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화(2/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
마나.
기사의 검이 대지를 가를 수 있게 하고, 마법사의 마법에 하늘을 찢어발길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기적의 힘.
기사, 마법사, 정령술사, 무투가, 연금술사, 치료술사, 레인저 등등.
마나를 다룸으로써 권능을 손에 넣는 초인들의 부류는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그들에게 적용되는 공통점이 있다면 수련을 통해 심장에 ‘마나 고리’를 만들고 그 고리를 통해 초월적인 힘을 얻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세상에는 ‘마나 능력자 = 마나 고리 보유’라는 공식이 진리처럼 여겨지고는 했다.
피식.
돌연 내 입가에도 스승님의 그것을 닮은 미소가 지어졌다. 스승님의 호탕한 목소리가 다시금 떠오른 탓에 웃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거라. 명색이 암살자라는 놈이 마나 고리를 덜렁거리고 다니면서 ‘사실 나는 마나 능력자입니다. 그러니 부디 조심하세요!’라고 떠들고 다닌다면 그것만큼 우스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느냐?] [지금부터 나는 마나 고리 없이 마나를 축적하는 방법을 전수해 줄 것이고 이게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이런 괴상망측한 방법은 어디서 알았냐고? 글쎄. 정확한 기원은 나도 몰라. 젊은 시절 우연히 빠지게 된 고대 유적에서 발견한 호흡법이거든. 그런 터라 나도 이 호흡이 고대 왕국의 유산이라는 것 정도만 알지 나머지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해.] [다만 경험을 통해 이 호흡법이 정령술사 놈들이 익히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지. 자연과의 교감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말이야.] [하지만 그 기원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어? 중요한 건 떠돌이 용병1에 불과하던 내가 이 호흡법 덕분에 대륙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암살자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오직 나만이 알고 있던 이 호흡법을 네 녀석 또한 알게 될 거라는 사실이지.]스승님이 가르쳐 준 고유 호흡법 ‘아르카’.
아르카는 호흡법으로써의 뛰어난 성능뿐만 아니라 그 사용자가 가진 힘을 효과적으로 숨길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 또한 가지고 있었다.
피와 근육에 마나를 저장하는 아르카의 특성상 상대방은 마나 고리를 보유하지 않은 아르카의 사용자가 마나 능력자라는 사실을 감지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 장점을 이용해 불가능할 것처럼만 보이던 수많은 살행(殺行)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아르카의 1단계를 완전히 마스터하는 데 1년 정도가 걸렸던가?’
그리고 내가 스승님의 곁을 떠나던 그 날.
[너도 알고 있겠지만 아르카는 그 단련 정도에 따라 일곱 가지의 단계로 나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중 4단계까지를 마스터한 바 있지. 아마도 너라면 언젠가 6단계 정도까지는 익힐 수 있을 게다. 그리고 나는 고작 4단계의 배움을 가지고도 대륙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암살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네 녀석이 언젠가 6단계의 경지를 마스터하는 데 성공한다면….]스승님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해 주셨다.
[그때는 암살의 신이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스승님의 안목은 정확했다. 아르카의 3단계를 마스터한 후 스승님의 곁을 떠난 나는 일흔 살이 되던 그해 6단계를 마스터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사람들은 나를 암살의 신이라고 부르고는 했으니까.
“후우후우….”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드러누워 아직은 짤막하기만 한 팔다리를 내키는 대로 까닥이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스승님이 가르쳐 주신, 그리고 내가 수십 년간 익혀온 아르카의 비전이 피에, 근육에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안타깝게도 수련을 시작한 지 1년이 경과한 지금, 내 아르카는 아직도 1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아직 어린아이의 몸이다 보니 여러 가지 제약이 발생하는 터라 마음 편히 수련에 몰두하는 건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어쩌면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전생에 익혀 왔던 암살법을 다시 체득할 필요성 따위는 없었는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나는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의술 명가 클라디우스의 후계자니까.’
여전히 벌렁 드러누운 채 눈을 뜨자 천장에 아로새겨진 황금 방패 문양이 한눈에 들어왔다.
‘중앙의 황금 방패는 클라디우스의 견고함을, 방패를 감싸는 여덟 장의 날개는 클라디우스가 간직해야 할 숭고한 뜻을.’
몇백 번은 들은 터라 이제는 완전히 귀에 익어버린 클라디우스의 맹세.
이 맹세를 볼 때마다 내가 암살의 신이 아닌 ‘페이건 클라디우스’임을 새삼스레 깨닫고는 한다.
“클라디우스, 숭고한 클라디우스.”
아직까지 피부로는 와닿지 않는 나의 가문을 다시금 중얼거려 본다.
드넓은 대륙에는 수없이 많은 국가들이 있고, 각각의 국가에는 그 나라를 지배하는 귀족 가문들이 있다.
검, 마법, 돈, 격투, 기술, 정령.
각각의 특성을 내세워 저마다의 패권 다툼에 몰두한 귀족 가문.
그 숱한 귀족 가문 중에 치료술을 특기로 삼아 자신의 영역 확대를 도모하는 ‘의술 명가’를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법 많은 수가 존재하는 의술 명가들 사이에서도 클라디우스는 조금, 아니 상당히 특별했다.
‘가장 낮은 곳을 향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자비의 사자들’ 그리고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는 회색분자’.
클라디우스를 따라다니는 오래된 이명(異名) 둘.
‘치료술’이라는 건 제법 귀한 가치가 나가는 기술이었고, 때문에 이름깨나 날린다는 의술 명가들은 다른 거대한 세력에 편승해 이익을 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클라디우스는 자신들의 탁월한 기술을 특정 가문만을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 사용해왔고, 덕분에 클라디우스를 보는 대륙인의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힘없고 고통받는 백성들을 도와주는 구원자’ 혹은 ‘의뭉스러운 위선을 부리며 누구의 편에 서지 않은 채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회색분자’.
만약 클라디우스가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이 가문은 이들을 경계하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진즉에 험한 꼴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결코 쉽지 않은 이 항해 최선두에 서서 키를 잡고 있는 클라디우스 호의 선장이 바로.
‘존경해 마지않는 나의 아버지, 티베리 클라디우스라는 말이지.’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아버지의 강인한 턱과 텁수룩한 수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시간을 확인한 나는 오늘의 호흡법 수련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부자리를 다시금 가지런히 편 후 그곳으로 쏙 들어가 눈을 감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유모가 나를 깨우러 올 것이다.
(유모가 알고 있는)평소의 내 기상 시간은 이것보다는 조금 더 여유가 있었지만 오늘은 유모의 방문이 조금 더 이를 예정이었다.
오늘은 나의 후계자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 번째 날이었으니까.
저벅저벅.
“흐흐흥♫.”
자리에 누워 눈을 감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 저편에서 흥겨운 콧노래가 들려왔다.
최근 들어 간식량을 늘린 덕분에 한층 더 묵직해진 발걸음, 그리고 언제나처럼 흥얼거리는 저 멜로디.
덜컥.
“도련님! 도련니임! 일어나실 시간이에요!”
화들짝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도련님, 우리 짹짹이들이 도련님 눈뜨시라고 짹짹거리는 소리 한번 들어보세요! 얼른!”
활기찬 소리와 함께 젖혀지는 창가의 커튼과 (다시 한 번)활짝 열리는 창문.
“으응… 유모? 지금 몇 시야?”
“오전 일곱 시가 조금 넘었답니다. 도련님,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일찍 일어나셔야 한다고 마님께서 어젯밤에 말씀을 하셨죠?”
그리고 내 뺨에 부드럽게 와닿는 통통한 손바닥.
“으응… 기억나.”
“역시 우리 도련님! 참 기특하시다니까!”
굳이 잠에서 깨어난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귀염둥이 도련님을 깨우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보람이랍니다!’라는 듯한 표정의 유모를 보고 있자면 이런 식의 철부지 연기를 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차! 그럼 우리 도련님, 일어나실까요!”
내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넣은 채 유모는 내 뺨에 입을 맞췄다.
여타의 귀족 가문이라면 이런 식의 스스럼 없는 행동이 용납되는 일은 없을 테지만, 유모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나에게 애정을 쏟아부었다.
이곳은 클라디우스의 땅이었고, ‘순수한 애정을 쏟아붓는 것은 결코 죄가 될 수 없다’라는 것이 어머님의 지론이었으니까.
“도련님, 우리 밥 먹으러 가요. 이 유모가 도련님이 좋아하시는 메뉴로 아침상을 아주 잔뜩 차려놨답니다.”
“우웅, 알았어.”
나는 아직 잠에서 덜 깬 표정을 연기한 채 유모의 손을 잡고 방문을 나섰고, 열린 창틈 사이로 스며들어 오는 아침 바람이 나의 수업 첫날을 축하해 주었다.
* * *
휘이이잉.
아침 식사를 마치고 몸단장을 한 후 나서는 길. 길을 잃은 바닷바람이 불어와 뺨을 찰싹하고 후려갈겼다.
“에그머니! 무슨 놈의 바람이 이렇게 거세게 분담! 도련님 춥지 않으세요?”
“아니요. 괜찮아요.”
가지런히 뻗은 돌계단을 오르며 난 고개를 내저었다.
“아휴! 이렇게 바람이 세게 불 줄 알았으면 옷을 더 두껍게 입혀 드릴걸. 도련님, 계단을 오르시느라 다리 아프시죠? 쇤네가 업어 드릴 테니 이리 오세요.”
“아니요. 아버지를 뵈러 가는 길이잖아요. 나를 생각해 주는 유모의 마음은 고맙지만 그래도 내 발로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고 싶어요.”
“아이고! 우리 도련님! 어쩜 이리 씩씩하신지!”
별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을 떠는 유모를 뒤로 한 채 시선을 좌우로 돌렸다.
철썩철썩.
쏴아아아.
사방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쉬지 않고 불어오는 바닷바람.
그리고 아직은 그다지 넓을 것도 없는 시야로 쏟아져 들어오는 푸른 바다.
‘아… 좋다!’
유모의 눈을 피해 나는 새삼스레 감탄을 터트렸다. 정말이지 ‘섬’ 정상을 향하는 돌계단 위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언제 보아도 절경이었다.
‘에스페타라.’
두 번째 삶을 얻은 이후 내가 줄곧 살아온, 그리고 클라디우스 가문을 길러 주고 보호해 주는 푸른 바다의 고도(孤島).
바다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섬인 탓에 일견 외롭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 외곽을 감싸고 있는 숲에는 온갖 종류의 식물과 꽃이 만발한 덕분에 에스페타라는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난 5년간 난 바다와 숲이 선사하는 축복에 둘러싸여 행복하고도 풍요로운 유년기를 보낼 수 있었다.
“도련님, 긴장되지는 않으세요? 오늘이 첫 수업이시잖아요.”
“으응… 조금 긴장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걱정이 되거나 하지는 않아요. 이건 클라디우스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과정이니까.”
“아이고! 씩씩하신 데다 의젓하시기까지! 정말이지 쇤네는 도련님만 보고 있으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라니까요.”
“그치만 오늘 아침밥도 두 그릇 먹었잖아요?”
“그, 그거야… 오늘부터 도련님을 한층 더 잘 뫼셔야 하고, 그러려면 저도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니까! 흐, 흠 아무튼 도련님! 힘내세요! 쇤네를 비롯한 이 섬 식구 모두는 도련님을 응원하고 있으니까요!”
“고마워요. 유모. 나 최선을 다할게요.”
바쁘신 어머니를 대신해 줄곧 나를 보살펴 준 유모와 손을 잡은 채 난 부지런히 돌계단을 올랐다.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 하여 오늘이 여느 날처럼 평범한 하루인 건 절대로 아니었다.
이 계단의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대륙 제일의 의료명가 ‘클라디우스’를 이끌고 있는 현 가주이자, 사사로이는 나의 부친이 되는 ‘티베리 클라디우스’였으니까.
마침내 도달한 계단의 끝.
“왔느냐? 페이건.”
“예, 아버지.”
치료술사라기보다는 전사를 연상케 하는 풍채를 가진 아버지는 커다란 목소리로 나를 반겨 줬고, 난 어느새 땀으로 촉촉해진 유모의 손을 놓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섰다.
“수업의 첫날이니만큼 마음의 준비는 잘하고 왔겠지?”
“물론입니다. 부족하지만 아버지와 가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하! 그래! 그런 마음가짐이면 되었다.”
아버지의 호탕한 웃음소리.
마주하고 있는 두 개의 책상.
사전에 준비가 완료된 각종 치료술 교재와 마나의 흐름을 감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각종 장비.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그럼 바로 수업을 시작해 볼까!”
그리고 다시 한번, 조금 더 세게 내 뺨을 때리는 바닷바람.
난 차분하지만 단호한 걸음걸이를 내디디며 마냥 평화롭기만 했던 유년기와 작별을 고하는 각오를 밝혔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저는 언제라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