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32)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32)화(232/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32)
―루드비히 안피노
현(現) 아소토 왕국 국왕의 전폭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왕국의 실권을 장악한 권신(權臣) 중의 권신.
지나친 권력 독점으로 인한 비판 의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완벽에 가까운 업무처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뭉개 버리며 승승장구하는 중.
수려한 외모와 사람을 끌어당기는 화법, 자연스러운 매력을 바탕으로 아소토 왕국을 넘어 대륙 사교계에 정점을 점하고 있는 인물.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
정체불명의 암살자 집단을 운용하고 있으며 개중에는 에지세크 놈들에게서 나는 것과 비슷한 악취를 풍기는 놈들도 존재함.
이래저래 수상한 흔적이 차고 넘치는 요주의 인물.
―월베니 기바르손
태평한 성품과 한량 같은 행동거지로 유명한 아소토 왕국의 대공.
국왕의 친동생이라는 고귀하기 짝이 없는 신분의 소유자지만 몇 가지 복잡한 이유로 인해 권력의 핵심에는 다가서지 못한 채 정가(政街) 변두리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권세와는 별개로 백성들과 대신들의 신망이 두터운 매력적인 인물.
여름방학 때 있었던 사건으로 미끼를 뿌려 놓은 바가 있기 때문에 활용 방법에 따라 이용 가치가 상당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됨.
아슬라니의 성문을 통과하기 전.
두 사람의 정보를 다시금 머릿속에 새겨 넣은 바 있었다.
그리고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둘의 동향 관측을 최우선 순위에 둔 채 계획을 짤 생각이었다.
그러나 내 야심 찬 계획은 아슬라니 입성 첫날부터 암초를 맞이하게 되었다.
“아, 그러니까… 안피노 공작 각하께서는 현재 자리를 비우고 계신 상태라는 말이군요?”
“그렇다우. 과로로 인해 생긴 병을 다스리기 위해 각하께서 피병(避病)을 떠나신 게 지난 주말이었으니까 아마 이번 달 내에는 왕도로 못 돌아오실 게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루드비히 공작은 아슬라니를 떠나 있었던 것이다.
“에휴, 그동안 그리도 많은 일을 하셨으니 공작 각하께서 제아무리 강철 같은 분이라 해도 탈이 나실 수밖에 없지. 그나저나 정말 아쉬워 죽겠다니까. 공작 각하께서 계셨다면 이번 축제도 한결 더 흥이 났을 텐데.”
“각하께서 자리를 비우신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곳 아슬라니에는 전하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도시의 상태를 보니 축제 준비도 아주 순조로운 것 같은데요.”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 같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안피노 공작 각하께서 떡하니 자리를 지켜 주시는 편이 훨씬 더 안심되거든. 뭐니 뭐니 해도 우리 같은 무지렁이가 믿고 의지할 분이라고는 공작 각하가 유일하니까. 아! 훈제 햄 토스트랑 밀크티라 했지? 자 여기, 다 됐다우.”
공작의 부재가 그리도 슬펐던 걸까?
왕도 골목에서 토스트를 구워 파는 아낙은 연신 혀를 차며 루드비히의 부재를 안타까워했다.
‘역시 루드비히 안피노를 향한 왕도 백성들의 인망(人望)은 두터운 모양이군.’
물론 일시적으로 자리를 피한 척하고 몰래 아슬라니에 복귀해 음모를 꾸미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작금의 상황은 당초의 예상과는 제법 큰 차이가 있었다.
‘루드비히 안피노가 정말로 기둥과 관련이 있고 아슬라니를 배경으로 뭔가를 꾸미고 있다면 자리를 비우거나 하지는 않을 텐데… 내가 지나치게 예민했던 걸까?’
그 후로도 나는 꼬박 두 시간 동안 아슬라니를 돌아다니며 밑바닥 민심을 확인했고.
[아유… 축제는 즐겁지만, 그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이지 고되다는 말이야. 하지만 어쩌겠어? 이것도 다 안피노 공작 각하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이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하하!] […사실 이건 비밀인데 말이지. 전하께서 안 계신다고 아슬라니에 별문제는 없겠지만 안피노 공작 각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슬라니, 아니 아소토 왕국 전체가 휘청거릴 거라우. 안피노 공작 각하는 이 나라 그 자체 같은 분이시거든.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이 배곯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다 우리 공작 각하의 은혜라 이 말씀이야.]무척이나 흥미로운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백성들의 민심이 숫제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안피노 공작을 향하고 있어. 고작 두 시간 만에 파악 가능할 정도로 민심의 향방이 노골적이라면 국왕 또한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럼에도 루드비히를 향한 신뢰를 거두지 않다니. 아소토의 국왕은 신뢰의 화신이라도 되는 건가?’
왕의 권위를 위협하는 신하는 경계를 받는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 이 문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로 통용되고는 했다.
그런데 왕의 권위를 위협하다 못해 초월해 버린 루드비히를 향한 국왕의 신뢰가 이토록 두텁다니?
아소토 왕국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흥미로운 나라라는 생각을 하며 난 왕도 구석구석 발걸음을 새겨 갔다.
뚱땅뚱땅.
그렇게 넋 놓고 걷다 보니 어느덧 석양이 저물어 가고 있었고.
꼭 누가 인도하기라도 한 것처럼 내 발걸음은 아슬라니 전역을 통틀어 가장 큰 소음을 토해 내는 장소 앞에 다다랐다.
쪼오옥.
제법 긴 호흡으로 휴대용 용기 안의 냉차를 빨아 마셔 봤지만.
굵직한 빨대에 가득 들어차 있던 냉차가 바닥을 보일 때까지도 왕성을 품고 있는 바위산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아슬라니 북단(北端)에 위치한 왕의 거처.
그리고 그 왕성을 푸근하게 감싸고 있는 적색의 바위산.
하루 일과를 마칠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바위산 초입부는 주변을 오가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뚱땅뚱땅.
“거기 8치수로 제작한 대못 한 묶음 가져오고 하중 공사 진행 중인 스미스네 식구들 전부 이쪽으로 오라 그래.”
“아, 이 사람아! 하중 공사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은 불러서 뭐 하려고? 기일에 맞추려면 그쪽도 빠듯한 거 몰라?”
“내가 톱밥 먹은 지가 몇 년인데 하중 공사 중요한 걸 모를까 봐! 알아, 잘 아는데. 여기 지반 툭 튀어나온 데부터 다지지 않으면 하중이든 뭐든 다 물거품이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잔말 말고 걔네들 당장 불러와. 전부 달라붙으면 후딱 마칠 수 있으니까 여기부터 매조지고 그다음에 하중을 하든 뭘 하든 하라 그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목수들과 자재를 등에 멘 채 오가는 일꾼들.
바위산 초입부에 설치된 제단(祭壇)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고.
공사 현장 주변은 국가의 대사(大事)를 자신들의 손으로 준비한다는 자부심으로 넘실거렸다.
―우왕! 산 멋있다. 보통 나무가 없는 민둥산들은 흉측하기 마련인데 여기 있는 산은 풀 한 포기 없는데도 멋지넹.
―그러게… 어머, 저쪽에 있는 봉우리 좀 봐! 석양이 아주 제대로 걸려 있어. 저토록 아리따운 왕성을 품은 적(赤)색의 바위산이라니. 이렇게 사람으로 바글거리는 도시에서 이토록 고즈넉한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아.
내 머리 위에서 뒹굴뒹굴하기 여념 없는 북슬이와 가방에 뚫린 구멍 사이로 주변을 살피며 눈동자를 반짝이는 라무테 님.
‘네, 제법 볼만한 광경이네요. 북슬아, 너도 잘 봐 둬. 지금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이 제단이 축제가 행해지는 주된 장소거든. 특히 축제의 마지막 날 저 바위산부터 제단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무대를 배경으로 제법 멋진 공연이 펼쳐진다고 하더라고.’
―어머! 그럼 그맘때에 이 주변은 아주 사람으로 바글바글하겠네.
‘네, 아슬라니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3분의 2는 그 공연을 구경하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든다니 아주 어마어마할 거예요. 그리고 저기 제단 주위로 만들어지고 있는 가변식 좌석들 또한 그날을 위한 준비의 일환일 겁니다.’
마시던 냉차를 적당한 곳에 내려놓은 후 손가락 망원경을 만들어 제단 근처를 구석구석 살폈다.
‘저기 최상단 근방에는 특별석이 만들어지겠고 특등석에는 국왕 내외가 착석하겠지. 그다음 줄의 일등석에는 왕실의 직계존속들과 데일 애틀리가, 또 그다음 줄에는 아소토의 고관대작들과 폴리다고스의 나머지 인솔 교수들이. 그리고 그보다 한 칸 더 아래에 위치한 자리에는 초대받은 학생들이 착석하게 될 거야. 그리고 학생들을 노릴 수 있는 저격 포인트는… 휴우….’
이런 식의 자리 배치는 판에 박힌 일이었기에 축제 당일의 착석 구도를 예상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예상되는 구도를 바탕으로 혹시 있을지 모를 기습 경로를 예상하는 일이었는데.
검토를 끝내기도 전에 한숨부터 새어 나왔다.
예상할 수 있는 기습 경로 및 저격 포인트가 너무나도 많았던 것이다.
‘…아무리 나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일이 발생한 뒤에 완벽한 대응을 할 수 없어. 정말로 이 장소를 노리는 놈들이 있다면 미리 맥을 끊어 놓은 뒤 처리하는 수밖에 없겠는걸.’
비상사태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을 살피는 것으로 오늘 일정은 끝.
하지만 이대로 숙소로 돌아간다 한들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난 절반쯤 남은 냉차를 쪽쪽거리며 현장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렇게 ‘혹시나 뭐 하나 걸리는 게 있을지도 모르잖아?’라는 마음으로 눈동자를 굴리기를 30여 분.
제법 흥미로운 광경이 시야에 잡혔다.
“오오, 숲의 성자님께서 납셨다!”
“어머나! 오늘은 제자 분들까지 데리고 오셨네. 어쩜, 어떻게 저리 걷고만 계시는 데도 품위와 위엄이 뚝뚝 흘러넘치는지….”
소란의 시작은 공사 현장과 이어진 대로(大路) 끝부분이었다.
녹색 후드를 뒤집어쓴 일군의 무리가 도로 가장자리를 점한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연신 탄성을 토해 냈다.
“난 지금도 믿기지 않아. 수십 년간 숲에서 머무르며 세상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시던 성자님께서 우리 왕국의 축제를 위해 친히 발걸음을 다 옮겨 주시다니.”
“그게 다 우리 왕국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방증 아니겠어! 하, 그나저나 정말 아쉽네.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것도 전부 안피노 공작 각하 덕분인데 각하께서 하필 이럴 때 왕도를 비우시다니….”
“이럴 게 아니라 난 성자 님의 뒤를 따라가 봐야겠어. 왜 성자님께서는 걸음을 멈추실 때마다 축복을 내려 주신다잖아? 부지런히 움직이면 성자님 본인은 힘들지 몰라도 그 제자분들의 축복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찰그락찰그락.
선두의 성자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의 앙상한 팔목에 걸린 ‘수풀 모양의 팔찌’가 야무진 소리를 토해 냈다.
거의 넝마에 가까운 옷자락을 걸친 채 걸음을 옮기는 성자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는 세속의 명리(名利)를 초월한 자의 기백이 느껴졌고.
사람들은 절반쯤은 넋이 나간 표정을 한 채 성자 무리를 쫓았다.
“허허, 고생들이 많으시구려.”
“아이고, 성자님! 귀하신 분께서 이런 위험하고 더러운 장소에 발을 내디디시면 어쩝니까요? 소인들의 고생을 치하해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합니다만 얼른 물러나십시오. 보시다시피 여기는 험한 공사가 행해지는 장소인 터라 먼지도 많고 또 위험한 물건들 천지입니다요.”
제단 공사장에 다다라서야 성자는 걸음을 멈췄고.
작업에 열중하던 인부들은 일제히 뛰어나와 머리를 조아렸는데.
그들의 행동에는 성자를 향한 존경이 진하게 배어 나왔다.
“모두의 기쁨을 위해 고생하는 이들의 몸에 묻은 먼지를 어찌 더럽다 할 수 있겠소? 자, 다들 자리에 앉으시구려. 나와 내 제자들이 미약하나마 그대들에게 숲의 축복을 나눠 주리다. 그럼 피곤이 조금은 가실 게요.”
“저희 같은 무지렁이들까지 챙겨 주시고… 이 망극한 은혜를 어찌 감당해야 합니까!”
인부들은 숫제 울음이라도 터뜨릴 듯한 얼굴로 주저앉았고.
숲의 성자와 그 제자들은 자비의 극치라 할 법한 미소를 지어 보인 채 땀으로 얼룩진 인부들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우우웅.
“영광스러워! 우리 같은 것들까지 챙겨 주시는 성자님이라니. 참으로 영광스러운 장면일세!”
“어찌나 경건한 광경인지 난 눈물이 다 나오네그려.”
성자의 손에서 피어난 녹색 오러가 인부들의 몸에 스며들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백성들은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성자의 자비를 추앙했다.
―저 사람, 누구야?
‘엔트라벨 숲의 성자. 나도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지만 하고 다니는 행색이나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틀림없을 거야.’
―성자? 그런 명칭으로 불리는 거 보니까 되게 유명한 사람인가 보네?
‘숲의 성자라는 명칭으로 통용될 뿐 저 사람의 정확한 나이나 이름, 출생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몰라. 생애의 대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거든. 확실한 게 있다면 저 사람이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온갖 독충들과 악인으로 들끓던 엔트라벨 숲에 단신으로 들어가 숲 전역을 평정해 버렸다는 사실 뿐이지.’
―헤에, 성자라는 사람이 싸움이나 하고 다니고… 그래도 돼?
‘독충과 악인들의 씨를 말리는 데서 그쳤다면 성자라는 소리를 듣지 못하지. 저 사람을 성자로 불리게 만든 건 그다음 행동들이야. 엔트라벨 숲에는 귀중한 가치가 있는 자원들이 널려 있거든. 그런데 저 사람은 그 귀한 자원을 탈탈 털어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는 데 사용했어.’
―전부? 숲에 있는 재산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그래, 전부. 내가 직접 목격한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그렇다고 기록을 해 놨으니 믿어야지 뭐. 아무튼, 그 이후로 사람들은 저분을 가리켜 엔트라벨 숲의 성자라 부르며 극진히 존경하고 있지.’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숲을 떠나지 않는 성자를 무려 왕도 아슬라니까지 불러내다니.
백성들에게 둘러싸인 채 웃음을 짓고 있는 숲의 성자를 보고 있자니 아소토의 성세(盛世)가 범상치 않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 세상에는 가지고 있는 직위나 재산과는 무관하게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었고.
엔트라벨의 성자 역시 그중에 한 명이었다.
만인의 귀감이 될 만한 태도로 존경을 받아 온 성자의 웃음에는 그동안의 세월이 만들어 낸 푸근함이 배어 있었고.
성자를 둘러싼 백성들의 환호와 열기가 최고조로 향하는 그때.
―우우웅… 그것참, 이상하네.
내 머리 위에 똬리를 튼 채 질문을 던지기에 여념이 없던 북슬이의 입에서 충격적인 한마디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그렇게 착하고 훌륭한 사람 몸에서 왜 이렇게 더러운 냄새가 나지? 아우, 냄새! 코가 썩을 것 같은 비린내가 저 노인의 몸에서 풀풀 풍기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