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06)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06)화(206/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06)
―뭐야, 뭐야! 페이건 등에 날개가 생겼어. 아! 날개가 아니라 태풍인가? 아무튼, 되게 멋있다! 그래서 이거 뭔데, 응? 뭐냐구!
어떻게 보면 날개 같고 어떻게 보면 태풍과도 같은 모습을 한 그림자 밧줄을 목격한 북슬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 아르카 4단계 발동을 처음 보는 거라면 이렇게 놀랄 만도 하지. 나도 아르카를 처음 배웠을 때 깜짝 놀라고는 했으니까.’
전생의 나에게 아르카를 전수해 주신 스승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남기신 적이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아르카는 모두 일곱 개의 단계로 구성되어 있지. 하지만 말이야, 이 독특한 호흡법을 평생 단련해 온 내 경험에 비추어 말하자면 아르카는 차라리 4단계로 구분하는 게 더 나아.] [1부터 3단계까지가 하나. 4와 5단계가 또 하나. 그리고 6단계와 7단계가 각각 하나씩. 내가 새로이 구분 지은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큰 벽을 돌파해야만 하고 그 벽을 넘는 순간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힘을 얻게 되거든.] [1부터 3단계까지의 아르카를 굳이 이름 짓자면 입문자용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 내가 평생에 걸쳐 헤매고 있는 4, 5단계는 중급자용일 것이고 엘드 네놈이 언젠가는 다다를 게 분명한 6단계 정도는 되어야지 비로소 아르카를 완전히 익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7단계는 어떨 것 같냐고? 이놈아! 6단계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스승에게 그런 걸 물어보면 어떡하느냐. 7단계가 궁금하다면 네놈이 직접 밟아 보거라. 그리고 만약 네놈이 정말로 아르카 7단계에 다다르게 된다면… 그때는 네놈을 신이라 불러도 문제 될 게 없겠지.]스승님의 기대와는 달리 전생의 나 역시 7단계의 경지에 다다르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6단계까지 마스터한 입장에서 말하자면 스승님의 분류법은 대체로 타당했다.
특히 3단계, 5단계, 6단계의 벽을 돌파하는 순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촤라라락.
그리고 스승님의 분류법이 옳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림자 밧줄은 태풍과도 같은 소리를 발하며 맹렬히도 꿈틀거렸고.
난 가슴을 두드리는 고양감을 애써 숨긴 채 최대한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기는? 너도 잘 아는 거야. 그림자 밧줄.”
―거짓말! 그림자 밧줄이라는 거. 그냥 가시가 비죽비죽 돋아난, 잘 늘어나는 로프 같은 거였잖아! 그런데 이렇게 멋있는 게 그림자 밧줄이라고? 거짓말, 안 믿어!
“믿기 싫으면 말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했지만, 고양감이 점점 더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르카 3단계까지의 그림자 밧줄은 길게 늘어나거나 적을 속박하는 게 보여 줄 수 있는 능력의 최대치였다.
하지만 4단계의 문이 개방된 덕분에 그림자 밧줄 또한 지금까지의 한계를 벗어던질 수 있었고.
완전히 다시 태어난 그림자 밧줄은 ‘날개’나 ‘태풍’ 같은 모습이 되어 내 등 뒤에 머물렀다.
따악.
―우오오오!
손가락을 튕기자 수십 갈래로 갈라진 그림자 밧줄이 허공으로 뻗어 나가 거미줄처럼 촘촘한 막을 형성했고 그 광경을 목격한 북슬이는 다시금 탄성을 토해 냈다.
그리고 난 그 감탄 따위는 정말이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표정을 ‘유지’한 채 최대한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놀랄 거 없어. 오르페우스 님 덕분에 나도 몸에 좋은 걸 먹었잖아. 그럼 그 값을 해야지.”
―하와와와, 그럼 낚싯대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건….
“응, 이걸로 낚을 거야. ‘미끼’가 저렇게 예쁘고 화려한데 낚싯대도 이 정도 레벨은 돼야지.”
부글부글.
호수의 표면에서는 한층 더 격렬한 파문이 일었고 ‘벌써 도착했나?’라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 서쪽 하늘을 바라보니 창공을 수놓은 채 점멸하고 있는 빛무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부글부글부르르르륵.
“온다, 준비해!”
끓어오르기 직전의 냄비처럼 부글거리는 호수.
집채만 한 바윗돌이 떨어졌을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 주는 호수를 보고 있자니 드디어 타이밍이 도래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호수를 향해 달음박질을 시작한 그 순간.
카아아아악.
―우워어어! 나왔다.
―세상에, 물 밖에서 보니까 더 크네!
드디어 물뱀이 호수 바깥으로 그 흉물스러운 대가리를 내밀었다.
카아아악.
도무지 끝날 줄을 모르고 솟구치는 놈의 몸뚱이는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기둥을 연상케 했고 한껏 벌린 놈의 아가리 사이에서는 빛무리들을 향한 탐욕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라무테 님께서 몇 번이고 확인을 하신 바 있어. 주변에 사람은 없다. 가진 걸 모두 쏟아부어서 최대한 짧은 시간에 끝낸다.’
따악.
손가락 끝을 물뱀의 아가리를 겨냥한 채 손가락을 튕겼고 내 등 뒤에서 기회를 노리던 그림자 밧줄이 사냥개와 같은 기세로 추격을 시작했다.
카아아악.
저놈이 풍뎅이들이 내뿜는 빛을 향해 저리도 강한 집착을 보이는 이유(오르페우스 님께서 환영을 만들 때 암시를 걸어 놓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은 하고 있지만)가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잔뜩 흥분한 놈이 조심성을 상실해 버리는 바람에 줄곧 호수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몸통 대부분이 드러나 버렸다는 사실.
캬아아악.
―페이건, 서둘러! 저 못된 괴물이 불쌍한 풍뎅이들을 삼키기 직전이란 말이야!
한껏 웅크리고 있던 몸을 쭉 뻗어 솟구치는 물뱀의 전신에서는 용수철과도 같은 탄력이 느껴졌고 놈의 아가리가 최대 각도를 그리며 한껏 벌어진 그 순간.
키에에엑.
검은 벼락처럼 뻗어 나간 가닥가닥 그림자 밧줄이 그대로 놈의 몸통을 칭칭 휘어 감았다.
따악.
곧바로 두 번째로 손가락을 튕겼고 선발대가 괴물을 옭아매기만을 기다리던 후발대가 두 번째 출격을 시작했다.
등 뒤에서 뻗어 나갈 때부터 수십 가닥은 족히 되었던 그림자 밧줄은 날아가는 와중에도 갈라지기를 멈추지 않았고.
물뱀의 지근거리에 근접했을 때는 이미 수천 가닥의 사슬이 되어 있었다.
캬아악.
제아무리 물뱀이 거대하다 한들 수천, 수만 가닥이 족히 되는 사슬에 휘감기고도 멀쩡할 수는 없는 일.
갈망하던 빛무리들을 눈앞에 두고 멈출 수밖에 없게 된 놈은 시선을 내 쪽을 향해 고정한 채 눈을 희번덕거렸고.
‘뭘 봐?’
캬아아아아악!
곧이어 지금껏 단 한 번도 듣지 못한 괴물의 울음소리가 호숫가 일대를 뒤흔들었다.
* * *
“뭐야! 조금 전의 진동은 도대체 뭔데?”
“방향이 어디야? 그러니까 서쪽 외곽인가?”
“아니 씨, 저쪽 하늘은 왜 또 저렇게 반짝거리는 건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고!”
새벽 2시 15분.
평소 같았다면 잠에 빠져 꿈나라 여행에 한창일 시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잠을 이루지 못한, 혹은 잠에 빠져 있다 황급히 깨어난 얼굴을 한 채 창가에 매달려 있었다.
학생들의 잠을 깨운 소음과 빛의 진원지는 서쪽 외곽 지역이었고 학생들은 입을 떡하니 벌린 채 서쪽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저거, 쌍두 도마뱀자리 근처에서 반짝거리는 저거! 별 맞지?”
“아니야, 이 바보야! 쌍두 도마뱀은 주변에 다른 별이 있는 걸 싫어하는 탐욕스러운 별자리라고 성좌학 개론 수업 때 들었잖아.”
“아니… 그럼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게 별이 아니면 뭔데, 마법? 저 정도로 광범위한 발광(發光)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해?”
“그, 글쎄. 그래도 국장님들급 정도 되는 마법사라면 저런 마법도 구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네 말은 국장님씩이나 되는 분들께서 이 야심한 시각에 저런 외딴곳까지 가서 빛덩이를 주렁주렁 띄워 올리고 있다, 이 거지? 야 씨, 그건 말이 되냐!”
다행히도 폴리다고스 기숙사 대부분은 훤히 뚫린 통창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기에 학생들은 시시각각 총천연색으로 물들어 가는 서쪽 하늘을 비교적 명확하게 관측할 수 있었다.
“집합! 긴급 인원 점검을 할 것이니, 전 학생은 복도로 집합!”
그런데 학생들의 호기심이 최고조에 다다른 그때.
복도 곳곳에서 생활 교관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레 발생한 이상 상황에 대한 초동 대처의 일환으로 긴급 점호가 실시된 것이다.
“페이건 클라디우스! 1학년 학년 대표는 어디 가고 안 보이나!”
“이런 비상 상황이 발생했으면 학년 대표가 제일 먼저 나와서 인원 파악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거기 너, 당장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방으로 가 그 친구의 행방을 확인하도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건 교관들이었지만 작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아는 페이건 클라디우스라면 지금 상황에서 제일 민첩하게 튀어나와서 상황을 수습(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얼굴을 한 채)할 텐데.
도대체 뭘 하고 있길래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걸까?
“페이건은 오늘 밤 외출 허가를 얻어 기숙사 바깥으로 나갔어요, 교관님. 허락하신다면 인원 파악은 제가 대신하도록 할게요. 혹시 이럴 경우를 대비해 페이건이 각 방별 인원과 부재자(不在者) 명단을 저에게 맡기고 갔거든요.”
“1학년 학년 대표가 자리에 없다고?”
“네. 그리고 이 외출은 정당한 허가권자의 허락하에 벌어진 일인 터라 페이건이 질타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관님이 허락해 주신다면 3분 이내로 인원 파악 마칠 수 있으니 저한테 맡겨 주세요.”
“그럼… 인원 파악은 엘리시온 양에게 맡기는 걸로 하지.”
대무자(代務者)가 눈치 빠르게 나서 준 덕분에 긴급 점호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고.
친구를 대신해 발 빠르게 뛰어다니는 와중에도 카밀라의 시선은 서쪽 하늘을 향해 있었다.
‘너, 설마 이런 일이 생길 걸 예상하고 나한테 일을 맡긴 건 아니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하필 페이건이 자리를 비운 밤에 이런 이상 현상이 발생한 것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보는 게 옳았다.
물론 그 우연의 일치가 참으로 공교롭기는 했지만, 조금 전 학생들도 말한 바 있지 않은가?
애초에 국장급 정도 되는 대마법사가 아니라면 저 정도로 광범위한 이상 현상을 연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이다.
물론 페이건이 지금껏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 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페이건의 기량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어쨌거나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소년.
열일곱 살짜리 소년이 대륙 전체를 놓고 봐도 손꼽히는 초인들인 국장급의 역량을 갖췄다는 건 너무나도 얼토당토않은 논리의 비약(飛躍).
즉,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페이건의 부재는 단순한 우연으로 보는 게 옳았다.
‘그런데… 난, 왜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지?’
상식과 논리의 장막을 두껍게 덮어 놓아도 ‘여자의 직감’이라는 송곳은 장막을 찌를 듯한 기세로 고개를 쳐들었고 결국 카밀라는 서쪽 하늘을 향해 눈을 찡긋거리며 혼잣말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페이건. 너 오늘 밤 일로 나한테 빚 하나 진 거야. 이건 두고두고 잊지 않을 테니까 너도 함부로 잊어버리거나 그러면 안 돼애.’
* * *
캬아아악.
피피피피핑.
물뱀과의 줄다리기 2차전이 시작된 지 1분 경과.
끙끙거리는 소리가 난무하며 비교적 오랜 기간 지속되었던 1차전과 달리 2차전은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았다.
피피피핑.
그림자 밧줄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분열을 계속하며 웜의 전신을 휘어 감는 중이었고 물뱀이 제아무리 거대하다 한들 아르카의 거미줄에 저토록 완벽하게 속박된 이상 저항할 방법은 전무했던 것이다.
―페이건, 정말 너무너무 잘하고 있어! 힘내라 힘!
―어! 저놈 꼬리가 물 밖으로 나왔다! 페이건, 힘내! 네가 그랬잖아. 가장 중요한 건 저놈의 균형을 흩트려 놓는 거라고! 근데 물뱀 꼬리가 살랑거리는 게 심상치 않아. 거의 다 된 것 같아!
목이 터져라 목소리를 높여 가며 나를 응원해 주는 마스코트들.
열화와 같이 쏟아지는 통통이와 빨강이의 응원 덕분에 나 또한 승리 의지를 고양시킬 수 있었고.
‘지금쯤 교무위원회도 이상 현상을 발견했을 테니 비상 회의가 소집되었겠지? 회의가 소집되고 파견이 결정된 조사단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길어 봤자 20분.’
집중력을 한층 더 고양시키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물뱀을 사냥한 후 뒷수습까지 생각하면 낭비할 시간이 없어. 최대한 빨리 끝낸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다시 한 번 괴물과 눈이 마주쳤고 기력이 저하된 기색이 역력한 놈의 눈동자가 보였다.
이제는 정말 끝을 내야 할 때.
따다닥.
빠르게 손가락을 두 번 튕겼고 그러자 웜을 휘감고 있던 밧줄 형태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삐주주죽.
날카롭기 그지없는 가시가 밧줄 전역에서 솟아 나왔고.
카아아아악.
날카로운 가시에 난자당한 웜의 아가리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수만 가닥의 그림자 사슬을 상대로 버텨 내는 것만으로도 체력의 대부분을 소진하고 있던 웜의 몸뚱이가 크게 휘청이며 좌우로 흔들렸고.
―흔들린다, 흔들린다, 흔들린다니까! 야,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
―페이건, 지금이야! 힘껏 당겨!
수평 방향으로 힘을 쓰던 밧줄이 일제히 수직 방향으로 힘의 작용을 변경했다.
촤르르르르.
놈의 몸뚱이가 호수 바깥으로 완전히 빠져나오는 걸 기념하는 물보라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집 밖으로 억지로 끌려 나온 채, 뱀장어 같은 몸짓으로 흐물거리는 그레이트 웜.
‘지금!’
그 순간 난 최후의 한방을 위해 아끼고 있던 세 번째 밧줄 더미를 쏘아 보냈다.
카아아악.
거대한 놈의 몸뚱이가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찌르륵.
나를 응원하는 풍뎅이들의 날갯짓 소리가 최고조에 다다른 그 순간.
쿠우우우웅.
신화 속의 거목처럼 거대했던 그레이트 웜의 몸뚱이가 지상에 처박히는 소리가 사방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