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28)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28)화(228/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28)
“공자… 이게 도대체 어디선 난 물건인 것이요?”
테이블 위에 놓인 큼지막한 금화 주머니를 본 키에르고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게오르그 로덴토가 부린 수작으로 인해 어르신께서 감내한 손실액과 이자, 거기에 ‘아주 약간’의 보상금을 더한 겁니다. 수령한 총금액에서 제 몫은 이미 제해 놨으니 여기 있는 건 어르신께서 전부 보관하시면 됩니다.”
금화 주머니 옆으로는 내가 며칠간 보관하고 있던 장부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자루와 기록을 번갈아 보던 키에르고는 한층 더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원래는 5:5로 분배할까 했는데 그랬다가는 어르신께서 받을 수 없다고 사양을 하실 것 같아 제 몫을 6, 어르신 몫을 4로 배분했습니다. 그러니 편한 마음으로 받으셔도 됩니다.”
“…내가 입은 손실에 대한 보상금치고는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제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아니니 저한테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정 마음에 걸린다면 카포레 벤쿠르를 찾아가 고맙다는 인사라도 한번 하시던가요. 뭐, 남작이 그때까지도 상업지구에 발을 붙이고 있을 수 있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절반 이상의 상품 가치가 훼손되어 버린 창고 안의 상품들과 손실 금액의 10배에 달하는 현금 보상.
이번 일로 카포레는 수십 년간의 노력으로 쌓아 온 경제적 기반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고.
남작이 앞으로 걸어야 할 고난의 길이 내 두 눈에는 훤히 보였다.
“…남작은 어떻게 되는 것이오?”
“글쎄요. 일단 상품 가치가 0이 되기 전에 영빙석을 치워 주기는 했으니 남은 물건을 잘 수습하면 당초 예상 금액의 2~3할 정도는 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영지에 남은 저택이며 재산을 모두 매각하면 일단 외상으로 떼어 온 물건의 잔금 정도는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허허… 상업지구의 실세가 하룻밤 사이에 벼락 거지가 되어 버렸구려.”
“뭐 어떻게 박박 긁어모으면 고향에서 구멍가게를 차릴 정도의 자산은 확보할 수 있을 테니 벼락 거지까지는 아닐 듯합니다. 물론 상업지구에서는 더 이상 활동이 불가능하겠지만 말입니다.”
“저런….”
“어차피 구멍가게 정도의 그릇밖에 안 되는 사람이니 어찌 보면 잘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영빙석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돈을 위해 무릎이고, 심장이고, 영혼이고 간에 뭐든지 내던질 수 있는 황금충(蟲)에게는 이게 가장 적합하고도 가혹한 형벌일 테니까.
카포레와 식구들은 여생을 근근이 살아가며 감히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건드린 그 날의 선택’을 매일 같이 후회하게 될 테고.
그게 내가 그에게 선고한 가장 합당한 형벌이었다.
“소문을 통해 단호한 분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소. 한데 행동하시는 거나 말씀하시는 걸 보니 소문은 공자의 단호함을 절반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허허, 솔직히 말하면 남작이 아주 조금은 불쌍하게 보일 지경이외다.”
“제가 이런 짓을 한다 한들 바뀌는 게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궁지에 몰린 카포레를 헌신짝처럼 내버린 것으로 악명이 높아진다 한들 로덴토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일지도 모르죠. 그 정도의 악명은 감수하고서라도 로덴토의 발바닥을 핥고 싶다는 이들은 차고 넘칠 테니 말입니다.”
“카포레 개인의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비극적인 변화임이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자면 그리될 가능성이 높기는 하겠지.”
“그럼에도 이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놈이 보이면 어떻게든 부숴 버리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 돼 놔서요.”
“허허!”
“어르신처럼 점잖은 분의 시각에서 보자면 지나치게 난폭한 방법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건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저의 노력을 통해 얻은 정당한 보상이고 무릇 동업자란 사업으로 인해 거둔 수익을 나눠야 하는 법이니까요.”
“공자께서 양해해 준다면 한 대 피우고 싶소만 괜찮겠소?”
“얼마든지요.”
키에르고는 드라콘 전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담뱃대를 입에 물었고 곧 그의 눈빛만큼이나 자욱한 연기가 오두막을 가득 메웠다.
“그거 아시오? 공자를 보고 있으면 아주 오래전에 내가 알고 있던 어떤 사람이 떠오른다오.”
“저와 닮은 사람이라 재미있군요. 구체적으로 저의 어떤 면이 그분을 떠올리게 하는지요?”
“가차 없고 단호하지만 본질적으로 공평하다는 점에서 ‘그 사람’과 공자는 무척이나 많이 닮아 있소이다.”
“지금 그 말씀, 칭찬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지요. 하하!”
“그분을 마지막으로 만난 지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난 아직도 그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오. 나에게 있어 그 사람은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자,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한 스승이었거든. 그릇된 판단과 어리석은 충정에 빠져 미혹(迷惑)의 숲을 헤매던 나를 일깨워 준 큰 스승 말이오.”
“충정이라… 소속된 국가나 부족 없이 방랑하시는 분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흥미롭군요.”
그래, 그때의 당신에게는 충심이라는 게 있었지.
물론 지금은 우리 둘 다 충성을 바칠 만한 대상이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서 충성의 대상을 상실해 버린 지금은 어떻게 지금은 좀 행복하십니까, 타샤드의 재상 나으리?
“그래서 그분과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 가고 계십니까? 혹여 지금도 인연이 닿고 있다면 언제라도 좋으니 저에게도 한 번쯤은 소개를 해 주시죠. 저와 닮았다는 사람이 누구일지 몹시 궁금하니 말입니다.”
“안타깝지마는 그럴 수 없을 것 같구려. 그분은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거든.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에 태양보다도 눈부신 빛을 내며 장렬하게 산화(散華)하셨지. 나는 제법 오랜 시간을 살아왔지만, 지금껏 그보다 더 눈부신 죽음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오.”
“눈부신 죽음이라니… 참 애잔하면서도 숙연해지는 말이로군요.”
“그분께서는 워낙에 담백한 성품의 소유자였던 터라 내가 이런 식으로 본인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굉장히 멋쩍어 하실 거요. 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오. 하나의 죽음으로 그토록 많은 생명을 구해 내다니… 설령 내가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을 더 산다고 해도 그보다 더 사내다운 죽음을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확신한다오.”
응, 맞아… 굉장히 낯 뜨거워했을 거야.
그런 말을 듣고 있으려니까 지금 내 얼굴이 화끈거려서 아주 미칠 지경이거든.
“어쨌거나 그분은 그렇게 자신만의 대의를 품은 채 세상을 떠났고. 난 깨달음이 너무 늦은 탓에 스승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배은망덕한 놈으로 여생을 살게 되었소. 공자, 내가 이런 케케묵은 이야기를 굳이 꺼낸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오?”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나도 가치 있는 자들이 나보다 먼저 사그라들어 가는 걸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오. 내 말이 공자에게는 뜨내기의 오지랖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부디 진중한 마음으로 들어 주길 바라오.”
“그런 생각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 편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공자께서 페르디난드의 후계자와 각별하게 지내고 계신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사실이오?”
“그 친구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저는 각별하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아주 재미있는 구석이 있는 친구거든요.”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불쑥 튀어나온 아스트라의 이름.
키에르고는 담뱃대를 깊게 빨아들인 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자, 페르디난드의 후계자와 조금은 거리를 두는 게 어떻겠소? 자세한 사정은 말해줄 수 없지만, 페르디난드의 현 가내(家內) 상황은 공자께서 상상하시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다오. 지금부터 적절한 거리를 두지 않는다면 그 복잡한 상황에 휩쓸려 피해를 보실 수도 있다오.”
뜬금없이 아스트라를 들먹인 자신의 발언에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키에르고는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난 이곳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고 그동안의 내 시선은 줄곧 폴리다고스를 향해 있었다오. 그리고 그 세월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제법 알게 되었지. 공자! 페르디난드는 너무 위험하오. 제아무리 공자가 굳센 사람이라 해도 태풍이 올 걸 뻔히 알면서 맞상대를 하겠다며 버티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지 않겠소? 부디 이 늙은이의 염려에 귀를 기울여 주시구려.”
삐죽 튀어나온 입 사이로 흘러나오는 묵직한 담배 연기.
그 연기를 보고 있자니 ‘황제를 잃은 재상’께서 폴리다고스를 서성이는 이유를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확실히 이 늙은 드라콘도 뭔가 속내가 있었던 것이다.
“저에 대한 속 깊은 염려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답변을 드리기 전에 저도 어르신께 여쭙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말씀하시구려.”
“저와 닮았다는 그분께서 이런 충고를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어르신께서 생각하시기에 그분께서 ‘아! 알겠습니다. 거리를 두도록 하지요.’라는 답변을 할 확률이 어느 정도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하지만 키에르고의 속내를 이해하는 것과 그의 염려를 수용하는 건 별개.
“그분께서 정말로 닮은 구석이 있다면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상황이 복잡하다 하여 쓸쓸해하는 친구를 외면할 생각은 없습니다.’라는 답을 들려드리지 않았을까요?”
“허허!”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키에르고는 너털웃음을 터뜨렸고 나 역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이를 먹으면 쓸데없는 걱정이 늘어나는 법이라더니… 허허, 그 말이 틀림없는 사실인 듯싶구려. 맞소이다… 그분께서도 그리고 공자께서도 상황이 복잡하다 하여 친구를 버리거나 할 사람들은 아니거늘 내가 걱정이 앞서 멋모르는 소리를 지껄이고 말았구려. 부디 용서하시오.”
“용서라니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절 염려하는 어르신의 마음은 소중히 받아들일 것입니다.”
“좋소이다. 공자, 내 페르디난드와 거리를 두라는 말은 더 이상 올리지 않겠소. 하지만 이건 받아 주시오.”
상대방에게 줄 무언가를 준비한 건 나 혼자만이 아닌 듯했다.
키에르고는 가슴 주머니 안쪽으로 손을 뻗어 가죽 자루를 꺼냈는데 자루 안쪽에는 두툼한 서류 다발이 들어 있었다.
“폴리다고스에서 근무하는 교수들과 교직원들을 내 나름대로 정리한 문서라오. 그중에 색을 달리하여 이름을 표시한 교직원들이 있을 터인데… 공자, 부디 그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신중을 기하시길 바라오.”
“흐음… 색색으로 표시한 이름들이 꽤나 많군요. 하하! 폴리다고스 내에 수상한 사람들이 이리도 많았나요?”
“자세한 사항은 서류 안쪽에 세세히 기입해 두었으니 확인하시면 왜 그들이 수상한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실 수 있을 것이오. 공자, 조심하시오. 분명히 말해 폴리다고스는 강력하고 성스러운 요새이기는 하다만 모든 구성원들이 폴리다고스를 닮은 건 아니니 말이오.”
“제가 에스페타라를 떠나올 당시 아버님께서 해 주신 것과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하하!”
“내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폴리다고스의 교수들 중 그 동기가 순수하지 못한 인원이 적어도 수십 명은 되오. 그리고 그들의 성향을 고려하건대 공자를 벼르고 있을 가능성 또한 무척이나 높을 것이오.”
동기가 순수하지 못한 인원이라… 직접적으로 기둥에 속해 있지는 않아도 놈들로부터 조종을 받거나 혹은 매수를 당한 인원을 가리키는 말이겠지.
키에르고가 기둥의 발흥에 대해서 어느 정도나 파악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직 타샤드 재상의 수십 년 세월이 담긴 이 자료가 큰 도움이 되리라는 건 확실했다.
‘교수라는 직함을 달고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른 놈들 또한 제법 많군. 특히 이런 정보는 아주아주 쓸모가 있겠어.’
협박, 강요, 윽박지르기 등등.
서류를 훑어보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른 시커먼 생각들을 꼭꼭 숨긴 채 난 가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음험한 생각들과는 백만 광년쯤 거리가 있는 정의롭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 주의 요망이라 기재해 준 몇몇 교수님들은 매의 눈으로 주시하고 있겠습니다. 전 이 명단의 교수님들이 가지고 있는 명성보다는 어르신의 안목을 더 믿으니까요.”
* * *
―이제 한 달 더 지나면 2학기도 끝이 나. 그런데 그동안 이뤄 낸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런고로 아일리, 반성해야 해.
깊어만 가는 가을밤.
2학기 종료를 한 달 정도 남긴 시점.
창문이란 창문에는 모두 두꺼운 커튼을 친 채 수정구를 향해 마주 앉은 아일리 바스티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의 얼굴은 무척이나 반가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교신이 되자마자 자신을 탓하고 드는 아가의 화법(話法)이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여름 이후로 조금은 나아졌다 싶더니 도로 아미타불이네. 이 언니께서 말을 할 때는 알아듣게 설명을 해야 하는 법이라고 몇 번을 말해 줬는데. 우리 아가, 그새 다 까먹어 버린 거야?”
―조금 있으면 아소토 왕국. 축제 열려. 폴리다고스 소속. 유망한 학생들. 지원 나가. 루드비히, 아소토 왕국 대신이야. 루드비히의 도움을 받고 매수해 놓은 교수들을 동원. 아스트라를 지원 명단에 집어넣을 수 있어.
“아가야, 그러니까 네 말은 다음 주에 있을 지원 학생 선발 명단에 ‘아스트라 페르디난드’를 집어넣고 싶다는 거야? 그리고 아스트라가 교내 바깥으로 나간 틈을 이용해서 뭔가를 꾸미고 싶다는 거지?”
―설령 매수가 없다고 해도. 아스트라 실력, 선발 명단. 당연히 들어가. 어찌 보면 포함되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한 일. 그런고로 명단 조작. 아주 쉬워. 아일리, 이거 해야 돼. 안 하면 무능. 아일리, 무능한 사람 싫어한다고 말했어. 아일리, 자기혐오?
“너 자꾸 언니가 하는 말 무시하고 네 말만 할래? 어휴! 그사이 사춘기가 오기라도 한 거니, 너?”
결국 아일리 바스티아는 수정구를 앞에 둔 채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하지만 에지세크의 사도께서는 여전히 수정구에 얼굴을 처박은 채 자신의 말을 이어 나갈 뿐이었다.
―폴리다고스 안. 요아힘 벤제르센 있어. 그 괴물이 있는 한. 교내에서 암살 힘들어. 그러니까 더 이상 그걸로 조르지 않아. 하지만 아소토 왕국. 폴리다고스 바깥. 요아힘 벤제르센 없어. 괴물이 없으면 아스트라를 지켜 줄 사람도 없어.
“얼씨구, 아주 신이 나셨네?”
―아소토 왕국. 루드비히 꺼나 마찬가지. 아소토 안. 커그스 있어. 나도 도울 수 있어. 아일리, 조건 좋아. 조건 좋은데도 성공 못 시키는 건 바보. 아일리, 바보 아냐. 아일리, 믿어.
믿는다는 말을 할 때 이벨다의 눈동자는 샛별 같은 빛을 발하며 반짝였고.
어느새 양손까지 모아 쥔 아가를 보며 아일리는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아일리, 지금 웃었어! 내 계획이 훌륭하다고 인정한 거지. 인정했으면 행동에 옮겨야 해!
“바보야! 이건 좋아서 웃은 게 아니라 네 표정이 너무 웃겨서 그런 거야. 넌 평소에는 뚱한 표정만 하고 있는 주제에 왜 아스트라의 목 이야기만 나오면 그렇게 신이 나는 건데?
―요아힘 벤제르센, 없으면 일 쉬워. 이번에는 반드시 아스트라 죽일 수 있어.
긍정 의미의 웃음이 아닌, 단순한 실소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벨다 페르디난드의 기세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외려 그녀는 이번에야말로 확답을 받고야 말겠다는 눈동자를 한 채 말했다.
―투정 같은 게 아니야. 어리광 아니야. 이건 좋은 계획. 아일리 바스티아, 내 머리가 좋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