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01)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01)화(201/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01)
타샤드의 차기 황제.
남다른 중압감을 가진 그 말이 아일리의 입에서 나온 순간, 당장이라도 끓어오를 듯 부글거리던 무스카의 기세 또한 누그러들고 말았다.
버크 로덴토가 품은 저 ‘위험하고도 발칙한 망상’은 대계(大計)의 핵심 중에 핵심이었기에 제아무리 무스카라도 함부로 토를 달 수 없었던 것이다.
“게오르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추가적인 시술을 받아야 할 거고 그 과정에서 피치 못할 고통 또한 감당해야 할 거야. 무스카 너, 게오르그와 그 아비가 어떤 놈들인지 아직도 몰라?”
게오르그와 버크를 언급하는 아일리의 눈동자에는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진한 경멸의 기운이 맺혀 있었다.
“게오르그는 철부지 등신이고 그 아비인 버크는 모지리 같은 제 아들이 세상 제일가는 천재라고 믿는 동태 눈깔이야. 그런데 그런 얼간이들이 고통을 감내하게 만들려면 적어도 지금 정도의 보상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어제 오후, 게오르그 앞에서 그토록 사랑스러운 애교를 부리던 여인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
“….”
이런 식의 연기가 익숙지 않은 무스카로서는 마녀가 보여 주는 야누스적인 면모 앞에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게오르그가 얻게 될 힘이라면 루드비히가 섬세하게 통제하고 있으니 너까지 나서서 걱정할 필요 없어. 섭정께 보고가 들어가고 있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고.”
기분 탓일까?
아일리가 말한 ‘너까지 나서서 걱정할 필요 없어.’라는 말이 무스카의 귀에는 꼭 ‘너 따위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니 주제넘은 짓 그만둬.’처럼 들렸다.
“아, 혹시 그게 아니면 우리 용맹한 라이칸슬로프의 전사께서는 설마 불안해지시기라도 한 걸까?”
자신이 통제하고 있는 일에 감히 이의를 제기한 무스카가 그리도 못마땅했던 걸까?
“추가 시술을 받은 게오르그 로덴토가 나보다도 강해지면 어쩌지? 라는 생각. 그래, 무스카 너처럼 스스로의 강함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멍멍이라면 불안감이 생길 수도 있다고 봐.”
“…!”
결국 아일리는 무스카의 자존심에 대못을 박아 버렸고 상처받은 늑대는 오른 주먹을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세게 움켜쥐고 말았다.
“어머! 피 좀 봐. 무스카 군, 내가 금방 치료해 줄 테니까 거기 가만있어. 아, 일단 내가 혀로 좀 핥아주면 피가 멎을라나? 왜, 너희 늑대들은 서로의 상처를 핥아 주는 걸 우애의 상징으로 여긴다며? 까짓거 기분이다. 나도 오늘만큼은 늑대 흉내 한번 내 보지 뭐.”
“좋아, 섭정께서도 알고 있다 하시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넘어가는 걸로 하지. 하지만 네가 해명해야 하는 일은 이게 끝이 아니야.”
이대로 있다가는 저 천박한 계집의 혓바닥이 정말로 자신의 손바닥에 닿을 기세였기에 무스카는 황급히 다음 안건을 꺼내 들었다.
“네가 게오르그 로덴토를 데리고 무슨 인형 놀이를 하든 간에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야. 그런데 그 수준 낮은 연극에 왜 자꾸 나를 끼워 넣으려 드는 거지?”
어제 오후 게오르그와 벌였던 언쟁.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무스카가 멋지게 게오르그를 몰아세웠느니 뭐니 하며 떠들어 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소감.
무스카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제 오후의 모든 순간과 그들을 둘러싸고 퍼져 나가는 소문이 철저하게 수치스러울 뿐이었다.
용맹한 전사인 내가 이 천박하기 그지없는 계집을 놓고 로덴토가의 등신 천치 얼간이와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솜털을 곤두서게 만드는 치욕적인 소문.
하지만 이 밉살스러운 계집은 그 소문, 아니 추문(醜聞)을 확대시키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행동했고 무스카는 그 일련의 행동이 못 견딜 정도로 역겹게 느껴졌다.
“어머, 너를 그 자리에 버려두고 게오르그를 따라간 게 그렇게도 분했니? 후훗, 걱정하지 마. 물론 게오르그는 나를 어떻게든 만지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내가 철저하게 방어해 냈거든. 그러니까 네가 걱정하는 그런 민망한 일은 절대로 없었으니 안. 심. 해.”
“마지막으로 물을 테니 허튼소리 집어치우고 똑바로 답해. 그 얼간이와 나를 얽히게 하려는 이유가 뭐야. 합당한 대답을 얻지 못한다면 더 이상 너의 협잡에 어울려 주는 일도 없을 테니 신중히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바로 어제 일만 해도 그랬다.
아일리가 지휘권을 발동해 동행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로덴토 놈이 깝죽거리는 자리에 가는 일도 없었을 터.
하지만 이 천박한 계집은 지휘관의 자격으로 동행 그리고 연기를 할 것을 명했고 결국 자신은 그 얼간이 놈과 되도 않는 신경전을 펼쳐야만 했다.
“너도 참 어지간하다. 왜 게오르그 앞에서 너를 들이미는지 그 이유를 아직도 몰라? 뻔하잖아, 네가 내 옆에 달라붙어 있어야지 그 등신이 후끈 더 달아오르니까 그렇지.”
“…뭐?”
“솔직히 말하면 너보다는 클라디우스의 꼬맹이가 조금 더 효과가 좋은 것 같기는 한데… 그 꼬맹이는 내 맘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구석이 있어. 그런데 너는 내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하는 장기짝이잖아. 그러니 너라도 이용해서 덜떨어진 게오르그를 더 안달 나게 만들어 줘야지 뭐.”
으드득.
그래, 이 계집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기짝이라는 모욕적인 단어를 면전에서 듣고 있자니 그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분노가 전신을 휘어 감는 느낌이었다.
“너 말이야, 내가 입던 속옷 몇 장 줄 테니까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적당한 시점에 실수인 척 흘리고 다녀 보지 않을래? 그 소문이 퍼지면 게오르그 놈이 안달이 나다 못해 미쳐 날뛰는 꼴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키킥.”
까르르하고 터지는 웃음소리.
이 천박한 웃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전신을 망치로 난타당하는 듯한 불쾌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일련의 발언이 자신의 자존심을 얼마나 손상시키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 개소리를 나불거리다니.
“…그래, 다른 건 모르겠지만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네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 점은 나도 인정하는 바야.”
“…뭐?”
“네가 그 잘난 몸뚱이를 이용해 온갖 남자들을 홀리는 솜씨가 워낙 탁월하길래 나도 조금은 기대를 했지. 하지만 그 꼬맹이 상대로는 쉽지 않은 모양이야?”
이대로 두들겨 맞은 채 쫓겨날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결국 무스카 역시 칼을 빼 들고야 말았다.
“네가 설령 발가벗고 달려든다 해도 페이건 클라디우스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을 것 같은데… 큰일이군.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남자 꼬시는 게 전부인 네가 이렇게 무력한 모습을 보여서야 현장지휘관으로서의 효용 가치가 너무 떨어지잖아?”
“…입 조심해.”
상대에게 치명상을 안길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한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녀는 세상 모든 남자를 자신의 노예로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존재였고 그 정점에 선 아일리의 자부심은 마녀 중에서도 특출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일리의 면전에서 도무지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페이건을 이용해 그녀의 자존심을 자극하다니.
이는 마치 피가 철철 흐르는 상처를 불로 지진 후 그 위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그래, 나까지 나서서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네 의견을 이번에는 수용하도록 하지. 섭정께서도 상황을 인지하고 계시다니 나도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나겠어.”
당장이라도 불이 튈 듯한 아일리의 눈동자.
하지만 무스카는 코웃음 한 번으로 그 불길을 튕겨 버린 뒤 아일리가 꺼내다 만 와인병을 그대로 입가에 가져갔다.
꿀꺽꿀꺽.
그리고 한 병 가득 들어 있던 포도주를 그대로 비워 낸 뒤 병 바닥에 가라앉은 앙금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듣자 하니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와인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그 꼬마가 이 방에 와서 네가 부어 주는 와인을 핥아 마시는 날이 과연 오기는 올까?”
덜 익은 와인처럼 비릿한 웃음을 남겨 놓은 채 무스카는 돌아가 버렸다.
“….”
그리고 늑대가 돌아간 뒤, 홀로 남겨진 마녀의 전신은 격렬하게 떨려 왔고.
쨍그랑.
곧이어 유리병이 산산조각으로 깨어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복도 너머로 울려 퍼졌다.
* * *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해 들어오는 햇살과 오래된 서적이 머금은 냄새.
그리고 세월을 품은 책장이 스르륵 넘어가는 소리는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물뱀 낚시에 실패한 그 날 오후, 오전 수업을 마친 난 곧바로 중앙 장서관으로 달려와 그레이트 웜과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모으고 있었다.
오펜하이머와 물뱀에 관련된 자료들을 취합한 뒤 그중에 쓸모없는 것들을 쳐내고 남아 있는 것들을 재차 살핀 후 특별히 눈여겨봐야 할 내용들을 또 한 번 추리고.
정오를 조금 넘겨 시작된 자료조사는 다섯 시간을 꼬박 넘기고 있었지만, 딱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으아아! 지이루우해해, 이 나쁜 놈의 오르페우스 도대체 무슨 짓을 꾸며 놨길래 페이건이 이렇게나 끙끙거리고 있는 거야!
물론 간장 종지만 한 인내심 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털 뭉치는 한참 전부터 지루함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지만 말이다.
책상 위에 몸을 포갠 채 얌전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라무테 님과는 달리 롤빵은 굴러다녔다 날아다녔다를 반복하며 툴툴거리기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난 여섯 시가 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저녁 먹기에 조금 이른 것 같기는 하지만 점심도 가볍게 먹었고 하니 나가서 밥이나 먹고 올까?’
―찬성, 나 찬성! 라무테야 너도 빨리 손 아니 날개 들어! 페이건, 라무테도 찬성이래!
저녁 식사 메뉴는 훈제 연어 샌드위치.
내가 먹을 샌드위치와 북슬이가 먹을 간식을 구매한 후, 외곽 쪽으로 뻗은 길을 따라 성곽에 올랐다.
자료조사가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오후 내내 장서관에 틀어박혀 있었던 건 사실이었기에 저녁 한 끼 정도는 야외에서 먹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와작와작, 그래서 하루 종일 저 먼지 냄새 풀풀 나는 곳에 처박혀 있었던 성과는 좀 있었어?
‘성과라고 하기에는 좀 이르지만, 신경 쓰이는 부분을 발견하기는 했지.’
―오옹, 진짜! 와자작, 그게 뭔데?
안 그래도 통통한 뺨따귀 사이로 도넛이며 과자를 쉴 새 없이 밀어 넣으며 눈동자를 반짝이는 북슬이.
난 딸기 우유를 녀석 전용 컵에 부어 준 후 다섯 시간의 조사 끝에 얻어 낸 결과를 들려줬다.
‘빛, 오르페우스 님께서 그레이트 웜을 격퇴한 건 새파람력(曆) 632년 10월 경이거든. 그런데 그 시기를 기해 빛과 관련된 심상찮은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는 기록이 여러 곳에 남겨져 있었어.’
―빛? 음, 오르페우스가 불꽃놀이라도 몰래 한 건가? 그러고 보니 그 녀석 와장창하고 터지는 폭죽 같은 걸 되게 좋아하기는 했는데. 그치 라무테야?
‘오르페우스 님께서 정말로 폭죽을 좋아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식의 사소한 단서는 아니야. 전해지는 기록에 의하면 하늘이 온통 눈부신 빛으로 물들었다는데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죽이 있을 리 없잖아?’
폴리다고스 초창기의 공식 기록, 제3자의 목격담, 주변인의 증언 등등.
기록의 형태는 다양했지만 남겨진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오르페우스 님께서 그레이트 웜을 사냥한 날을 전후하여 그 근방의 하늘이 총천연색 광원(光源)의 점으로 물들었다는 점이다.
―음… 반짝거리는 빛이라면, 별? 혹시 오르페우스는 별빛을 증폭시켜 호수 주변을 밝혀 놓은 거 아닐까?
‘그것도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지만 일단 이 이야기에서 별빛은 제외하려고 합니다. 라무테 님도 보셨겠지만 쌍두 도마뱀은 외딴곳에 위치한 외톨이 성좌입니다. 쌍두 도마뱀자리는 다른 별자리의 빛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터라 타 성좌와 영역이 겹치는 계절에는 아예 모습을 감춰 버리죠.”
―으음… 그럼 만약 오르페우스가 다른 별빛을 이용해서 주변을 밝힌 건 아니겠구나. 다른 별자리가 빛난다면 쌍두 도마뱀이 모습을 감출 테고 그렇게 되면 도마뱀 아래에서라는 전제 자체가 어긋나 버릴 테니까.
‘맞습니다. 새벽에 말씀드린 것처럼 결국 이번 과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물뱀을 표면으로 끌어낼 수 있는 미끼를 준비해야 합니다. 물뱀의 성향이나 정황 증거로 보건대 ‘하늘을 물들인 빛’이 바로 놈을 끌어낼 수 있는 미끼가 아닐까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흐음… 뭘까? 오르페우스가 내어 준 과업이 단순한 광원 마법일 리는 없고. 평범한 방법이 아닌 다른 수단을 이용해 빛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샌드위치를 먹는 내내 라무테 님과 머리를 맞댄 채 고민에 잠겼으나 답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오르페우스 님은 다소 짓궂은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막무가내로 일을 처리하는 타입은 결코 아니야.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오르페우스 님의 과업은 항상 정답에 도달할 수 있는 단서를 내포하고 있었어.’
생각이 막힌 나는 일기장에 기재된 문구를 다시 한 번 찬찬히 곱씹어 봤다.
‘나의 과거가 현재를 인도한다고? 폴리다고스에 입교한 이래로 내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이 뭐였지?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아스트라의 인도를 받아 퍡셰르를 만나러 갔고 그다음에는 성곽으로 가서 일기장을 손에 넣었지. 그리고 그다음에는…!’
생각의 되새김질이 폴리다고스 여정 초입부에 다다랐을 무렵, 불현듯 지금껏 생각해 본 적 없던 가설이 머릿속을 스쳤다.
‘빛의 호수… 그리고 과거. 그래, 확실히 그 녀석이 일제히 떠오른다면 빛의 호수건 길이건 뭐든지 될 수 있겠지. 문제는 빛인데… 빛도 전파가 가능하려나?’
가설 단계를 지나 명제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도전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한 이야기.
우걱우걱.
괜스레 조바심이 든 나는 절반쯤 남아 있던 연어 샌드위치를 단숨에 씹어 삼켰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마스코트들에게 말했다.
‘일단 오늘은 이쯤에서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걸로 하죠. 그리고 내일은 수업이 없는 날이고 하니 일어나자마자 숲으로 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