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Assassination, Become the Strongest Healer RAW novel - Chapter (233)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33)화(233/240)
암살의 신, 최강 힐러 되다 (233)
‘냄새? 그러니까 성자의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응, 그 허깨비 같은 놈들 몸에서 나던 거랑 비슷한 냄새가 나. 특히 그중에서 왜, 그 지난번에 페이건 네 방까지 와서 선물을 안겨 준 노집사 있잖아?
‘페르디난드 가문 소속의 맨피르를 말하는 거야?’
―응, 그 노인의 몸에서 났던 냄새랑 특히 많이 비슷해. 우웩.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코를 틀어막은 채 고개를 내젓는 롤빵이.
무척이나 코믹한 광경이었지만 녀석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 도무지 예사롭지 않았기에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없었다.
‘라무테 님 생각은 어떠세요?’
―으응, 나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그런데 벨제키엘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듣고 나니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추가적인 검증이 절실했기에 난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공사 현장을 향했다.
“허허허! 뭐 그리 대단한 행동을 했다고 이렇게 눈물까지 보이는 것이오. 내가 참 민망하구려.”
“대단하지 않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들은 성자님과 제자분들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크흐흑!”
성자가 만든 행렬에 다가선다 한들 인부들이 감격에 젖어 토해 내는 울음소리만 들릴 뿐.
내 눈에는 딱히 수상한 점이 보이지는 않았다.
―킁킁! 어머, 진짜네! 페이건, 맞아. 냄새가 나! 이 정도 거리까지 다가서니까 그 비린내가 물씬 나네. 저 성자는 물론이고 제자라는 저 뒤를 따르는 사람들도 다 한통속이야.
―그치? 냄새나는 거 맞지? 거봐! 내가 맞다고 그랬잖아! 아우… 그런데 가까이에 오니까 냄새가 더 심하네. 으윽, 내 코! 내 코가 썩는다!
라무테 님이 상대적으로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북슬이는 죽는 소리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분명히 지난번까지만 해도 후각으로 기둥을 감지하는 능력은 비슷했는데.
갑자기 이런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뭘까?
―얘, 벨제키엘! 너 지난번에 석회 호수에서 웜을 낚아 올릴 때 아주 잠깐이지만 이상한 모습으로 변신한 적 있잖아? 그때를 계기로 후각이 나보다 훨씬 더 예민해진 거 아닐까?
―이상한 모습 아냐! 엄청나게 멋진 모습이었어! 너 방금 그 말 취소해!
각각 가방 속과 머리 위에 자리를 잡은 채 투덕거리기를 멈추지 않는 두 마리.
어쨌거나 라무테 님의 짐작이 맞다면 웜 낚시를 계기로 북슬이가 또 하나의 능력을 각성한 걸로 봐도 좋을 듯싶었다.
투시안을 얻은 라무테 님과 후각이 날카로워진 북슬이.
점점 더 조화로워지는 클라디우스의 마스코트들을 뇌리에 새겨 넣은 채 시선은 숲의 성자를 향해 고정했다.
‘현재 페르디난드를 장악하고 있는 건 에지세크 교단. 그렇다면 성자의 탈을 쓴 저 개새끼의 근원도 미친놈들이라는 소리인데….’
숲의 성자가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건 40여 년 전이었고.
그 말인즉슨 에지세크 놈들은 수십 년도 더 전부터 자신들의 끄나풀을 대륙 곳곳에 뿌려 놓았다는 걸 의미했다.
‘100년도 훨씬 더 전에 재기불능으로 뭉개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그새 회복했다니.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즉시 소각 처분하는 게 마땅한 쓰레기가 ‘성자의 탈’을 쓰고 세상을 농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통 터지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쨌거나 수십 년간 정체를 숨긴 채 암약하던 에지세크의 끄나풀이 아슬라니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이곳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결국 이번에도 내 예감은 적중했다는 뜻이로군. 좋아, 네놈들이 뭘 꾸미고 있는지 지금 당장은 몰라. 하지만 기대해. 곧 속옷까지 홀라당 벗긴 후 그 모가지를 따 줄 테니까.’
―으아아! 코가, 내 코가 썩는다!
이걸로 볼 장은 다 본 데다 북슬이의 데굴데굴 강도가 점점 심해져 왔기에 난 등을 돌려 역겨운 무리에서 멀어졌다.
아슬라니에 도착하기 전에는 오늘 하룻밤 정도는 여독도 달랠 겸 푹 쉬어야겠다고 마음먹은 바 있었다.
그런데 숲의 성자라는 놈이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어 준 덕분에 느긋한 밤을 보낼 수 없었고.
난 오늘 밤 방문할 장소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월베니 대공, 당신의 친형이 다스리는 나라 한복판에 개새끼들이 성자의 탈을 쓴 채 활보하고 있는데 당신은 대체 뭘 하고 계십니까? 오늘 밤 그 쓸데없이 느긋하기만 한 얼굴을 보러 갈 예정이니 딴 데 가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시길.’
* * *
‘후우.’
아주 얇은 호흡을 내뱉는 걸 끝으로 ‘월베니 대공 관저’의 처마 틈 사이로 내려앉는 데 성공했다.
장담하건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깃털을 가진 아기 새의 날개깃을 뽑아 허공에 내던진다고 해도 조금 전의 나처럼 부드럽게 착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르카 4단계의 은총을 받는 건 그림자 밧줄뿐만이 아니었다.
내 근육과 뼈 또한 4단계에 들어선 아르카의 은혜를 입는 건 매한가지였고.
덕분에 난 경비병과 기사들의 감각을 속인 채 대공 관저의 밤하늘을 가를 수 있었다.
“야! 인상 좀 풀어. 전하의 이번 처사에 가장 큰 실망을 느끼셨을 각하께서도 내색을 안 하고 계시는데 왜 네가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어?”
“내가 화 안 내게 생겼어! 대공 각하는 전하의 친동생이야! 그런데 전하의 혈육으로서 대공 위(位)를 누리시는 분께 제단의 자리가 안배되지 않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그래, 물론 말도 안 되는 가혹한 처사지. 하지만 전하께서 직접 하명하신 일이라잖아. 그런데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리고 그런 부루퉁한 표정을 한 채 자신을 보필하는 널 보면 각하의 마음은 또 어떻겠어?”
“제길! 이게 다 그 안피노 대공 때문이야! 그자가 전하의 신임을 얻은 이후로 각하께서 이런 부당한 처사를 받고 계시잖아!”
월베니의 침소로 향하는 길.
포근하니 깔린 어둠과는 어울리지 않는 격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가 백성들을 마음을 헤아리는 명대신이라는 거야! 그저 전하의 총기를 흐린 권신일 뿐인데! 그리고 전하께서도 이러시면 안 되지! 우리 각하께서는 한마음으로 전하를 위하는데 어떻게 친형이라는 사람이….”
“어허, 그만! 거기까지만 해.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하다가는 자네는 물론 각하께서도 위험해진다는 걸 몰라서 그러는 거야!”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멋들어진 경갑주를 차려입은 채 격정적인 얼굴로 대화를 나누는 젊은 기사들이 보였다.
“그렇지만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안피노 대공이 권력의 핵심을 차지한 지난 5년간 전하와 각하의 사이는 날로 소원해지기만 했잖아? 안피노 공작의 농간이 없었다면 일이 이렇게 될 리가 없잖아?”
“….”
“아니, 따지고 보면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말도 우습지. 각하의 충정은 그대로인데 전하께서 일방적으로 각하를 배척하시는 거니까 말이야.”
울분에 찬 목소리로 국왕과 루드비히에 대한 원망을 털어놓는 젊은 기사.
주군을 위하는 마음이 절절히 묻어나는 그 목소리를 통해 월베니 기바르손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위치’에 몰려 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어쩐지 숲에서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귀하께서도 편하지만은 못한 위치까지 몰리신 모양이군요.’
우연히 획득하게 된 아소토 왕국의 정계 비화를 똑똑히 새겨 넣은 채 그렇게 어둠을 가르며 나아갔고.
오래지 않아 월베니의 서재가 보이는 위치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서재가 밝은 걸 보면 대공은 아직 잠들지 않은 듯하네요. 라무테 님, 부탁드립니다.’
―응, 이번에도 나한테 맡겨!
난 지붕 위에 납작 엎드린 채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서재 쪽으로 향했고.
곧 라무테 님이 투시안을 통해 획득한 시야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그래서 우리 대공부 소속의 기사단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그렇사옵니다, 각하. 개막 시에 준비될 예정인 사열식(査閱式) 그리고 축제 기간 중 요인 경호를 위한 인원이 필요하오니 지원을 해 줬으면 한다는 요청이 에크르노 공작으로부터 직접 들어왔습니다.”
“긴말할 게 뭐 있겠나? 공작께서 필요하다는 대로 그리고 우리 측의 여유가 되는 대로 지원하게. 공작께서 풍부한 경륜을 갖춘 분이라고는 하나 이런 식의 대규모 행사를 직접 감독하시는 건 무척 오랜만이잖나? 이래저래 힘드신 일이 많을 테니 우리라도 정성껏 도와드려야지.”
“…안피노 공작이 그간 왕국의 대소사를 독점하다시피 하지만 않았어도 이번 축제의 총감독을 맡은 공작께서 이리도 당황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하하! 자네도 그런 볼멘소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나? 이거 토드나 베티나가 지금 자네 표정을 봤으면 아주 배꼽을 잡고 웃었을 거야. 하하!”
서재의 중앙에 마주 앉은 채 이야기를 나누는 대공과 기사.
다행히도 두 사람 모두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대공의 태평한 얼굴은 여전하고… 저 기사는 그때 해독에 강점을 보였던… 이름이 길핀이었던가?’
짐짓 호탕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월베니와 달리 길핀은 호탕과는 거리가 먼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저 뚱한 표정과 대화 내용으로 보건대 길핀은 자신의 주군이 축제에서 배제된 이유가 루드비히와 관련되어 있다고 믿는 모양이군. 그리고 저 의심이 참이라면 안피노 공작도 어지간히 꼼꼼한 타입인 모양이야. 피병하는 와중에도 월베니가 정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통로는 틀어막았다 이거지?’
툭툭.
“너무 그런 딱딱한 표정 짓지 말게. 어쨌거나 이번 축제는 에크르노 공작께서 모처럼 수석 대신이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과업을 수행하실 기회 아닌가? 이런 일은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지 잘 풀리는 법이야.”
“…각하.”
“자네도 알겠지만, 이번 축제 준비에서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야. 나라의 큰 행사를 안피노 공작 측이 아닌 쪽에서 준비하는 게 도대체 얼마만의 일인가? 모처럼 얻은 기회이니만큼 뒷말이 나오는 일 없게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지 않겠나? 내 뜻은 이러하니 자네도 성심성의껏 공작을 지원해 줬으면 해.”
어깨를 두드리며 길핀을 독려하는 월베니의 목소리는 이번에도 호탕했지만.
그 대화 속에 담긴 내용은 마냥 호탕하지만은 않았다.
‘안피노 공작이 피병한 덕분에 이번 축제의 준비를 에크르노라는 수석 대신이 맡게 된 듯한데? 그리고 그 에크르노 공작이라는 자는 왕국 내에서 안피노 공작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쯤 되는 모양이야.’
이제야 비로소 복잡하게 얽힌 아소토 왕국 정계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주관하게 된 행사이니만큼 만약 이번 축제에서 문제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안피노 공작을 견제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치명타겠군. 반면에 안피노 공작 입장에서는 승기를 완전히 굳힐 수 있을 테고 말이야.’
그리고 내막을 파악하고 나니 언제나 호탕하기만 할 것 같던 월베니의 표정이 저토록 진중해진 이유 또한 알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마냥 화려하고 신나기만 할 것 같았던 축제는 알고 보니 정계의 주도권 다툼이 걸린 혈투의 최전선이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왕도 수비대도 참 눈코 뜰 새 없겠군그래. 숲의 성자께서 친히 발걸음을 해 주신 건 감사한 일이다만 갑작스레 예정에 없던 귀빈을 모시게 되었으니 수비대장도 지금쯤 정신이 없을 거야.”
“소화해야 하는 일정이 다소간 버거워진 건 사실이오나 수비대원들의 의욕은 넘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성자님과 그 제자분들 같은 귀빈을 경호한다는 건 그들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이니까요.”
“그래서 성자님의 제자분들은 전원 아슬라니 입성을 마치신 건가?”
“아닙니다. 아직 절반 정도만 들어왔고 나머지 절반은 시간차를 두고 천천히 입성할 계획이라 합니다. 그리고 당장 내일 새벽에도 일곱 명 정도로 구성된 소집단이 입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운이 좋다고나 할까?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나누는 대화 사이로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 정보가 넘실거렸고.
난 라무테 님과의 시야 공유에 한층 더 집중하며 귀를 기울였다.
“허허! 어차피 왕도 근처까지 오신 거 그냥 우리의 경호를 받아들이면 참 좋을 텐데. 별도의 경호 인원 없이 입성하겠다니… 왜 그리 고집을 부리시는지 모르겠군.”
“안 그래도 축제 준비로 분주할 경비대원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내린 선택이라 하니 각하께서 이해하시지요.”
“내 성자님과 그 제자들이 이해심 넓고 배려하는 마음이 깊다는 소문은 익히 알고 있었다만, 이토록 철저하신 분들일 줄은 차마 몰랐다네. 하하!”
저런… 대공 각하.
숲의 성인인지 뭔지 하는 놈이 끝내 경호를 마다한 이유가 수비대원들을 배려하기 위함이라는 그 말을 정말로 믿어 버린 겁니까?
뭐, 북슬이의 도움이 있기 전에는 놈들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한 내가 할 말은 아니다만.
각하께서도 사람 보는 눈을 조금은 더 기를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요.
“아무튼… 우리, 축제가 성공리에 마무리될 때까지만 힘내세. 그럼 앞으로 더 좋은 날이 오지 않겠는가?”
“각하의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잠시 후 서재의 불이 꺼졌고 나 또한 지붕에 밀착한 채 납작 엎드려 있던 상반신을 치켜들었다.
‘여러모로 좋은 정찰이었어. 아슬라니에 온 첫날부터 이리도 굵은 호박들이 넝쿨째 굴러떨어지는 걸 보면 이번 일정은 여러모로 느낌이 좋은걸.’
잠시간 눈을 감은 채 오늘 하루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차근차근 되짚었다.
그리고 한층 더 차가워진 바람이 뺨에 와닿을 때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번 어둠을 갈랐다.
‘우리 개새끼들께서 오늘 새벽부터 시간차를 두고 천천히 입성하실 계획이시다라… 좋아, 여기서부터 손대면 되겠네.’
* * *
저벅저벅.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는 숲길.
녹색 후드를 뒤집어쓴 채 수풀이 무성한 길을 가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으며 근면한 발걸음으로 아슬라니를 향하던 성자의 제자들.
“잠깐.”
그런데 선두에 서서 무리를 이끌던 중년 남자가 불쑥 손을 들어 올렸고.
그 뒤를 따르던 일행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걸음을 멈췄다.
아슬라니에 당도하려면 아직도 도보로 한 시간은 더 이동해야만 했다.
그런데 자신들이 가야 하는 길 한복판에 망토를 뒤집어쓴 껑충한 키의 청년이 서 있는 게 중년 남자의 시야에 감지된 것이다.
‘뭐지? 분명히 경호 인력이니 마중이니 하는 건 필요 없다고 했을 텐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중년 남자는 인상을 찌푸렸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에는 성자의 가면으로 숨기지 못한 에지세크의 이빨이 드러났다.
마음 같아서는 감히 자신의 명을 거역한 저놈의 모가지를 뽑아 에지세크의 곁으로 보내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일행은 길을 막아선 청년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섰다.
“아소토 왕국에서 나오신 분인가? 마중은 필요 없다고 말 한 바 있는데….”
“제법 오랜만이지? 우리.”
그리고 서로 간의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쯤 청년의 입에서는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오랜만이라니… 자네 지금 무슨 소리를….”
망토로 얼굴을 가린 청년의 목소리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력이 담겨 있었고.
그 바람에 중년 남성은 청년의 정체를 묻는 것도 잊은 채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야만 했다.
“어떻게, 너희들이 믿는 신의 곁으로 갈 준비들은 끝내셨나?”
“…!”
신.
중년 남성에게는 더없이 익숙한 말이지만 결코 지금 타이밍에 터져 나와서는 안 되는 그 말을 듣고만 중년 남성.
아니, 에지세크 교단 일행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숨겨 왔던 무기에 손을 올렸다.
“뭐 하는 놈이길래 이런 무례를… 컥!”
하지만 무기를 꺼내기도 전에 중년 남성은 그 자리에 고꾸라지고 말았고.
“이, 이게 무슨!”
“웨, 웬 놈이냐! 당장 정체를….”
그야말로 순식간에 에지세크의 사도를 영면(永眠)시키는 데 성공한 청년은 히죽하는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 개새끼들아.”