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29)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29)화(229/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29)
―솔직히 말해. 지금껏 아가 아가 하면서 아껴 주는 척했지만. 사실은 날 우습게 보고 있었지? 그런데 우습게 보던 아가 입. 이런 묘책(妙策)이 나왔어. 믿기 힘들지? 그래서 대답을 못 하는 거지?
기세등등한 이벨다의 표정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가가 하는 말의 대부분이 사실이었기에 아일리는 좀처럼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래, 인정. 우리 아가가 아주 깜찍한 생각을 했다는 걸 인정할게.”
솔직히 말하면 최근 들어 초조하던 참이었다.
어느덧 2학기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고.
자신과 멍멍이의 6학년 생활 또한 끝나 가고 있는데 도무지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그 건방진 꼬맹이를 내 엉덩이 아래에 깔고 앉는 데만 성공했어도 나름 할 말이 있었을 텐데….’
질끈.
아일리는 수정구 너머의 아가 몰래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2학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있었던 ‘처참한 실패’ 이후 꼬맹이를 몇 차례 더 불러내는 데 성공했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카아악.
“워워, 자… 착하지, 진정해. 어… 선배님들, 저와 거리 두는 걸 명심하세요. 제가 그어 놓은 선 안쪽으로만 오지 않으면 아카이드도 부리짓을 멈출 겁니다. 혹여 몬스터나 위협이 접근한다면 그때는 제가 목숨 걸고 선배님들을 지킬 테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 밉살스러운 그리폰(산 채로 회를 떠 버려도 시원치 않을)은 자신의 주인을 향한 철통 경계를 거두지 않았고.
그 바람에 그녀를 비롯한 학회원들은 페이건에게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머, 들었어? 목숨 걸고 우리를 지켜 주겠대! 츄르릅….”
“좋은 건 알겠는데 침부터 좀 닦고 말해. 그런데 쟤도 참 대단하다. 어쩜 이렇게 예쁜 말을 저렇게 차가운 표정으로 할 수 있지?”
“넌 그 언밸런스함이 좋다며? 왜, 쟤가 저런 표정으로 우리 쪽을 쳐다볼 때마다 오싹오싹한다고 그랬잖아?”
“꺄악! 내가 그건 비밀이라고 했잖아!”
꼬맹이의 서릿발 같은 눈빛에 만족한 바보들은 이 상황도 충분히 만족한다며 꺅꺅거리기를 멈추지 않았지만.
원대한 꿈(페이건 클라디우스를 노예로 만든다는)을 가진 아일리 입장에서는 작금의 상황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꼬맹이가 보여 주는 반응이 워낙에 살벌하다 보니 이제는 매번 꽃단장하는 것도 슬슬 질리던 차였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아가가 깜찍한 작전을 제안해 오니 아일리 역시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깜찍할 일. 아직 다 안 끝났어. 아스트라, 아소토 왕국 수도로 보내는 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 아일리가 할 일. 하나 더 있어. 페이건 클라디우스, 파견 인원에 포함 금지. 빠져야 돼. 그래야지 아스트라, 확실하게 죽일 수 있어.
“너… 페이건 클라디우스가 1학년 대표라는 걸 그새 잊어버리거나 한 건 아니지?”
―난 신성한 에지세크를 받들어 모시는 성스러운 무녀. 바보 아니야. 바보 아니니까 당연히 기억해. 그뿐인 줄 알아? 아소토 왕국 축제에 파견되는 사절단. ‘저학년 위주’로 구성되는 전통. 있다는 것도 알아. 엣! 헴!
“우리 아가 나날이 혀 놀림이 잔망스러워지네. 귀엽기도 하지. 그런데 말이야, 그런 시시콜콜한 일까지 잘 아시는 분께서 1학년 대표를 사절단에서 제외시키는 게 무척 힘든 일이라는 건 왜 모르나 몰라?”
―힘든 일이라는 것. 알아.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해. 이것도 못 할 거면. 아일리, 거기 있을 이유 없어.
“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아일리는 코웃음까지 쳐 가며 눈을 째렸지만.
그사이에 부쩍 성장해 버린 이벨다는 매서운 채근을 멈추지 않았다.
―아일리, 일 해야 해. 페이건 클라디우스, 위험해. 나, 잘은 모르지만 어쨌거나 무조건 위험해. 눈 번쩍번쩍. 그 눈동자 보고 있으면 불안해져. 불안하면 일 잘 안 돼. 이건 루드비히, 마찬가지. 그러니까 빼야 해.
“흐음….”
점점 더 진지함을 더해 가는 아가를 마주하고 있으려니 아일리의 표정 또한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벨다는 다른 사도들에 비해 미성숙한 면이 분명히 존재했고.
그 이유로 인해 아일리는 그녀를 아가라 부르며 귀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성숙하다는 말은 뒤집어 표현하면 아직 태초의 야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었기에.
아일리는 이벨다의 직감만큼은 분명하게 존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가가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사절단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이리도 강력하게 주장(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하고 있으니.
아일리 또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아가의 언급이 없었다 해도 그녀는 본능적으로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떠올렸겠지만….
“그나저나 우리 아가 정말로 철들었나 보네. 난 네가 틀림없이 지난번의 수모를 대갚음하겠다며 방방 뛰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
―원수. 당연히 갚아. 하지만 내 감정보다. 계획의 성공이 먼저. 성공 위해서. 위험요소 배제. 요아힘 벤제르센, 제일 위험해. 팩셰르 에우리디케, 그다음으로 위험해. 그리고 페이건 클라디우스, 잘 모르겠지만 위험해.
도리도리.
뽀얗기만 한 뺨이 흔들릴 정도로 세차게 고개를 내저어 보인 아가는 표독스럽기 짝이 없는 눈을 한 채 말했다.
―페이건 클라디우스, 언젠가 반드시 내 손에 죽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거랑 비슷한 말을 멍멍이 군도 여러 번 한 것 같은데, 어쩌지? 페이건 클라디우스의 목은 하나인데 그걸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서 큰일이네. 이러다가 나중에 그 목을 걸고 제비뽑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무스카, 싸움 잘하지만 멍청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뛰어난 두뇌도 필요. 나 똑똑해. 무스카와의 1대1. 경쟁 자신 있어.
“그 경쟁 구도가 1대1은 아닐 거야. 참가 의사를 밝힌 사람만 벌써 세 명이니까.”
―세 명? 나랑 무스카 말고 또 있어?
“응, 있어. 그것도 바로 눈앞에.”
아일리는 오른쪽 손바닥을 뺨에 가져다 댄 채 배시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자신이 가지고 싶은 건 모가지(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따위가 아닌 ‘영혼’이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완전히 무력화시킨 페이건 클라디우스’를 독점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피차 같았기에.
그녀 또한 입후보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걔는 내 꺼야. 내가 먼저 침 발라 놨으니까 아무한테도 안 뺏겨.’
떠올리는 것만으로 숨이 가빠지게 만드는 은밀한 바람.
그 끈적한 열망을 잠시 덮어 둔 채.
아일리는 눈을 동그랗게 뜬 아가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사절단 파견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 볼까? 그래서 그 작전, 루드비히랑은 이야기가 된 거야?”
* * *
콩.
강화 합금으로 주조(鑄造)한 망치가 표면 위로 떨어지자.
가노베 나무의 수액을 굳혀서 만든 호박석(琥珀石)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삭삭.
특수 제작한 솔을 이용해 가루를 한데 모으는 것으로 재료 준비는 끝.
와이번의 척수와 덴프리 나무의 꽃잎으로 장식된 「엑셀」 위에 호박석 가루를 흩뿌렸고.
칠흑에 가까운 녹색 빛을 머금고 있던 장갑 표면이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돼라, 돼라, 돼라!’
난 양손을 한데 모은 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털 뭉치가 태평한 목소리(짜증 나리만치)로 말했다.
―헤에, 이렇게나 긴장한 표정의 페이건이라니. 나 이런 거 처음 봐. 라무테야, 너도 그렇지?
―저 재료를 구입하는 데 지난 한 달간의 열매 수익금이 모두 들어갔잖아. 상황이 이러니 제아무리 대범한 페이건이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지. 얘! 너도 방정맞은 소리 그만하고 기도나 해. 장갑아, 장갑아, 제발 성공해 주렴!
‘확보한 수익의 3할은 무조건 예비금으로 적립’해 둔다는 게 나의 재무 원칙 제1조였기에.
엄밀히 따지면 지난 한 달간의 모든 수익금이 투입되었다는 라무테 님의 발언은 진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일을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 주는 그 마음이 참 감사했기에 난 그녀의 발언을 정정하는 대신 다시금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렸고.
슈우욱.
눈부셨던 빛이 녹색 연기로 화(化)하는 것을 끝으로 「엑셀」의 1차 봉인을 푸는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성공했어?
땡글땡글한 눈동자를 굴려 가며 관전에 열중하던 북슬이가 질문을 던졌고.
난 손등 부분에 그려진 원형의 문양을 가리키는 것으로 대답을 갈음했다.
―어, 못 보던 문양이네! 성공했구나?
“여기에 투입된 금화만 수십 자루야. 이 문양 하나 띄우자고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데 당연히 성공해야지.”
짐짓 태연한 척을 했지만, 사실은 꽤나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봉인 해제가 성공할 확률은 작업에 투입되는 재화의 양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이번 1차 봉인의 경우 예상 성공 확률이 70% 정도였다.
혹시 30%의 불운에 빠져 지난 한 달간의 수익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몇 가지 특정 마도구를 첨가하면 확정적인 봉인 해제도 가능하겠지만, 그 정도 레벨의 마도구는… 지금의 나에게는 언감생심이니까.’
짝.
양손을 한 차례 맞부딪치는 것으로 성공을 자축한 후.
이제는 피부처럼 익숙해진 「엑셀」을 다시금 착용했다.
1단계 봉인 해제 전과 달라진 것이라고는 손등 부분에 맺힌 문양이 전부였지만.
오래된 친구의 진짜 모습을 조금이나마 찾아 줬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 한편이 훈훈해져 왔다.
―그래서 이제 그 장갑으로 뭘 할 수 있는데?
“말로 설명하기는 좀 그렇고 나중에 적당한 자리에서 보여 줄게.”
―구두쇠!
“보여 주기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야. 이 문양이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보여 주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도 필요하고 주변도 조용해야 해. 아무튼, 필요한 게 많아. 그리고 까닥해서 내가 실수라도 했다가는 기숙사 창문이고 천장이고 다 날아갈 수도 있단 말이야.”
―정말? 깍쟁이처럼 굴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고?
“…네가 깨진 창문 사이로 휘몰아치는 늦가을의 칼바람을 맞아 가면서 잠을 잘 각오가 되어 있다면 여기서 지금 당장 보여 주지 못할 것도 없는데. 한번 그렇게 해 볼까?”
―으… 알았어. 대신 나중에 적당한 때가 오면 나랑 라무테한테 제일 먼저 보여 줘야 해. 자, 약속!
“그래그래, 약속. 이제 됐지?”
점점 더 통통해져만 가는 북슬이의 앞발을 살짝 맞잡아 준 후 외투 안의 초대장을 꺼내 들었다.
―으흠! 좋은 냄새. 페이건, 그 봉투랑 초대장 아소토 왕국의 외무부에서 너한테 보내온 거라고 했지?
“발신인이 아소토 왕국의 외무부인 건 맞는데요. 딱히 저를 지명해서 보내거나 한 건 아닙니다. 초청받을 총인원수에 맞춰 초대장을 보내는 것까지가 아소토 왕국 외무부의 영역이었을 테고. 도착한 초대장을 배분한 건 폴리다고스의 재량이었겠죠.”
―제아무리 아소토가 폴리다고스 인근에 위치한 왕국이라 해도… 그 초대장이 페이건 네 손에 닿기까지 적어도 며칠은 걸렸을 텐데 이리도 향긋한 향이 남아 있다니. 아소토 왕국은 이런 류의 물품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난가 봐?
“예전부터 손재주에 능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던 나라였으니까요. 안 그래도 기예가 뛰어난 국가였는데 유능한 지휘관을 둔 이래로 그 솜씨가 한층 더 발전하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 유능한 지휘관이 누군데?
“너도 아는 사람이야. 루드비히 안피노 공작.”
―아, 지난번에 만났던 그 잘생긴 아저씨! 그런데 그 아저씨는 외무대신이라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업무가 외교일 뿐 안피노 공작의 영향력은 아소토 왕국 곳곳에 닿아 있어. 사람들이 루드비히의 안피노를 ‘아소토의 또 다른 국왕’이라고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거든.”
루드비히 안피노라는 이름을 입에 담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외교, 내무, 상업 증진, 법령 제정과 군제의 개편.
그리고 여기에 ‘신원 불명의 암살자들을 이용한 개수작’까지.
오늘도 그 매끈한 가면을 뒤집어쓴 채 공사다망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공작을 떠올리자 도저히 웃음을 금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우리 페이건한테도 초대장이 분배되었다는 건… 이제는 인근 왕국까지도 페이건의 진가를 인정했다는 뜻이잖아. 아아, 뿌듯해! 이 사실을 티베리와 멜리사가 알았더라면 정말 기뻐했을 텐데.
“1학년부터 4학년까지 학년 석차 10등 안에 들어가는 학생들한테는 할당되다시피 분배되는 초대장이니까… 그 정도까지 감격하실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수업시간이나 밥 먹을 때 내가 주변 학생들의 표정을 부지런히 살폈는데 대부분의 학생이 페이건을 부러워하던걸? 아소토 왕국의 축제는 화려하고 볼 게 많아 유명한데 무려 초청을 받아 거기까지 가는 건 정말 좋은 기회라고 하면서 말이야.
“뭐 걔네들이 그렇게 믿는다고 해서 저까지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아, 볼 게 많다는 건 사실일 겁니다. 제 취향과는 별개로 아소토 왕국의 축제가 유명한 건 사실이니까요.”
―저기 이짜나… 그렇게 유명한 축제면 먹을 것도 많겠네?
“…나도 가 본 적이 없어서 확신할 수는 없다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먹을 게 많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광채를 내뿜는 북슬이의 눈동자.
탐욕스러운 빛을 내며 반짝이는 녀석의 눈동자를 외면한 채 초대장과 함께 동봉된 안내문을 펼쳐 들었다.
아소토 왕국에서 제작된 번쩍번쩍한 초대장과 달리 더없이 기능적인 데다 간소하기까지 한 사전 안내문.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 아소토 왕국의 초대장보다는 이 안내문 쪽이 훨씬 더 흥미로웠다.
‘아소토 왕국의 축제야 정해진 시기에 행해지던 연례행사. 그리고 어쨌거나 학년 대표인 나한테 초대장이 분배된 것 자체는 이상할 게 없지. 문제는 이쪽의 인솔자 명단인데….’
또박또박한 정자 글씨로 기재된 안내문을 재빨리 읽어 내린 후 곧바로 다시 한번 더 읽어 내렸다.
‘톰 머킨, 니나 즈데일, 막수 쿠라칸 그리고… 데일 애틀리.’
안내문 최상단에 위치한 데일 애틀리라는 이름과 그 이름 뒤에 붕어 똥처럼 나란히 달라붙어 있는 세 개의 이름을 확인한 그 순간.
조금 전 안피노 공작을 떠올렸을 때와 비슷한 미소가 지어졌다.
‘키에르고 경, 귀하께서 작성해 주신 요주의 교수 명단 최상부에 위치한 교수 4인이 나란히 인솔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군요. 이래서 세상일이 참 재미있다고 하나 봅니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 동업자 양반에게 받아 온 바 있는 요주의 인물 명단은 이미 내 머릿속에 각인된 지 오래였고.
덕분에 난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인솔자 명단을 꿰차고 앉은 위험인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데일 애틀리, 폴리다고스에서 근무하는 모든 교직원들 중 가장 완고한 귀족 의식에 사로잡힌 허세쟁이.’
키에르고가 작성한 문건에 기재된 애틀리 교수의 인물평을 떠올리니 한층 더 상황이 흥미로워졌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저학년들이 연구에 집중한다는 명목하에 밥만 축내고 있는 살쾡이의 인솔에 따라 루드비히 안피노의 땅으로 향한다는 건가?’
이제는 흥미롭다 못해 자극적으로 되어 버린 상황을 반추하고 있으려니 혼잣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재미있어. 과연 어디까지가 우연이고 어디서부터가 수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