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14)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14)화(214/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14)
“주문하신 벌꿀 스틱과 커피 나왔습니다. 테이블 위에 놔 드리면 될까요?”
“네, 고마워요.”
“어머! 고맙다니요. 손님처럼 잘생긴 손님이 와 주셨으니 제가 감사해야죠. 그럼 또 필요한 게 있거든 말씀하세요. 호호!”
사막의 신기루와도 같은 웃음을 남긴 채 여급은 멀어져 갔고 난 벌꿀 스틱을 담갔다 뺀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후룩.
‘오랜만에 먹을 때는 이게 커피야, 먹물이야 했는데 먹다 보니까 이제 좀 적응이 되네. 이 특유의 진한 맛은 좀 과하지만 역시 사막의 커피는 향이 참 좋아.’
바바루크에 체류한 지도 오늘로 나흘.
입에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것 같은 독한 커피의 맛에도 슬슬 적응되어 가고 있었다.
댕댕댕.
그리고 몸에 배어 가는 건 커피 뿐만이 아니었다.
대앵대앵.
약속된 시간이 되자 울려 퍼지는 청아한 종소리.
“마쿤캅 데무스 발라하드!”
“에무루즈마소 바바드야드!”
그리고 여기저기서 종소리를 따라 터져 나오는 기도문(祈禱文).
신에게 경배를 올리는 시간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막의 신’을 믿는 이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은 채 기도를 올렸고.
관광객을 비롯한 비(非)신도들은 대화를 멈춘 채 기원의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렸다.
원주민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믿음에는 동참하지는 못하더라도 침묵을 지켜 줌으로써 ‘경배의 의식’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것이 ‘바바루크의 모두에게 적용되는 암묵적인 예의’였던 것이다.
대애앵.
잠시 후 기원의 시간이 종료되었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졌고.
잠시간 멈춰 있던 사막의 시간 또한 다시금 흘러가기 시작했다.
다그닥다그닥.
나 또한 기원의 시간 동안 벌꿀 스틱으로 잔을 휘젓는 걸 참고 있었지만.
끽다(喫茶) 의식을 잠시간 멈춘 까닭이 바바루크 주민들에게 예의를 표하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잠시 후면 모습을 드러낼 ‘타깃’에게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해 일체의 잔동작을 삼간 채 시선을 골목 너머로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다그닥다그닥.
‘…정말이지 한 치의 오차도 없군. 나쁜 놈들은 왜 이렇게 부지런한 건지.’
줄줄이 이어진 천막 행렬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으려니 골목길을 지나 모습을 드러내는 일련의 짐수레가 보였다.
‘그제, 그러니까 관찰을 시작한 첫날도 정확히 이 시간에 이곳을 지나갔고 어제도 마찬가지였어. 오늘도 변동은 없었고 그렇다는 건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겠지.’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이동 경로를 따라, 정확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는 짐수레.
또옥똑.
커피를 잔뜩 머금은 벌꿀 스틱을 이용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난(Naan) 위에 여러 도형을 겹치게 그려 보았다.
시간을 맞춰 이동하는 짐수레 행렬은 하나가 아니었고 각각의 짐수레가 그리는 도형 또한 각양각색이었다.
원형, 사각형, 외뿔, 오망성, 다이아몬드 그리고 육망성까지.
서로 다른 모양을 그려 가며 바바루크를 순례하는 짐수레 행렬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 번째, 이 수레들을 조종하는 게 아타카크 중계소 놈들이라는 점.
‘…그리고 그 공통점 두 번째, 이 모든 도형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붉은 지붕의 저택.’
수레를 향해 고정하고 있던 시선을 조금 위로 올리자 바바루크 동쪽으로 치우친 자리에 있는 호화스러운 저택이 보였다.
높게 솟은 담벼락(천막이 대부분의 주거 형태를 차지하는 바바루크에서는 상당히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과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주렁주렁 야자수들.
아타카크 놈들이 거처로 삼고 있는 고지대의 저택보다도 훨씬 더 광활한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대저택.
담장이 워낙 높은 탓에 명시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저 대저택 곳곳에는 야외 수영장이며 이런저런 보관창고들이 듬성듬성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저 정도 주택을 별장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라면 저택의 주인은 꽤나 고위급 인사라고 봐야겠지.’
워낙 보안이 철저한 탓일까?
지난 며칠간 부지런히 정보를 수집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택의 주인에 대한 명시적인 정보를 얻지는 못한 상태였다.
정보를 채집하는 내 능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애초에 저택의 주인에 관해 알려진 정보가 워낙에 부족했던 것이다.
나름 바바루크에서 잔뼈가 굵은 상인들을 골고루 만나 가며 정보를 수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누구도 저택의 소유주를 알지 못했다.
―페이건, 수상한 수레들이 며칠째 계속 저택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고 그랬잖아. 역시 저 수레 행렬의 목적은 저택의 동향을 살피기 위함인 걸까?
‘그것도 목적 중에 하나겠지만 전부는 아닐 겁니다. 정찰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목표. 놈들의 진짜 목적은 길을 만드는 데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길? 무슨 길? 다리를 놓거나 하다못해 카펫을 까는 것도 아닌데 모래 위를 수레가 다닌다고 해서 길이 만들어질 수 있어?
‘인간의 눈으로 본다면 저 정도 작업으로 길을 만드는 게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일로 보이겠지만 그 기준을 달리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요.’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가다듬는 척을 하며 손을 머리 위로 올리자 오늘도 북슬북슬 말랑말랑하기만 한 배털이 느껴졌다.
가만있자… 사막의 모래 쥐들이 얘보다는 조금 더 작았던가?
본 지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우헤헤! 간지러, 우헤헤!
‘이를테면 북슬이보다 조금 더 작고 훨씬 더 민첩하며 자신들의 발자취를 남기지 않기 위해 타인의 발자국 위로 이동하는 걸 즐기는 그런 짐승 무리가 있다고 가정해 보죠. 그렇다면 반복되는 수레의 행렬을 길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흐음… 벨제키엘보다 작고 빠른 짐승이라니… 묘하게 구체적인 설명이네.
‘지금까지는 추측의 영역이라 확답을 드리기에는 좀 그렇고… 조금 더 상황이 분명해지거든 그때 전부 다 말씀 드릴 테니 며칠만 더 기다려 주시겠어요?’
―응, 그럴게! 나는 페이건을 믿으니까.
―우헤헤헤헤! 내 배에서, 우헤헤! 손 떼라니까아, 우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아타카크 놈들이 뭘 노리고 있는지 대충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놈들이 이 머나먼 사막까지 와서 이 지랄을 해 대는 구체적인 동기가 무엇이며 정확한 발작 타이밍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한 상황.
와작와작.
바삭하게 구워진 난을 돌돌 말아 입안에 쑤셔 넣은 후 카페를 나와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목표로 하는 곳은 저택 인근에 위치한 야외 공원.
모래바람이 불지만 않는다면 그 공원에서 저택 정문을 제법 용이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드르륵, 쿵.
히랴!
공원에 자리를 잡은 지 30분쯤 지났을 무렵.
등에 커다란 자루를 짊어진 건장한 체구의 배달원들이 저택 문 바깥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전부 해서 얼마요?”
“금화 두 개에 은화 일곱 개 주시면 됩니다.”
저런 식의 거래를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저택의 집사와 약재상은 무척이나 익숙한 태도로 거래를 진행시켜 나갔다.
‘라무테 님, 저 배달원이 메고 있는 자루 안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봐 주세요.’
―응, 알겠어! 흐음… 일단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유리병이야. 색색별로 물든 유리병이 들어 있는데 그 유리병 안쪽은 알록달록한 말린 꽃잎으로 가득 차 있어. 우선 파란 병 안에는 하얀빛의, 그러니까 백합을 닮은 꽃잎이 있고. 노란 병 안쪽에는 분홍 장미처럼 생긴 꽃잎이. 보라색 병 안쪽에는 검은 꽃잎이….
‘하얀 병에는 빨간 꽃, 회색 병 안에는 자줏빛 꽃, 녹색 병에는 하늘색 꽃이 들어있던가요?’
―응! 마, 맞아.
‘그리고 병들 옆에는 파란색 자수정으로 만들어진 분무기랑 램프가 있고. 또 그 옆으로는 도라지를 닮은 약재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지 않던가요?’
―그, 그것도 맞아.
―야, 페이건! 너 아주 나빴다. 뭐가 있는지 뻔히 다 알면서 왜 라무테를 귀찮게 하냐? 칫!
자기한테 물어보거나 한 게 아닌데도 북슬이는 괜한 심술을 부렸고.
난 녀석의 꼬리를 한차례 잡아당겨 준 후 말했다.
‘라무테 님의 최초 설명을 듣고 유추해 낸 거지. 다 알고 물어본 게 아니야. 이 세상에 약재가 제아무리 많다 한들 각각 색을 달리하는 유리병 안에 보존해야만 하는 약재는 딱 하나밖에 없거든.’
―으윽! 그래서 네가 말한 그 알록달록 꽃잎이 어디에 쓰는 약재인데?
‘급성 열병. 건조한 기후 때문에 발생하는 열병에 효과가 있는 약재인데 환자가 성인일 경우 사용하는 유리병의 개수는 많아야 네 종류를 넘지 않아. 다섯 가지 색 이상의 유리병을 한꺼번에 사용한다는 건 환자가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아이라는 뜻이야.’
―오홍! 그럼 저 저택 안쪽 어딘가에 열병을 앓고 있는 어린아이가 있다는 뜻이네.
‘아픈 사람이 있다는데 눈을 반짝이며 기뻐하다니. 이거 아주 고약한 롤빵이로세.’
―윽! 그치만… 어쨌거나 환자가 있다는 건 네가 더 적극적으로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잖아.
‘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하여 무작정 머리부터 들이밀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북슬이의 항변에 동의할 생각은 없지만, 저택 안쪽에 관심을 가져야만 할 이유가 늘어난 건 사실이었다.
마스카 경매를 통해 바바루크로 집결한 아타카크의 쓰레기들.
부지런하고도 치밀하게 바바루크를 오가며 수작을 부리는 놈들의 짐수레.
그리고 저택 안의 환자까지.
결국,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내 눈으로 직접 저택의 전경을 확인해야만 했고.
난 어쩔 수 없이(정말, 진짜로) 한마디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별수 없네. 오늘 밤, 담을 넘는 수밖에.’
* * *
“흐아아암! 제길,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모래랑 별이 전부니 겁나 지루하네. 아우우… 다음 교대까지는 얼마나 더 남은 거야!”
쉬익.
내가 담벼락을 넘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경비병의 중얼거림을 뒤로한 채 거침없이 발걸음을 놀렸다.
목표는 저택 안쪽의 최심부.
상당한 금액의 약재 값을 지불하면서까지 치료해야만 하는 어린 환자라면 저택 안쪽 어딘가에서 병치레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
“아하함! 있잖아, 명령이니까 군말 없이 경비를 서기는 하는데 우리가 굳이 이러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이 저택에 도사리고 있는 감지 수정만 해도 수백 개가 넘는데 이토록 삼엄한 경비를 뚫고 안쪽에 들어올 수 있는 놈이 있을 리 없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쩌겠냐? 원래 윗사람들은 아랫사람을 부려 먹는 데서 보람을 느끼는 법이잖아.”
제아무리 저택의 경비가 삼엄하다 한들 내 그림자 밧줄과 라무테 님의 투시안 앞에서는 파도 앞의 모래성일 뿐.
감시 수정 수백 개가 아니라, 수천 개가 있어도 막아설 수 없는 존재가 있는 법이라는 걸 까맣게 모르는 경비병들의 머리를 넘어서니 안쪽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휴, 아가씨께서 보름째 저리 누워만 계시니 큰일이네. 마님이나 어르신께서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열병에 걸리셨길래 한 달째 앓고 계시는 걸까?”
“그러게 말이야. 어휴, 이번에 방문해 주신 마님이랑 어르신은 참 좋으신 분인 것 같은데… 아가씨가 저러고 계셔서 어째?”
“그런데… 우리 마님이랑 어르신은 뭐 하는 분이실까? 말씀하시는 거나 행동하시는 거 보면 어마어마하게 높은 분이라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 듣자 하니 대족장님과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데… 어쩌면?”
“쉿! 너 어쩌려고 그렇게 떠들어! 우리 같은 것들이 괜스레 궁금해했다가는 경을 치게 되는 거 몰라?”
그렇게 조금 더 벽을 타자 아이가 입었을 것으로 보이는 환자복과 수건을 줄줄이 사탕으로 든 채 걸어 나오는 하녀들이 보였다.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은데… 어디가 좋을까? 아! 저게 좋겠네.’
비스듬히 뻗은 환풍구를 따라 반대쪽 처마로 빠져나가자 높게 솟은 야자수가 보였다.
야자수의 잎이 워낙에 무성한 터라 나 하나쯤은 충분히 숨겨 줄 수 있을 듯싶었고.
난 그대로 지붕을 따라 내달린 후 야자수 위로 몸을 실었다.
‘북슬아, 지금부터는 라무테 님과 교감을 해야 하니까. 당분간 조용히 하고 있어야 해. 라무테 님, 투시안 부탁드립니다.’
―응, 잠깐만 기다려!
내가 둥지를 튼 야자수와 안쪽 건물 사이에 위치한 건 벽 한 장이 전부.
왕궁 수준의 경비 태세를 갖춘 건물이라면 투시안이 막힐 수도 있겠지만.
제법 화려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이 저택은 평범한 건물.
오르페우스 님의 권능이 담긴 투시안을 당해 낼 수 있을 리 없었고.
잠시 후 라무테 님이 들여다본 방 안의 전경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후우….”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발그레한 볼을 한 채 잠이 든 소녀.
그리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잠든 소녀를 내려다보는 남자였다.
“이 녀석아… 어쩌자고 이토록 아비의 속을 썩이는 것이냐. 내 이래서 이번 여정에 너를 데려오지 않겠다고 그리 말을 한 것이거늘. 요 말썽쟁이 같으니라고.”
겉으로는 책망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이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눈빛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온기로 가득 차 있었다.
“흐음….”
그렇게 잠든 딸의 얼굴을 몇 번이고 어루만지던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남자는 품에서 꺼내 든 무언가를 양손으로 꽉 움켜쥔 후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위대한 모래의 후손을 아끼고 보듬어 주시는 ‘마라카브’시여. 여기 그대의 피를 이은 아이가 크나큰 고통을 느끼고 있나이다. 부디 그대의 아이에게 이 시련을 무사히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시옵고….”
우웅.
남자의 손에는 녹색 수정을 깎아 만든 코브라 장식이 들려 있었는데.
남자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코브라에 깃든 녹색 빛 또한 그 밝기를 더해 가고 있었다.
‘자이반 산의 녹수정을 깎아 만든 코브라 조각상. 그리고 마라카브의 후손… 저택의 주인이 누구신가 했더니 당신이었어?’
바바루크 인근의 사막은 중개 교역으로 인한 부(富)가 넘쳐흐르는 장소였기에.
이 정도 규모의 저택의 소유주라는 사실만으로는 남자의 정체를 추측해 내는 데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바바루크의 사막이 부가 흘러넘치는 장소라 한들 ‘자이반의 녹수정을 깎아 만든 코브라 조각상’을 손에 쥔 채.
‘사막의 뱀 마라카브’의 후손을 자처하는 자는 많지 않았고.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길래 암살자, 그것도 아타카크의 보증서로 증명된 최고급 암살자가 50명씩이나 필요한가 했더니 나름의 이유가 있었군그래.’
라무테 님의 시선을 빌려 남자의 얼굴을 다시금 살폈다.
각진 얼굴과 다부진 입매.
그리고 제왕의 위엄이 서려 있는 눈동자.
물론 변장 도구며 마법을 통해 진짜 얼굴은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내 짐작이 맞다면 저 남자는 자신의 진짜 얼굴을 드러낸 채 맘 편하게 바바루크 구경을 올 수 있는 처지가 절대로 아니었으니 말이다.
마라카비탄.
‘바바루크 인근의 사막을 통해 이뤄지는 중개 교역 중 4할을 과점(寡占)하고 있는 황금 코브라의 후손들. 비록 그 규모는 작지만, 사막을 통째로 금색으로 물들일 수 있을 정도의 금력(金力)을 보유한 황금의 일족.’
바바루크 인근을 다루고 있는 지리서를 통해 습득한 지식들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머지않아 ‘마라카비탄의 대족장 자리에 즉위할 것이 확실시되는 남자’의 얼굴을 응시한 채.
오늘의 야행(夜行)을 통해 파악한 아타카크 놈들의 의도를 아주 천천히 떠올렸다.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닌 마라카비탄의 차기 대족장을 암살하고자 한다면 최고급 암살자 50명 정도는 필요한 게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