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05)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05)화(205/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05)
‘이런 선물까지 다 준비해 주시고. 역시 짓궂은 구석이 있어서 그렇지 보상 하나는 확실한 분이라니까. 내가 이 맛에 오르페우스 님의 발자취를 좇는 걸 못 그만두지.’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우며 전신을 내달리는 아르카의 기운은 지난 일주일간의 노고를 모두 잊게 해 줄 정도로 달콤했다.
‘안 그래도 요즘 들어 골치 아픈 놈들이 자꾸만 늘어나서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던 참인데 다행이야. 이제 4단계의 문턱에 올랐으니 상대가 그 누가 되었건 간에 내 몸이 위험해질 가능성은 없겠어,’
물론 전생의 나를 암살의 신으로 만들어 줬던 6단계.
그리고 전인미답의 경지인 7단계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골치를 썩여 오던 4단계의 문턱을 넘었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든든해지는 느낌이었기에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지상에 내려설 수 있었다.
―헹! 평소에는 통 안 웃던 놈이 헤죽거리는 걸 보니까 그 열매가 어지간히도 맛있었나 보네.
“그럼, 어찌나 맛있었는지 있기만 하다면 배가 터질 때까지 먹고 싶을 정도야.”
심통 난 소리를 하는 북슬이의 뺨을 손가락으로 찔러 준 후 벽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정도로 꼭꼭 숨겨 놓은 벽화라면 심상찮은 의미를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도대체 뭘 숨겨 놓은 건지 어디 구경이나 한번 합시다.’
넓은 벽을 가득 채운 벽화는 연속되는 그림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는데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첫 번째 칸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건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진 여섯 마리의 괴물’이었다.
‘뱀, 박쥐, 늑대, 외눈박이 거인, 검은 날개를 가진 괴조 그리고 물도마뱀. 제각각 충분히 흉측스러운 놈들이 한 칸에 모여 있으니 정말이지 못 봐 줄 지경이로군.’
그림체 자체는 단순했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특징을 무척이나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었기에 벽화를 남긴 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첫 번째 칸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건 존재하지 않는 편이 훨씬 더 나은 괴물들이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겠지. 그럼 그다음은?’
여섯 마리의 괴물들에게 초점이 나뉘여 있던 첫 번째 그림과는 달리 두 번째 그림은 무척이나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솟은 탑과 아름다운 건물들로 가득한 왕국.
하지만 그 왕국의 중심에서는 새카만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기에 아름다운 건물들로 가득 찬 전경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그림은 무척이나 우울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머금고 있었다.
‘도시 혹은 왕국의 몰락. 중심에서 피어난 새카만 불길이 결국은 왕국을 집어삼켰고 그 바람에 찬란한 문명을 자랑하던 왕국이 몰락해 버렸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두 번째 칸에 배어 있는 우울함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재빨리 다음 칸을 향해 시선을 돌렸지만 세 번째 칸은 첫 번째 칸보다 더욱더 우울한 광경을 담고 있었다.
‘줄줄이 늘어선 유리관. 그리고 관 안쪽에서 잠들어 있는 사람들. 응? 그런데 가장 가운데에 있는 관 하나만 열려 있어. 그리고 그림 상단에는 하늘을 날고 있는 소녀가 한 명. 그러니까 두 번째 칸에 있었던 사건의 여파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거나 잠들어 버렸고 저 소녀 한 명만이 깨어 있다, 이건가?’
하늘을 날고 있는 소녀 주위로는 ‘그녀의 부모인 것으로 추측되는 남녀 한 쌍’의 그림자가 맺혀 있었는데 눈길을 끄는 건 소녀의 머리 위에 씌워진 왕관이었다.
‘머리에 저런 걸 쓰고 있는 걸 보니 저 소녀는 꽤나 높은 신분인가 보군. 몰락해 버린 왕국의 공주쯤 되려나?’
‘늘어선 유리관’들과 속박에서 벗어난 채 ‘하늘을 날고 있는 소녀’.
애절함과 희망이 공존하는 세 번째 그림을 눈동자에 분명히 새긴 뒤 네 번째 그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기는 다시 또 괴물 범벅들이로군. 그런데 그림 상단에 기재되어 있는 저 고대어는 뭐지? 에브… 카락스… 케르만?’
네 번째 그림의 구도는 첫 번째 것과 제법 많이 닮아 있었다.
각자의 영역을 균점(均霑)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섯 종류의 괴물들.
다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면 첫 번째 그림에서는 오만한 표정을 하고 있던 괴물들이 이번 칸에서는 양손을 하늘로 뻗은 채 기원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기원을 올리고 있는 괴물들의 손은 새카만 기운과 닿아 있었는데 그 까만 기운 정중앙에는 ‘에브카락스 케르만’이라는 글자가 고대어로 기재되어 있었다.
‘벽화에서 문자가 등장한 건 이게 처음. 저 단어가 뭘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단어와 발음은 기억해 두는 편이 좋겠군.’
다섯 번째 그림에서는 지금껏 모습을 보이지 않던 등장인물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가면을 뒤집어쓴 남자가 큰 칼을 휘둘러 괴물들과 검은 기운을 연결해 주는 끈을 잘라 냈는데 그 충격의 여파가 어지간히도 컸는지 괴물들은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이 타이밍에 가면이라… 칼을 휘두르는 남자의 정체가 누구인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겠네.’
다섯 번째 그림을 지나 도착한 마지막 여섯 번째 칸.
여섯 번째 칸의 정중앙에는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건물이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거 마고니아잖아? 그리고 마고니아 아래에 깔려 있는 건 괴물들?’
이 타이밍에 마고니아가 등장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그보다 조금 더 재미있는 건 마고니아와 괴물들이 만들어 낸 구도였다.
괴물들은 저마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엎드려 있었고 마고니아는 여섯 종류의 괴물들을 내리누른 채 당당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헤에, 그림은 단순한데 전체적으로 보면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네… 그치?
―응. 그림 자체에도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오르페우스가 준비해 둔 그림이잖아? 남다른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을 리 없지.
서로 바싹 붙어 앉은 채 감상평을 주고받는 마스코트들.
다행히도 난 저 둘보다는 훨씬 더 많은 걸 알고 있었기에 마스코트들이 주고받는 감상평보다는 훨씬 더 구체적인 감상평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여섯 마리의 괴물은 혼돈의 기둥. 검은 불길로 인해 몰락한 왕국은 드루이드들의 고향. 끈을 잘라 낸 남자는 오르페우스 님. 그리고 마지막 그림은 마고니아가 혼돈의 기둥을 억누르고 있음을 의미하는 거겠지.’
물론 마고니아가 어떤 방법으로 혼돈의 기둥을 억누르고 있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벽화 덕분에 일전에 오르페우스 님이 말씀하신 바 있는 ‘마고니아에 모든 진실이 숨겨져 있다.’라는 조언을 조금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건 전부 다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문제는 4, 5번째 그림에 등장하는 새카만 기운인데… 뭐지? 에브카락스 케르만이 대체 뭐고 혼돈의 기둥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거야?’
꽤나 오랜 기간 동안 혼돈의 기둥과 싸워 왔지만, 놈들이 공통적으로 기원을 올리는 수수께끼의 존재가 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놈들은 그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손을 잡는 ‘병렬적인 연합체’일 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혹시 내가 모르는 놈들 간의 공통분모가 따로 존재하기라도 하는 걸까?
“후우….”
새로이 알게 된 사실들의 정리를 끝내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번 벽화에는 오르페우스 님의 방식치고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기에 다소 버거운 느낌도 들었던 것이다.
통통.
내 표정이 심각해진 걸 느낀 걸까?
벽화 감상이 끝날 때까지 묵묵히 나를 기다려 주던 여왕이 내 어깨에 뿔을 두어 번 비비고는 벽화를 향해 날아갔다.
찌르륵.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비행을 마친 여왕은 벽화 중앙에 자리를 잡은 채 날개를 한껏 펼쳤고.
그러자 그 날갯짓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벽화가 다시금 반짝이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벽화는 조금 전 나에게 열매를 선물했을 때만큼이나 눈부신 빛을 발했고 이내 모든 빛은 여왕의 몸속으로 그대로 빨려들어 갔다.
찌르륵.
빛 흡수를 마친 여왕은 풍뎅이 사이를 힘차게 활강했고 여왕의 날개에 맺혀 있는 빛 가루들은 모든 풍뎅이들에게 빠짐없이 덧씌워졌다.
찌륵!
풍뎅이들 위에 자리를 잡은 빛 가루는 증식이라도 하듯 그들의 몸 전체를 뒤덮었고.
반질반질 윤기 나는 칠흑빛으로만 가득했던 땅굴은 어느새 눈부신 빛의 향연이 되어 있었다.
―페이건! 풍뎅이들이 반짝반짝해졌어. 이제 얘네들을 호수 위로 데려가서 띄우기만 하면 빛의 호수야. 그 물뱀을 낚아 올릴 수 있어!
이 경이로운 광경을 목격한 북슬이는 당장이라도 만세를 부를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우웅.
하지만 오르페우스 님의 안배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벽화로 가득하던 벽면이 어느새 룬문자로 가득 찬 마법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법진 중앙에서 뿜어져 나오는 심상찮은 마나의 흐름 덕분에 이 마법진이 어떤 기능을 품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우, 우왕! 마법진이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거지! 혹시 여기서 쾅 하고 터지거나 그러는 거 아니야?
‘공간 이동 마법진이라 터질 일은 없으니 안심해. 그나저나 이 정도로 규모가 큰 공간 이동 마법진을 보는 건 처음이네.’
―그래? 이 마법진이 그렇게 큰 거니?
‘네, 큽니다. 이 정도 마법진이라면 이곳에 모인 모든 풍뎅이들을 단번에 이동시킬 수 있을 정도예요.’
―어머!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전부 다? 그것도 한꺼번에?
‘네, 한 번에 가능할 겁니다. 라무테 님, 이 마법진의 출구가 어디일지 굳이 설명드리지 않아도 되겠죠?’
―응! 나도 마법진의 출구가 어디일지 알 것 같아. 그럼 이걸로 빛의 호수를 만들 채비가 끝났고 이 아이들을 호수로 인도할 방법도 나온 셈이니 물뱀을 낚을 준비가 정말 다 끝난 거네?
―그럼 지금 당장 가자! 괜히 시간 끌 거 뭐 있어. 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오늘 새벽에 그 뱀을 낚아 버리는 거야.
라무테 님의 입에서 나온 ‘준비 완료’라는 말에 잔뜩 고무되어 붕붕 날뛰는 북슬이.
‘지금 당장은 안 돼. 물뱀 낚시를 가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거든.’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북슬이의 머리통이 천장과 충돌을 일으킬 것만 같아 녀석을 낚아챈 후, 뺨을 좌우로 주욱 당겨 준 후 말했다.
―할 닐이라니 그게 믄데?
“너는 모르겠지만 최근 며칠간 야영지에 들어올 때마다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시선이 있었거든.”
오르페우스 님의 과업에 집중하기 위해 굳이 신경 쓰지 않았을 뿐.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마수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쯤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껌딱지처럼 달라붙으려 드는 그 시선을 떼어 낼 시간이 온 것 같았다.
큰일을 앞두고 그런 눈치 없는 시선을 달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그 치들은 내가 뭘 하는지 몹시 궁금한 모양이지만 난 내 일거수일투족을 공개할 생각이 추호도 없거든. 그러니까 그 불청객들을 위한 장치를 만들어 둬야지.”
* * *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야영지 방문 허가 연장을 신청했다고?”
“그렇습니다, 국장님. 오늘 오전에 연장 신청이 있었고 허가를 신청한 내용 중에는 야간 체류 또한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야간이라… 일주일 내내 풍뎅이 굴에 들어가서 쿵작거리더니 이제는 올빼미 노릇까지 해 보이겠다 이거지. 그래서 허가 부서는 어떻게 처리를 했다든가?”
“국장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즉각 허가를 내려 줬다고 합니다.”
“잘했네. 그리고 이 시간을 기해 야영지에 투입한 정찰용 사역마수의 수를 두 배로 늘리게. 특히 밤눈이 밝은 녀석들을 중점적으로 배치하는 것 잊지 말고.”
“그리하겠사옵니다.”
페케르만의 동글동글한 머리통이 좌우로 흔들리는 걸 본 보좌 교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머리통이 저렇게 신나는 궤적을 그리며 흔들린다는 건 페케르만이 굉장히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신호였고 수호국장을 존경해 마지않는 보좌 교수 또한 덩달아 흥이 올라온 것이다.
아득득.
산더미처럼 수북하게 쌓인 간식 바구니에 손을 뻗어 사탕을 집어 든 페케르만은 달콤한 딸기 캔디를 어금니 사이에 밀어 넣으며 히죽 미소를 지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땅굴 속에서 뭘 하고 있는지 고개를 들이밀어 보고 싶지만 그건 예의가 아니니 어쩔 수 없지. 야영지의 동정이라도 철저하게 살피는 수밖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신입생’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흥겨워진 걸까?
잠시 멈춰 있던 페케르만의 머리통은 다시 슬금슬금 흔들렸고 그 경쾌한 울림을 그대로 머금은 목소리로 수호국장은 중얼거렸다.
“클라디우스 공자, 부디 이 호기심 많은 늙은이를 용서하시게. 하지만 말이야, 인간적으로 이렇게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 주면 눈을 부릅뜨고 살펴볼 수밖에 없잖아?”
* * *
“시간 됐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올려다본 하늘.
서쪽 하늘의 한 귀퉁이에 이제 막 작열(灼熱)하기 시작한 쌍두 도마뱀이 보였다.
우우웅.
부글부글.
쌍두 도마뱀의 시간이 다가오자 다시금 호수가 격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마즈다와 공명하여 요동치는 호수.
이제 잠시 후면 호수의 주인이 그 거만한 표정을 한 채 모습을 드러내겠지.
―페이건, 너를 감시하고 있다는 그 시선들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두 눈을 부릅뜬 채 야영지 인근만 샅샅이 뒤지고 있겠지?
“아마 그럴 겁니다. 그치들은 지금쯤, 제가 그곳 어딘가를 배회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들이 더욱더 그곳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오늘 오후에 풍뎅이 무리가 한차례 소란까지 피워 줬으니 그자들은 제가 그곳에서 뭔가를 꾸미는 중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겁니다.”
―호호, 바보들.
내가 호수에 있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엉뚱한 곳을 뒤지고 다닐 시선들.
그 모습을 상상하니 퍽이나 유쾌했던 터라 나와 라무테 님은 시선을 마주한 채 웃음을 터뜨렸다.
구태여 야간 허가까지 곁들여 가며 출입 허가 연장을 신청한 건 어디까지나 트릭.
오늘 밤의 내 진짜 목표는 물뱀이 잠들어 있는 호수였다.
한창 대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는 야영지와 달리 이곳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었기에 학년 대표쯤 되면 별다른 허가 없이도 야간 출입이 가능했던 것이다.
‘뭐… 이곳에 어떤 놈이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여기도 곧 위험 지역으로 지정되겠지만 말이지.’
이 사건이 마무리되면 그 여파로 인해 호숫가를 향해 시선이 집중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추후의 일.
난 눈을 감은 채 잠시 후에 있을 야간 낚시를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우우우웅.
눈을 감으니 공간 이동 마법진이 작동하는 소리가 한층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이제 잠시 후면 여왕의 지휘를 받는 반짝반짝 풍뎅이들이 서쪽 하늘에 나타날 것이다.
그르르륵.
잠시 후에 발생할 일을 예견하기라도 한 걸까?
호수에 몸을 숨긴 물뱀의 아가리에서 흉포하기 짝이 없는 으르렁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화를 내면 어쩔 건데? 그래 봤자 넌 오늘 내 손에 낚일 뱀장어 신세일 뿐이야.’
지난번에는 저놈의 어마어마한 덩치 때문에 고생했지만, 오늘은 다른 결과를 도출해 낼 자신이 있었다.
물뱀은 일주일 전에 비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지만, 나는 아주아주 확실하게 달라진 점이 있었으니 말이다.
―잠깐! 그런데 낚싯대랑 줄은 어디 있어? 미끼 역할은 풍뎅이들이 해 준다고 해도 호수 밖으로 머리를 내민 뱀을 낚으려면 낚싯대가 있어야지?
“오늘은 낚싯대나 줄을 사용하지 않아.”
타이밍 좋게도 북슬이가 질문을 던져 왔고 난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고양감(高揚感)을 애써 숨긴 채 태연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 물뱀은 이걸로 낚아 올릴 거거든.”
휘리리릭.
제로에서 최대치까지.
대답과 동시에 내 몸 곳곳에 흐르고 있는 아르카를 최고 레벨까지 발동시켰고.
―우와아아! 그거 뭐야, 되게 멋있다!
아르카 4단계의 영향을 받아 이전과는 완전히 모습이 달라진 그림자 밧줄이 그 강맹하고도 날카로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