것저것 같이하고 있다면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게오르그 로덴토가 보여 준 신위에 열광하던 관객들의 시선은 어느새 세 남자와 한 여인을 둘러싼 관계의 소용돌이로 향했고.
어느새 그 소용돌이의 중점에 서 버린 1학년 에이스는 평소의 무덤덤한 표정을 한 채 말했다.
“글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드릴 말씀이 따로 없습니다. 애초에 주의 깊게 보지를 않아서요.”
“뭐?”
게오르그가 보여 준 경이롭기까지 한 광경과는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무덤덤하다 못해 시큰둥하기까지 한 그 반응에 무스카조차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에 기름을 뿌리는 듯한 도발적인 발언이 곧바로 뒤를 이었다.
“로덴토 선배님께는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처음 5분 이후로는 딱히 열심히 보지를 않은 터라 따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수호구가 보여 주는 움직임 자체는 굉장히 위력적이었지만 제가 따분한 걸 참고 볼 수 있는 성격이 못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