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03)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03)화(203/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03)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타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내가 폴리다고스에서 보낸 시간과 관련이 있으면서 하늘에 빛의 호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저 친구들뿐이니까.’
―으음… 풍뎅이로 만들어진 호수라니. 헤헤, 풍뎅이로 만들어진 호수를 향해 뛰어오르는 물뱀이라니. 제법 볼 만하기는 하겠다.
풍뎅이들이 이뤄 낼 장관을 생각하니 흐뭇한 기분이 들었던 걸까?
북슬이는 헤벌쭉한 입을 한 채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도 잠시, 단순히 풍뎅이들을 띄워 올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을 발견한 털 뭉치는 목소리를 높였다.
―잠깐! 그런데 오르페우스는 빛의 호수라 그랬잖아.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저 풍뎅이들은 시커멓기만 할 뿐인걸. 물론 쟤네들 껍데기에 윤기가 좔좔 흐르기는 하지만 그걸 가지고 빛의 호수니 길이니 하기에는 좀….
‘여왕.’
―응? 여왕이라면 지난번에 너한테 뿔을 주고 날아간 그 되게 예쁘게 생긴 풍뎅이?
‘그래, 여왕 풍뎅이의 날개가 반짝거리며 빛났던 거 기억하지?’
―응, 기억해! 나도 특이한 곤충을 제법 많이 봤지만 그렇게 예쁜 애를 보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거든.
‘그 빛이 열쇠가 아닐까? 여기서부터는 내 추측인데 어떤 특정 조건이 성립되면 그 빛이 무리 전체로 퍼져 나가지 않을까 싶어. 그리고 여왕에게 빛을 부여받은 풍뎅이들이 일제히 떠오른다면?’
―앗! 그렇게 되면 그때는 진짜 빛의 호수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반짝거리는 풍뎅이들로 하늘이 물들면 그걸 본 물뱀이 잔뜩 흥분해서 튀어 오를 거라는 거지?
그 광경을 생각하니 흥분이 되었는지 잠자코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라무테 님이 눈동자를 반짝이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네, 물뱀을 흥분시켜 호수 바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 그레이트 웜은 빛무리에 반응해서 흥분하는 습성이 있는 게 아닐까요?’
―아하! 그럼, 페이건 네가 지난번에 말한 바 있는 ‘미끼가 중요하다.’라는 말과 ‘풍뎅이들이 단서를 가지고 있다.’라는 건 사실상 같은 뜻이구나. 그렇지?
‘맞습니다. 결국, 성공적으로 미끼를 조달한다는 건 저 풍뎅이들을 호수 근처까지 데리고 가 일제히 띄워 올려야 한다는 건데… 쉽지는 않겠지만 궁리는 해 봐야지요.’
추측일 뿐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도출해 낸 이 결론이 정답일 가능성은 꽤나 높다고 생각한다.
과거가 현재를 인도할 것이라는 명제에 부합하는 와중에 별빛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빛의 호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 이것 말고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있잖아, 만약에 여왕 풍뎅이랑 의사소통이 돼서 부탁한다고 해도 걔가 네 부탁을 안 들어주면 어떡해? 이거 풍뎅이들이랑은 합의된 거야?
‘…지금으로서는 여왕 풍뎅이가 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야지. 오르페우스 님이 남기신 과거가 현재를 인도할 거라는 문구 말이야. 그 구절에는 지난 과업을 돌이켜 봄으로써 새로운 단서를 찾아내라는 뜻이 최우선적으로 담겨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게 전부가 아니면 뭐가 또 있는데?
‘내가 오르페우스 님의 진전을 이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으셨던 거겠지. 내가 첫 번째 과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풍뎅이들을 윽박지르고 몰아붙이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었다면 저 녀석들이 순순히 내 뜻을 따라 주지 않을 거야. 그럼 나는 정말이지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거고 말이야.’
―아항! 그러니까 풍뎅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 너의 됨됨이를 보고 싶었다 이거네, 흐흐.
‘그런 셈이지. 보지 못하는 자, 말 못 하는 자, 듣지 못하는 자, 가지지 못한 자를 어떻게 대접하느냐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 오르페우스 님께서 남기신 격언이야.’
―흐흐, 그래서 페이건 넌 얼마나 떳떳하신가? 풍뎅이들이 과연 너를 좋아해 줄까?
‘그건… 여왕을 만나게 되거든 그 친구한테 물어봐야지. 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사륵사륵.
북슬이에게 설명을 해 주는 와중에도 풍뎅이들은 부지런 떠는 걸 멈추지 않았고 어느새 거목과 냇가 사이의 땅은 풍뎅이들로 바글바글해졌다.
―그럼 만약 여왕 풍뎅이가 네 부탁을 들어준다면 그걸로 일은 해결되는 걸까?
‘뭐… 여왕이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 준다 해도 일이 다 된 건 아니죠. 일단 지금 당장은 새카맣기만 한 쟤네들을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방법도 찾아내야 하고. 여왕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해야 할 일은 잔뜩 있을 겁니다.’
―흐음… 정말이지 쉬운 게 하나도 없네. 무슨 미궁 탐사도 아니고, 오르페우스 얘는 무슨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꾸며 놓은 거야!
‘일이 복잡하게 짜여 있다는 라무테 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지만 일련의 과정이 미궁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오르페우스 님의 일 처리는 미궁보다는 차라리 맞물려 있는 톱니바퀴에 더 가깝죠.’
―톱니바퀴?
‘네. 일의 얼개가 아주 정교하게 짜여 있으며 여러 개의 단서가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에서 오르페우스 님의 과업은 톱니바퀴를 닮아 있습니다. 지난번의 박쥐 사냥도 그랬잖아요?’
―흐음, 물론 그렇기는 한데….
‘일단 한번 지켜보죠. 제가 제대로 짚어 낸 게 맞다면 관찰을 통해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나는 나무 위에서 팔짱을 낀 채 풍뎅이들의 행동을 관찰했고.
‘어… 이건 조금 이상한데?’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녀석들이 보여 주는 이상 행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있잖아, 페이건. 쟤네들 물을 너무 열심히 먹는데? 아까부터 잠시도 쉬지 않고 풍뎅이들이 냇가를 왔다 갔다 하고 있어. 원래 갈증을 많이 느끼는 종족인가? 아니면 땅속에 있는 거처에 물 창고라도 만들려고 그러나?
풍뎅이들의 행동이 워낙에 이질적인 덕분에 북슬이조차(날카로운 구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특이점을 감지할 수 있었고 녀석은 날개를 펄럭거리며 내 뺨을 찔러 왔다.
―우하하! 쟤네들, 입 좀 봐. 입이며 앞발에 나뭇잎을 이용해 만든 물컵이 하나씩은 들려 있어. 우헤헤, 저렇게 납작한 몸을 하고 있는 주제에 빨빨거리면서 물을 퍼 나르네! 우헤헤, 물장수 풍뎅이라니 되게 웃긴다.
‘…펑퍼짐한 걸로 따지면 지가 제일인 주제에 누구보고 납작하다고 그러는 건지.’
―뭐!
‘조금 전에 한 질문에 답을 주자면 대왕 풍뎅이들은 갈증에 무척이나 강한 종족이야. 껍데기 자체가 워낙에 효율적으로 설계된 지라 자연적으로 빼앗기는 수분의 양이 워낙에 적고, 또 체내 대사 작용 또한 고효율인 덕분에 생존 활동에 많은 수분을 필요로 하지도 않거든.’
―그럼 저건 뭐야? 물을 많이 먹지도 않는다면서 아까부터 왜 저렇게 열심히 물을 퍼 나르는 건데?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하루에 물 한 컵이면 충분한 녀석들이 저토록 부지런히 물을 퍼 나른다면 식음 용도가 아닌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봐야겠지?’
그 후, 장장 30여 분에 걸쳐 관찰을 이어 나갔고 풍뎅이들은 계속해서 물을 퍼 날랐다.
풍뎅이들의 의도는 아직 오리무중이었지만 적어도 녀석들을 단서로 지목한 판단 자체는 적중한 듯싶었다.
풍뎅이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불가능한 일을 한다는 건 녀석들의 생활 터전에 중대한 이상 현상이 발생했음을 의미했고 그 원인은 오르페우스 님의 안배일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았으니 말이다.
‘관찰은 이 정도면 충분히 한 것 같고, 이제 슬슬 움직여 볼까?’
타탓.
찌륵!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 난 단숨에 나무에서 뛰어내려 내 모습을 드러냈고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등장에 놀란 풍뎅이들은 뿔을 곧추세우며 주위를 살폈다.
“안녕, 나 기억하지? 라고 말하고 싶은데… 너희들이 워낙에 다 똑같이 생겨서 지난번에 나랑 인사를 나눈 그 친구들인지 잘 모르겠네. 저기 혹시 나 기억하고 있는 사람, 아니 풍뎅이 없어? 나 이래 봬도 너희들 여왕님한테 선물까지 받은 몸인데.”
찌륵찌륵.
다시 한 번 세차게 흔들리는 뿔.
바위처럼 단단한 저 뿔에 잘못 긁히기라도 한다면 생채기 정도로는 끝나지 않겠지만 딱히 녀석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왕 풍뎅이는 싸움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들이었고 이렇게 많은 풍뎅이들이 모여 있다면 개중에는 나를 기억하는 녀석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찌륵!
“아! 그래, 넌 나를 기억하나 보네? 다행이다. 만약 나를 기억하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걱정하던 참이었거든.”
잠시 후, 내 확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는 증인이 나타났다.
뿔을 낮춘 채 나를 향해 달려오는 유독 커다란 체구의 대왕 풍뎅이 한 마리.
나를 둘러싸고 있던 풍뎅이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비켜 주는 걸로 보건대 녀석은 무리 내에서 제법 높은 서열의 풍뎅이인 듯싶었다.
찌륵찌륵.
뿔의 끄트머리가 아닌 기둥을 내 몸에 비비는 것으로 친근함을 표현하는 대장 풍뎅이.
난 녀석의 반질반질한 눈동자 앞에 손바닥을 가져다 댄 후 여왕 풍뎅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과 비슷한 광채를 띄워 올렸다.
“너희들 여왕님께 꼭 할 말이 있거든. 괜찮다면 날 그곳으로 안내해 주지 않을래?”
찌륵?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생각에 잠긴 대장 풍뎅이.
난 녀석의 판단을 돕기 위해 빛의 광도를 조금 더 올려 줬고.
찌르륵!
그제야 내 뜻을 이해한 풍뎅이는 빙글 몸을 들린 후 기운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싸락싸락.
녀석은 마치 ‘응! 알았으니까 나만 따라와!’라고 말하는 듯한 몸짓으로 나를 안내했고 난 풍뎅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채 녀석들의 굴 입구로 향했다.
찌르륵!
그런데 내가 굴 입구에 도착한 바로 그때, 나를 인도하고 있는 녀석만큼이나 우람한 체구를 가진 다른 풍뎅이 한 마리가 우리를 막아섰다.
뿔을 곧추세운 채 양팔을 쩍 벌린 자세를 보아하니 녀석은 내가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들어가는 게 영 못마땅한 듯싶었다.
찌륵찌륵!
찌르르륵!
나를 사이에 둔 채 격렬한 논쟁을 벌이는 대장 풍뎅이 두 마리.
‘안 돼! 이 안에 여왕님과 우리 아기들이 있단 말이야! 인간이 들어가는 걸 허락할 수 없어!’
‘괜찮아. 이 사람은 우리한테 큰 도움을 준 착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들어가도 돼!’
‘안 돼! 나쁜 사람인지 착한 사람인지 나는 모르겠고 아무튼 인간은 여기에는 절대 못 들어가!’
‘야! 여왕님이 이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 일전에 여왕님은 이 사람 앞에서 구애의 춤까지 춰 드린 바 있어! 그런데 네가 뭔데 여왕님의 은인을 막아서겠다는 거야!’
녀석들의 뿔 움직임이며 날개의 떨림으로 판단컨대 아마 이런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닐까?
찌륵!
찌륵찌륵!
나를 안내하던 풍뎅이의 의지도 제법 굳건해 보였지만, 막아선 풍뎅이의 태도 또한 워낙 완강했기에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
‘어쩐다… 저 녀석도 자기 여왕을 걱정해서 저러는 거니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실력 행사를 하고 싶지는 않은데.’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맞닥뜨린 나는 입가를 감싸 쥘 수밖에 없었고 대장 풍뎅이 두 마리가 뿔을 맞댄 채 힘겨루기에 막 돌입한 그때.
번쩍.
지하동굴 입구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일전에, 그러니까 공주 풍뎅이가 여왕 풍뎅이로 각성할 때 목격했던 광채와 닮아 있는 빛.
찌륵.
빛 자체로도 흥미로웠지만,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건 빛이 터져 나온 순간을 기점으로 확 하고 달라진 풍뎅이들의 태도였다.
찌륵!
나를 안내했던 풍뎅이는 안 그래도 떡 벌어진 어깨를 한층 더 쭉 펴더니 뻐기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막아섰던 풍뎅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뿔을 낮췄다.
‘거봐! 여왕님께서 당장 모시고 오라고 하잖아. 넌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음부터는 조심해!’
‘히잉, 미안. 진짜 여왕님의 손님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손님을 얼른 안으로 모셔.’
아마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겠지?
찌르륵♪.
안내 풍뎅이는 날개를 한층 더 경쾌하게 흔들어 대며 굴속으로 들어갔고 나 역시 종종걸음으로 그 뒤를 따랐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5분여 정도를 걸어가자 뻥 뚫린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정말 장관이네, 장관이야.
―그러게, 이렇게 많은 풍뎅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다니. 정말 대단해, 얘네들의 단결력이랑 행동력은 어마어마하네.
웬만한 대형 몬스터들도 무리 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법한 넓은 공간은 잠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풍뎅이 무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호수에서 퍼온 물을 벽면에 달라붙어 있는 동료들에게 건네는 녀석.
받아 든 물을 벽면에 펴 바른 후 ‘벽 안에 숨겨진 의미’를 밝혀내기 위한 악전고투를 벌이는 녀석.
그리고 고생하는 동료들의 등판을 툭 하고 두드려 준 후 다시 물을 퍼 나르러 출발하는 녀석들.
각자의 맡은 바 임무에 따라 근면하게 행동하는 녀석들의 움직임에서는 일종의 경건함 마저 느껴졌고 난 녀석들의 노고에 잠시간 경의를 표한 후 풍뎅이들이 달라붙어 있는 벽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거였구나. 이 녀석들이 그토록 열심히 물을 퍼 날랐던 이유. 벽면을 가리고 있는 진흙을 모조리 닦아 내고 안쪽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 풍뎅이들은 그리도 바쁘게 움직였던 거야.’
풍뎅이 무리가 여왕의 지도하에 완성했을 것으로 보이는 보금자리 한쪽 벽면에는 녀석들이 직접 만들었을 리 만무한 ‘초대형 벽화’가 한 장 걸려 있었다.
안타깝게도 대형 벽화의 대부분이 짙은 색 흙으로 가려져 있던 터라 그 내용은 알 길이 없었지만, 이 벽화를 이곳에 나타나게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지를 짐작하는 건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우우웅.
풍뎅이들의 노력으로 아주 조금 벗겨진 벽화의 가장자리.
그 가장자리에서는 이제는 무척이나 익숙해진 녹색 오러가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