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0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00)화(200/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00)
“하아….”
저만치 떨어져 있는 호수로 시선을 돌리자 여전히 거대하기만 한 물뱀이 일으키는 파도가 시야에 들어왔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기보다는 자연재해 그 자체가 생명을 갖춰 현실에 등장했다고 하는 게 어울릴 법한 거대 물뱀.
그리고 지금부터 그 물뱀을 낚싯대로 낚아 올려야 하는 나.
“그래, 하라시면 해야지. 마침 정말 혹시나 싶어 예비용 낚싯대도 준비했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고 황망함의 사막을 헤맬 수만은 없는 일이었기에 난 애써 정신을 수습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봐, 당신 아무리 그대로 후손을 상대로 너무하는 거 아냐? 이왕 주기로 마음먹은 거 그냥 좀 쉽게 내주면 좀 어때서!’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어쨌거나 난 심보 고약한 우리 조상님에게서 유산을 받아 내야만 하는 입장이었고 그 지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건 투덜거림이 아니라 행동이었으니까.
“그래, 까짓것 해 보자고. 난 낚시를 좋아하니까 잘 됐지 뭐.”
천막 한구석에 던져 놓은 가방을 뒤져 조립식 낚싯대를 꺼내 든 후 그 끄트머리에 침을 날릴 때 사용하는 실을 매달았다.
이걸로 낚싯대는 일단 구색을 갖췄고 다음으로 필요한 건 미끼인데….
어떻게 무슨 미끼를 해야지 입질이 오려나?
―세상에나! 오르페우스도 정말 너무하네. 저렇게 큰 뱀을 사냥하는 것도 아니고 낚아 올리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꾸민 거야?
―걔는 원래 태연한 표정으로 엉뚱한 일을 잘했잖아? 이번에도 그런 거겠지 뭐.
어느새 내 양쪽 어깨에 자리를 잡은 마스코트들이 저마다의 원성을 토해 냈다.
―그래도 다른 게 아니라 낚시라서 다행이다, 헤헤.
―벨제키엘, 너 자꾸 헛소리할래? 다행이기는 뭐가 다행이야!
―페이건은 어릴 때부터 낚시를 좋아했잖아? 그리고 가만히 앉아서 물을 들여다보는 게 뭐가 재밌냐고 내가 물어볼 때마다 ‘세월을 낚는 데는 이것보다 좋은 게 없어.’라는 소리를 했단 말야. 흐흐, 어디 세월을 낚는 솜씨가 어떨지 구경 좀 해 볼까!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나에 대한 도발을 섞어 넣는 북슬이.
‘야, 초대형 롤빵. 계속 신경 거슬리게 하면 널 미끼 대용으로 매달아 던져 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그 입 좀 다무시지.’
라고 하고 싶은 걸 꾹 참고 미끼 투척 작업에 들어갔다.
휘리릭.
낚싯대에 매달린 것과 같은 재질의 실이 날아가 주변에 있는 거대한 바윗덩이를 묶었다.
그리고 낚싯대를 쥔 반대쪽 손으로 바위를 겨냥한 후 아르카를 운용하자 「엑셀」이 또 한 번 힘을 발휘했다.
둥실.
“라무테 님, 물이 굉장히 많이 튈 테니 제 등 뒤로 숨으세요. 북슬이 너도!”
―우와아! 그렇게 큰 바위로 뭐 하려고?
“일단은 준비된 미끼가 없으니 충격이라도 줘 봐야지. 혹시 또 알아? 저 정도 크기의 바위가 갑자기 떨어지면 깜짝 놀란 물뱀이 튀어나올지도.”
―응? 난 낚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보통 물고기를 낚을 때는 시끄럽게 굴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건 평범한 낚시를 할 때나 통용되는 말이고 규격 외의 월척을 노려야 할 때는 그 대응법도 달라져야 하는 법이야.
첨버어어엉.
그렇게 집채만 한 크기의 바위가 호수를 향해 수직 낙하했고 그 여파로 인해 엄청난 물보라가 터져 나왔다.
“물어라!”
피이잉.
물보라가 절정을 이룰 무렵 낚싯대를 떠난 실이 호수 아래로 빨려 들어갔고.
“반응이 왔어!”
―정말! 그럼 얼른 당겨야지 뭐 하고 있어!
―페이건, 힘내!
잠시 후 지금껏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묵직한 손맛이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흥분한 물뱀이 내가 던진 실을 그대로 물어 버린 것이다.
“흐읍!”
그리고 물뱀과의 줄다리기가 동원된 순간 곧바로 아르카를 발동시켰다.
우우웅.
지난 수십 년간 나를 지켜 준 믿음직스러운 친구는 순식간에 혈관과 근육 사이사이로 파고들어 갔고 난 최대한의 근력을 발휘해 낚싯대를 끌어당겼다.
―어어, 팽팽해! 근데 혹시 실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어쩌지?
“안… 끊어져. 저 실은… 절반쯤은 내 마나 자체라서… 내가… 죽거나… 정신을… 잃기 전에는… 끊어질 일 없어!”
―그럼 낚싯대는? 어! 얘도 엄청나게 휘었네.
“낚싯대는… 일단… 부카만 씨한테 특별 주문을… 한 물건이기는… 한데… 모르지… 일단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는 수밖에!”
환생한 이후로 이 정도까지 힘을 써 본 건 이번이 처음이기에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갈라진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갸갸갸!”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성공적인 암살을 해내기 위해서 속도나 기술이 중요할 뿐 근력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었지만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사실 힘과 균형감각이야말로 암살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였다.
백척간두 같은 고층 건물 위를 뛰어다닐 때 필요한 것도, 새끼손가락 하나에 의지한 채 허공에 매달리는 걸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결국은 근력과 균형감각.
그리고 아르카가 전생의 내 곁에 항상 있어 준 덕분에 난 암살의 신이라 불리는 그 순간까지 근력 부족을 느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으다다다다다!”
―힘내라, 힘내라! 페이건!
―페이건, 조금만 더 힘내! 물뱀의 머리도 이제 거의 호수 바깥으로… 는 아니구나.
그런데 전생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근력 부족을 여기서 실감하게 될 줄이야.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서 낚싯대를 당겨 봤지만, 찌 너머의 괴물은 요지부동이었고.
“푸하… 안 돼. 지금 이 상태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돼!”
결국 내가 먼저 포기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태앵.
마나 주입을 멈추자마자 낚싯줄은 그대로 끊어져 버렸고 난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억누르며 그 자리에 드러누워 버리고 말았다.
―으… 비록 승부에서는 졌지만 어쨌거나 고생 많았어.
―페이건, 몸은 괜찮니? 팔이나 가슴 쪽 근육에 이상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고?
“네에… 하아, 하아… 몸은 괜찮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수 쪽으로 시선을 돌려 봤지만, 표면 위에는 놈과 나의 줄다리기가 빚어낸 파문만이 가득할 뿐 물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놈의 주둥이에 낚싯줄을 물리는 데는 성공했고 죽을힘을 다해 당겨 보기까지 했지만, 결국 힘겨루기에서 완패해 버리고 만 것이다.
―페이건, 저녁을 너무 일찍 먹어서 이렇게 된 걸 수도 있으니까 내일은 낚싯대를 던지기 전에 밥을 잔뜩 먹고 다시 한 번 해 보자!
“북슬아… 하아, 밥 좀 더 먹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하아, 애초에 중량이랑 근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그래도 밥심이라는 게 있으니까….
“이 정도의 중량 차이를 밥심으로 극복하려면 식당 건물에 있는 모든 식량을 나 혼자 먹어치워야 할걸. 그것도 한 끼에 말이야. 아… 그래도 안 되려나?”
―히잉, 그럼 어떡해?
“처참한 패배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금 전의 줄다리기가 아예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니야. 패배를 통해 한 가지 배운 점이 있거든.”
벌컥벌컥.
수통을 높이 들어 얼굴 위로 그대로 부어 버렸다.
절반 정도는 목구멍 안쪽으로 들어오고 나머지 절반은 뺨을 따라 흘러내렸지만 그래도 차가운 냉수가 얼굴에 닿으니 쭉 빠졌던 진이 조금은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저놈을 낚아 내기 위해서는 균형을 흐트러뜨려야 돼. 줄다리기 내내 저놈의 자세를 유심히 봤거든. 그런데 내가 힘을 줄 때마다 저 대가리만 까닥거리고 몸통은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어. 저 물뱀이 저렇게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한 죽었다 깨어나도 못 끌어올려.”
결론적으로 보자면 이번에도 균형감각이었다.
중량이며 근력 차이가 이 정도로 압도적인 이상 내가 놈을 낚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괴물의 자세를 무너뜨리는 것뿐이었으니까.
“가장 명쾌한 방법은 마법이든 폭탄이든 호수로 잔뜩 집어던져서 물을 깡그리 증발시킨 후 한껏 당황한 놈의 대가리에 낚싯줄을 묶어 버리는 건데….”
―저기 페이건, 이런 말도 안 되는 과업을 맞이한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방법은 너무….
“그렇죠. 오르페우스 님의 취향을 생각하면 이런 식의 과격한 방법이 정답일 리가 없죠. 그럼 결국 낚시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건데… 일단은 가장 빠르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에 집중을 해 봐야겠지요.”
―가장 빨리 바꿀 수 있는 요소라니, 그게 뭔데?
“미끼, 오르페우스 님이 정말로 낚시를 의도하고 이런 무대를 만들어 놓으신 거라면 결국 해답은 놈의 주둥이에 채워 넣을 미끼겠지.”
나날이 동글동글해져만 가는 북슬이의 머리통을 주물럭대고 있자니 머리끝까지 솟구쳤던 짜증이 조금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아주아주 맛있는 미끼의 경우 그 미끼를 찌에 끼우는 것만으로 수면 아래의 물고기들을 잔뜩 흥분하게 만들 수도 있거든. 저 물뱀 놈의 입맛에 맞는 미끼를 준비해 오면 잔뜩 흥분한 놈이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르지 않겠어? 그럼 놈의 자세 또한 흐트러질 테니까 그때 잽싸게 낚아채는 수밖에.”
―흐음… 그럼 괴물을 흥분시킬 수 있을 정도의 맛있는 미끼는 뭐가 있을까?
“그건… 지금부터 고민을 해 봐야죠.”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에서 물기를 털어 내기 위해 앞머리를 쓸어 올리다 보니 서서히 푸른 빛으로 물들어 가는 쌍두 도마뱀자리가 보였다.
이 짓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온통 붉은 빛이었던 도마뱀은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제 유일하게 붉은색으로 남아있는 저 눈동자마저 푸르게 변하면 쌍두 도마뱀자리의 시간도 끝이 날 터.
‘5, 4, 3, 2, 1.’
결국 쌍두 도마뱀의 전신은 푸르게 변했고.
―페이건! 그 물뱀이 사라지고 있어. 어!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네.
―아아! 이 마법은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만 발동되는 거였구나. 도마뱀의 시간 내에 낚아 올리라는 건 이런 뜻이었나 봐.
호수를 가득 채웠던 괴물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후우… 일단 내일도 오후 수업이 있으니 지금은 못 잔 잠을 마저 자야겠네요. 그리고 내일 수업은 마친 후 그곳에 가야겠어요.”
눈을 감자 그간 수행해 왔던 오르페우스의 과업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왕 풍뎅이의 뿔’과 ‘황금목 지하의 박쥐 괴물’ 그리고 ‘아스라의 숲에 뿌리를 내린 부란다’까지.
이 중에 이번 물뱀 낚시와 가장 유사한 형태를 가진 과제를 뽑자면 역시 박쥐 괴물 사냥일 것이다.
그렇다면 박쥐 사냥의 단서를 찾아낸 그 장소에서 다시 한 번 답을 강구(講究)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 터.
행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눈을 반짝이고 있는 마스코트들과 시선을 맞춘 후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장서관으로 갈 겁니다. 그곳에서 그레이트 웜과 관련된 정보를 찾다 보면 단서도 나오지 않겠어요?”
* * *
“하아암… 무스카. 네가, 그것도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웬일이야?”
“어젯밤에도 찾아왔었어. 사용인들에게 전해 들었을 텐데?”
이른 아침.
무스카는 굳은 표정을 한 채 아일리를 찾아왔고 아일리는 속옷 위에 헐렁한 셔츠 한 장만을 걸친 야릇한 복장으로 그를 맞이했다.
“아아… 맞네, 그런 말을 전해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미안, 로덴토 오라버니께서 자꾸만 붙잡는 바람에 귀가가 늦어졌지 뭐야… 우우웅.”
아일리가 과장된 동작으로 기지개를 켜는 바람에 무릎 위에 걸쳐져 있던 셔츠가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치켜 올라갔고 본의 아니게 그 아찔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 무스카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 요망한 계집이 습관처럼 내보이는 이런 류의 천박한 행동에 새삼 분노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풋! 또 흥분한 거야? 너도 참 어지간하다. 차라리 다른 의미로 흥분했다면 보는 재미라도 있었을 텐데. 그쪽으로 죽었다 깨어나도 흥분 같은 거 안 하면서 왜 그렇게 바락바락하는지 모르겠네.”
“…!”
“알았어, 알았으니까 인상 그만 쓰고 들어와. 안에 들어가서 단둘이 얘기하면 되잖아, 응?”
아일리는 언제나처럼 나긋나긋한 동작으로 멍멍이를 잡아끌었고 무스카는 눈썹을 한차례 파르르 떨어 보인 후 마녀의 보금자리로 들어왔다.
“사과 주스랑 오렌지 주스 있고 네가 원한다면 홍차랑 커피도 가능해. 아! 좋은 와인 들어왔는데 그거 맛 좀 볼….”
“섭정께서는 게오르그에게 가해진 시술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 거야?”
“일단 숨 좀 돌리고! 나 지금 막 일어났단 말이야! 무스카 너는 도대체 사람이 왜 그래? 숙녀의 방에 들어왔으면 우선….”
“개소리 집어치우고 묻는 말에나 답해. 섭정께서 게오르그가 획득한 힘에 대해 알고 계시는지 물었어.”
“…그게 왜 그리 궁금한데? 게오르그가 방학 중에 모켈레의 시술을 받을 거라는 건 너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잖아?”
능글거리기를 멈추지 않는 아일리의 뻔뻔한 태도 앞에 결국 무스카의 눈썹이 다시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게오르그 로덴토가 모켈레의 신체 개조 시술 대상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고작 한 번의 시술을 받았을 뿐인 게오르그가 그 정도로 강력한 힘을 얻게 되리라는 건 예상치 못했던 바였기에 무스카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오르그 놈은 결국 불쏘시개 역할에 불과하고 무엇보다 놈은 앞으로도 몇 번의 시술을 더 받아야 해. 그런데 이제 겨우 첫 번째 시술을 받았을 뿐인데 그 정도로 강해졌다고?’
어제 본인 앞에서는 태연한 척을 했지만, 사실 게오르그가 보여 준 힘은 놀라운 수준이었고.
자신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게오르그의 위력에 무스카는 강한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설마 무스카 너, 게오르그가 얻은 힘에 깜짝 놀라기라도 한 거야? 만약 그렇다면 실망. 난 오히려 게오르그는 더욱더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아일리는 외려 무스카를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고 이내 확인 사살을 하듯 한마디를 덧붙이기까지 했다.
“우리가 게오르그 로덴토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로덴토 전체야. 그리고 게오르그가 저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어야 자신의 아들을 타샤드의 차기 황제로 만들겠다는 버크 로덴토의 발칙한 망상이 더 크게 부풀어 오르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